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그릇을 깼다.
2년전 이사오면서 텔레비전을 3만원에 지인에게 넘기고 왔다. 티비 없는 생활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는 것은 유투브 시청때문이었다. 주말에도 핸드폰으로 유투브를 놓치지 않고 보며 살고 있다. 그래서 뭘 쓰고 싶어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할까
그래서 새해 주문한 책들은 공부를 위한 책들이었다. 물론 지금 단 한 장도 펼쳐 보지 않았다. 새 학년이 시작도 안했으니 아직 안 봐도 된다며 밀어두었던 지난 게으름이 이제 와서 고쳐졌을 리가 없다.
설거지를 하다 접시를 와장창 깨졌다. 다리는 다치지 않았고 손도 무사했다. 하필 정초부터 이게 뭐람...이라고 생각하다가 분명 액댐일거야 스스로 위로를 했는데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가 불편함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역시 접시를 깨지 않았다면 이런 얘길 내가 들었을까. 그 얘기를 듣지 않았다면 저녁이 되는 이 시간까지 내가 기분 나빠하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아니다, 접시는 내가 잘못 놓았기 때문에 떨어졌고 깨졌을 뿐이라고, 그건 나의 설거지 순서가 잘못 된 것이니 이건 액댐도 아니고 별거 아니다. 나이 한 살을 더 먹었으니 이런일에 마음 다치는 일을 만들지 말자. 하지만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고 쉽게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오겠는가.
책을 읽는다고 오늘의 서글픈 마음이 쉽게 가시지 않겠지만 책을 또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려 본다. 책이 주는 위로를 위해 유투브도 줄여보자, 올해는 뭐든 이뤄내 보자.
깨진 접시는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접시가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가...그렇게 위로하며 또 한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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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간절곶에서 맞이한 새해는 내가 커다란 기쁨을 주었다.
뭐든, 올해는 꼭 이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