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문장을 따라가다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두 세줄 사이를 계속 오가지만 아무 의미도 읽어낼 수가 없다. 더운 여름이라 베란다 문은 열려있고, 한 시간째 아파트 옆 동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고성 소리에 불안해서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음악을 틀거나 이어폰을 끼고 책을 읽어도 좋지만 들려오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아서 온 신경이 그리로만 향한다. 결국 불안한 마음에 창가로 가서 내다보고 귀를 기울인다. 광기에 가까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여중생 정도로 들린다. 저러다 쓰러지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악을 쓰는데 그 목소리의 내용은 10대들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욕설이다. 물건을 집어던지는 소리와 악을 쓰는 소리 사이에 간간히 섞여서 어른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겠지.

 

상황을 잘 모르는 입장이지만, 고성소리가 2시간가량 지속되면서 그 소리에 담겨있는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옆에서 보고 있는 부모의 심정이 어떨까하는 생각에 저절로 한 숨이 나왔다. 어쩌다 한 사람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한 사람은 그저 말리는 것 밖에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우울하기까지 했다. 두 사람의 불안과 고통을 상상하게 되었다.

 

이제 그들의 상황을 떠나 우리 시대 아이들의 불안과 공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학교에 적응 못하고, 게임 중독에 빠지고, 야단치는 어른들의 말에 귀를 닫는 아이들. 세상은 이 아이들을 부적응이라고 규정짓고 벌써부터 실패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는다. 자신의 미래는 없는 것처럼 보이고 지금 빠져있는 상황에서는 점점 헤어 나오기 힘든 아이들.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조차 배우지 못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불안함에 휩싸이게 된다. 실제로 게임 중독에 빠져 물건을 부수고 미친 듯이 날뛰던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던 엄마를 기억한다. 그 아이를 사로 잡았던 감정은 불안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아는데, 끊을 수 없고 그런 자신이 실패한 것 같아서 불안함에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괜찮다고,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무서울 것이다. 맘먹은 대로 안되는 단계를 넘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

 

나도 부모의 입장이라 이런 자식을 바라보고 있는 부모는 얼마나 지옥 같을까를 생각하며 마음이 내려앉는다. 속마음을 알고 싶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듣고 싶어도 그들 사이에 언어가 없다. 말을 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단절된 언어가 되어 버렸다. 자신이 속한 세계의 언어로 하고 있어서 그것은 알아들을 수 없는 이방의 언어가 된 것이다.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 <소> 김기택 시집

 

김기택 시인에게 소는 시의 소재로서 관찰의 대상이었다. 그는 라는 제목으로 여러 개의 시를 썼다. 어느 날 시인이 소의 눈을 마주하면서 소는 하나의 관찰의 대상이 아닌 말을 하는 주체로서 다가왔다. 그런데 소에게는 시인에게 전달할 언어가 없고 시인에게는 들을 귀가 없다. 결국,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앉는다. 하고 싶은 말을 가득 담은 눈, 그래서 눈물이 떨어질 듯 그렁그렁 하다. 그 그렁그렁한 눈은 말하기를 체념한 것으로 보인다. 침묵하고 되새김질만 하면서.

 

소의 눈을 가진 아이들. 말을 하고 싶은데 들을 귀가 없는 우리 앞에서 질문과 요청 분노 항변을 가득 담은 아이들의 눈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 오랜 시간 말하지 않고 듣지 못해서 소통은 단절되고, 언어가 사라진 것이다.

비록 그럴지라도 때로는 상황에 맞지 않는 감정과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분절된 단어들일지라도 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두 사람 사이의 언어가 생길 때까지...

 

제발 내가 들었던 소음이 그런 시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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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ne 2021-07-10 22: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은 층간소음이 심해서 윗집여자 땜에 스트레스 받아요. 맨날 애를 잡거든요.. 거의 매일요.ㅠㅠ

그레이스 2021-07-10 22:39   좋아요 1 | URL
ㅠㅠ

mini74 2021-07-11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쾌락을 담당하는 부위는 다 자라지만, 절제를 담당하는 부위는 늦게 성장해서 사춘기의 열병이 생기는 거란 글을 읽고 아이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되더라고요. 아이도 스스로 어찌 할 수 없어 저러는거겠지싶은 마음 ㅎㅎ 소의 눈을 가진 아이들이란 말이 뭉클하네오. 자신들이 다 자란줄 아는 엉덩이에 뿔 난 송아지들 *^^*

그레이스 2021-07-11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두엽이 다 안자라서 그러겠지 하고 농담처럼 말했던 때가 있었어요^^

희선 2021-07-13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말이 없다 어느 날 아주 이상한 일이 되어 나타나는 게 좋을지, 소리라도 치는 게 나을지... 아무 말 없는 것보다는 소리라도 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그러면 왜 그런지 알려고 할지도 모르니... 그레이스 님 바람처럼 엄마와 딸인 듯한 두 사람이 말을 하면 좋겠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1-07-13 20:11   좋아요 1 | URL
예 맞아요
침묵이 좋을때도 있지만 아이들의 침묵은 건강하지 않다는 싸인이 될 때가 많죠.
희선님!
무덥습니다
건강하세요~♡
 

그의 작품은 제목도 깊은 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푸코의 마그리트의 그림에 부친 철학적 사유도 인상적이었다.
부유하는 화가의 시선을 포획하는 텍스트!
새로 출간된 마그리트 관련 책을 구매할까 고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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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09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거실 벽면이 도서관!

그레이스 2021-07-09 22:42   좋아요 1 | URL
^^;; 책상도 지저분하고 그나마 정돈된 배경이어서 찍었어요;;;;

scott 2021-07-09 23:43   좋아요 0 | URL
진정으로 그레이스님 집이
광활한 우주점인것 같습니다.

혹쉬 천장 꼭대기를 지탱하고 있는 주황색은 미술사 전집???

그레이스 2021-07-10 07:09   좋아요 0 | URL
올제 시리즈예요^^

서니데이 2021-07-10 0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도 소장도서 많으시군요. 서가가 빽빽하게 꽃혀있어요. 르네 마그리트 책 사진도 잘 봤습니다. 그레이스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7-10 07: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님도 ~

다락방 2021-07-14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배경이 너무 근사합니다! ㅜㅜ

그레이스 2021-07-14 11:00   좋아요 0 | URL
사는 사람은 가끔 숨막혀요
덜어내야 하는데 책마다 다 사연과 이유가 있어서...ㅎㅎ
 

"...단어는 마치매우 지적인 듯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는 듯하지만, 더 많은 것을 알려는 욕망에서 뭘 말하고 있는지 글에게 물어 보면 되풀이해서, 아니영원히 똑같은 것만을 이야기할 뿐이야." 소크라테스에게 있어서 읽혀지는 텍스트는 기호와 의미가 당혹스러울 만큼 정확하게 포개지는 단어들의 나열에 지나지 않았다. 해석, 주석, 주해, 요지 설명, 연상, 반론, 그리고 상징적 · 우화적 의미 등은 텍스트 자체에서가 아니라 독서가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텍스트는 화가에 의해 그려진 그림처럼 ‘아테네의 달 만 말할 뿐이다. 그 달을 상앗빛 얼굴과 시커먼 하늘, 소크라테스가 한때 걷기도 했던 길에 널브러진 고대의 폐허 따위로 장식하는 것은 독서가의 몫이었다.
- P91

읽혀지고 기억되는 하나의 텍스트는, 구원이라 이름할 수 있는 그런반복 독서에서는 마치 내가 오래 전에 기억했던 그 시에 등장하는 얼어붙은 호수 대지만큼이나 단단해서 독서가의 횡단을 받쳐 줄 수 있다 같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텍스트의 유일한 존재의 터가 마음 속이기 때문에 글자들은 마치 호수의 물 위에 쓰여진 것처럼 늘 불안정하고 유동적이다.
- P100

아득한 옛날 성 금요일에 콘스탄티누스가 발견한 것은 한 텍스트가갖는 의미는 독서가의 능력과 욕망에 따라 확대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텍스트를 대할 때 독자는 그 텍스트의 단어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역사적으로 그 텍스트나 저자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의문을풀어 주는 메시지로 바꿔 버릴 수 있다. 이런 식의 의미 변질은 텍스트자체를 확장시키거나 퇴보시킬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텍스트에 독서가 자신의 환경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무지, 맹신, 지성,기만, 교활함, 그리고 계몽을 통해 책 읽는 사람은 원전과 똑같은 단어로 그 텍스트를 다시 쓰면서도 원본과는 다른 이름으로, 다시 말해 그것을 재창조해 내는 것이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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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 가지 근본적인 의문은 미해결로 남았다. 유클리드와 갈레노스의 이론처럼 우리 독서가들이 책장에 적힌 문자로 다가가서 가을 포획하는 것인가, 아니면 에피쿠로스와 아리스토텔레스가 단언것처럼 문자들이 우리의 감각에 와닿는 것인가?  - P52

올리버 색스 박사는 이렇게 주장했다. "언어 구사 자연 그대로의 언어 구사는 단어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발표-단어에 의미를 충분히 실어서 입 밖으로 내뱉는 것-로 이뤄지는데,
여기에는 단순한 단어 인식 이상의 수많은 것이 포함된다."
독서에 대해서도 거의 똑같이 말할 수 있다. 텍스트를 따라가면서독서가는 이미 알고 있는 텍스트의 취지와 사회적 합의, 축적된 독서량, 개인적 경험과 개인적 취향 등으로 복잡하게 뒤얽힌 방법으로 텍스트의 의미를 파악한다.  - P60

검정과 흰색의 기호 체계에서 메시지를 뽑아내기 위해 나는 먼저 깜박거리는 눈으로 그체계를 파악하고 이어서 나의 뇌에서 뉴런들의 체인 이 체인은 내가읽는 텍스트에 따라 달라진다 을 통해 기호들의 암호 체계를 재구축하고, 내가 어떤 존재인가 그리고 어떻게 해서 그런 존재가 되었는가에 따라 그 텍스트에 뭔가 감정, 육체적 감각, 직관, 지식, 영혼 를불어넣는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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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7-08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굉장히 관심 가는군요 :-)
이런책 넘넘 좋아요!
 


 

이행대. 가슴 뛰는 은유를 얻었다. 작가는 인생의 과도기를 이행대라고 은유한다.

 

이행대(ecotone)는 그리스어에서 온 말로, 집을 뜻하는 오이코스oikos’와 탄성을 뜻하는 토노스tonos’를 합친 말이다. 따라서 이행대는 생태학적 긴장의 공간이다. 무용수가 힘차고 우아하게 공간을 누빌 때 특히나 몸을 탄력 있게 움직이는 것처럼 이행대는 특별한 생태적 탄력을 띤다. 이행대는 두 지대를 잇는 다리처럼 경계지대의 식물들로 하여금 서로 교류하게 한다.

-40p

이러한 생태적 이행대를 바라보는 창조적인 시각은 인생의 이행기, 즉 과도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은유를 제시하고 있다. 탄생을 위한 임신과 출산, 성인으로 이행하는 사춘기, 노년으로 나아가는 갱년기, 상실을 받아들이기 위한 애도, 죽음의 준비와 같은 인생의 과도기를 생태적 이행으로 은유하며 철학적 단상들을 써내려 가고 있다. 은유가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우리는 인생의 과도기를 맞이할 때 예측할 수 없음으로 인한 불안을 경험한다. 최선의 선택을 하지만 항상 최선의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이 인생의 새로운 국면들에서 우리는 때로 상처를 입기도 한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탄생과 관련된 작가 자신의 경험담이었다.

작가는 제왕절개로 태어났다고 한다. 작가의 엄마 배에는 수술자국이 남아있다. 그 작은 절개부분을 통해 엄마 배속에서 나왔다고, 그때 아기는 너무 예쁜 신생아였다고 말해주는 엄마에게서 깊은 유대감과 자부심을 느꼈다. 어느 날 친구 엄마가 자연분만을 하지 못한 것은 인생에서 중요한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 말에 깊은 충격을 받는다. 이 말을 전해들은 작가의 엄마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경험을 기꺼이 포기했단다!”라고.

 

나중에 엄마는 출산을 무슨 즐거운 행사가 아니며, 엄마와 아기에게 몹시 힘든 일이라고 일러 주었다. 제왕절개가 아니었다면 나는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면서 말이다. 아이가 어떻게 태어났든 간에 건강한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다면 기뻐해야 하는 거라고 했다. 또한 어떤 출산 경험을 미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사회가 불어넣은 좋은 엄마상에 자연분만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 듯하다고 했다. 피할 수 없었던 고통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 그 고통을 받아들이기가 더 쉬울 거라고도 했다.

- 68 p

 

이 말을 듣고 작가는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한다.

 

공감을 많이 한 내용이기도 하고 속 시원함을 느낀 내용이다. 아이들 셋을 제왕절개 수술로 낳았던 때, 당시 TV에서는 자연분만에 대한 다큐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첫아이를 수술로 낳고 뭔가 실패했다는 느낌으로 우울했었다.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이 방위, 면제받은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듯, 자연분만 후기와 함께 너는 그거 모르지?’ 하던 말을 들으며 웃고 말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례한 말이었음에도 반박할 수 없게 하는 사회적 통념의 힘이 있었다.

 

스스로를 특정 기준에 부합해야 하는 산물처럼 생각하는 것은 우리 삶을 힘들게 만든다. 사회는 좋은 엄마의 표준을 제시하고 임신했을 때부터 모든 여성들은 자신이 그 기준에 못 미치는 것 때문에 전전긍긍한다.(마더쇼크) 중요한 과도기적 국면에서 시금석이 제시되는 것은 개인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 우리가 스스로와 다른 사람을 열린 시선으로 존중하며 사는가, 한 번뿐인 자기 인생을 기꺼이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춘기든 중년의 위기든 갱년기든 간에 모든 과도기는 탄생의 형태를 내포한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향하는 문턱을 넘는다. 명백하게 정의된 역할과 삶의 상황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어떻게든 표준에 맞추면서 안전성을 보장받고자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는 더 불안해져만 간다.- 72p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이 책의 이 부분을 떠올리게 된 것은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를 읽으면서다. 자폐라는 진단명이 생기면서 자폐의 원인을 밝혀내려는 노력들이 있었다. 연구 초기 단계에서 그 원인을 엄마들에게서 찾으려 했다는 기록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이 책의 탄생 장이 겹쳐졌다.

 


처음 아기를 보았을 때 사랑스럽다는 감정을 느꼈나요?”

글쎄, 그게 사실은리타가 입을 뗐다. 진실을 인정하는 게 중요해요.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뭔가 효과가 있기를 간절히 바랐기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아이가 닭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던 일을 털어놓았다.…… 귀찮고 힘들었어요. 그녀는 인정했다.……

진실을 똑바로 마주하기는 고통스러웠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녀는 아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보여주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유일한 희망은 책임을 온전히 인정하고, 헌신적으로 치료에 전념하여 엄마로서 실패했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교정하는 것이었다. 아이는 조금이라도 좋아질 수 있을까?

-127p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위험하고 잔인한 질문이었다. 한 존재를 죽음과도 같은 절망과 죄의식에 빠뜨리는. 그렇게 그녀들은 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았고,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도록 종용을 받았다. 자폐아 엄마들의 모임에 나가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작업을 한다. 인생의 이행대인 임신과 출산이 불행한 결과의 원인을 밝혀야 할 죄책감의 가시덤불이 된 것이다.

부모는 자녀들이 불행한 일을 겪을 때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으며 죄의식에 휩싸인다. 장성한 자녀가 아파도 내가 잘못한 것이 있었을까하고 어린 시절을 되짚어 가며 가슴을 누른다.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의 저자 나탈리 크납은 불행한 일들조차 창조적인 이행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최초의 자폐아 도널드의 부모는 사회가 규정한 진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아들을 위한 최선의 삶을 찾아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모임이 생성되었다. 주변 사람들이 열린 마음으로 그를 받아들임으로 새로운 행복한 사람이 탄생했다. 창조적이고 탄력적인 시선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행대는 계속해서 의미를 생성하는 장소이다.

 

이런 과도기를 다루는 비법은 없다. 모든 삶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우리 자신을 위해, 우리 삶의 반경과 우리가 사는 세계를 위해, 더 나은 을 개발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한다.

 

군대가 쳐들어오는 것은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생각이 쳐들어오면 도저히 저항할 길이 없다.”

-빅토르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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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x8117 2021-07-06 23: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그레이스 2021-07-07 07:4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볼빨간레몬 2021-07-06 23: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의 글을 읽으니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이 읽고 싶어지네요. 늘 불확실한 날들 속에 살면서도 남을 비난하는 것엔 확신을 가지는 모습들을 보며 많은 걸 생각하게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1-07-06 23:48   좋아요 4 | URL
확실한 해답보다는 은유가 더 큰 메세지를 전달할 때가 있죠.
감사합니다~^^

청아 2021-07-06 23:4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왕절개로 세상에 나왔어요. 이행대라...마음에 담아갑니다😉

그레이스 2021-07-06 23:51   좋아요 6 | URL
^^
이행대라는 말이 계속 남았어요.
저도 인생의 이행대를 지나는 중이라 생각되어서.

서니데이 2021-07-07 00:1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서로 다른 입장이 되는데, 어떤 것만이 맞고 어떤 경험만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엔 매일의 날들이 불확실한 느낌을 담고 가는 것 같은데, 그 안에도 좋은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레이스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07-07 06:47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밤인사를 놓쳤네요^^
밤사이 비가 내려 습기로 가득합니다.
마음만은 화창하고 시원한 하루 되시길 바래요~

희선 2021-07-07 01: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가 아닐지도 모를 텐데, 아이를 기르면서 엄마가 되어간다고도 하잖아요 세상은 처음부터 엄마이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를 어떻게 낳는가 그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닐 텐데, 어쩌다 어떤 게 좋다고 말하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수술을 하게 돼서 엄마와 아이가 죽는 일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희선

그레이스 2021-07-07 06:50   좋아요 4 | URL
어떤 자리나 마찬가지겠지만 모성 역시 강요된 부분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07-07 07: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행대라는 단어 처음들어봤는데 멋진 말 같아요~!! 인생은 항상 과도기 인거 같아 😐
빅토르 위고의 마지막 말은 정말 멋지네요~!!

그레이스 2021-07-07 07:29   좋아요 4 | URL
참 멋진 말이고 의미가 계속 생성되는 단어라고 생각됩니다.
어제 이 글 올리고 잤는데 일어나서 다시 생각이 이어지네요.^^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21-07-07 12: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위고의 말이 가슴에 콱 와닿네요. 한 번 생각이 박히면 생각의 노예가 되는 것 같아요.

어머니의 죄책감. 저도 그런 걸 느껴 본 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별일 아닌데
그땐 그렇더라고요. ㅋ

그레이스 2021-07-07 12:56   좋아요 4 | URL
^^

그레이스 2021-07-07 17:38   좋아요 2 | URL
저는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을 떨쳐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부모라 그런가봐요.^^

mini74 2021-07-07 17: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묘하게 자연분만에 대한 우월감 느끼는 이들이 있지요. 저는 시어머니가 네가 무슨 에미냐고 ㅠㅠ 목숨걸고 낳았는데 순식간에 나쁜 엄마 취급에 퉁퉁 붓도록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쒸. 지금같음 막 받아치고 그럴텐데 그땐 제가 숫기가 없어서 ㅎㅎㅎㅎ 그레이스님 글 오늘 제게 정말 위로가 되네요 ㅎㅎ

그레이스 2021-07-07 17:34   좋아요 2 | URL
거의 신앙같았죠 자연분만해야 애가 똑똑하다고 수중분만 그네분만 소개하면서 미국 유럽 일본까지 소개하는 다큐때문에 의기소침했죠.
오죽하면 자연분만 모유수유가 개그의 소재가 되었겠어요? ㅠ
좋은 거는 동의 하지만 건강하게 태어나는게 중요한데.
가슴앓이 한 미니님! 토닥토닥.
저도 토닥토닥.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