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는 마치매우 지적인 듯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는 듯하지만, 더 많은 것을 알려는 욕망에서 뭘 말하고 있는지 글에게 물어 보면 되풀이해서, 아니영원히 똑같은 것만을 이야기할 뿐이야." 소크라테스에게 있어서 읽혀지는 텍스트는 기호와 의미가 당혹스러울 만큼 정확하게 포개지는 단어들의 나열에 지나지 않았다. 해석, 주석, 주해, 요지 설명, 연상, 반론, 그리고 상징적 · 우화적 의미 등은 텍스트 자체에서가 아니라 독서가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텍스트는 화가에 의해 그려진 그림처럼 ‘아테네의 달 만 말할 뿐이다. 그 달을 상앗빛 얼굴과 시커먼 하늘, 소크라테스가 한때 걷기도 했던 길에 널브러진 고대의 폐허 따위로 장식하는 것은 독서가의 몫이었다.
- P91

읽혀지고 기억되는 하나의 텍스트는, 구원이라 이름할 수 있는 그런반복 독서에서는 마치 내가 오래 전에 기억했던 그 시에 등장하는 얼어붙은 호수 대지만큼이나 단단해서 독서가의 횡단을 받쳐 줄 수 있다 같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텍스트의 유일한 존재의 터가 마음 속이기 때문에 글자들은 마치 호수의 물 위에 쓰여진 것처럼 늘 불안정하고 유동적이다.
- P100

아득한 옛날 성 금요일에 콘스탄티누스가 발견한 것은 한 텍스트가갖는 의미는 독서가의 능력과 욕망에 따라 확대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텍스트를 대할 때 독자는 그 텍스트의 단어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역사적으로 그 텍스트나 저자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의문을풀어 주는 메시지로 바꿔 버릴 수 있다. 이런 식의 의미 변질은 텍스트자체를 확장시키거나 퇴보시킬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텍스트에 독서가 자신의 환경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무지, 맹신, 지성,기만, 교활함, 그리고 계몽을 통해 책 읽는 사람은 원전과 똑같은 단어로 그 텍스트를 다시 쓰면서도 원본과는 다른 이름으로, 다시 말해 그것을 재창조해 내는 것이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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