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 뇌가 설계하고 기억이 써내려가는 꿈의 과학
안토니오 자드라.로버트 스틱골드 지음, 장혜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결론이 날 수 없는 소재 '꿈'을 다루지만
읽다보면 자신이 꿈에 대해 어느정도는
궁금해하던 부분들이 풀릴만한 방대한 내용들을 보여준다.
내용 중반까진 꿈을 연구하는 학자들로써
본인과 같은 기존의 잊혀진 저자들도 다룬다.
대중화 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
꿈연구에 대한 대변인격은 아님을
여러번 강조하는 부분들이 꽤 많다는 점도 주목할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들과 같은 방향으로 생각해 본다면
지금으로부터 약 2세기 전 정도부터도
구체적이었던 꿈연구의 역사적 궤적들은,
프로이트 이전에도 매우 다양했었고
구체적인 연구결과들이 나온 시점 또한
지금으로부터 거의 200년 전쯤부터란 걸 공감한다면
그 기간의 노고들도 분명 중요해 보이는게 당연하니 말이다.
참고로 꿈의 해석은 1899년에 발표되었고
출판된 것은 1900년, 그리고 그렇게 발표된 책은
8년 동안 600권 정도 팔린게 다였다.
지금 프로이트의 위상은 어쩌면
그의 후학들과 지속되어 온관련학회
그리고 그렇게 교육받은 현대인들의 신뢰 하에
지금의 모습으로 쌓여갔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들이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기존 꿈연구의 역사는
책의 4분의 1정도 쯤에서 점점 멈추어지고,
본인들이 독자였더라도 의문을 제기했을
꿈연구란 모호함에 대해 가능한
과학적인 연구노력과 성과들 위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관련없어 보이던 우연한 다른 과학분야나 발명품들이
꿈연구에 어떤 식으로 기적적인 보탬이 되어줬는지도
흥미롭게 연대기 순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 부분마저 지난 후엔,
꿈에 대한 매우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램수면, PTSD, 자각몽, 예지몽, 악몽 등.
마치 격언처럼, 자기 전 고민을
잠자리까지 가져가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거의 그대로 이 책에 들어있다.
쓰인 이유는 좀 다르지만 말이다.
질 좋은 잠을 자기 위해서라면
위와 같은 행동은 하지 말라는 위와 같은 말은
매우 이성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꿈의 역할로 위 말을 설명듣다 보면 좀 다르다.
잠자리에 들어, 근심어린 문제를 생각하고
고민을 생각하게 되는 건 자동반사적인 행동이기 때문.
즉 잠자리에 고민을 끌어들이는 건 반사적인 뇌의 활동이었다.
뇌는 자려는 사람의 고민거리이자 생각꺼리에 꼬리표를 붙여
자는 동안 그걸 처리할 수 있는 작업을 하려 시도하기 때문.
그렇다면, 자기 전 부정적인 생각을
굳이 안하거나 하려는 걸 막는게 꼭 맞는 건 아닐 수 있어 보였다.
그렇다고 교감신경을 필요이상으로 깨울
현실 걱정을 강하게 만들면 안되도 하면서. 참 어렵다.
이 2가지를 모두 고려해 봤을 때 결과론적으론,
걱정하며 잠드는 태도는 어느 정도 디폴트 모드 같았고
그로인해 그런 습성 자체를 무조건 걱정할 게 아니라
잠을 자며 정리되고 꿈으로 인해 처리되는 전 과정이
부디 잘 이루어지길 바라는게 오히려 현명한 건 아닐까.
그리고, 외상후 스트레스인 PTSD.
보통 우스개 소리나 장난처럼
'PTSD 온다'는 대사를 치는 드라마나 예능도 봤었는데,
대개 이런 식으로 알았다면 이런 외상후 스트레스는
아마 책과는 다른 인지방식의 결과물이라 생각됐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상식은,
이 자체가 한사람의 인생에 불편함을 야기하고
그런 상황을 살면서 피하고 싶고
생겼다면 치료받아야 한다는 정도가 일반적일 텐데,
책에서 보는 과학적 분석으로써의 PTSD의 발생원인은
정상적인 잠을 자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
처리오류나 처리불능상태의 수면상태가 만들어 낸
잘못된 결과물임을 알려주는게 매우 가치있었다.
만약, PTSD가 올 만한 현실경험을 했단 걸 스스로 지각한다면
가장 신경써야 할 건 향후 치료만이 아닌 '잠다운 잠'이 우선이였다.
잠을 자야 심리적 외상을 자가치료하게 되는 가장 간단한 구조.
이 책에서 2번 정도 PTSD에 대해 비중있게 언급되는데
읽으면서 책이 알려줬던 내용과는 다른
나름의 생각도 해보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보통, 자신이 고통을 받았다는 뜻으로써
PTSD란 용어를 쓰고 받아들여야 할지,
어떻게든 기존 자신을 유지할 회복력의 원천인 잠으로써
가능한 초기에 PTSD의 '확산'을 막는게 최선일지 부터 말이다.
나라면 앞으로 PTSD로 발생될 고통 자체보다
잠의 패턴을 바꿔놓는게 더 불행한 계기라 단정지어 졌다.
어떻게든 건강한 잠을 자려고 애써야 된다는 생각.
강화되면 어떤 뾰족한 방법이나 남의 도움도
자신의 건강한 잠만큼 도움되진 않을테니까.
앞서 '확산'이란 표현을 썼는데
초기에 잡히지 않은 PTSD는 계속 비슷한 패턴이나 방향으로
산불 번지듯이 스스로 확장해 나가는 성질을 지녔다 한다.
자면서 치유되는게 아니라 고장난 잠을 계속 자게 된다면
스스로 PTSD를 강화시키는 시뮬레이션을 돌려버리는
악화 노선을 타 버리는 것. 일종의 파국이었다.
자면서 꾸는 꿈은 참 많은 걸 품고 있음을 다시 느꼈고,
잠을 자는 인간 모두가 꾸는게 그 흔한 꿈 같아도
꿈과 한세트인 잠까지 얼마나 삶의 질에
중요한지도 의미있게 느껴볼 수 있었다.
꿈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이해해보고
각자 필요한 꿈해석의 궁금증도 풀어보게 돕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