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지배받는가 - 수많은 갑과 을 사이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권력 안내서
모기룡 지음 / 반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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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의 역사는 어디서부터 찾아 볼 수 있을까? 우리에게 크게 다가온 것은 몇 년 전 “땅콩”사건으로 알려진 대한한공의 오너 일가의 갑질 사건으로부터 많은 사람들은 분노했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을 맞아 갑의 자리에 있는 오너 일가들은 반성 따위는 없는 생활을 사는 것인지 자주 그들의 갑질 행보를 알리고 있다. 하지만 권력 형태의 하나인 “갑질”은 그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연인 관계, 혹은 직장 상하 관계, 소비를 하는 대상들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물건을 소비하는 곳에서의 갑질은 사람들의 인식의 수준을 의심할 정도로 심한 경우도 많이 보았다.

권력을 갖는 그들의 심리와 그 권력 형태를 살펴 볼 수 있는 [나는 왜 지배받는가]를 읽으며 한 지인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나의 지인은 저녁 당직을 일주일에 한번 정도 서야 하는 회사에 다닌다. 그 당직표는 그동안 담당 팀장이 만들어 매달 나눠 줬었는데 부서가 합쳐지며 일이 많아진 팀장은 저녁 당직표를 작정하는 것조차 힘들어져 한 사원A에게 이임했다. 그 사원은 회사에서도 매우 개인주의적, 이기적으로 소문이 났지만 상사들에게는 일을 깔끔하게 한다고 받아들여졌다. A는 매주 수, 금에 수영을 다녔는데 저녁 당직이 걸리면 갈 수 없거나 매번 바꿔 달라고 할 수 없으니 수영이 있는 두 요일에 자신의 당직을 빼고 리스트를 작성했다. 그렇다보니 일주일에 한번만 있었던 당직이 사원 A가 수, 금을 당직을 안 하고 다른 날 잡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당직을 하는 날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일주일에 한 번도 있지 않은 요일도 있었는데. 그녀는 자신이 마음대로 조작 할 수 있는 그 리스트 작업으로 매주 수영을 다닐 수 있었다. 이런 일을 보면서 나는 그 작은 권력을 하나 쥔 것으로 이렇게 본인 위주의 편의를 취한 모습을 보면서 더 큰 권력을 쥔 오너들의 행태가 특별히 이상한 행동은 아닌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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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회에서 사라질 수 없는 권력 관계에 어떤 방어를 할 것인가에 집중해서 읽은 책이었지만 사실 그런 부분보다 올바른 권력이 자리 잡기 위한 바른 사회상이 더 필요함을 느꼈다. 권력 상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성의 부족은 그간 갑질 뉴스로 많이 보도되었다. 특히 금수저 출신들이라고 한 제2 세대들은 특히 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인권을 무시하는 행동은 없어져야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일화들보다 사실 지금 뉴스로 접하는 갑질의 변화들은 훨씬 현실로 받아들여진다. 그것들은 영화나 소설의 소재가 되어 태어나기도 한다.

영화 ‘베테랑’은 Sk 상무 최철원이 1인 시위를 하는 화물차 기사 유홍준씨에게 2천만 원의 합의금을 야구 배트로 폭력을 가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그는 100만원에 한 대씩 때렸고 이후 300만원에 3대를 때리고, 휴지를 입에 넣고 마지막 100만원찌라라며 얼굴을 폭행했다. 그런 그는 1년 6개월의 징역을 1심에서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주며 사실상 무죄나 다름없는 선고를 내렸다. 이런 권력에 맞서 싸우는 이들은 끝내 권력에 무너지고 마는 일들이 너무 많다. 저자의 말처럼 올바른 정직한 권력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위해선 지금의 사법부의 권력도 스스로 깨닫길 바라지만 그 일은 너무 먼 것 같다. 사법부의 권력이 약해지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권력을 세워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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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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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일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_마스다 미리]

 

 

좋아하는 웹툰의 한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은 타임머신을 타고 간다면 언제 돌아 갈 것인지 물었다. 그녀들은 자신의 추악한 추억을 지워 버리고 싶었고, 때로는 다시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만나지 않기 위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때론 나도 만약 딱 한 번의 기회가 온다면 언제가 좋을지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그 순간이라는 것이 간혹 매번 바뀌어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서른아홉 살의 마스다 미리가 자신의 10대 시절을 떠 올리며 쓴 글은 그녀의 참 지독히도 감성적인 면을 잘 볼 수 있었다. 인터뷰에 나온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학창 시절도 대부분 지금의 얼굴이 이어지듯이 지독히도 평범하게 지냈나보다. 그래서 그녀의 이 에세이에는 아주 사소한 것들을 해보지 못한 소녀의 애달픔이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데이트를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 따위 신경 쓰지 않는 그런 연애를 해 보지 못한 그녀는 그때의 그 햄버거를 떠 올리며 먹어 보기도 한다. 요즘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서로 햄버거를 먹으며 데이트를 한다기보다 간혹 진한 애정행각을 하는 아이들도 많아, 오히려 내가 어찌 할 바를 몰라 자리를 뜬 적도 있었다. 그녀가 지금의 아이들을 보았다면 어떤 마음으로 에세이를 썼을까 궁금하다.

 

 

남자아이의 상의 교복을 빌려 입기라든지, 방과 후의 고백을 받는다던지, 작은 은 목걸이를 받는 일, 자전거 둘이서 함께 타기, 수제 초콜릿 만들어 선물하기, 데이트 도시락 싸기, 하굣길에서 선 채로 계속 대화하기등...그녀의 이 에세이 제목만 보고 있으면 마치 어떤 아이의 고등학교 시절에 남자 아이들에게 받고 싶은 버킷리스트 같은 느낌에 히죽 웃고 말았다. 아, 그녀는 학창시절이 참 순수 했던 것인가 생각이 들어 그녀의 모범적인 그 생활은 또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일본에서는 졸업할 때 좋아하는 여자에게 두 번째 단추를 준다고 한다. 일드나 영화를 보면 간혹 그 장면에서도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했다가 그 단추를 받지 못하고 거절당해 가는 여자아이의 뒷모습을 클로징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그녀도 그 두 번째 단추를 받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그녀는 누군가의 그 두 번째 단추를 받지 못하고 성인이 되었지만, 그 단추가 없다고 한들 어떤가. 이렇게 또 그녀만의 에피소드들이 쏟아지게 되는 일들이 있으니.

그녀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들은 대부분 남자에게 의존된 것들이 많다. 누군가에게 보호 받고 싶었던 연약한 여자로 있고 싶은 부분은 남자에게 공주님처럼 안기기(시실 그게 뭔가 했는데, 그림을 보고 알았다.), 교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남학생의 희망도 대부분 수동적인 사랑을 받는 것들이었다. 앞에 소개한 에피소드들도 대부분 남자에게 사랑받는 여자의 모습이 많으며 무엇보다 남자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주변에게 주목 받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고백을 하러 그 학교도 쳐들어가 본 나로선 그녀와의 세대차이가 난다고 할까. 이런 주목 받는 사랑의 추억을 갖고 있으면 행복한 것일까? 때론 그 추억이 나중에 나에게 어떤 힘을 줄지 알 수 없지만 내겐, 이런 주목 받는 사랑 따위 필요 없다며 유년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매력 없게 느껴지는 것도 그녀의 낡은 추억에 딴죽을 걸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나의 토대는 청춘시절부터 꾸준하게 다져졌다. 도중에 몇 번 따라갈 뻔 한 적도 있었던 것 같지만……. 그러나 결국 가지 않았다. 내 청춘은 때늦은 일투성이지만, 때늦지 않았던 것도 있다.

내게 할당된 시간을 누군가가 갖고 가는 데 익숙하지 않다. 내일도 다음 주도 일 년 후도. 누구도 나를 자유롭게 다룰 수는 없는 거야.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친구나 애인과 함께 즐겁게 나이를 먹어가고 싶다. “” 159쪽

 

 

그녀의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때론 위로 받았던 부분들은 어쩜 이런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녀의 수짱 시리즈를 읽으면서 그냥 나로 살아가는 모습에 당당한 모습에 위로 받을 수 있었던 부분이 훨씬 많았다. 그녀의 바람처럼 나도 즐겁게 나이를 먹고 싶다. 그래서 지금의 모습이 과거보다 훨씬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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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1 - 뉴욕의 여신
현경 지음 / 열림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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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내가 나를 구원해야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거야 - 현경

 

 

 

10여 년 전 후배에게 자신에게 큰 감동을 준책이라고 해서 꼭 한번 읽어보라는 추천으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을 통해 그녀가 말하는 아름다움의 구원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감동적인 책이 모두에게 같은 감동을 줄 수 없다는 너무나 상투적인 결말을 얻었다.

 

 

 

중국 유학을 오랫동안 하는 도중 읽은 그녀에게는 저자의 삶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을 했었는지 많은 공통점을 찾았던 것 같다. 저자는 이화대학교에서 7년 정도 교수로 있다 유니언 대학으로 종신 교수직 자리를 제안 받았고 운명처럼 뉴욕으로 날아가 그곳으로 삶의 터전을 바꾸었다. 누군가에게는 꿈의 도시며, 누군가에게는 총격이 난무한 무법의 도시, 뉴욕에서 못 찾으면 그 어떤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말처럼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있다는 그 화려하지만 고독한 도시에서 그녀가 얻은 사랑과 공감의 장은 상당히 흥미롭긴 했다.

 

 

 

이 책은 2002년에 출판 되었고 이후 10년 만에 다시 개정판이 나왔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요즘은 어디 그런가? 1년도 지나지 않아, 아닌 한 달도 안돼서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다. 너무 빠른 시대에 살다보니 그것을 따라 간다는 것이 벅찬 현재이다. 그렇게 미디어의 발달로 세상은 매일 강산의 일부분을 바꾸며 살아가고 있다. 어제 얘기 했던 사항이 오늘은 중요하지 않게 되는 요즘이라고 할까?

분명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읽었다면 더 큰 감동이 있었겠지만 지금의 그녀의 상황이 사실 많이 놀랍지는 않다. 그녀가 뉴욕에서 처음 만난 예쁜 남자가 게이이고, 또 사랑에 빠질것 같은 의사 또한 동성애자였다는 것이 그때는 놀라웠겠지만 요즘 같아선 흔하진 않지만 아주 없진 않은 일이기도 하다. 당시엔 논란이 되었던 것들은 이제는 논란의 중심에서 조금 멀어져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서문에 모두가 이 책을 내지 말라고 말랐다는 부분에서 그 시대에는 수긍이 됐지만 지금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일이 됐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지만 그 밑에 깔린 기본적인 선입견은 많이 사라지지 않았다.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어떤 부분은 인정하지만 지금은 달라진 시대에 책 서문의 호들갑스러움이 불편했다. 이 책을 왜 출판하지 말라고 말렸지? 그녀가 책을 출판한다고 했을때 주변에서는 그녀에게 책 출판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아직은 이른 시기이니 이런 얘기는 하지 말라고 했다던가. 더 큰 난관을 뚫고 살아갔던 사람들의 책을 많이 읽어서 그랬는지 나는 그녀의 이 삶이 그저 부러운 일상으로 읽혔다. 미안하지만 그녀의 삶이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오랫동안 공부 할 수 있었던 환경과 그녀를 지지 했던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로 하여금 그녀는 큰 기운을 받아 히말라야 수도원에 찾아가 영적 순례를 할 수 있는 용기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강한 여자는 아름다운 남자를 사랑한다” 249쪽

 

 

 

강한 여자가 아니라도 아름다운 남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 의미에서는 어떤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호감 가졌던 남자들이 하필 이성애자가 아닌 동성애자였지만 그녀는 그들을 사랑했었던 모든 순간을 떠 올리며 이런 얘길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마음을 움직일 아름다운 사람들을 찾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말은 내 속에 잠들어 있는 자아를 깨워 상처받은 자신을 치유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닐까. 그녀가 이 책을 통해 말하려고 했던 어떤 부분은 이런 얘기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녀가 신학을 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종교적인 행사와 마인드들이 책 속에 녹아 있는데 사실 나는 그런 부분이 불편했다. 구원이라는 말도 그렇다. 구원이라는 말도 종교적 색채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내 삶이 누군가에게 그 어떤 것에게도 구원 받길 원하지 않는다. 나를 이끌며 지탱시킬 것은 오로지 나 스스로에게 향한 응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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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이훈구 지음 / 이야기(자음과모음)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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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를 괴물로 만들었나[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 이훈구]

 

 

올해 1월 친모와 계부, 그리고 이부동생까지 살인을 한 사건이 일어났었다. 목적은 오로지 친모의 돈 때문이었다. 빚에 허덕이던 그를 구원해줄 사람은 친모밖에 없었지만, 그의 맘처럼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친모를 죽이고 그 돈을 가로채는 것이었고, 결국 그는 가족을 죽인 존속 살인범이자 폐륜아가 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떠 오른 오랜 사건이 있었다.

 

 

 

2000년 부모를 토막 살해한 엽기적인 사건이 일이 났었다. 부모를 살해한 사람은 명문대를 다니고 있던 둘째 아들 이은석 이었다. 군 제대를 하고 온 이십대 중반의 중산층 가정의 둘째 아들은 왜 그의 부모를 잔인하게 살인을 했을까? 용인 살인사건처럼 그는 도박이나 부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주변에서는 너무도 얌전한 아이라는 평가를 받은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부모를 죽일 만큼, 그것도 11개의 토막으로 나눠 시체를 여기 저기 버리고 정도의 분노를 만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심리학자인 이훈구가 그의 방대한 양의 일기와 그와 인터뷰를 하고 그의 형과 지인들을 통해 살인을 한 이은석 심리상태를 좀 더 알아보려고 했다.

 

 

 

먼저 그가 태어나기 전인 이은석의 부모님의 환경을 살펴보았다. 이은석 어머니는 이화여대를 나온 부잣집 외동딸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집안에 돈이 있어 그 시절에 피아노도 배우며 부족함 없이 사란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보다 훨씬 더 능력 있는 남자를 원했고, 성공하고 싶어 했다. 그녀가 고른 남자는 해군 사관학교 출신인 엘리트 장교였다. 비록 나이가 열 살이나 차이가 나더라도 원대한 꿈을 이뤄줄 사람은 그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권위적인 군인 출신의 남편은 더 이상 진급하지 못했고 과묵하기만 했던 집안은 늘 냉소적이었다. 무엇보다 군인 출신이다 보니 지방 발령이 많았고 함께 같이 사는 날도 얼마 없었다고 했다. 그런 집안에서 자란 이은석은 늘 형과 비교가 되는 삶을 살았다. 그의 부모는 사랑보다는 혹독한 질책을 하였고, 관심보다는 원망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작은 일에도 이은석모는 히스테리를 부렸으며 모든 스트레스를 그에게 풀었다. 고성이 오갔던 집안에서 이은석은 주눅 들었고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지 못했다. 그는 어머니의 이중적인 성격에 힘들어 했다.

 

 

 

워낙 키가 작고 외소하며 내성적인 그는 학교생활도 행복하지 않았다. 종교 생활을 하던 때에 만났던 누나나 동기 친구를 좋아하는 감정을 갖는 것까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표현할 마음을 배우지 못했다. 가족에게도 그런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작은 키의 열등감이 있지만 그는 자신이 가진 소신에 자부심이 많은 아이였고 그것으로 친구들과 싸움이 있었다. 친구들은 그를 잘난 척 하는 친구라고 생각하며 그를 따돌렸고 이은석은 학교에서 혼자가 되었다. 군대에 가서는 우유부단한 태도로 자신의 아래 병사에게도 무시와 조롱을 받았다. 자신의 물건이 없어지는 일을 겪어도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감당하면서 군대 생활이 끝이 나기를 기다렸다. 그런 괴로움과 고단한 생활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하게 희망을 주었던 것은 영화였다. 영화만이 그의 지루한 일상을 바꿔 줄 수 있었다. 하루에 서너 편씩 영화를 보고 그 영화를 기록했다. 영화가 그의 유일한 안식처이며 위로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것은 매체에 불과 했다. 그래도 그를 위로한 것이 있기에 마음의 지옥에서 벗어 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그가 살인을 저지른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도화선이 된 것은 그의 형의 독립에서 시작됐다. 그의 부모가 그의 형의 명의로 아파트를 마련해주면서 형은 답답한 집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그가 마음의 응어리를 표출하기 시작한 것은 형이 독립을 한 것이 아니라 형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자신의 명의로 대출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나중 인터뷰에서 혹시 이 시간이 살인이 된 시발점이 되지 않아나 물었지만 그는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은석의 감정이 극대화 된 것은 이때부터로 보였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당했던 부모의 학대에 대해 이야기 했었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쏟아졌던 모진 말과 멸시에 상처를 받았던 일들을 얘기 했지만 그의 부모는 그의 아픔을 모른척했고 인정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일을 들춰 얘기하는 옹졸한 인간으로 치부했다. 작은 키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이 받은 학대에 있었다고 생각하며 상처 받은 마음을 위로 받고 싶었지만 부모는 그를 위로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딱 한 마디, 미안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 했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동안 받은 상처를 얘기 했을 때 그에게 미안하다고 말 한마디만 했어도, 이런 비극은 없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그 한 마디는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이은석의 사건은 우리 사회와 현대 문명의 치부를 한꺼번에 터트린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한 대학생의 용서할 수 없는 패륜, 반사회적 행동, 비뚤어진 성격으로 귀인하고 이 사건을 서둘러 망각하려 한다면 우리는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섬뜩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사건은 앞으로 계속 발생할 수도 있다. "(246~7쪽)

 

 

그의 형은 동생의 살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얘기를 했었다. 그가 받아 왔던 정신적 학대에 일부분은 인정해줬던 부분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행동을 모두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책을 읽으며 왜 형과 함께 독립을 꿈꿔보지 못했는지 의문이었다. 어린 나이도 아닐 테니 가출이라도 한번 해보지 않았나 궁금했다. 부모의 정신적 학대에서 벗어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택해 봤으면 어땠을까? 그의 좋은 학벌로 과외라도 해서 돈을 벌어 자립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의 그의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까. 언젠가 세상 밖으로 나올 그가 마음의 치유를 다 끝내고 나오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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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언어 -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의 힘
양정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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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필요한 소통의 언어 [세상을 바꾸는 언어- 양정철]

 

 

그는 양정철로 태어나서 한때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관으로 살며 오로지 노무현으로 살았고, 이후 문재인 후보시절 문재인의 말과 글로 살았다. 그리고 다시 양정철로 살아가기 위해 외국에서 떠돌고 있다. 북콘서트에서 그는 문 대통령이 퇴임하시는 날까지 절대로 정치적 행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 있으면서 '비선실세' 따위 억측이나 오해를 받기 싫어 떠났다. 그간 아는 지인들이 있는 나라들을 떠돌며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해보니 안타깝기도 했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됐는데, 얼마나 옆에서 더 많이 함께 하고 싶을까.

 

 

 

그는 참여정부와 대선을 치루면서 민주주의 시대를 함께 걸었고 그것들을 통해 우리에게 사라졌던 혹은 변형되거나 오해가 있는 '언어 민주주의'를 얘기 했다. 그 언어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언어]가 되길 희망했다.

 

 

 

우리가 쓰는 말 중에는 일본어에 길들여진 일본어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특이 '~의'라는 조사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어의 'の'의 변형으로 쓰지 않아도 될 말을 자주 쓰고 있다고 한다. 이 부분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도 나온다. 문장 잘 쓰기 중 특히 일본어 조사 'の' 피하기가 있다. 이 부분은 양정철의 [세상의 바꾸는 언어]에서도 쓰지 않아도 될 일본어 조사를 빼고 더 깔끔한 말을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차별적 용어가 돼버린 '지방'이라는 말 대신 '지역'이라는 단어를 쓰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왔다. '지방'은 '중앙'과의 관계에서 수직적 공간 개념이지만, '지역'은 모든 공간에서 수평적이고 가치중립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또 '지역'은 모든 공간의 독립적 개념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39쪽)

 

 

언어 속에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차별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중에 하나인 '지방'이라는 단어도 그렇다. 오래전 대학 때 방학이면 고향으로 내려가는 친구들에게 한 동기가 "지방 언제 내려가"라고 물었다가 한 동기와 크게 싸웠던 기억이 난다. 부산에 살고 있었던 동기였는데, 부산에 와보고 얘기하라며 서울 토박이인 동기에게 불쾌한 감정을 보였다. 오래전 어렸던 그 동기가 아무생각 없이 표현한 그 언어 안에서도 우리가 의식적으로 서울 이외의 지역을 지방으로 여기고, 지방은 서울보다 낙후 된 곳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사회 시간에 아무리 공부를 하며 지역마다 얼마나 많은 인구가 살며 경제적으로 큰 부분을 담당 하고 있다고 해도 서울을 벗어난 지역은 그냥 '지방'으로 치부했을 수도 있다.

 

 

간혹 식당에서 종업원을 아랫사람 부리듯이 반찬을 가져다 달라는 손님들을 본다. 숟가락을 들다가도 그 사람의 얼굴을 한번 보게 된다. 무례하게 구는 그의 태도를 보면서 약한 자에게 강한 사람으로 남길 원하는 것일까. 그가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그의 인성을 보게 된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 [아마도 싫은 사람]에서도 종업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남자 친구를 보면서 결혼 생각을 미루게 되는 부분이 있다. 약자들에 강자로 남으려는 그들의 언어는 늘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언어에는 소통이라는 것이 담겨 있지 않다. 책에도 이런 부분을 안내하고 있다. "당신에게는 친절하지만 웨이터에게 무례한사람은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의 언어를 관찰하면 우리가 어떤 이들을 만나고 그들과 더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많은 정치인들이 지도자를 꿈꾼다. 나는 그분들이 언어능력부터 다듬기를 소망한다. 섬김의 말, 겸손의 말, 어법에 맞는 말을 훈련해야 한다." (218쪽)

 

 

그가 정치권에 오래 있어서 정치적으로 이 책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잘못 쓰고 있는 언어들을 수정해주며 더 좋은 말로 거듭나길 원하고 있다. 또한 그 언어를 통해 더 많은 소통의 시간을 갖고 성숙한 민주주의가 꽃피길 기대한다. 서로를 배려하는 언어들로 차별되지 않고 평등의 언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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