나무에게서 사람을 본다
이른 봄부터 시작된 꽃과의 눈맞춤이 풀꽃에서 나무 꽃으로 시선이 옮겨가는 때다. 유실수를 시작으로 나무에 꽃이 피면 봄이 무르익어간다는 신호와도 다르지 않다. 이로부터 자연스럽게 나무에 주목하는 시기로 사계절 중 나무에 이목이 가장 집중되는 때다. 바로 나무와 사람 사이에 공감이 이뤄지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때, 계절이 주는 선물처럼 옛 시와 나무를 만나는 이야기를 접한다. 고규홍의 ‘나무가 말하였네’를 통해서다.
"한 그루의 나무를 적어도 세 해에 걸쳐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 다 다른 나무에게서 다 다른 사람을 떠올리는 사람"
저자의 고규홍은 나무를 대하는 마음에 특별함이 있다. '이 땅의 큰 나무'를 비롯하여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나무 1ㆍ2ㆍ3', '도시의 나무 산책기' 등 다수의 나무를 이야기하는 책을 발간하고 자연과 나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저자다. ‘나무가 말하였네 ’는 저자 고규홍의 '나무가 말하였네 1ㆍ2'에 이어 발간된 책으로 옛시에 깃든 나무 이야기다.
“나무와 시에는 비슷한 점이 있다. 다양하다는 것, 흔하지만 그냥 지나치기 쉽다는 것, 봐도 뭐가 뭔지 알 수 없다는 것, 하지만 가까이 두고 음미하면 할수록 보이고 들리고 느낄 수 있다는 것, 잠시 멈춰 관찰하고 기다리면 지금껏 몰랐던 감동을 준다는 것”
오늘의 우리보다 나무와 함께하는 자연적인 삶에 충실했던 옛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시에서 나무의 흔적을 찾아내 저자가 생각하는 나무에 대한 생각을 엮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가 옛시를 매개로 나무를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황, 김정희, 박지원, 정약용, 김시습, 윤선도, 황진이, 한용운, 왕유, 원매,도연명의 시까지 나무를 말하는 옛 시 75편을 엄선해 옮기고, 다정하고 세심한 감상과 사진을 더했다.
내게도 해마다 잊지 않고 찾는 나무가 있다. 사는 곳 인근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다. 5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마을의 당산나무 기능을 하고 있는 나무에 깃들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다. 그 나무와는 별도로 꽃피는 때를 놓치지 않고 찾아보고 싶은 나무가 생겼다. 인근 마을에 오랜 세월 꽃을 피우고 있다는 이팝나무가 그 나무다.
이처럼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나무마다 사연을 가지는 특별함이 있다. 사람보다 긴 시간을 살면서도 사계절의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나무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자 함은 그 안에서 내가 살아갈 시간의 흐름을 찾아보고자 함은 아닐까?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나무와 공유하는 시간에 주목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