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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만지는 인생
이근후 지음 / 인디북스 / 2022년 9월
평점 :
병적 정서에 대한 어떤 설명이 눈길을 끌었다.
기분 좋은 일도 아닌데도 기분이 좋아 보인다거나
우울할 일도 아닌데 우울해 하는게 보인다면,
이를 병적 증상으로 본다 했다.
이 중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병적 정서로 분류 되는 감정들 중에
기분 좋은 정서로써 분류되는 해당 예들에서었다.
희열감(euphoria),
의기양양(elation),
고양감(exaltation),
황홀감(ecstasy).
반대로,
이젠 국민병처럼 들리는 우울감의 테두리 안엔
비탄(grief),
우울(depression)
이런 부정적인 병적 감정상태를 설명하는 건
이게 그쪽 구분의 다라고 말하는 듯한
뉴앙스같은 설명이 덧붙여 있었다.
사실, 기분 좋은 정서와 안 좋은 정서의 두가지 분류가
극단적으로 확연한 양적 차이라고 하긴 그렇다.
100대 2는 아니니까.
하지만, 비탄 쪽의 그 구분 수가 단지 2가지 뿐이라는 자체에
오히려 주목할 부분은 분명 있어 보였다.
단지 2가지 뿐이라니.
앞서 말했 듯, 스스로 주목하게 됐던 병리요소는
본인에겐 긍정적인 기분 좋은 정서들에 작용하는 것들로,
그 중 의기양양함에 대한 공감대로 떠오르는
개인적인 기억과 상대적 경험 때문이었던 거 같다.
난 그 병리적 상황의 누군가를 경험했었다라기 보다는
그 느낌의 상황이 병리적 상황처럼 인식은 됐고
거기에 의문은 가졌으나 왠지 명쾌하게 이해는 안됐는데
그 상황을 의사의 이런 분류 틀 안에서 들여다보니
매우 단촐한 설명 속에서 많은 정리를 해 볼 수 있었다.
주변에 평범한 일상생활을 그럭저럭 유지해가는 이들 중
친하다 정도는 아닌 안면은 있는 정도의
지인들 축에 속하는 이들 중에,
어느날 하늘색 캐주얼 양복을 지어입고
마치 웨딩케익의 인형처럼 나타나거나,
누군가 곁을 지날 때 의식적으로 자신은
기죽지 않는다는 식의 가슴을 치켜들거나,
상대에게 자기 억울함을 하소연 했고 누군간 들어줬을 뿐인데
그 상황에 대해 편을 들어주는 상황정리를 지켜보며
마치 구애하는 새가 가슴의 깃털을 한껏 부풀리듯
어깨와 턱을 매우 높게 들어올리며 한껏 웃음을 머금은 채
룰루랄라 걸어가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본 적이 있다.
당시 느낌엔 아이도 아닌 어른인데
공공연하게 갑자기 저런 모습이라니 이해가 안됐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단 느낌은 강했다.
그냥 그 상황이 불편하고 보기 싫다는 아니라
솔직히 이상하다의 느낌은 강한데
구체적으로 내 안의 느낌을 설명할 순 없었고
그러나 그 이유를 생각해 보게는 됐었기에 그러했다.
지금은 그것이 아마도 이 책이 짧게 말한
'의기양양'함의 병적표현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물론, 병리적 감정으로 인식받기 까지는
지속되고 반복되는 부분이 고려되야 하겠고,
어느정도의 병리적 모습들이란 개성처럼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앞서 경험한 예들과 비슷한 고양된 감정표현들을
상대들에게서 이상하다 재차 느낀 적이 있기에
순간 해당 정리를 보면서 떠올려보게 됐었다.
굳이 이에 대해 정리해 본 것은,
일반적으로 기분 좋은 감정을 병리적으로 판단해 보는 건
반대의 우울감정들 보다는 병적일 수 있음을 알아차리기 보단
그냥 그러 수 있다는 정도도 될 수 있을거 같기에
본인과 상대가 알아차리기엔 어려울 거 같아서다.
기분 안좋은 건 무슨 일이 있다고 묻기도 쉽지만
낙천적으로 보이고 자신감처럼 보이는 고양된 정신상태는
대부분 안좋게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
사실, 책 자체가 에세이 형식이라
단편적으로 말하기엔 많은 이야기가 실린 구성이다.
아마도, 나처럼 어느 부분을 읽다가
해당 부분에서 간단한 영감을 얻거나
오랜 지식과 경험이 바탕이 된 저자의 견해들 속에서
독자들 각자가 자신만의 얻음이 있게 될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은퇴했으나 정신과 의사로써 경험한 본능들은
생활 속 마주침 속에서도 판단이나 해석으로 작용한다.
상대를 향한 상대가 원하든 원치않든 발휘되는
순간적인 직업적 분석같이 보일 수도 있다.
다른 아이의 사탕에 눈길을 쏟는 아이에게 엄마가
상대가 들리게 우린 더 좋은거 먹을거란 말을 하는 부분에서나,
초콜렛을 나눠주었더니 보호자의 눈치를 생각 외로
심하게 살피고 자제하더라는 아이의 사례들은,
저자가 그냥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어느 하루의 일상들.
많은 내용이라 읽으며 좋았다.
글자만 크게한 대부분의 책들보다
읽으면서도 아직 읽을게 많이 남아있다는
글의 볼륨감이 꽉 차 있어서에
계속 행복해하며 책장을 넘겨갔다.
끝으로, 세익스피어의 햄릿 중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문구를 소개하며,
저자는 고민대상으로 극단인 2가지를 고민하니
얼마나 고민이었겠냐는 양가적으로 짧은 문구해석을 넣었다.
나는 좀 생각이 달랐다.
매우 짧은 문장이지만, 이건
상반되는 2가지 사이 안에서의 갈등이 아니라,
죽느냐에 방점이 찍힌 문장 같았기에.
죽는게 맞긴 한데 그 자체로 삶을 완전 포기하기엔
뭔가 뒷꼭지를 당기는 살짝의 번뇌로써 삶이 판단되서.
책엔 이처럼 별거 아닌 상황제시나 말들처럼 등장하지만
여러 방면에서 생각해보게끔 해주는 저자의 생각들이 많았고
난 읽으면서 이런 부분들을 다양하게 누렸던거 같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