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몸이 느끼는 것보다 늘 한발짝 빠릅니다. 마중나간 마음 앞엔 언제나 더디기만 하더니 왔는가 싶으면 저만치 앞장서 서둘러 내빼는 것이 봄입니다. 곧 무엇이 그리 급한지 짐작도 못하는 사이에 여름 앞에서 버거워하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그러니 서둘러야 합니다. 물오른 수양버들도, 앙증맞은 봄맞이꽃도, 청초한 산자고도, 숲 가득 넘치도록 춤추는 얼레지도, 이제는 귀한 몸이 된 할미꽃도 다 봐야하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또 있습니다. 진달래 꽃잎 사이의 스민 핏빛 서러움과 옥빛 섬진강 물에 고개 떨군 벚꽃의 무상함, 산벚꽃 피었다 지는 틈에 벌어지는 황홀한 색의 잔치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봄비는 오고 지랄이야/꽃은 또 피고 지랄이야"라며 주책부리고 싶은 마음 단단하게 부여잡고 이 봄날을 야무지게 건너가야 합니다. 따로 또 같이 이 봄을 건너는 꽃마음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