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비위 맞추기는 이제 그만 - 눈치 따위 보지 않고 나답게 유쾌하게 사는 법
황위링 지음, 이지연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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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5개 만점에 6개쯤은 줘야하지 싶은데

책제목만은 다소 가볍다.

조금 과하게 말하자면 다소 위험하다.

나를 위하며 살라는 말은 이 시대의 화두이지만

그걸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

누군가에게 이 말이 본인 입맛에 맞게 각색돼

그냥 고지곧대로 응용된다면 어느 선에선 감당불가.


누군가에겐 자기 방어를 위한 핑계거리가,

누군가에겐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는 

찰나의 시간이 기다릴 수도 있는 갈림길 앞의 표지판.

각자 스스로가 꽂혀있는 생각을 바탕으로

저마다의 상황해석에 따라 활용될 때,

반격의 무기처럼 아님 역으로 자성의 계기로 작용될 지 모를

간단한 듯 미묘한 '비위맞추기는 끝'이란 

그 말이 가진 폭발력 있는 뉘앙스.


책이 가진 좋은 구성을 보고 있자면 놀랍다.

책한권으로 구성될 주제들 5가지가 한권 안에 다 묶여있는데

이 5가지는 다시 연결된 다른 5가지가 짝으로 묶인다.

2개씩 쌍을 이루고 있기에 심리적 이슈는 결국 10가지가 되었고

그 10가지가 모두는 많다고 할 수 없을 300페이지 안에 들어있다.

예를 들어, 어떤 책에선 수치심 하나만을 거의 400페이지에 담았고

샐리그먼의 책 같은 경우도 무기력 하나를 책으로 써냈다.

불안은 또 어떠한가?

이 주제 만으로 책하나를 채우고 남는 

수많은 책들이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이렇게 방대할 수 있는 주제들,

서로 각각처럼 보일 수 있는 내용들을,

서로 연결하고 묶어 하나의 책으로 설명해 냈는데

그럼에도 어떤 두껍고 저명한 책보다 속깊은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다루는 키워드들은 다음과 같다.

불안과 공포, 수치심과 억울함, 분노와 죄책감, 슬픔과 무력함, 고독과 공허함.

책에서 표가 아닌 서술로써 풀어가기에

이해를 돕고 정리가 쉽게,

다룬 이 2개씩의 짝, 10개의 단어들을 

이해했던 구조대로 재배치 해보겠다.


[표면적] [심층적]

불안 공포

수치심 억울함

분노 죄책감

슬픔 무력함

고독 공허함


이 10개의 단어들을 짝을 지어 나열할 땐

그 순서도 중요함은 아마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책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늘 불안에 시달리는 삶은 미래를 사는 것으로

오로지 앞날의 걱정을 현재의 임무처럼 살아내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직시하길 거부하는 가짜 불안이 원인일 수 있으며

나약하고 무능한 자신이 가진 힘의 불균형이 

그 기저로 작용하고 있는 공포로써 작용됐음을 의미한다.


존중과 사랑을 받기 위해 애썼지만 돌아온 수치심은

불공평한 관계에서 시작된 억울함이 가져왔을 감정이다.

이는 어긋난 희망이 만들어 낸 고통이며 과정이다.


나도 이렇게 노력했는데 너도 할만큼은 해야한다는 생각을 

보상받지 못함으로 생긴 분노는,

동전의 양면같은 죄책감이 그 밑면을 떠 받친다.

비위를 맞추면서 축적된 분노가

적대감으로 이어지며 각각 차례대로 등장할 수 있는데,

결국 이는 죄책감을 스스로 느끼기 전에 

자신을 방어하려 몰두하다 생긴 감정이다.

그러나 무의식 중엔, 자신이 

상대방을 공격했다는 죄책감을 생성하게 만든다.


잃어버린 사랑을 속으로 애원하는 듯이 살아낸 삶은

내적으로 슬픔이 고조된 길을 걸어왔다.

슬픔의 억누름을 반복하다 결국 

마음엔 무기력이란 굳은 살이 박힌다. 

노력으로 찾으려 해보았으나 결국 실패한 상실감의 반로로써.


가짜 온기라도 얻기 위해 발휘하던 희생은 고독을 낳는다.

아이였다면 이 때 느낀 고독은

이해 안 될 나이에 일찍 든 철이 드는 것으로 발현된다.

그렇게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며 성장해 간 아이는 

정상적인 정서발달 시기에 그렇지 못함으로써

남은 알지 못할 심리적 장애를 부지불식간에 짊어지게 된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갈 때,

자신을 위하기도 힘들고 타인과 적절한 관계를 키워가기도 힘든

양쪽 모두 버겁기만 한 어른이 되고 말 것이다.

고독 속 애정을 갈구하는 삶은,

순수함과 용맹이 사라진 아이를 만들고

무의미함과 절망 등 암울한 내적갈등을 겪으며 살아가는 어른으로 성장시켜

때론 체면치레나 너스레 같은 유머로 포장된 성격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더 지독한 것은 최후의 카드로 선택해 버린 

잘못된 상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몰입해

이런 깊은 차원의 결핍은 외면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 됐음을 인지하더라도

과도한 헌신을 자처해 상대가 의존해 오길 바라는 속마음이 크고,

그런 공허함의 밑바탕엔 결국 외로움이 있다.


하나로 통합되기 어려운 복잡한 심리적 다사다난함.

오랜 기간 응축돼 온 저마다의 문제점들은 

과연 치유는 될 수 있을까?


그건 자신을 인지하는 힘,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 바램,

스스로를 피해자로 묶어 온 자기최면을 멈추는 것.


이런 논지들을 책은 해결책의 실마리로 본다.


모든 책은 기승전결을 논하는데

이 책에서 원인을 찾던 결과를 얻어 내던

읽는 사람의 상황에 맞춰 

각자 원했던 것을 얻어 본다면 좋겠다.


매우 잘 씌여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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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 (출간 1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 쉽게 상처받고 주눅 드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사랑의 심리학
롤프 메르클레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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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은 원래 만들어진 용어였다.

몇십년 전, 미국사회에서 계몽을 위해 

해당연구를 발굴하듯 독려했던 기간이 있었고,

그것이 마치 지금은 많은 심리문제의 본질처럼 

과용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자신감, 자존감, 자만심 등을 이해할 때

얼핏 구분하기 어려운 교집합적인 측면도 있는데,

이 책에서 자존감에 대한 가장 간단한 이해와

낮은 자존감이 갖는 문제점을 알게 된다면

그에 맞는 해결책도 찾아 볼 수 있기에,

얇은 두께의 이 책은 꽤 좋은 구성이라 볼 수 있겠다.


자존감이 뭔지 보다 자존감이 낮을 때 

겉으로 드러나는 징후들부터 설명되고 있는데

그게 구성상 가장 좋았던 점 같다.


첫째,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것.

이는 실존대상에 특정되거나 현실적 공포라고 보기 어렵고

포괄적으로 내적 결핍으로 인한 공포발현에 가깝다.

거부당할 상황예측이 만들어내는 두려움,

비난 당할 것이란 예측상 두려움,

친밀함을 원하지만 결국 자길 싫어할거라는 두려움,

부탁하고 싶지만 해봤자 거절당할 것이라는 두려움,

잘못된 결정을 내릴까봐 걱정되는 두려움,

자칫 웃음거리가 될까 싶은 두려움,

자제력을 잃은 모습이 드러날까 걱정되는 두려움,

진짜 속마음을 상대방이 부정적으로 느낄까 염려되는 두려움,

새로운 것과 새로운 도전을 향한 두려움,

중요하게 느껴왔던 걸 상실할수도 있단 두려움.

이쯤되면 공포라기 보단 그냥 두려움이라 표현하는 게 

맞을 것도 같은 낮은 자존감의 여러 해석들이다.

즉, 낮은 자존감은 삶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본다.


둘째, 우울, 무력, 절망, 수치심, 죄책감, 자기연민.

참 무서운 말인데, 

자기 의심과 자기 혐오는 필연적으로

우울로 이어진다고 책은 적고 있다.

자기 혐오는 직접적으로 와닿을 수 있는 표현인데

자기 의심이 우울과의 관계는 다소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실수를 두려워하고 변화를 부정하다 보면 무력감이 생기고,

그렇게 지속되다 스스로를 향한 비난인 죄책감과 자기혐오가 된다.

즉, 나약한 자신에게 화가 날 때 우울증은 찾아 온다고 설명한다.

그 다음부터는 악순환이라 보여지는데

우울이 무가치함을, 무가치함은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지기에.


셋째, 과민해지고, 상처받고, 마음 상하고, 모욕감 느낌.

자학하는 심리가 있다면 타인의 행동과 말을

자신에 대한 거부와 비판으로 생각하기 쉽다.

자신이 자신에게 그러니, 

상대도 자신을 그리 볼거라 지레 짐작하기 때문.

부족하기만 한 자신인데 어찌 좋아할 것이며

당연 호감도 안 느낄거라 단정짓는 것.

어느 측면에선, 자신이 만든 피해의식과

그렇게 축적해 온 부적절한 대인관계로 인해

실제 상처가 될 갈등도 발생할지 모르겠다 싶었다.

쉽게 모멸감을 느끼고, 쉽게 상심하고 아파하는 

성향 자체가 불러오는 낮은 자존감의 여파.


넷째, 소심해짐.

자신을 거부하는게 싫은걸 넘어서 두려워진 단계로

그런 상황을 겪기 전에 굉장히 오래 참고 견디는 단계.

그런데 그러다 폭발하면,

아주 냉소적이고 필요이상으로 공격성이 발휘된다고 본다.

그후 본성이나 이성을 찾는다면 반대로 자기비난에 빠지거나,

자기 잘못으로 그리 됐다고 부각시켜 해석해

자괴감에 빠져들수도 있는데,

이런 상황임에도 드러날 수 있는 공격성 중에는 

수동공격을 예로 들기도 한다.

비슷한듯 반대로, 아주 낮은 자존감은 역으로

공격적인 태도가 돼 과한 공격성을 과시하기도 하는데,

이는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의식이라 설명하고 있다.


책은 이런 모든 이유로 내면의 비판자를 꼽고있다.

대부분의 책에선 내면 아이라고 불려지는 그 이론.


이런 문제들에 대해 책은, 

낮은 자존감을 회복시키기 위해선

자신이 자신에게 부여한 내면의 비판자를

다시 자신의 편으로 화해시키는 것이라 설명하며,

26개의 워크북 형식의 솔루션을 제공했다.

내면이 주는 비판을 중단하고, 

때론 존중하기도 하고 때론 무시하며,

부정적인 것이라도 화해하며 받아들이고 장점은 발견해 보고, 

매일 자신을 기분좋게 만들어 주라는 것.


이 4개의 키워드를 기반으로 소개된

생활 속에서 개선해 가는 구체적 방법이 26가지다.

부모님에게 의식적으로 감사한다던지,

외모에 신경을 써 자신을 위한 다던지,

타인에게 먼저 웃음으로 다가선다던지 하면서.


워낙 많이 선택받은 책인데 읽다보니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베스트셀러 같진 않았다.

어려운 책보다 현실적이고 쉬운 책이었고

실제 어느 정도 검증된 부분도 있기에,

자존감을 책을 통해 찾는 사람들에게

적당하게 얇은 분량의 양장본이라 

다가오는게 귀여운 책 같을거란 생각도 해본다.

그래도 각자에게 필요한 유용성은 읽으며 본인이 판단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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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T 디자인으로 월급 벌기
김다솔 지음 / 길벗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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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에 기존 상식을 넘어서는게 있어 

궁금증이 흥미가 되어 읽게 된 책.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필요한 누군가의 요청에 의한 ppt시안을 제작하여 

그걸 개인판매로 수입을 창출해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에 더불어 이 책이 좋은 점은,

반드시 꼭 수입을 만들어내진 않더라도

어떻게 ppt로 만든 개인창작물들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수익을 내는지

매우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다는 부분인데,

같은 업종의 다른 경쟁자들보다 좋아보이는 차별점이나

각자의 방법대로 어필하면서 스스로 키워가는 마케팅을

과연 이커머스 시장에서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책의 총분량 중 3분의 1이나 소개하고 있기에,

판매용이 될 수 있는 수준의 PPT 제작법을 배워보는 동시에

유통시장 속 실질적인 모습을 꽤 자세히 들어볼 수 있는 그 점이

난 더 이 책의 장점처럼 보였다.


첫페이지부터 283p까지는 PPT로 만드는 시안제작 과정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파워포인트 조작법들을 배워볼 수 있다.

가끔 컴퓨터 배경화면이나 zoom을 이용한 화상수업 때

애용할 수도 있는 몇몇 무료이미지 사이트들은 알고 있었는데,

이런 용도만으로써는 너무 방대한 자료들이라 생각들던 것들이 

이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이미지 공급처로써 

ppt 제작에 매우 유용한 사이트였음을 알게 되니,

그 곳 수많은 사진과 그래픽, 이미지들이 활용될 공간이

ppt를 만들 때 더 유용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286p부터는 만일 본인의 ppt제작 능력으로 장사를 하려는 경우에

어떤 시장들을 활용해야 하고 어떤 수익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지

예상보다 훨씬 자세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워낙 다양한 개인능력들이 상품화 되고 있는 시대임을 또 느껴봤다.

거기에 파워포인트로 제작한 자신의 시안과

그 능력을 살 사람을 찾아 나서는 과정들은

어쩌면 이 시장도 유튜버의 삶과 비슷한 면이 보였다.

다만 확실히 매칭이 되는 구매와 판매의 짝을 이룬다는 점에서

서로의 상대방이 있는 ppt시장은 확실히 장사영역일 뿐.


크몽같은 사이트에 판매자로 등록하는 방법이나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고객의 니즈를 적극 공략해 차별화 된 판매가 

어떻게 가능할지까지 선경험자인 저자가

하나하나 알려주는 편이다.

판매용 ppt가 아닌 자신을 어필할 필요가 있는 입장이기에

판매자로써의 소개하는 썸네일 용도까지 읽다보면

확실히 저자의 해당사업 노하우가 느껴진다.


사실 최종 시안을 완성해 나갈 때

만든 사람으로써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시안에 대한 최종 컨펌을 

가급적 빨리 마무리 지어야

시간당 수익을 계산했을 때 

고수익이란 말을 할 수 있다는 조언이 와닿았다.

왜냐면, 같은 작업량을 따졌을 때

시간대비 빨리 마치고 손을 땔 수 있어야

그게 바람직한 수익창출이라고 본다는 것.


읽다보면 다음 2가지도 특별하게 기억됐는데,

책의 컨셉상 웹디자인 툴을 쓸 줄 모르더라도

ppt활용능력 만으로 디자인작업을 거친 듯한

작업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부분이 강조돼 있는데,

맞는 말이기도 하겠지만 저자가 

퇴사 전 회사생활 과정 중에 오랜기간 동안 ppt로 

많은 자료를 만들어봤던 그 경험이 중요해 보였다는 점과,

이런 저자의 약력이 사실 무관해 보이는 이 시장에서 

돋보일 수 있었던 이유도 될 수 있었고,

그렇게 걸어왔던 이전 경력이 

ppt제작과 무관하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사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보였다.

저자가 소개한 고객에게 소개인 동시에 

본인을 어필하는 부분으로써

이전 약력도 한몫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입장에서 누군가의 실력을 고를 때

전혀 문외한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선택하기 보단

저자의 기존 회사생활을 통한 ppt능숙도를 고려해

그런 점은 분명 어필됐을 장점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비교했을 때, 그냥 부업으로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저자와 가정주부나 노년층의 단순 ppt 판매로 대적한다면

최종 오더를 맡길 누군가에겐 차별점으로 작용될 부분들일거다.

결국 시장개척은 본인에게 달렸다고 하면 할 말 없겠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제작에 관한 조작법들을 배워보면서

간단한 듯 보여도 모르면 전혀 쓸 수 없고

안다면 활용될 여지가 큰 기법들이 여럿 보였다.

자신의 프리젠테이션 스킬을 키워보는 것으로 시작해

판매까지 이어질 수 있는 파워포인트 능력으로 키워가는 단계로 

순차적으로 나아가는게 어쩌면 가장 바람직한 수순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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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서 이 생각 좀 치워주세요 - 불안과 강박을 멈추고 싶은 당신을 위한 뇌과학
클라우스 베른하르트 지음, 추미란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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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는 한국엔 없는 정신'요법'의사란 직종이 있는듯 한데

저자가 그 직종으로써 스스로를 정신과 의사와는 구분 지으며,

의사라 불리움에도 정신과의사처럼 처방을 내릴 순 없고

상담과 회복만을 돕는 일을 한단 애길 하는데,

아마 한국의 심리상담사와 비슷한 직종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싶다.


처음 읽어나갈 땐, 의사라고 불리는지라 

의학적이라 보기엔 특유의 치료과정이 이상하고 놀라웠는데

일종의 심리상담사라 이해하게 되니 와닿는 내용들이 많았다.


이 책은 강박을 다룬다.

공황과 무기력을 다룬 책 두권으로도 국내에 소개됐던 저자인데

그의 책을 읽은 건 처음이라 개인적으로 기대하며 읽게 됐다.


일단, 내용이 매우 창의적이고 훌륭했다.

심리상담사가 창의적으로 일을 한다면 

어쩌면 위험한 일일수도 있단 생각도 한다.

하지만, 그가 독일에서 시행하면서 효과를 본 나름의 접근법들은

그 이유와 적용효과를 들었을 때 하나같이 창의적이긴 했지만 

상식을 결코 벗어나지 않는 근거하의 시도들이라 여겨졌다.

증상별 방법들이 여러가지 등장하지만

그 모두에 공통되는 사항이 있다.

그건, 유머를 기반으로 하며 빠른 효과를 목표로 한다는 것.

왠 심리치료에 유머냐 싶을 수 있는데,

저자 클라우스 베른하르트의 심리치료에서 유머는 핵심코드다.


사람은 2가지 생각을 동시에 

할 수도 지닐 수도 없다는 전제하에,

불안으로 촉발된 강박증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유머스런 생각으로 고착된 생각패턴을 할 수 없게 만들어

그 자리를 유머로 환기시킨 정상적인 생각으로 대체해감에 따라

그게 점차 훈련되어 가며 새로운 신경가소성으로 작용되는 원리다.

즉, 오랜기간 강박을 야기해 온 자동적 사고의 침습은 부정적 생각이었고

새로 유머로써 만들어 들어가는 신경발달은 긍정적 생각을 야기토록 하여

부정적 생각의 자리를 긍정적 생각이 대체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환자들이 가진 특이한 이야기들 속에서

핵심을 포착해 익살스런 이야기꾼처럼 다가가

웃음을 유발하는 동시에 반전을 꾀하면서,

새로운 발상으로 바른 생각의 힘을 키워줄 수 있는 

서포트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생각 들었고,

그런 남다른 인지적 처방을 속는셈 치고 

잘 따라가보는 환자의 태도도 중요해 보였다.


이론의 핵심적인 설명은 이쯤에서 마치며

책에 등장한 인상적인 사례 하나도 기록해 본다.

K라는 50대 남자, 그는 단순 강박증이 아닌 

저장을 목적으로 하는 호더증후군 환자였다.

책에선 이 2가지 병명을 명확하게 구분짓는데,

강박증은 되도록 의미있는 소수의 물건을 간추려 간직하려는 반면

호더증후군은 언제가는 쓸모 있을거라 여기는 

불틍정 다수의 물건을 저장하는 증상을 주로 보인다.

아마, TV에서 쓰레기집이라 소개되며 

잘 공간도 없이 잡동사니들을 이고지고 사는 

물건들로 빼곡한 집을 본 기억이 있다면 이해가 빠를 듯.

이 K라는 남자도 그 분류에 속할텐데 

다만 저자는 그의 증세가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중증은 아니였기에

여러모로 자신의 처방이 빠른 기간내에 들어맞을 수 있었다고 보고 있었다.


K는 15년 정도 수집강박을 유지해 왔기에

결국 자기집 공간으로도 모자라 

옆집 노부부의 차고까지 창고로 쓰고 있었다.

그런 K가 상담을 받으러 왔을 때 동행한 어머니는

K가 어필하고자 하는 여러 변명들을 사실이 아니라 반박하며

저자와 K사이에서 필요한 상황정리도 해내며

그의 치료를 위해 나름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

어쨌거나 K 또한 다른 호더증후군 환자들처럼 

자신의 수집이력에 대한 정당성을 피력하느라 열심이다.

얼마전 잔디깎기가 고장났을 때를 예로 들며

미리 간직해 둔 호스가 자기 창고에 있었기에

필요할 때 요긴하게 활용해 수리할 수 있었다 말하는 그.

그 얘기를 들을 그의 어머니는 오히려 이 상황을 반박하면서

아들이 변명할 수 없는 속사정을 저자에게 알려주는고 싶어한다.

사실, 아들은 평소 거의 집안일은 하지 않기에 잔디깎을 일도 없었고

단지 이웃의 불평 때문에 지저분해진 잔디를 깎으려다 벌어진

해프닝 같은 일이었다는 식으로 전후사정을 대신 알려준다. 

이렇게나마 K의 치료가 들어갔을 때 저자와 치료진 모두는 

그의 수집강박을 중심으로 나무라지 않는다.

대신, 그가 일리있는 수집이라 여기는 오랜 기간의 습관을

상황을 잘못 인식해 온 오류로써 수치적으로 바로잡으며

하나씩 그에게 현실을 환기시켜준게 치료의 핵심.


일종의 생활비를 아끼는 재테크도 됐었다며 

15년 정도를 지속해 온 K의 계산방식이 실은 

마이너스를 감내해 온 제살깎아먹기 식이였으며,

좀더 일찍 강행해 온 본인의 가치체계를 재고했더라면

현재 50대의 K가 가지고 싶어하는 테슬라 전기차도 

훨씬 이전에 소유할 수 있었을거라 얘기해준다.

자신이 상황을 멍하게 인지하기 시작한 그 순간 이후,

K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그동안 모은 물건들을 모두 정리하고

현재 살고 있는 집보다 작은 규모의 집으로 이사했고,

그동안 긴세월 알지 못했고 할 수 없었던 시간을 뒤로 한 채

진정 필요한 소유물들만을 가지고 사는 삶을 시작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과정 중, 350여 페이지에 불과한 두께임에도

읽는 속도가 매우 더디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이런저런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하고

모두를 의미있게 읽어나가려다 보니 

당연스레 생각을 겸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아 

읽는 속도가 더뎌질 수 밖에 없었음도 알게됐다.


비슷한 주제의 책들을 이전에도 몇권 읽어봤는데

내용의 참신함이나 치료과정의 현실적인 실효성 면에서 

강박을 다룬 책 중 가장 좋은 책이라 생각이 든다.


강박은 불안으로 시작하고

그 모든게 커지면 우울증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기본을 알고 책을 접해 본다면

꼭 강박만이 아니라 불안, 우울 등

다양한 심리적 이슈들에 대해서도

저자의 혜안을 배워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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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부모를 이해하는가 - 관계의 원형, 상처의 근원인 부모 이해의 심리학
마스다 유스케 지음, 명다인 옮김 / 또다른우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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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기 한두번 쯤은 들어본 적 있을까?


'남을 바꾸려 하지 마라, 바꿀 수 있는 건 오로지 자신뿐'

"그냥 들어주면 안돼? 이해주면 안돼?"


맥락없이 꺼낸 말 같지만 우선, 

대인관계를 다루거나 정신분석, 심리학 등에선

자주 언급되는 문장들이기도 하고,

응근히 TV나 실상에서도 마주치게 되는 표현들이다.


사실, 너무도 평범한 이 문장들이 난 이해가 잘 안 됐었다.


남을 바꾸는게 정말 절대 불가능하기만 한가? 

나도 누군가의 권유로 변한 부분이 생기는데

자신 외엔 어느 누구고 변화 시킬 수 없다고?

누군가의 말을 듣다보면 어떤 부분은

조언할 부분도 생기던데 그럼 안된다고?

대화 말고 그냥 들어만 주는게 최선이자 미덕이라고?


물론, 이 문장들이 쓰이는 보편적 이유들은 충분히 알지만,

이해가 되면서도 얼핏 이해가 안 되기도 했던 

묘한 여운의 말들이기도 했단 뜻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우연히 

이 말들에 대한 내 의문점들이 다 풀려버렸다.

이것만이 책내용의 전부는 아니지만

읽어가던 중 가장 먼저 와닿던 내용 중 하나로써

책엔 다음과 같이 위 문장들이 구성돼 재등장해 있었다.


'(지금 이대로의) 나를 이해해주길 바래'라는 욕망',

'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해) 바뀌지 않는가'란 불만.


'나를 그냥 이해해주길 바란다'나 

'사람은 바꿀 수 없다'에 괄호 속 말들이 연결됐을 때 비로소 

정확하게 어떤 뜻이었는지 꽂히듯 전달되던 느낌들이 있었다.


이 책 안엔 이런게 많은데,

위 문장처럼 이해를 넓힐 수 있고 

지식처럼 쓰일 수는 것들을 소개하면서,

뭔가 아는 듯 모호했던 경계적 개념들과

부모 및 본인을 중심으로 의아했고

생각해봐야 했던 꺼리들을 이해시키듯 다가온다.


저자는 부모자체를 부모이기 이전에

한사람의 인간으로써 바라볼 수 있길 권한다.

현재 기준이 아닌 부모시대 당시의 환경으로써.

살아오며 거쳐왔을 사람들,

결혼 전 속했던 가족구성,

지능, 성격, 기타 많은 것들을

마치 프로파일링 하듯, 

자신의 부모를 타인처럼 평가해 보라는 취지.

그럴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생김을 강조 또 강조한다.

그러나, 너무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란 사실을 감추진 않는데

이성적으론 분명 될 수 있다 하겠지만 

진실에 접근하는 단계들은 매우 어려울 거라는 예상을 한다.


책초반은 부모에 대한 인식전환을,

중후반부엔 부모 및 자녀가 지닐 수 있는 심리적 문제점들을 다뤘고,

마무리로써 정신과 진료실에서 저자가 

치료를 위해 어떤 단계의 접근을 해나가는지 설명해

일반인들과 정신과 전공의들 모두 

이해에 활용해보란 부분도 들어있다.

매 부분들마다 고루 잘 씌여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자의 이끔대로 성공만 한다면 많은 이들이

부모를 바라보는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될 것 같았다.


가족관계 안에서 이유모르게 힘들던 

여러 상황들을 스스로 정리해 가면서

자신이 가진 포괄적인 정보들을 잘 활용해

기억의 재구성으로 새로운 진실을 알아가도록 돕고,

제대로 된 정신과의 역할이란 

단순 감정배출이나 공감으로써 돕는게 아닌

의학적 접근으로 환자가 피해왔을 의식을 직면하도록 돕고,

전이와 같은 충격요법도 각성에 활용해

진실과 마주할 용기를 갖춰가도록 하는 것이며,

매단계를 타당성있게 이끌어가는게 의사의 역할이라 설명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또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순간 혜안을 얻은것 같다고 해서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일은 없을거라 조언한다.


오늘 해결됐다고 내일부턴 아무일 없단 보장은 없듯,

뭔가 심리적인 해소가 이뤘다고 해서 

그 자체로 있었던 과거가 사라지고 

다가올 미래가 안전해기만 하진 않는단 논리.

그럼에도, 하나의 해소는 분명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고

그로인해 삶을 살아가며 스스로를 덜 지치게 할

반환점 하나 정도는 얻어봤음을 자원으로 생각하라 권한다.

자신을 찾은 환자나 의사인 자신도 

결국은 모두 각자 한명분의 인생만을 살다가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공통분모만 있다는 얘기를 더하며.


쇼닥터가 너무 많아지고 있는 세상,

저자 또한 유튜브까지 하고 있는 의사이지만

이 사람에게선 보기 힘든 진정성이란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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