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숨겨진 환자들 - 당신이 모르는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재구성
미켈 보르크-야콥센 지음, 문희경 옮김 / 지와사랑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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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의 추적 연구를 통해 

프로이트를 거쳐간 대표적인 상담자들 중

구체적 기록이 남아있는 38명을 추려

상담 전후의 인생 모두를 가감없이 담아낸 책이다.

여기서 가감없다는 말은 매우 중요한데,

저자가 의도하는 이 책의 방향성 측면에서

저자의 의견제시는 극히 배제한,

독자 스스로 읽으며 판단해 볼 수 있도록

객관적 사료 중심으로 그 자료로만 제공할 뿐

프로이트에 관한 직접적인 해석은 없기 때문이다.

저가가 생각하는 프로이트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의미를 부여해 해석하거나 평하고 있는 부분들이

없다는 걸 중요하게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선입견 없이 38명 각자의 인생 기록과 

프로이트와 그의 동료들을 거쳐간 그들의

전후사정만을 잘 이해하도록 도울 내용들일 뿐이다.


하지만, 개개인의 사연들을 읽게 되면

그 무게추의 중심이 급격히 무너짐을 느낄 것이다.

프로이트 본인이 사례로써 그려낸 그들의 모습과

이 책의 저자가 마치 기자처럼 그들 각자의 모습을 

세밀히 연구취재한 결과물은 매우 다를 것이란 느낌 때문에.

만일 프로이트 본인의 기록으로

이 38명을 마주해 보기 위해선 따로 찾아봐야 하겠지만,

조금씩 당시 프로이트의 코멘트들은 내용의 특성상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긴 하다.

저자가 완전히 배제된 서술적 내용이라 했지만

이런 부분들은 필요했을 인용이라 봐야하겠다.


대표적인 예로써, 

빅토르 폰 디르스타이 남작이 있다.

본시 예술적인 기질이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제대로 취급해주지 않는 가족에 대한 

경멸적 태도로 인해 병의 차도가 없었던 인물로 묘사된다.

좋아지고 나빠지는 반복되던 병적 싸이클로 인해

고단한 삶이였음이 인생 전반에 잘 들어나 있기도 하다.

프로이트로부터 무려 1400시간의 정신분석치료를 받았는 그.

1400시간.

쉬이 와닿지 않는 시간의 양이다.

게다가 정신분석의 창시자에게서 받았단 희소성과

시간대비 그가 얻은 건 무엇이었을까가

그의 사연을 읽다보면 만감이 교차되는 뭔가가 전달된다.

아마도, 병 자체에 차도가 별로 없거나 

비슷한 상황이 반복됨을 느꼈을거 같은데,

마치 정신분석을 자신에게 남겨진 최후의 보루나

마지막 동아줄처럼 잡고 살았다는 느낌이 

그의 족적을 담은 여러 부분에서 느껴지는듯 했다.


당시 유행처럼 정신분석을 받으려한 지식인 층이 

이 남작 말고도 많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투자된 시간과

그 이후 삶까지 미뤄짐작할 수 있는 자료는

이 책만이 지닌 희소한 극강의 가치다.


52세로 비극적이게 삶을 마감한 그.

정신분석을 대하는 종교와 같은 매달림과

거기에 투자한 지출 등으로 인한

돈의 쪼들림으로 인해 

더이상은 중독처럼 계속됐던 그러한 비용지불 또한 

불가능 한 상태가 됐을 땐,

불현듯 찾아온 본인 행동에 대한 깨달음과

그간 행해온 자신의 비효율적인 선택을 알아차린 듯

격하지만 소심하게 심정을 토로한 기록들이

카를 크라우스란 인물 중심으로 나오기도 한다.


더 간단히 요약하자면,

내부적 결핍이 그를 정신분석에 기대게 했고

효과를 봤던 것처럼 기록됐을 수 있는 그의 실제인생은

불안과 자기소외를 해소하려 지출한 그의 결정들로 인해

말년으로 갈수록 더욱 헤어나올 수 없었을

후회의 구렁텅이 안으로 쓸려간 듯 보였다.


1800년 말부터 1900년 초기까지 살다간 

과거 속 한 남자의 삶이,

작금의 현대인들이 가진 내적 결핍을 향한 

각자의 심리학적 요구나 갈증과 비교되며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사례라고 생각돼고,

꼭 한번 이런 자료를 만나고 싶단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실제 매칭되는 귀중한 자료를 읽어볼 수 있었음에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며 읽었던 책이었다.


매우 좋은 책이고, 여기에 담긴 저자 미켈 보르크 야콥센의 

25년간의 노력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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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머 에프 그래픽 컬렉션
마이크 큐라토 지음, 조고은 옮김 / F(에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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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때 게이스럽다는 느낌으로 

또래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성장한 작가. 

그런 기억을 뒤로하고 

지금은 커밍아웃한 상태로 

자신의 그 시절을 만화로 옮겨 

그때의 혼란스러움을 돌아보며,

당시에 느낀 힘든 심정들과 

그로인해 주변 사람들과 벌인 사연 등을 토대로

자서전 풍의 이 만화를 탄생시켰고

그 작품이 바로 이 '플레이머'가 됐다.


필리핀계 혼혈로써 중국인으로 비하되거나

게이스러움으로 인한 또래들과의 이질감으로 인해,

저자 마이크 큐라토는 당시 많이 힘들어 한 듯 하다.

동년배들과 보이스카웃 활동 후

단체로 샤워장에서 씻으러 들어갈때면,

자신의 알몸을 보여줘야 하는

그 자리에 왠지 매우 들어가기 꺼려졌는데,

수증기가 가득찬 그 샤워실 안을 헤매다가

룸메이트의 알몸을 보고 어리지만

자신도 모르게 성욕을 느끼고 뛰쳐나오며

죄책감을 느꼈던 모습도 회상되고 있다.

한편 친구들이 다들 비슷한 주제로 웃고 떠들 때

그 대화 주제에 자연스레 섞이기엔 어려웠던

주저함이나 어색함의 시간도 많이 겪었고,

용기내어 자기가 선호하는 주제를 먼저 꺼내거나

걸그룹 댄스를 추겠다고 제안했다가,

또래들로부터 왜 이상하게 여자처럼 행동하냐는 

핀잔에 서러움과 당혹감을 느끼며

홀로 그 자리를 뛰쳐나왔다는 당시의 기억들을 

만화로 한컷한컷 실어 놓았다.


책의 구성이 만화라 가독성이 좋고 

어떤 의미에선 글보다 명료한 부분도 있다.


상당부분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스스로를 게이로써 느꼈던 시기가 아니라서

인정 못 받았는 분위기를 탓하는 건 없다.

오히려,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은 분명 남자이며 

성정체성 혼란을 가지지 않은 보통의 소년이고

스스로도 분명 게이를 싫어한다고 여기는 자아상이었다.

하지만 생활에서는 그와 반대였고.


자신은 주변 또래들과 조금 다를 뿐인데

타인들에게 이유없이 공격 당한다고도 생각돼

부당하고 외로우며 삶이라 여기며

말못할 심적고통을 스스로 느끼는 아이.

그러다 더이상 이런 대우 받으며 

삶을 지속할 가치는 없다고 여기게 되는 

친구와의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대부분 자신을 반겨주지 않았지만

거의 유일하게 자신을 잘 대해준

미식축구부 출신의 룸메이트와

기분좋게 둘만의 대화를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 아이에게 볼뽀뽀를 하게 된 것.

화들짝 놀란 친구.

결론적으론 다시 좋은 동성친구로써 회복도 되고

죽고싶던 그간의 많은 해석들과 오해도 해소된다.


만화속 모든 이야기는 보이스카웃 야영장을 배경으로 벌어지고

당시의 여러 경험과 기억은 그림과 독백으로 묘사한 책.


지금은 댄이란 남성과 동거 중인 듯한 저자는, 

마무리로 실은 집필소감을 통해 

예전 방황했던 당시보다 지금은 

동성 반려자를 만나 행복하다고 밝힌듯하다.


동성애를 선호까지 해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어느 정도 동성애를 향한 당사자들의

여러 당위성에 밀착하기엔 독자로써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냥 그 코드를 빼고

청소년기란 중요한 시기에 

또래 무리에 잘 끼지 못하는

한 아이의 성장기로 이 책을 읽다보면,

청소년기의 혼란을 다룬 책으로

편안하게 읽혀질 수 있는

해석의 여지가 있는 내용 같았다.


저자는 죽으려고 한 순간,

자신의 정령같은 존재가 나타나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는 주인공과 다투듯 논쟁을 벌인다.

그러다 그의 가슴에 삶의 확신을 

화살처럼 꽂고 홀연히 불꽃처럼 사라진다.

그때 확신은 아마 자기가 자기에게 주고싶었던

가치의 확신이 아니었을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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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모차르트 개런티는 얼마일까?
야마네 고로 지음, 정은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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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술가들의 삶이란게

세속적이거나 계산적이란 단어와는 

잘 매칭이 안 된다.

이러니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볼 땐,

왠지 세상물정에 어두울거 같고 그 대신으로 

고결한 창조능력은 지녔을 약간은 고지식한 

사람들일거란 생각부터 먼저 갖게 된다.

사실, 이는 모두 선입견일텐데 말이다.

세상 모든 선입견을 무조건 나쁘달 순 없지만,

앞서 내가 자동적으로 떠올렸던 그런 관념들은

스스로 쉽게 확신할 만한 근거 없이 

외부에서 입력된 단편적 가치기준 때문일 수 있다.

영화나 전기, 뭐 그런 것들을 통한 이미지에서 말이다.


클래식 음악 자체의 정보라기보단,

음악가 자체에 위와 같은 선입견이 있다면

그걸 깨보는 역사적 사실성 있는 구성이면서,

유명 클래식 음악가들도 재능과 별개로 

각자 주어진 환경과 인생을 살아 낸

한명의 사람이었음을 음미해 볼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을 보여주는 바가 매우 컸다.


알려진 클래식 거장들의 상당수는

높은 수준의 연주자들이면서

포괄적인 음악적 재능을 갖췄지만,

실제 삶은 이와는 별개로 

대부분 안정된 삶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물론, 아무 재능이 없는 이들보다야

능력 하나를 더 갖춘 이들로써 장점은 있었지만,

먹고 살아가는 문제나 가족부양에 있어선

보통 가장이 진 무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냥 음악적 업적만으론,

이들 사후부터 현재까지 

이 사람들 만큼이나 뛰어난 작품으로 

대우받거나 발굴된 작품이 없이 

고착된 시장임을 감안해 볼 때,

아무리 옛날이라지만

그 당시 생계유지를 위해 벌인 고군분투는

남긴 업적에 비해 매우 가혹했단 느낌도 있다.


책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추려진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을

비슷한 시기와 나이대로 2명씩 묶어 비교하면서,

그 인생과 중요 작품들을 소개한다.

살았던 모습이 활자로 기록됐다면

음악은 QR코드로 쉽게 들어볼 수 있게 첨부됐다.

이런 QR코드들로 해당 음악들을 듣기 위해선 

한 일본 음원사이트에 가입해야 하지만,

사용해보니 책을 읽으면서 소개되는 

해당 음악들을 일부러 찾지 않고

QR접속만으로 쉽게 들어볼 수 있는터라 

알찬 클래식 수업을 듣는 듯 만족스러웠다.


책내용은 연대순으로,

바하 vs 헨델

하이든 vs 보케리니

모차르트 vs 살리에리

베토벤

슈베르트 vs 로시니

슈만 vs 멘델스존

쇼팽 vs 리스트

바그너 vs 베르디 순으로 소개되며,

이후 다른 음악가 20명도

쭉 살아온 연대순으로 2명씩 

비교 정리되어 실려져 있다.

맨 마지막 인물은 스트라빈스키.

이런 구성 내에서 유일하게

혼자 등장하는 인물은 베토벤 뿐이다.


이렇게 둘씩 묶여 있어도 

저마다의 활동 내역들을 다루기에,

함께가 아닌 각자의 이야기들로 접할 수 있고 

그들이 행했던 당시 경제활동들 위주로 

어떤 처세를 보였었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바흐.


전처에게서 7명, 재혼을 통해선 13명의 자식을 둔 인물.

개인적으론 이 숫자에 매우 쇼킹했다.

거기에, 유명 클래식 음악가들 중

가장 선구적인 업적을 보였다고 생각했던 그가,

실제 삶에선 매우 주어진 본분 내에서만 활동한 듯 했다.

큰 야망없이 주어진 삶을 무난히 살다간 생활인 같았다.

당시엔 지금의 위상보단 크게 인정받지도 못했기도 했다.

반면, 그와 짝을 이뤄 소개된 헨델은

화려한 삶과 시대가 요구하는 음악을 추구했기에

부와 명성을 잘 축척한 삶이었다.

지금이야 둘 중 누가 음악사에 있어

더 인정받는 인물이냐 묻는다면,

바흐라고 얘기할법 한데 

이 둘의 당시 삶은 정반대였던 거다.


이런 식으로 음악가들 저마다의

성향과 삶, 사연들이 비교 정리된 책.


책 전체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부분은

모두 굉장히 아둥바둥 열심히 살았다는 느낌.

돈에 무관한 듯 살 분위기가 아니였다는 것,

저마다 자기 작품들과 연주실력으로

수익창출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좋은 스폰서가 있고 없고의 차이로 

전체적인 커리어가 달라진 이들도 꽤 많았다.

모차르트의 경우,

자신의 악보가 불법유통 되는 걸 막기 위해 

굳이 원본을 자신이 보는 공간에서만 

필사하게 했다는 에피소드들도 흥미로웠다.


상당수는 당시 수입원으로 

연주나 공연투어 등의 일도 겸했었는데,

흥행성패로 앞날을 걱정해야 했던

사업가로써의 현실적 부분들도 다룬다.

지금이야 다들 고인들이 됐고

자신들이 남긴 작품들로만 기억되지만,

당시에는 이런 작품들로 인한 자체 수입들 보다는

인기 곡의 원작자로써 과외 선생들로 선호됐고

그로인해 불려다니는 연예인 같은 삶이었단 사실도 

매우 독특한 인상으로 남았다.


피아노 연주로 인정받던 베토벤의 경우엔

피아노 개발과 제작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에선, 완성된 피아노로 작곡했던게 아닌

미완성 악기의 체계를 스스로 더 완성시켜 가면서

창작활동까지 겸했던 그의 독특한 이력에 

음악적 재능과 악기제작의 아이디어를 가진 이로써

2가지 재능을 동시에 펼쳤음도 알게됐다.


한명한명 모두를 보다보면, 

지금 후대 사람들이 느끼는 

명성이나 브랜드가치 만큼의 

당시 삶을 살았던 이는 별로 없었던 거 같다.

다들 인정받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해야 했고

그 노력의 결과물들도 꼭 빛을 봤던건 아니였으니.


현재까지 기억되는 클래식 거장들,

결론적으로,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작품들 쓴 사람들이 아니었다.

고단했었을 당시 삶들을 돌아보니 

현실적응을 위한 사투를 벌이며

각자의 시대를 살다간 생활인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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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똑똑한 아이가 위험하다 -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영재 상식
신성권 지음 / 프로방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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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독특한 특성을 지닌 영재들.

저마다의 면모는 꼭 영재로써만이 아닌 

한 사람으로써 성장하고 삶을 살아가는 

그 자체로써 바라봐도 충분히 공감될 만한 

특성들과 과정들로도 느껴진다.


영재들의 정서적 취약성을 다룬 장에선,

성장 속 타인들과 어울려가는 과정하에서

대부분 사회적응력과 자기조절력을 갖추게 되며

다수와 섞여 살아갈 능력을 갖추게 되지만,

적응과 부적응이란 양갈래 측면 하에서

꼭 행운만 있을 순 없음도 

더 포괄적이게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흥미와 열정을 느끼는 곳에만 

영재급 지적능력을 사용하려는 경향은,

실패와 성공이란 통속적 잣대로 평가해 볼 땐

안타깝게 실패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게 느껴졌다.


흘러가는 얘기 중엔 IQ에 관한 언급도 있다.

몇번의 IQ 검사시, 낮은 점수보단 

높은 점수를 선호하는게 옳다는 말. 

왜냐면, 높은게 낮게 나올 순 있지만

낮은게 높게 나올 순 없다는 판단.

보통 겸손한 태도나 평균점수의 수용으로

되려 높은 점수를 배제할 수 있을텐데 

알아두면 좋은 판단정보 같다.


한편, 책에 몇번 반복되는 내용 중엔

매우 눈길을 끄는 정리 하나가 있는데,

저자의 식견이 돋보인다고 느꼈던 부분이었다.


'자신의 이상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완벽주의 성향의 영재들은, 

인생이 나아가는 방향이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과잉활동성으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는 식,

다른 하나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지 않고 

기존 영역에 머무름으로써

자신이 완벽하지 못해 느낄 불안을 차단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선택을 하는 부류'

어찌보면 영재성을 가진 사람만이 아닌 

보편적 인간들도 보이는 선택적 기준 같기도 했다.


책에서 소개되는 영재성들은 

좀더 다양한 측면으로 이해해야 

저자가 소개하는 그 내용들을 받아들임에

독자 스스로의 풍부함이 더해질 수 있겠다.

쉽게 말하면, 프로이트 같은 부류의 능력도 

일종의 영재성으로 책은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도 영재가 보이는 지적 특징이나 

높은 IQ로 발현되는 재주와 기술 등의 

영재적 특성들 뿐 아니라,

포괄적으로 이해되야 하는 독특함이나 방식들이 

모두 영재성의 판단기준이 된다는 식.


이 책을 본 사람들이라면 

영재적 특성자들이 겪게 될 과정들을 보며,

보통의 인간으로써 겪는 운명들과 

영재들만이 겪게 될 운명들도 

자연스레 비교 연관지어 생각해 볼만한 

많은 시사점들을 만나게 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름 개인적 노력 하나 추가했다.

저자의 책 중 '천재 빛나거나 미쳤거나'를 

먼저 읽어보고 이 책으로 들어온 것. 

아쉽지만, 전작보단 이번 신작을 통해

생각해 본 것도 더 많았고 좋았다.


저자 스스로는 이번 책의 집필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전작이 영재의 지평을 넓히고, 간과된 개인들의 

독특한 기질발견에 목적이 있었다면,

이번 책은 인문철학서라는 관점에서 

독자의 일상으로 좀더 들어가 실용적으로 도움을 줄 

다른 접근방식의 필요성에서 탄생됐다'고.

내가 조금 윤색한 부분은 있지만

저자가 표현한 뜻 대부분은 옮겼다.


이렇게 탄생된 책이 이 책.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과연 이 책을 영재를 둔 부모나 관련된 사람들만이 

빠져들게 될 한정된 내용일건가에 대해.

내 생각으론 여러 사람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줄 만한 내용들 같다.


예전 '영재발굴단'을 보다가 한 아이에게서 

안타까움을 느낀 경험이 있다.

자기 아이가 이상하다고 제보한 부모.

5살 내외의 그 아이는 거실에서 혼자 놀고 있고

먼 발치의 부모는 아이를 바라보며 

다소 냉랭하게 아이가 이상하단 대화를 나눈다.

내 아이가 아니지만 TV속 모습만으로도

꽤 영특해 보이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나름 재능도 느껴졌고.

하지만, 그 아이를 바라보는 

친부모의 눈빛엔 정말 불편함이 영력했다.

어찌됐건 다행스럽게도, 

아이의 영재성을 설명듣는 과정에서 

부모들은 후회의 눈물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청자 입장에선, 이 아이 정도면 

그래도 다행스런 환경이란 생각도 들었다.

어느정도 부모의 경제력도 보장된 아이,

뭣보다 이런 프로에 부모 스스로가 나올 결심을 해 

자신들의 상황과 판단을 검증 받아 볼 

기회를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인 셈이니까.

반성과 후회를 할 줄 아는 부모라는 점에서 

기존에 있었을 가족내 무지나 홀대로 

지탄 받을 이유는 이미 이해될 만하게 보였다.

그리고, 영재가 영재로써 인정받고 크는게 

얼마나 힘든지 직간접적으로 

충분히 느껴볼 수 있는 맥락이었다.


이 책, 참 여러 생각을 해보게 만들어 주며 

영재에 관심있다면 필히 읽어볼 만한 

좋은 내용과 관점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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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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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수상한 편의점을 재밌게 봤었터라

비슷한 제목인 이 책에 흥미가 생겨 

순수하게 읽고 싶어졌던 책이다.

만일, 이런 사연만으로 혹시나 두 책이 

진짜 닮아있었다면 정말 우연의 일치였겠으나 

읽어보니 역시나 당연히 다른 내용의 책.

다만, 국적이 다른 두 책임에도 공교롭게 

정서적으론 닮은 구석이 많긴 했다.

또, 보통의 책은 뒤로 갈수록 

텐션이 높아지며 독자를 이끄는데 반해,

이 책은 특이하게 첫장부터 훅 끌어당긴다. 

그렇게 독특한 시작이지만 결국 

전체적인 스토리 면에선 오히려 잔잔했던 소설.


내가 몰입했던 그 도입부는 매우 단순했다.


아무도 돈 주고는 안 살 장롱을 두고

주지와 히구라시가 벌이는 말도 안되는 흥정.

만일 이게 진짜 실제상황이었다면?

파는 쪽이었다면 그런 배짱은 못 부렸을테고

사는 쪽이었다면 결코 그리 사진 않았을 거 같다.

그런데 소설은, 그 가치없는 물건을 두고

팔려는 사람과 사러온 두 사람의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만들어 본다.


주지는 받고 싶은 금액으로 1만엔 제시.

사가는 거 자체가 손해인 히라구시는 

그냥 갈 생각은 차마 못하고 500엔 정도 

생각하고 있다가 주지 때문에 흠짓.

그런 고물을 파는 주지는 또 그 와중에

무언의 배짱을 계속 부리며 압박.

매입자 히구라시는 그렇게 질질 끌려가고

말도 안돼 보이던 이 거래가 결국 성사된다.

흔한 말로 복장 터지는 코메디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처음이라 

이 장면엔 앞으로를 암시할 뭔가 있는거라 

기대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하지만 약간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이 이야기는 그냥 이 상황으로 정리 끝.


우락부락하게까지 생긴 주지는 그 장면에서

매입자 히구라시의 차에 씌여진 글귀들을

그저 쳐다보는 것 만으로 눈치를 주며

본인에게 흡족한 흥정을 주도해 간다.

거부하고 싶은 히구라시에게 차에 쓰여진

'무엇이든 매입합니다'를 가리키며 사가게 하고,

500엔 정도만 줘야겠다 했던 물건을 이번엔 

'최고가로 매입합니다'란 광고문구로 다시 한번 압박.

결국 히구라시는 500엔도 아깝게 여겼던 그 물건을 

7000엔이란 고가에 구입해 싣고 돌아간다.


이렇게 시작된 스토리는

중고상점 사장이면서 히구라시의 친구인 

가사사기의 탐정놀이 같은 이야기들로

소소하게 이어져 나간다.

26살에 동업자처럼 들어와 28살이 된 화자 히구라시와

손님가족이었다가 편하게 드나드는 중1소녀 나미까지

총3명의 중고상점 사람들이 경험하는 이야기들.

뭔가 큰 반전은 없지만 순수함이란 요소로

마치 탐정 김전일 같은 느낌으로 버무려

중고상점 거래 중 생긴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최초 이 책이 번역됐던게 2011년.

절판됐다가 10년이 넘은 지금 다시 복간됐는데

무엇이 다시 이 책을 살려냈는지 

독자로써 상상해보게도 된다.


현실이라면 불가능해 보일 여러 모습들.

손해를 보면서도 운영되는 중고상점,

우연이 필연처럼 이어져가는 인연들,

묘하게 순한 맛으로 연결되어 가는 

몇몇 긴장감들이 주는 판타지적 느낌들은

이 소설이 다시 살아난 이유일지 모른다.


책의 말미쯤, 귤로 비유됨직해 보이던 

불교의 번뇌나 본질의 깨달음 같은 

이야기가 하나 기억난다.


맛있는 귤로 태어난 자신이 알고보니 

하급 귤의 나무에 접붙여 태어났음을 알고

그 비천한 뿌리를 지닌 자신을 한탄한다면,

나라면 그냥 웃고 말거라는 주지의 도닥임.

반면, 못난 귤로 태어난 귤들은 

이 고민에 코웃음 칠 것이라는 시선도.


어쩌면 전체적으로 해학이란 말이 

가장 어울릴만한 따뜻한 소설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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