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달리기 - 중년의 철학자가 달리면서 깨달은 인생의 지혜와 성찰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유노책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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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주제로 쓴 책 같지만

그냥 달리기를 좋아하고 그 안에서

많은 것을 스스로 누리고 깨닫는 

한 철학자의 세상을 보는 시각을 다루는 책에 가깝다.

그래서 오히려 더 좋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변적이고 토론적인 대화나 경험들이 

그의 일상과 맞물리면서 계속 이어지니까.


그가 마이애미에서 경험한 달리기 이야기도 

하나의 좋은 예가 되겠다.

이 이야기엔, 저자의 스타일이 가장 

극명하게 들어난 이야기 같기도 하다.

마이애미를 이야기 하기 전에

부차적으로 미드 CSI와 CSI 마이애미 등을 이야기 하면서

점차 당시의 기억을 달리기 이야기 쪽으로 넘어간

마이애미에서의 그리 좋지 못했던 경험 이야기.

저자는 마이애미에서의 달리기가

최악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하고 있다.

별거 아닐 수 있는 이 이야기가 많이 와닿는 이유는,

그가 최악이라 느낀 그 원인의 설명 때문이었다.

너무 편안해서 싫었단 얘기기가 주였다.

15도 정도의 뛰기 좋은 날씨에 길게 이어지는 평지.

오히려 페이스 조절하며 뛰기 좋은 평평한 공간이란 느낌보단,

저자는 이 평탄한 조깅 코스를 너무도 무미건조하다 느꼈다.

좀 구불구불 하기도 하고 비탈진 경사로도 있다면

프랑스에서 넘어온, 유럽을 자꾸 예로 드는

이 철학자의 취향도 만족시켰겠지 싶다.

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달리기가 주는 경험하에서 

마이애미의 코스는 그저 이국에서 만나는 

조금 다른 재미정도로도 아니고 

매우 불만족스러운 경험이 되버렸다.

당시의 그는 이 곳에서 좀더 언덕같은 루트는 없는지

못내 아쉬워 찾아본 기억도 소개하고 있다.

진짜 그 말이 맞는지, 아님 내가 해발고도의 정의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안되는 건지 모르지만,

마이애미의 최고 고도가 해발 2.4m라는 저자의 설명에 

정말 맞는 말인지 의아해 지면서도

정말 평지는 평지겠구나란 공감 정도는 해볼 수 있었다.


이 짧은 이야기도 이렇게 맛깔나게 써내려가는 저자.

하지만, 결코 철학적인 맥락을 놓은 부분들이 전혀 없다.

그렇게 이 책도 결국 결론 비슷한 것에 다다른다.

몸이 언제나 청춘일 순 없듯이.

저자는 그랬다, 운명을 이해하는 게 운명이라고.

그래서 운명이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그런 탓에 그냥 슬프거나 불행한 정도가 아니라

삶은 비극이라고 정의 내린다고도 했다.

자각은 곧 비극을 인식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달리기가 주는 본질적인 환희를 얘기해 준다.

심장이 주는 메아리가 있는 곳,

삶에 확실한 건 없다.

그냥 느낄 듯 말듯 뭔가가 

달리기를 하면 자신의 안에서 맴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된다.


더 나이먹기 전에 꼭 달리기를 좋아하는

나를 만나고 싶다는 목표를 가져보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달리기를 소재로 쓴 책 중에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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