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천재성을 살려 주는 엄마표 홈스쿨링 - 표현력 훈련 엄마표 홈스쿨링
진경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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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열심히 육아에 관한 책을 찾아 읽다가 요즘은 좀 뜸했다. 그러다가 '표현력'이라는 말에 끌려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나 자신도 말을 잘 못하지만 주변에서 자신의 생각을 똑부러지게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부러웠기 때문이다. 

솔직히 아직 한 번도 천재 남매에 관한 책을 보지 못해서 천재 남매를 키운 엄마의 노하우도 궁금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천재는 아무나 키울 수 없다는 걸 느꼈다. 저자가 권하는 방법들이 평범하고 쉬워 보여서 별거 아니다 싶지만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몇 번 시도하다 안 되면 지쳐서 포기하는 엄마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읽은 대로 실천하기 힘들지만 아이들을 위해 포기하면 안 되겠지?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긍정적인 엄마가 되고 싶어서 말할 때마다 신경을 쓴다고 썼다. 그런데 요즘 아들을 대하는 나를 보면 기가 막힐 때가 많다. 엄마와 성향이 다른 아이를 자꾸만 엄마 성향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내가 바로 아이 말에 귀 귀울이지 않고 권위나 내세우는 부모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뜨끔했다. 저자가 말한 열한 가지 매직 대화법에 나오는 부정적인 예가 우리 집에 다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꾸만 이런 책을 읽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들이 화를 잘 내는 편이라 화를 다스리는 방법에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그리고 화가 난 아들에게 밖에 나가 줄넘기를 하도록 했더니 정말 효과가 있었다. 화를 낸 일도 잊고 엄마의 물음에 하나하나 대답을 해주면서 스스로 화를 풀었다. 화를 낼 때마다 다그치는 대신 말할 기회를 더 많이 주는 편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도 마음에 새겨두었다.

소극적인 아이와 대화하는 법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우리 딸이 소극적이고 남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사람들 앞에서 아이를 소개하면서 '소심하다, 발표를 안 한다, 부끄러움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런데 그런 말들이 아이를 더 소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적에 아직 엄마 공부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진짜 홈스쿨링을 하고자 하는 엄마들보다는 보통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는 지침서로 삼을 수 있는 육아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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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6-18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보통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는 지침서~~ 열심히 읽고 자극 받는것도 좋을듯.
요즘 아이들에게 소홀하고 있습니다.

소나무집 2008-06-19 14:23   좋아요 0 | URL
사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지만 실천을 못해서...
그래도 자꾸 읽으면서 자극받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초록이좋아 2008-06-1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면... 제 화도 다스릴 수 있을까요?ㅋ

소나무집 2008-06-19 14:24   좋아요 0 | URL
화를 다스리는 책은 아니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대화 나누는 기술을 가르쳐준다고 할까, 뭐 그런 육아서야.
 
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
도종환 엮음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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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로 받은 시집 덕분에 오랜만에 시를 들었습니다. 시집을 들추기도 전에 함께 들어 있던 씨디를 플레이시켰더니 거기서 흘러나오는 다정한 목소리에 쉽게 끝내기를 누를 수가 없네요.

낭송의 맛, 분명 글로 읽는 시와는 다른 맛입니다. 시어의 느낌과 차분한 목소리의 느낌이 합쳐져 시를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시만 골랐나 싶을 정도로 한 편 한 편이 다 가슴에 와 닿네요.

결국 도종환 시인이 낭송해주는 시 한 편을 듣다가 눈물을 주주룩 흘리고 말았습니다. 시인의 어머니 만큼 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친정엄마 생각이 나서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 드리며 -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을 깎아 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부렀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 드린다

가만히 계세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여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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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4-02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님~ 엄마 생각하면 참~
님 오늘 비도 오는데 따뜻한 차 한잔 드셔요

소나무집 2008-04-0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비가 안 왔는데 서울은 비가 왔나 보네요.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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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흐를 만나는 건 늘 남편을 통해서였다. 결혼하고 신혼 집에서 남편의 짐을 푸는 데 어울리지 않는 액자가 하나 나왔다. 바로 고흐의 <열네 송이 해바라기> 그림 모작이었다. 학교 다닐 때 고흐 모작 전시회에 가서 산 거라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렵게 학생 시절을 보낸 남편이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다 주고 샀다는 말에 어이가 없어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신혼 시절 거실 벽을 차지하고 있던 그 해바라기는 아이들의 돌사진이나 유치원 졸업 사진한테 자리를 내준 지 오래되었다.

별로 책 사는 일에 연연해하지 않는 남편이 어느 날 불쑥 책 한 권을 사고 싶다고 했다. 바로 <반 고흐, 영혼의 편지>였다. 남편보다 먼저 책을 읽은 나는 장농 위에서 잠자던 해바라기 모작을 꺼내 오랫동안 먼지를 닦았다. 가족 사진 하나를 떼어내고 해바라기가 아닌 고흐의 영혼을 걸었다. 고흐를 제대로 알게 해준 남편에게는 고마웠고,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는 척한 고흐에게는 한없이 미안했다.

처음 책제목을 보면서 '영혼'이라는 단어가 좀 거슬렸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 단어가 얼마나 적절한지 깨달았다. 살아서는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여자들의 사랑도 얻지 못했고, 세상으로부터 인정도 받지 못했던 고흐. 하지만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 속에는 영혼과 생명까지 다 바쳐 그림을 그린 고흐의 진짜 모습이 들어 있었다. 너무나 솔직한 편지들을 읽을 때마다 고흐의 머리속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 들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반복해서 연습하고 색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 속에서 광기 같은 건 찾을 수 없었다. 고흐는 그림을 통해 자기 마음속에 들어 있는 모든 것을 표현하려고 애썼고,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언젠가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 미련스럽게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 과정 하나하나를 테오에게 편지로 써 보냈다.

동생 테오는 고흐에게 하나밖에 없는 후원자요, 인생의 반려자였다. 그리고 고흐에게 늘 용기와 희망을 준 단 한 사람이었다. 고흐는 경제적으로 동생에게 짐이 되는 것을 늘 미안해했지만 테오는 한 번도 불평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돈문제로 머리 아파하지 말고 미리 알려 달라고 했고, 고흐는 돈을 갚지 못하면 자신의 영혼을 주겠노라며 고마워했다. 편지 속에서 흐르는 두 형제의 따뜻한 인간애가 한없이 부러웠다.

그리고 봄방학 때 고흐전을 보기 위해 서울에 다녀왔다. 책을 읽고 고흐의 영혼을 느껴 보겠노라며 찾아간 미술관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고흐의 그림을 마주하기 위해 꼬박 2시간 동안 찬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고흐는 자신의 그림이 물감값과 생활비보다 더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 날이 오리라고 예견했다. 하지만 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리지 않았을 정도로 대중의 외면을 받은지라 자신이 죽고 100년이 지난 후 동양의 한 나라에서 이렇게까지 환대받을 줄은 몰랐을 것 같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행렬 속에서 아이들 손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를 쓰면서도 난 행복했다. 모작이 아닌 고흐가 영혼을 다 바쳐 그린 진짜 그림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책을 통해 이미 탄생 과정을 지켜본 그림 앞에 서 있을 때는 붓터치 하나하나가 꿈틀대고 그림 속 농부와 밀이삭, 나무와 꽃잎이 모두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거창한 전시회보다는 소박한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했던 고흐, 그의 그림 앞에 늘어선 사람들은 모두 나처럼 소박해 보였다. 화가의 소원이 너무 늦게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흐와 그의 그림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별 50개쯤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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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3-04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흐에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 재미있네요.
고흐를 생각하면 참 안타까워요. 좀 더 많은 사람이 고흐를 알아주고, 이해해 주었더라면....고흐전 참 좋았지요.

소나무집 2008-03-04 12:13   좋아요 0 | URL
남편이 엉뚱한 데가 좀 있어요.
맞아요, 고흐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말 힘들었어요.
덕분에 온 식구가 독감에 걸려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답니다.

무스탕 2008-03-04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 저도 고흐전에 갔었는데 역시나 많은 사람들, 애들에 밀려 정신없이 보고 왔지요..
고흐의 작품을 보고 한가지 떠오른 느낌은 '저 사람은 <눈동자>에 집착이 심했던 사람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된다면 사람 별로 없을 낮시간에 한 번 더 보고 싶기도 해요.

소나무집 2008-03-04 12:14   좋아요 0 | URL
저도 사람들이 없을 때 조용하게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두기보다는 그냥 눈도장만 찍어서 아쉬웠거든요.

kyungmi 2008-03-2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너무나도 재미나게 쓰셔서 책을 꼭 사보고 싶어지네요. 서울에 살면서도 전시회를 놓쳤네요.. 반가워요.

소나무집 2008-04-03 09:09   좋아요 0 | URL
정말 감동적인 책이에요. 꼭 보세요.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서평단 알림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문학동네 화첩기행 5
김병종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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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신문에서 쿠바의 카스트로가 50년 정권을 동생에게 내주었다는 기사를 보며 이 책을 떠올렸다. 그동안 나는 쿠바라는 나라가 중남미 어디쯤에 붙어 있는 걸로 알았을 정도로 무심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세계 지도를 들여다보고 쿠바가 플로리다 코 앞에 누워 있는 섬이라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그래서 늘 미국이 쿠바의 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책을 보는 동안 난 정말 바빴다. 저자가 언급하는 인물과 책과 영화, 음반을 찾아보느라 책꽂이 앞을 서성대고 인터넷 검색을 하느라 보낸 시간이 책을 읽으면서 보낸 시간보다 더 길었다. 그리고는 사고 싶은 책과 영화 DVD 목록을 꼼꼼하게 기록해 놓기도 했다. 특히 영화 중엔 예전에 본 것도 몇 편 있었지만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이랑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일포스티노>는 꼭 사서 다시 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책제목만 보고 중남미 화가들의 그림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책을 받아들고 보니 중남미를 여행한 후에 쓴 그림이 있는 기행문이었다.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들뜬 여행자가 되어 라틴 아메리카를 휘젓고 다녔다. 그리고 저자가 직접 그린 강렬한 색채의 그림은 중남미 분위기와 잘 어울려 책 읽는 맛을 더해주었다. 사실 중남미는 매력과 호기심이 가득하지만 누구나 쉽게 떠날 수 있는 여행지는 아니다. 아름답고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땅을 여행한 이들이 들르는 최후의 여행지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인물들의 족적을 따라가며 현지 삶의 모습을 뭉턱뭉턱 보여준다.

돈이 없어도 행복한 사람들의 나라 쿠바에서는 노인들로 구성된 대표적인 재즈 그룹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과 반평생을 쿠바에서 살며 작품 활동을 한 헤밍웨이의 흔적을 찾아 다닌다. 특히 적대적 관계에 있는 미국 국적의 작가 헤밍웨이가 쿠바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이라는 사실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쿠바에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쿠바 사회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었던 헤밍웨이, 그의 작품은 노벨상을 받았지만 사람 자체가 노벨상감은 아니라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그리고 죽은 지 오래지만 아직도 세계인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쿠바의 혁명가 체 게베라 등 저자의 쿠바에 대한 사랑은 책의 반 가까운 분량을 차지할 정도로 넘친다. 

프리다 칼로의 나라 멕시코. 내가 마음에 둔 화가들의 삶은 왜 이리도 한결같이 불행한지 모르겠다. 육체적인 장애와 우울한 삶을 살면서도 자전적 작품을 많이 남긴 프리다 칼로, 그리고 그녀에게 숱한 정신적 고통을 주었지만 동시에 영감을 준 남편 디에고 리베라를 찾아 떠난 여행지의 느낌은 마냥 쓸쓸하다.

아르헨티나를 읽으며 정말 오랜만에 보르헤스의 책을 꺼내 보았다. 학교 다닐 적 민음사에서 나온 보르헤스 전집을 덜컥 사놓고는 버스를 타고 오가며 읽었던 기억이 나서. 환상 문학의 대가라는 사실보다 시력을 잃기 시작한 그가 50대엔 아예 장님이 되었지만 국립도서관장이 되어 읽을 수도 없는 책으로 둘러싸인 채 행복해했다는 구절에 가슴이 짠해졌다. 그리고 에비타에 관한 부분을 읽다 말고는 인테넷을 뒤져 영화를 보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가난한 시골 소녀에서 페론을 만나 대통령 영부인이 되었다가 34세로 세상을 떠나 아르헨티나 최고의 묘지 레콜레타에 묻힌 여인의 이야기가 현실이 아닌 영화 속의 이야기 같기만 했다. 

지금의 브라질은 삼바 축제보다 축구로 더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월드컵 우승을 다섯 번이나 한 나라. 사실 나는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우리가 월드컵 4강에 올라보고야 알았다. 브라질의 청소년들은 축구를 하며 펠레나 호나우두처럼 인생이 변하길 바란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장관을 이룬다는 이구아수 폭포마저도 브라질 사람들의 축구 열기만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파블로 네루다가 이탈리아 망명중 한 우체부와의 우정을 영화로 만든 <일포스티노>. 나 또한 그 영화 때문에 시인도 칠레라는 나라도 더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었다. 페루 하면 누구나 잉카인의 도시 마추픽추와 쿠스코를 떠올린다. 체 게베라 같은 혁명가가 다녀온 후 삶의 방향을 바꾼 기억 속의 도시가 나를 향해 손짓하는 것 같다. 바로 지금이 당신의 삶을 바꿀 때라고.

중남미 사람들이 아주 인간적일 수밖에 없는 건 가난하기 때문이 아닐까? 당장 먹을거리가 없어도 춤추고 노래 부르고 화려한 색채를 즐기는 사람들. 나도 그 낯선 풍경을 만나러 문밖으로 나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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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8-02-21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마음이 끌리는 책입니다.
보관함에서 장바구니로 얼른 옮겨야겠네요.^^

소나무집 2008-03-03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번 읽어볼 만해요. 시야를 넓힐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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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날씨가 추운 탓인지 마음도 덩달아 춥다. 책을 사서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두었건만 한 달이 넘게 내 눈길만 스쳤다. 한강, 그녀에 대해 아는 거라곤 한승원의 딸이라는 정도. 어쩌면 이 책을 사게 된 것도 한때 탐독했던 한승원에 대한 호기심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문학 동네에서 제법 괜찮은 대접을 받고 작년에는 이상문학상까지 받은 그녀를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았다.

표지의 반이나 가리는 깔끔한 느낌의 띠지를 떼어내고 양쪽으로 펼치니 네 그루의 나무가 서 있다. 띠지가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표지다. 해질녘 붉은 기운을 품은 네 그루의 나무는 어째 쓸쓸하다. 늦가을 메마른 잎을 가지에 단 채 거친 바람을 견뎌내며 어둠을 맞이하고 있다. 짧은 예술 인생을 산 에곤 실레의 <네 그루의 나무>다. 주인공들이 하나씩 그 나무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뒷모습만 보인 채 아주 아주 쓸쓸하게!

세 편의 연작 소설 중 첫번째 이야기인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나의 모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도 했다. 주인공 여자의 삶이 어떻게 변해갈지 짐작도 못한 채 특별한 매력도 특별한 단점도 없는 여자의 삶에 밑줄까지 그었다. 하지만 영혜를 통해 내가 본 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들의 가슴속에 숨겨진 화산이었다. 과분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화자 그(영혜의 남편)에게 전혀 신경 쓸 게 없게 만들었던 아주 평범한 여자. 어린 시절 집에서 키우던 개와 이어져 있는 살육에 관한 꿈을 꾼 후 그녀가 변해간다. 육식을 거부하고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더니 결국 정신을 놓아버린다. 자신이 너무나 잘 안다고 생각했던 아내의 변화를 보며 "이런 일은 나에게 일어나면 안 되었다."고 "나는 저 여자를 모른다."며 다음에 벌어질 일을 예고한다. 누군가에 대해 다 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 일이다.

너무나 평범해 보였던 첫번째 이야기의 인물들이 두번째 이야기 <몽고반점>에서는 놀랍게 변한다. 아니 본성을 드러낸다. <채식주의자>에서 영혜 남편의 부러움을 잔뜩 샀던 형부가 화자로 바뀌면서 평범한 영혜가 특별해지고, 특별한 자신의 아내는 오히려 답답한 여자가 되고 만다. 자신의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생활을 책임져주는 좋은 아내일 뿐이다. 화자는 아내에게 들은 처제의 몽고반점 이야기 때문에 영혜에게 몰두한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영혜를 이용해 바디페인팅을 하고 비디오를 찍으며 예술적 욕구를 채우려 한다. 거기서 멈추었으면 좋았으련만. 호기심도 없고, 모든 욕망이 배제된 영혜의 담담한 육체마저 탐하고 다음 이야기의 화자인 아내에겐 "나쁜 새끼"가 되고 만다.

마지막 이야기 <나무 불꽃>에서는 모두가 화해하길 바랐다. 이게 나의 한계라는 걸 안다. 소설 속 착한 주인공의 불행이 내 의식의 한 편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조차 싫은 마음. 그래서 영혜가 정신을 되찾고 평범한 여자가 되어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주길 원했다. 하지만 영혜는 채식마저도 거부하고 한 그루 나무가 되기를, 햇빛만 있으면 살아가는 식물이 되길 원한다. 인혜는 세상과 단절하고 싶어하는 영혜의 마지막 소통 대상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에 대한 상처를 들여다봐주고, 죽어가는 아니 나름의 탈출구를 찾아가는 영혜를 긍정하며 모두가 꿈이었으면 한다. 깨어나면 아무것도 아닌 꿈. 소리 한 번 지르지 않고 살아온 영혜처럼 인혜 또한 자신의 삶을 산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혜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듣고 싶다. 살면서 부당하다고, 싫다고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했던 그녀가 정신 병원에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며 비로소 지른 비명에 가슴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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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8-01-22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강이 한승원의 딸이었군요....무식한 하니...
님..잘 지내시지요? 전 요즘 '씨크릿'을 읽는데..정말,,마음 다스리느라,,요즘 너무 이런 류의 책을 많이 봐서인지..도사되겠어요~~ㅋㅋ
잼난 소설 한 권 고르는 중인데...님이 주신 별 다섯개가 눈에 확들어오네요~~

소나무집 2008-01-23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재미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더 많이 던져주는 소설이랍니다.
그래서 아주 가벼이 읽을 수는 없었어요.
그래도 삶에 대해 물음표를 던져 볼 수 있으니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