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
도종환 엮음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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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로 받은 시집 덕분에 오랜만에 시를 들었습니다. 시집을 들추기도 전에 함께 들어 있던 씨디를 플레이시켰더니 거기서 흘러나오는 다정한 목소리에 쉽게 끝내기를 누를 수가 없네요.

낭송의 맛, 분명 글로 읽는 시와는 다른 맛입니다. 시어의 느낌과 차분한 목소리의 느낌이 합쳐져 시를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시만 골랐나 싶을 정도로 한 편 한 편이 다 가슴에 와 닿네요.

결국 도종환 시인이 낭송해주는 시 한 편을 듣다가 눈물을 주주룩 흘리고 말았습니다. 시인의 어머니 만큼 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친정엄마 생각이 나서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 드리며 -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을 깎아 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부렀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 드린다

가만히 계세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여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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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4-02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님~ 엄마 생각하면 참~
님 오늘 비도 오는데 따뜻한 차 한잔 드셔요

소나무집 2008-04-0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비가 안 왔는데 서울은 비가 왔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