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토비아스 휘터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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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누가 뭐라 해도 어렵다. 왜 어렵냐고 물으면 안 된다. 그냥 어려운 거다. 특히 물리학은 정말 어렵다. F=ma까지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양자가 등장하는 순간 물리학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어진다. 나도 그랬다.
이론이 어려우면 역사를 보게 되는 법. 하지만 과학사 책을 읽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개별 발견이 토막토막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서 깨달았다. 어려운 걸 이해하려면 진짜 이야기가 필요하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20세기 전반기의 물리학사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저자는 과학자의 사생활을 들추면서 그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과학을 떠나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재밌는 것을 모두 빼고보면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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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루스 오제키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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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보라.
 나무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나? 
소나무의 영혼은? 
흑연의 중얼거림은? 
페이지 13 


모든 사물의 소리를 듣게 된 소년이 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이후 화장장에서 들었던 아버지의 목소리로부터 주위의 모든 사물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식탁, 벽, 운동화, 그리고 베니의 이야기를 하는 책의 소리까지도 .. 

베니는 모든 사물들의 소리에서 고통을 당하지만 엄마에게는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못한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엄마도 세상과의 단절한 채 미쳐가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집에 점점 쌓이는 쓰레기, 살이 점점 쪄가는 엄마의 겉모습부터 아직도 베니를 아기 다루듯 하는 말투까지 


그러던 어느 날 수업 시간에 가위가 베니에게 어김없이 말을 건넨다. 가위는 폴리 선생님을 욕하면서 너에게 위선적이라는 둥, 그러니 가위를 들고 선생님을 찔러 버리라고 말한다.
베니는 참다못해 자신의 다리를 가위로 찔러버린다. 그 일로 인해 병원에 실려가고, 엄마와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정신 소아 병동에 일주일 입원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사물의 소리를 듣고, 선생님을 찌른 것이 새로 가게 된 고등학교에 알려져 퇴원 후 등교하면서 자연스럽게 전교의 왕따가 되어버린다.
베니는 엄마의 이메일을 위조하여 학교를 안 가고 도서관을 가게 된다. 도서관에서 매일 서가를 돌아다니며 책들을 둘러보고 읽고 하는 동안은 사물의 시끄러움이 덜해짐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정신병원에서 잠깐 동경했던 소녀, 알레프를 도서관에서 만나게 되고 그 인연으로 거리의 부랑자 B 맨을 만나게 된다. 알레프와 B 맨을 통해 도서관의 비밀 장소와 제본소에 얽힌 신비스러운 이야기를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베니는 자신이 사물의 소리로 인해 고통받는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러자 B맨은 걱정할 거 없다며, 자신도 소리를 듣는다고 하며 베니에게 모든 소리에 물어보라고 말한다. 

너는 진짜니 ?
라고 그러면 진짜 소리들과 가짜 소리를 구분할 힘이 생길 거라고 말한다. 이메일 조작으로 학교를 한 달째 안 가던 베니는 가출사건과 제본소에 상처로 인해 엄마가 교장선생과 통화하면서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학교로 돌아간 이후 얼마 후 알레프와 B 맨 과도 연락이 되지 않고 정신과 치료와 엄마의 간섭으로 점점 힘들어 하게 되는데 … 

이 책은 갑작스러운 상실의 슬픔을 겪게 된 베니와 애너벨이 겪는 아픔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파적 상황과 묘사가 아닌 독특한 방법으로 그들을 슬픔을 담담히 그려낸 작품이다. 
아들 베니에게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계기가 되어 모든 사물들의 소리가 들리는데, 주위에서는 소년을 정신병 취급하고 그 소년을 위로하고 이해하는 사람들도 정작 사회에서 버림받은 존재들인 부랑자와 가출 소녀이다. 또한 사물의 소리를 통해 판타지적이며 신비로운 이야기로 전환하고 때론 유령이라는 미스터리 한 부분까지 가미하면서 베니의 성장에 집중하게 된다. 

또한 엄마 애너벨의 상실 다루는 방식도 남편 상실 뒤에 경제적 고통과 함께 사랑의 상실에 허덕이는 여자의 삶을 로맨스, 미스터리적 요소를 적절히 섞어 묘사했다.


베니를 위해 살아야 하는 엄마 애너벨이지만 상실의 고통으로 넋을 잃고 산다. 베니의 우유를 사러 슈퍼마켓에 가서 중고매장에 들려 쓸데없는 찻주전자를 사던 그날, 그녀의 쇼핑카트에 (정리의 마법)이라는 책이 떨어지면서 그녀의 삶도 생각도 달라지는 과정을 천천히 보여준다. 

이 책의 재미는 베니와 책이 나누는 대화가 주는 문장의 깊이와 물음들에서 이야기를 멈추고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주는 그런 매력이 있다. 또한 베니와 애너 밸 이 만나는 책들을 중심으로 책 속의 책 이야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 이름을 딴 알레프, 발터 벤야민의 책을 인용한 문장을 이야기하는 알레프 등등, 그리고 도서관과 책 이야기들이 두 모자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700페이지 가깝지만 읽는 동안 끊이지 않는 숨은 이야기들에 감동하고 베니가 듣는 소리와 애너밸의 상심에서 나오는 소리에 점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상실의 아픔을 어떻게 건너야 하는지, 우리의 삶에 필요한 철학과 그리고 현시대의 환경과 사회문제까지 촘촘히 들여다보면서 생동감 있는 이야기까지 만나 볼 수 있는 올해 최고의 작품이 될 것 같다. 



그러므로 책이 건네는 베니와 애너벨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라. 


 남는 것은 이 이야기뿐이다. 


이야기는 당신네 사람들이 숨 쉬는 공기이고 당신들이 헤엄치는 바다이며, 

우리 책들은 해안가에서 당신들의 해류와 조류를 유도하고 억제하는 갯바위들이다. 
비록 아무도 읽어 줄 사람이 없다 해도,
책은 항상 마지막 말을 한다.  

페이지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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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루스 오제키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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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말로 그게 다일까? 우리 책들은 아니라고, 그 이야기는그저 인간의 날것의 경험에서 버려진 부산물만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의 날것의 경험이다. 물고기는 그것이 물인지 인식하지 못한 채 물에서 헤엄친다. 새는 그것이 공기인지 인식하지 못한 채 공기 속에서 날아다닌다. 이야기는 당신네 사람들이숨 쉬는 공기이고 당신들이 헤엄치는 바다이며, 우리 책들은 해안가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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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호손 박사의 두 번째 불가능 사건집 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에드워드 D. 호크 지음, 김예진 옮김 / GCBooks(GC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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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 배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두 부부,
팔각형 밀실에서 갑자기 나타난 시체,
상처 없이 심장에서 탄환이 발견돼 죽은 남자,
아무도 없는 등대에서 칼에 찔린 채 떨어진 산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샘 호손 박사의 두 번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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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암실문고
브라이언 무어 지음, 고유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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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이해가 아닌 포기 일때가 많다. 그들만의 사정이라는 것을 경험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문학작품에서 만나는 독특한 그,그녀들을 통해서 일것이다.


그녀의 추함은 뒤늦게 꽃피울 운명이었으니까, 처음에는 청춘이라는 꼴 사나운 미숙함에 가려져 있던 그 추함은 한창 젊을 때 못남의 싹을 틔웠고, 이제 40대초반의 성숙함을 통해 서서히 꽃을 피우는 중이었으며, 그러면서 오직 쇠락만이 가져다줄 수 있는 그윽하고도 화려한 결실을 기다리고 있었다. 겨울놀이를 하려는 열성마저 모조리 앗아가버릴 그 마지막 순간을 . 페이지 2 



주인공 주디스 헌의 못생김을 이렇게 까지 그릴 줄이야 … 

직업은 피아노 교습, 주거지는 싼 하숙집이다 . 

이모를 오랫동안 간병하다가 교육도, 직업도 놓쳐버렸다. 거기에 연애까지 … 

이야기는 주디스가 옮긴 하숙집의 탐색으로 부터 시작한다. 

유쾌하고 말솜씨 좋은 하숙집 부인 옆에 돼지처럼 뚱뚱한 아들이 약간 눈에 거슬렸지만 나름 위치도 그외 다른 하숙생들을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다. 모든 하숙생들이 모인 식당에서 하숙집 부인의 오빠 매든을 본순간 남들과 다른 분위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매든은 뉴욕에서 호텔도어맨으로 오랜 생활을 하다가 사고로 인해 아일랜드인 고향으로 돌아와서 동생 하숙집에 머무르고 있다.

매든은 항상 미국과 아일랜드를 비교하면서 뉴욕생활을 자랑하지만 하숙집 사람들 중 유일하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주디스에게 공감하고 관심을 기울인다. 

주디스는 나름대로 매든이 자신에게 가지는 관심이 좋고 혼자만의 상상으로 그와 연애를 꿈꾸면서 점점 더 그를 좋아하게 된다. 주디스와 매든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같이 미사를 가는 등 순조롭게 이어가는데, 그것을 본 하숙집 주인 여자가 맘에 들어하지 않으며 주디스에게 약간 감정상하는 말을 한다.

그로 인해 한동안 참아왔던 주디스의 약점, 알코올을 참지 못하고 하숙방에서 정도를 넘은 양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주사를 부린다. 그리고 그다음날 하숙집 부인외 많은 사람들에게 핀잔을 듣고 그날 이후로 매든이 점점 자신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매든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주디스는 그동안 자신의 외로운 열정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주위사람들에게 이상한 행동을 하고 술을 맘껏 먹으며 급기야 자신이 믿는 종교, 성당, 신부님에게 까지 이상한 행동과 말들을 하기 시작하는데 … 


주디스의 이상하고 외로운 열정을 지켜 보면서 답답하다기 보다는 연민과 동정이 더생겼다.

오랫동안 이모의 간병 그리고 소심한 자신의 성격 그리고 못생긴 외모 , 제대로 받지 못한 교육등으로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왔던 그녀의 사정을 알고 있는 나는 그녀를 이상한 취급하기보다 오히려 걱정하게 되었다. 갈수록 술로 이성을 잃어가는 그녀의 행보에 주위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이 때론 얼마나 편협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는 것 같다.


암실문고 -서로 다른 색깔의 어둠을 하나씩 담아 서가에 꽃아 두는 작업 이라는 부재처럼 주디스의 빨간 열정이 점점 파국으로 치달을까 조마조마하면서 보게 된다.

거기에 주디스 헌의 열정만큼 그 주위에 등장하는 하숙집부인, 매든, 하숙집 아들 뚱보 브래드의 열정을 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주디스에게 중요한 종교의 한부분을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하는 성당장면이나 그곳의 신부들의 미사나 개인적생각이나 행동들을 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종교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들을 들게 만든다. 


삶이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이 아님을 이제는 조금 알아가는 것 같은데도 주디스헌 처럼 외로운 열정만 가득 주는 그런 삶이라면 나는 견딜 수 있을까? 그녀의 사정을 알지 못했다면 나 또한 그녀를 손가락질 하고 무시하는 대열에 동참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안에 담긴 이야기속에는 우리의 외로운 열정에 대한 위로와 참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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