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이의 유랑투쟁기 - 자발적 가난과 사회적 실천의 여정
박성수 지음 / 한티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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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가난과 사회적 실천의 여정 -둥글이의 유랑 투쟁기_ 박성수

 

유랑이라는 단어로 책을 선택했다. 나는 정착하지 않고 떠도는 여행을 원했던 적이 많아 늘 유랑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뛰었다. 그런 생각으로 선택한 책이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소개된 책이었다는 것은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고, 저자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이 선택한 것은 오로지 유랑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세계 일주를 했던 블로거들의 여행 기록쯤으로 알고 선택한 책이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당혹스러웠다.

 

 

2006년 8월 31일을 시작으로 그는 이 책이 출판된 2014년 동안 계속 전국을 돌며 환경 운동을 하고 있는 환경 운동가이다. 책에서는 종료 시점이 2017년 까지 였는데 그의 이런 저런 법적 투쟁으로 17년까지는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오랜 기간 동안 그는 온 나라를 누비며 떠돌아 다녔다. 비가와도 눈이 와도 더운 여름날에도 그는 텐트 속에서 잠을 청하고 그를 거부하지 않는 화장실에서 몸을 씻고 밥을 해 먹으며 아이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었다. 그가 배낭을 꾸려 전국을 떠 돌때 많은 이들은 왜 꼭 유랑을 통해서 환경 운동을 해야 하는지 물었었다. 환경 단체를 꾸려 아이들을 찾아도 되는 일이고 인터넷 발달로 훨씬 많은 매체를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 돌아다니는 일은 고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상이 나에게 가하는 미묘한 강제를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유랑의 형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실제로 나는 유랑을 하면서 그간 붕어빵 같은 삶에서 나를 경주마로 만들어왔던 우열감과 불안, 상실감과 공허의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만큼 움츠려 있던 내 존재가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P8

 

 

정착이 주는 안락함을 벗어버리고 척박한 현실인 길거리 노숙과 다름없는 공원에서 혹은 조금 넓은 공터에서 때로는 학교 운동장에서 텐트 하나로 잠을 자고 240여 개의 지자체를 돌며 초등학생들에게 기후변화방지 캠페인을 하고 있는 그의 삶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런 일을 한다고 누가 그에게 잘했다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거기다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환경 관련 프린트는 모두 그의 사비로 만들어 지고 있었다. 그가 만들어 놓은 환경 프린터는 정말 쉽게 그림도 그려져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지구 기후 변호로 인한 것들이기 때문에 지구를 보호해야 하며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쏟아야 하는지 그려져 있다. 이것은 그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이것을 받아든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공감을 했다고 한다. 물론 간혹 그의 이런 행동을 못마땅해 하고 싫어하는 사람들로 인해 욕을 먹거나 저지당했던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터에 쳐진 그의 텐트로 날아든 돌덩이로 위험에 처한 적도 있었다. 대부분은 위험을 인지하고 그곳을 떠났겠지만 그는 돌덩이를 던진 사람을 찾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그의 팸플릿 솜씨로 100퍼센트 검거율을 자랑한다. 그는 자신에게 돌을 던지 아이들을 찾아 "돌을 던지겠다면 숨지 말고 정면으로 던지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말했다. 너희가 하는 행동들에는 늘 책임이 따르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줬다. 때로는 학교 운동장에 친 텐트를 보며 학교 수위 아저씨가 찾아와 정중하게 나가 달라는 말에 그는 기분 좋게 예의 바른 모습으로 쫓겨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절대 기분 나빠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사려 깊은 거절은 그저 감사하며 받아 들인가.

 

 

외롭고 고달픈 유랑 생활을 하며 친구도 못 만나고 가족과도 함께 있지 못하고 언제 쫓겨날지 모를 불안한 생활을 하면서도 그가 아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진짜 진심은 무엇일까?

 

"내가 이리 돌아다니면서 얻으려고 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끝없는 인간의 욕망으로 파괴되고 있는 세상 속에서 낮은 자로 살아가며, 기본적인 생리 작용(의식주)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이제껏 잘못 살아 온 나 자신을 허물어뜨리고, 내 온전한 인간적 원형을 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현대사회에 적응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 속에 어우러져서가 아니라, 한 발 떨어져서 봄으로써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면모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다." P284

 

 

길을 떠돌며 많은 이들에게 수 없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다고 누가 알아줘요? 하지만 그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했고, 그것을 실천했다. 그의 유랑이 끝이 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를 맞아줄 집이 있지 않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의 마음이 모두 전달되어 그의 고단한 유랑이 끝이 나길 원한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끝이 나는 것 같지 않다. 그가 만들어 놓은 카페에 가보니 그는 환경문제에서 이제는 사람답게 살아갈 세상을 위해 더 많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얼마 전 이재용 재판 결과에 분괴하여 법원을 찾아가 개사료를 뿌리고 왔다. 물론 그의 개사료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일로 그는 재판도 받아야 했고 교도소에 갔다 온 일도 있었다. 몇 년을 길거리 노숙과 다름없는 일을 한 그가 아니었던가, 단지 아이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알려 주기 위해서. 그 어떤 자신의 사리사욕 없이 오로지 세상을 향한 순수한 그의 전달을 받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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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권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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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내가 만나는 그 경계선 _ [파트릭 모디아노- 지평]


 

 

그는 모든 첫 만남은 상처라는 말이 어느 책에 쓰여 있었는지 기억해내려 애썼으나 헛수고였다 _ p28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골목길 어귀마다 종종 있었던 레코드 가게를 지나다 문득 비라도 만나 잠시 머물때, 추억을 같이 공유했던 그 음악이 나오면 한동안 집으로 향하지 못했다. 그런 경험은 나에게만 특별한 것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 함께 즐겼던 어떤 사물을 만나게 되면 적적한 마음에 추억이라는 샘이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같이 공유했던 것들이 자리 잡지 않더라도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해서 마음을 어지럽힐 때도 있다.


 

어느 날 보스망스는 자신의 젊은 날의 기억들을 떠 올려 보았다. 그에게도 왜 이제 와서 지난 40여년이 지난 그 일을 떠 올렸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희미해진 기억들 속에 자리 잡은 얼굴들도 왜 자신의 기억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지 그도 알지 못하는 일이었다. 기억 속에 머물며 희미한 그림을 다시 맞춰 보려 애쓴 것은 어쩌면 40여년전에 헤어진 마르가레트를 기억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닯아 있는 두 사람의 가장 큰 공통점은 사랑받지 못한 가장에 있었다는 것이다. 보스망스는 어머니의 학대 속에서 자랐고 이후 돈을 갈취당하면서 살았다. 마르가레트 역시 어머니와 절연하고 따뜻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여자였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그들의 불운한 가정으로 인해 두 사람은 매우 불안한 모습으로 성인이 되었고 주변인과의 만남 또한 그랬다. 서로가 마음의 한쪽 다리를 절며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했던 것인지 몰라도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다. 어쩜 이것이 두 사람에게 있었던 첫 만남의 상처는 아니었을까.

 

책속에서 나는 마르가레트라는 여자를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정말 어떤 여자였을까? 의문의 남자에게 추적을 당하며 그와 맞서지 않고 자신이 살 수 있는 방법은 다시 독일로 도망가는 것이라며 기차를 타고 훌쩍 떠나버렸다. 그리고 이후 그녀의 생존 소식은 보스망스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그녀가 정말로 독일행 기차를 타고 떠났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불안은 보스망스를 떠난다고 해서 혹은 독일행 기차를 타고 독일에 도착했다고 해서 끝이 났을까? 끝없이 펼쳐지는 그 지평 속에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겠다는 그녀의 그 말처럼 자신을 사랑해 줄 그 어떤 다른 사람과 끝나지 않는 그 미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존재는 알 수 없는 그저 보이지 않는 끝에 놓여 있는 것 같다.



 

“그는 생의 한 교차로에, 보다 정확하게는 미래를 향해 도약할 수 있는 한 경계에 도달한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그의 머릿속에 그 단어가 떠올랐다. 미래. 그리고 또 하나의 단어, 지평. 그 시절의 저녁, 그 구역의 조용하고 텅 빈 거리들은 모두 미래와 지평으로 통하는 탈주로였다.” P91

 

베를린, 어느 서점에 있을지도 모를 그녀를 만나기까지 소설이 끝나는 부분에서는 나는 그저 그들의 만남이 어느 세월의 한 조각으로 그냥 남아 있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쁘지 않을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스망스는 저녁까지 열려 있는 그 서점으로 발길을 돌려 그녀의 생존을 확인했을지도 모르겠다. 부디 그들에게 펼쳐진 그 지평의 끝에 서로 맞닿아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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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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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이렇게 3장으로 이뤄진 이 책속에서는 주인공 영혜의 말은 들을 수 없었다. 모두 그녀를 보는 제 3자의 시선뿐이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영혜의 남편의 시선으로, ‘몽고반점’은 영혜의 언니 인혜의 남편의 시선, 그리고 ‘나무불꽃’은 영혜의 언니 인혜의 시선이었다. 단지 꿈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학적으로 변해가는 영혜의 채식주의에 대한 강박증, 그리고 ‘몽고반점’에서는 좀처럼 그녀의 행동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것은 채식주의자에 있었던 부분도 마찬가지 이었다. 더 이상 육식을 하지 않겠다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모인 가족들중 어느 한명도 그녀의 이상한 고집이라고 생각하고 그녀의 얘기를 제대로 들어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도 가족에게 심각하게 얘기하지 않는다. 속옷을 입지 않고 블라우스를 입고 부부동반 모임에 나가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만 먹으며 앉아 있는 그녀는 고집이 강하거나 강박관념이 심한 사람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그녀를 이해 할 수 있는 통로는 어떤 것일까.





 

그녀를 억지로 고기를 먹이겠다는 가족들의 그 성화도 결국 그녀를 꺾지 못했다. 그녀의 몸은 오로지 순수한 것들, 피 비린내가 나지 않는 순한 것들만 들어 올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좋아 했다. 가슴은 그 어떤 것도 해치지 않는다고 했다. 살육을 해야만 먹을 수 있는 육식을 거부 하는 그녀에겐 그 어떤 것도 죽이지 않는 가슴이 소중했다. 억지로 고기를 먹이지 않았다면 그녀는 고기를 거부하기 위해 과도로 손목을 긋지 않았을 테고, 이런 그녀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 이혼하지도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녀가 그토록 원하는 채식만으로 그 어떤 것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며 살아 갈 수 있었을까.

 

운명이 나에게 찾아오는 것 같지만, 어찌 보면 운명이라는 것이 내가 만들어 놓은 덫에 걸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봤다. 그녀의 채식으로 인한 운명은 이미 꼬일 대로 꼬여 남편과의 관계를 틀어지게 했고, 혼자 있는 처제를 걱정하다 그녀의 엉덩이에 아직도 남아 있다는 몽고반점이 궁금했겠지만 그것을 비디오로 담을 생각은 형부로서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편이 있는 그녀에게 그렇게 쉽게 갈 수 있었을까? 물론, 자신의 아트를 위해선 위약을 벗어던지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 많아 그가 그런 가능성을 떨쳐 버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면 영혜의 언니 인혜 또한 힘들게 아들을 홀로 키워 내며 정신병원에 있는 동생도 돌보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모두 영혜가 만들어 놓은 운명의 덫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런 운명을 그녀가 원했을까?

 

나무불꽃에서 영혜는 나무 형상처럼 말라갔다. 물기 하나 없이 바짝 마른 늙은 나무처럼 그녀는 점점 말라갔고, 나무처럼 되고 싶어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제 나를 포기하라는 의사표시 같다. 나는 이제 나무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며, 그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는 자연으로 남길 원하는 그녀는 이제는 채식이 아니라 모든 음식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정신병원에서도 그녀를 더 이상 손쓰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거식증이 계속 되고 있으며 무생물처럼 살아가길 원했는지 자신에게 생명을 불어 넣는 것들을 모두 거부했다.



 

이것이 인혜의 말처럼 모두 꿈이었으면 영혜는 좋을까? 모든 것을 부정하듯 숨이 넘어갈 듯 피를 토하는 동생을 보는 그녀는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었을 것이다. 꿈이라면 그녀가 새벽녘 숲길을 걸어 동생이 머문 정신병원에 가지 않아도 됐을 것이고 간신히 숨이 남아 있는 동생을 보며 그동안 자신에게 일어났던 악몽 같은 시간을 떠올리지 않아도 됐을 일이다. 매번 지옥 같은 감정이 치밀어 오를 때면 대부분 사람들은 이것이 꿈이었길 바란다. 그녀에게도 그런 순간이 온 것이다.

 

 

 

<소년이 온다.>를 통해 나는 한강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5.18 민주항쟁을 가지고 소설을 쓴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임철우의 <봄날>을 읽으면서도 얼마나 눈물을 흘렸던가. 계속 시간이 지나도 그 얘기를 해줘야 하는 사람이 필요하고, 시대가 그것을 그대로 옮기기에는 작가 자신에게 큰 위험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 참 불행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소년과 5.18을 엮어 놓았다. 계속해서 이런 작업을 해 주는 작가들이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고마웠다. 그런 부분에서 나는 한강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동안 밀어 놓았던 그녀의 작품을 만나기 시작했다. 사실 주인공의 마음을 공감해 주기가 너무 어려웠다. 영혜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공감은 해주고 싶었는데, 그 공감도 사실 너무 괴리감이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너무 고지식한 것일까. 주인공 영혜보다 그녀로 인해 가정이 파괴됐지만 혈육이라는 이유로 그녀를 돌보고 있는 인혜에게 훨씬 많은 측은지심이 발동하고, 그녀를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든다.

 

구급차 안에서 영혜의 삶이 끝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인혜의 삶은 현재진행중이다. 아직도 살아가야 할 시간이 많은 인혜를 더 위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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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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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 나이에 어떤 일을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사강이 이 소설을 쓸 시대를 생각하면 결혼도 하지 않은 서른아홉의 폴이 실내 장식가로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당찬 여자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그녀도 그녀의 애인 로제만 곁에 있으면 한없이 나약한 여자가 되고 만다. 자유연애를 꿈꾸는 로제는 폴과의 사랑이 절대적이지 않다.



그는 때론 기분에 맞춰 젊은 여자와의 하룻밤이 특별하지도 않다. 지 기분 내키는 대로 사는 나쁜 남자의 정석이라고 할까. 그런데 폴은 그를 사랑함에 있어서는 동화 속에 나온 공주들과 다를 게 없다. 나른한 연애를 깨워줄 마법의 주문을 가진 왕자가 나타나야 할 것 같았다. 그런 폴에게 나타난 시몽은 그녀가 살고 있는 동화속의 액자 안으로 들어간다. 폴을 사랑하는 시몽은 그녀에게 적극적인 사랑을 표현하지만 나이차이가 나는 시몽과의 사이에서 늘 갈등을 겪는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문득 나이든 사강의 모습이 떠오른다.


공부 안하기로 유명한 사강이 19시에 쓴 소설 “슬픔이여, 안녕”이 그해 비평가 상을 받으면서 엄청난 부를 지니게 되었다. 너무 어린 시절 성공을 거둔 그녀의 중년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그녀의 “슬픔이여 안녕”의 주인공은 17세였고, 그것을 쓸 때 그녀의 나이는 19세였다. 그녀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작품을 쓴다고 했으니 경험이 많지 않았던 19세의 그녀의 소설은 당연히 그녀의 17세가 녹아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생각해 보면 서른아홉의 폴은 분명 사강의 세월을 녹아 넣었던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책을 읽었는데 사실 이 소설은 그녀의 나이 24살 때 쓴 소설이다. 이 소설을 쓰기 전에 그녀는 고통사고로 차가 전복되어 머리에 중상을 입고 3일간의 의식 불명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 그 이후 이 소설을 쓰게 되었으니 그녀는 자신의 혼돈의 시대를 시간여행자로 미리 다녀 온 것은 아니었을까.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었고, 알코올과 마약, 도박 중독으로 그녀의 노년은 정말 궁핍한 삶이었다고 했다. 마치 모든 사랑을 다 잃어가는 폴처럼 그녀는 쓸쓸 했을 것이다. 하지만 폴은 아직 젊고 젊은 시몽이 있지 않는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아니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특히 여기서 점 세 개가 중요하다고 한다.)는 당시 브람스를 즐겨 듣는 프랑스인들이 없었기 때문에 물음표가 아닌 권유 형으로 받아들여진다.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상대방에게 꼭 같은 감정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권하는 느낌. 브람스를 좋아해보세요. 폴은 그녀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시몽을 보며 연상의 여인을 좋아했던 브람스를 떠 올렸다. 브람스는 열네 살이나 연상이었던 클라라 슈만을 평생 동안 연정의 마음을 품지 않았던가.



폴은 브람스를 떠 올리면 시몽이 자연적으로 그려졌을 것이다. 젊은 시몽을 떠나보내기로 한 그녀가 시들해진 로제와의 사랑을 계속 가기로 선택한 부분은 어쩌면 시몽의 젊음을 계속 가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평생 연정의 마음을 품고 살아갔던 브람스처럼 시몽을 두지 않았던 그녀가 시몽의 뒤를 보며 했던 “시몽, 나는 늙었어. 늙은 것 같아......”의 대사에 그녀가 선택한 현실의 타협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코카인 소지로 인해 기소된 그녀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얘기 했다. 그녀가 그녀를 덜 파괴하고 살았다면 훨씬 더 많은 그녀의 다양한 작품을 만났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아쉽지만, 참 멋진 대사를 하며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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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활비를 출금해야해서 오늘 토요일인데도 은행에가서 atm기로 돈을 인출했다.
혹시 몰라 늘 펑일에 갔는데 오늘은 한국서 가져온 유로를 다 써서 인출해야만 했다.

500유로 인출하려니까 360만 가능하다고 뜨기에 알았다고 확인 버튼을 누르니 돈은 안나오고
카드만 나왔다.
이상해서 서 있다가 다음 사람에게 양보하니 그 사람도 안된다며 다른곳으로 갔다.
나는 그냥 기계가 이상 있나봐 하고 집에 와서 혹시나 하고 인터넷 뱅킹 어플을 와이파이 잡아 확인했더니 돈이 출금되었다.


ㅠㅠ 내돈 50만원.
급하게 은행으로 가봤더니 안됐던 그 기계에서 돈을 뽑는 사람들을 봤다.

아 미치겠다.
토요일이라 은행 직원은 없고
영수증도 나오지않아
나의 이 사실을 확인 시켜줄 사람이 없다.
독일인들은 이런것에 얄짤없다던데 미치겠다.
울고 싶다. 500유로가 아니라 360유로인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난 진짜 왜이럴까

유랑 카페를 막 알아보니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찾았는데 돈을 다시 받을수 있더라도 한달이 넘게 혹은 석달도 걸린단다.


제발.
착하게 있다가 귀국할테니
내 현금을 돌려주세요. 오늘 이렇게 종교도 없는 나는 계속 기도했다. 내일부터 수업에 들어가야해서 오늘 공부해야 하는데 지금 열받고 속상해서 잠이 안온다.
월요일에 좋은 꿈 꿔서 로또 사라고 한국에 얘기 하고 기다렸더니 꽝이란다.
로또 꽝이었으니 제발 인출된 내 돈은 돌려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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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7-07-02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꼭 찾을 수 있기를 한국에서도 간절히 바랍니다.

오후즈음 2017-07-04 06: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ㅠㅠ

oren 2017-07-0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 없는 기계가 사람 잡더라고요.
3년 전에 벨기에 갔다가 ‘주차 정산 시스템‘한테 붙잡혀서 몇 시간 동안 진땀 흘린 거 생각하면 아직도 진땀 나요.. 아무리 제대로 절차를 밟아도 정산이 안 되고, 차 뺄려는 사람들은 연신 밀려들고 말이지요...

오후즈음 2017-07-04 06:58   좋아요 0 | URL
정말 식은땀 나는 일이셨겠네요. 저도 이놈의 기계 때문에 정말 사람 잡네요...

cyrus 2017-07-0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난감한 상황이군요. 타지에서 돈이나 지갑을 잃어버리면 얼마나 마음이 아찔한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돈이 무사히 되돌아오길 바랍니다.

오후즈음 2017-07-04 06:59   좋아요 0 | URL
긍정적인 대답을 받았습니다. ㅠㅠ 계좌로 송금 되기전까지는 아직 안심은 안되네요. 으휴.....못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