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고양이는 없다 -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여기까지 왔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 3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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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타냥이 죽고 말았다.  

 

길고양이가 가장 많이 당하는 로드킬이 아니다. 쥐 잡겠다고 놓은 약을 먹고 죽은 것도 아니다. 나이가 있으니 더더욱 자연사는 더 아니다. 그렇다면 달타냥이 왜 죽었을까?

시골하면 떠오르는 정겹고 정감 있고 정이 넘쳐날 것 같은 그곳은 길고양이들에게는 정이 없다. 어쩌면 도시 사람들보다 더 정이 없는 곳이다.  

 

땅을 파고 용변을 보는 고양이의 습성 때문에 간혹 상추씨를 심어 놓은 밭에 고양이들이 땅을 파헤칠 때가 있고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고 해서 작가가 살고 있는 그곳에서는 쥐약을 놓고 있다고 한다. 그 쥐약을 쥐를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길고양이들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것 때문에 봉달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봉달이와 냇가를 활보하며 뛰놀던 덩달이는 봉달이를 보내고 혼자서 무더운 여름을 감옥 아닌 철창에서 보내게 됐다. 주인은 왜 덩달이를 철장에 가뒀을까 많이 미웠던 부분이었는데 문득 달타냥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어서 그랬을까?

 

 

사람들은 길 고양이가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농작물의 조금의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면 바로 쥐약을 놓았다. 그리고 이상한 밥을 먹은 고양이들은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구름씨(작가의 집)네도 오지 않았다. 올 수 없었다.

그래서 마을회관에 간혹 달타냥의 할머니가 들릴 때마다 고양이를 풀어 놓지 말라고 했다. 달타냥은 할머니가 마을회관을 갈 때마다 할머니를 지켜주는 개처럼 할머니의 산책길을 같이 걸었던 궁극의 고양이었다. 어떻게 저런 고양이가 있을 수 있나 싶은 그런 산책을 할 수 있는 고양이었는데 사람들 눈에는 그것이 싫었던 모양이다. 결국 할머니는 달타냥이 집에 있을 수 있게 묶어 놓는다는 것이 올무가 되어 달타냥을 질식사로 죽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길고양이도 아닌 집 고양이까지 묶어 놓으라며 할머니를 몰아세우지만 않았어도 달타냥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의 마지막 이야기 <나쁜 고양이는 없다>에서는 정겨웠던 고양이들의 이별소식이 너무 많았다. 물론 그 전에도 바람이의 이별 때문에 한참을 울었던 적도 있었는데 작가의 마지막 동네 길고양이의 만남을 다룬 마지막 책에서는 사람의 이기적인 마음들이 한없이 야속하기만 하다. 내 것 조금만 나눠주고 자연에서 길러진 것들 조금만 줬으면 참 좋겠는데 그게 이렇게 힘든 일인 것일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쓰레기나 뒤지고 인간의 음식이나 훔치는 도둑고양이 취급을 한다. 길고양이 세계에도 의리가 있고, 우정이 있으며, 인간 못지않은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그건 분명하게 존재하는 사실이고, 부정할 수 없는 길고양이의 세계이다.: P85

 

 

"고양이가 여러 번 파헤쳐놓았어도 작년에 우리 집은 상추가 남아서 결국엔 밭에서 웃자라 버렸다. 고추도 남아돌았다. 설령 소출이 줄어서 몇 포기 손해 봤다고 치자. 그게 고양이를 죽일 만큼 엄청난 일인가? 어쩌다 시솔의 정과 인심이 이렇게 각박해졌을까?"P237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일은 많은 것을 참아야 하는 일일 것이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법이란 어쩌면 인간이 배려 심을 통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P364) 

 

 

"누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았다. 육남매 아기 고양이를 위해 몇 번이고 꽁치를 물어 나르던 여울이, 임신을 하고도 아랫배 동생들과 주변 고양이들에게 늘 구박받던 여울이. 그래도 꿋꿋하게 새끼를 낳아 건강하게 키워냈던 여울이. 늘 밝은 표정으로 묘생을 살던 여울이. 오래전 봉달이가 살아 있을 때 자주 함께 어울렸던 성격 좋은 고양이.“71P

이런 여울이도 누군가의 배려를 받지 못하고 고양이를 잡기 위해 놓은 쥐약을 먹고 고양이별로 돌아갔다. 고양이의 목숨은 오이 한 개, 살 한 톨, 고추 한 개보다 못한 목숨이 되었을까.

 

 

작가의 긴 노고를 통해 세권의 책이 나왔다. 그 마지막 책은 가장 가슴 아픈 시리즈의 종결이었다. 책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캣맘들 많던데 캣맘이 아닌 나도 가슴이 아련하고 아프다.

어두운 골목을 지날 때 음식물 쓰레기 속에서 빛나고 있는 고양이를 미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길고양이들은 살아도 3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했다. 짧은 생을 살아가는 그들을 위해 간혹 눈인사를 못해도 돌멩이는 던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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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하는 책읽기 - 나를 다독여주고 보듬어주세요
서유경 지음 / 리더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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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어느 하루는 황량한 사막에 서 있는 것 같다. 존재감 없는 어느 날은 더욱더 아무리 걸어도 그늘 하나 없는 사막 고비에 서서 해도 지지 않는 하루만 맞이하는 것 같다. 밤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고 백야도 아닌 백야를 맞아 온 몸을 태우며 서 있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날. 그 때는 그늘보다 눈부신 현실을 잠시 가려줄 작은 손짓이라도 필요하다. 그것이 함께 나눌 수 없는 부재된 공감일지라도 그 순간을 위로 받았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어떤 이는 긴 시간이나 짧은 시간을 통한 여행으로 치유를 할 수 있고,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치유 할 수 있다는 말처럼 상처받은 사람들과 멀어져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을 통해 상처를 보듬고 치유 받는 방법들을 찾는다.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명제를 놓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결론을 맞아 눈물 흘렸던 20대의 어느 날 나는 그 시간을 공유했던 음악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치유 받았다. 그리고 길거나 짧은 문장을 통해 울고 웃으며 힐링 받았다. 그런 이유에서 <치유하는 책읽기>는 당신이 혹시 상처 받았다면, 치유를 통한 마음을 회복하고 싶다면, 혹은 새로운 사랑을 단단하게 하고 싶다면 다시 한 번 읽어 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보통은 하루 길게는 삼일정도 책을 나눠서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참 오랫동안 읽었다.

7개의 chapter로 나눠져 있는 책속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한국 문학이 자리 잡고 있다. 그간 알려졌던 문학 고전이 주를 이루지 않고 김훈부터 김애란, 황정은, 이은조 신인 소설가부터 이재니의 시까지 그녀의 에세이와 함께 적절한 대목들의 얘기들 속에 문학의 얘기들이 길잡이를 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던 이유는 책속의 나오는 소설들을 다시 마주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그녀의 방대한 독서는 한국 문학을 건너뛰며 읽은 나에게 추가 목록을 넣어준다. 읽고 싶었지만 어떤 책에 밀려 주문을 해 놓고 읽지 못한 책이라던가, 책이 출판 된걸 알았지만 지나치고 말았던 책들이 소개되고 부분 발췌 글이 소개 될 때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져서 집에 있는 책이 있다면 찾아서 그 부분을 읽어야 했다. 물론 소장하지 않은 책들은 따로 구매를 한 책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책들도 많다.  

 

부지런 하지 못한 독서라서 늘 책장에 쌓아두기만 한 책들을 다시 펼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줬다. 그래서 <치유하는 책읽기>는 더욱더 오랫동안 읽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닫고 잊고 있던 나의 잃어버린 상실감속의 사람들이 지나갔다.

편중된 책 읽기 때문에 끌리지 않는 작가의 책은 보지 않을 때가 많았던 독서였는데 이 책을 통해 김형경의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녀의 오랜 소설 <세월>을 읽으며 그녀의 삶을 너무 고스란히 담아 놓아서 안쓰러웠다가 비슷한 그녀의 처지를 비관하는 소설을 읽고 자신의 인생을 팔며 글을 쓰는 그녀의 글이 싫었다. 그래서 그녀의 신간은 관심이 없었다가 <꽃피는 고래>에 대한 부분을 발췌를 읽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나에게도 딱 맞는 제목 때문이었다. 우리는 상실을 통해 어른이 된다는 것. 어쩜 우리는 상실과 치유를 통해 과거와 헤어지며 현재를 살아가는 것일 테니 그 상실을 겁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게는 비가 오는 날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비가 오면 나약하고 초라한 자신을 가려줄 우산을 쓰고 나가면 빗속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녀에게는 그녀의 아픈 모습을 가려줄 우산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녀를 보듬어줄 위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런 그녀에게도 어쩜 글속의 위로들이 찾아와 빗속을 함께 걸어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녀의 얘기들은 상실감이 많다. 그중에 가장 심하게 요동치며 공감했던 부분은 지인들의 연락처를 옮기며 사라지는 몇몇 번호들의 상실감을 얘기한 부분이다. 회사에서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로 핸드폰을 바꾸면서 나는 일 년에 한 번도 연락이 닿지 않는 지인들의 번호를 과감하게 옮기지 않았다. 물론 일 년에 연락 한번 못하는 동창 녀석들도 있다. 그들의 번호는 그대로 옮겨 놓았다. 어쩌면 연락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연락이 닿지 않아도 인연의 끈을 놓고 싶지 않은 순서에서 밀려난 이들의 번호가 사라졌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녀가 옮겨 놓은 구절이 마음에 들었다가 깜짝 놀랄 때도 있다. 사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인생>은 어떤 책갈피를 만들지도 못하고 단번에 읽어버린 책이라 어린 주인공이 물을 끓여 먹는 과정을 말하면서 살아가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며 주인공의 대견스러움을 말한다.

 

 

나는 주인공의 상황만 이해하며 읽었던 부분을 그녀는 그런 사소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대견함을 찾아내고 안쓰러워해 주고 위로해주고 있다. 그렇게 똑같은 상황에 놓은 우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 받을 것이다.

책속에 참 많은 책이 담겨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부터 이름을 들어도 잘 모르는 신인 작가까지 참 많은 작품들 속에 수많은 감정들을 꺼내 놓았다. 참 부지런한 독서가 아니라면 이런 책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작가의 끝임 없는 독서와 다신의 성찰, 감성의 치유까지 고루 스며있는 얘기들이다.

책을 읽으며 간혹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분명 그녀 또한 책을 통한 마음의 치유를 했을 것이다. 지금은 또 어떤 책으로 치유의 과정에 있을까. 문득 지금 내 앞에 놓인 책을 들여다본다. 그 속에서 나는 잃어버린 나의 기억을 치유 받을 수 있을까. 혹시 책을 통한 치유가 되지 않는다고 한들, 현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책속의 세상으로 잠시 나를 던져 놓고 그 시간을 즐기면 될 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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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30 0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엔 읽었으나 내것이 아닌 책. 그러나 두고 보고 싶은 작가들의 책들을 구입하는 걸..목표로..하고 있어요. 아마도 신간들보다는 묵은책들이 제 구매리스트가 될테지요. 책욕심은 갖지말자 했었는데...
얼마나 산다고..앞으로 인생에 있어 자녀에게 물려줄것이라면 차라리 책들이 가득한 내 공간을 주자..싶어서..그 망설임은 버리기로 합니다. 저보다는. 앞으로 제 딸이 사는데 치유의 시간들을 책들과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바라면서요.
감사히 읽고갑니다.

오후즈음 2015-01-30 12:31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습니다. 정말로 책은 좀 줄이자...우선 산 책을 다 읽고 사자 했지만,
책을 사는 즐거움이 저의 삶의 즐거움중에 몇개 안되는 즐거움이더라구요.

그 즐거움을 포기 하지 말자며, 책을 계속 사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많이 읽자로 ^^
그장소님 또한 따님과 함께 꾸려 나갈 책이라고 생각하시고 더 멋진책 많이 들이시길!

2015-01-30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후즈음 2015-01-30 12:32   좋아요 1 | URL
ㅋ 제가 블로그에만 서평을 쓰고 알라딘으로 옮기지 않은 서평이 너무 많더라구요.
그래서 소개 하고 싶은 책은 옮기려고 했는데, 아 글쎄...자목련님 책을 알라딘에 안 옮겼더라구요!! 이럴수가 ㅋㅋ
조만간 예스24, 인터파크도 옮겨서 알려 놓겠습니다. ^^
 
탄탄동 사거리 만복전파사 반달문고 33
김려령 지음, 조승연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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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를 알게 되고 그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당장 구매 버튼을 눌렀다. 요즘은 하루면 오는 배송이지만 그 시간도 참 기나긴 시간이었던 작가의 신작. 그런 독자를 알고 있는 작가의 마음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막상 받아 놓고 읽어 본 책이 기존에 좋아했던 작품보다 뭔가 구성이 밋밋하고 인물의 활력이 부족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 작가의 믿음은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그 변하지 않는 믿음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완득이>에 빠져서 좋아하게 된 작가 김려령이 내게 그런 작가중의 하나다. 완득이의 묘사에 어쩌면 이렇게 재미난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일까. 또 등장한 인물들의 인성은 하나같이 착한가. 그런 착한 인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심성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소설가 김려령보다 인간 김려령을 더 기대하며 좋아 했던것 같다.

 

최근에 내 놓은 <너를 봤어>를 그간 써온 청소년 소설이나 동화가 아닌 성인 소설이라고 말해야 할 장르라고 본다면 그녀의 최초의 성인 소설이 아닐까 싶은 그 작품을 읽고 나는 적잖이 실망했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고운 심성이 변질되거나 바뀌지는 않았다고는 생각한다. 작품의 주인공은 그녀의 마음속을 투영했을 것이고 표현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다시 그녀가 잘 쓰는 아이들을 위한 얘기로 돌아왔다. 이것은 뭐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고 그녀는 또다시 <너를 봤어>같은 작품을 준비 중일 수 있겠지만. <탄탄동 사거리 만복 전파사>의 책은 초등 3,4학년 권장이라고 쓰여 있다. 아동 도서다. 사실 아동 도서라고 생각 못하고 구입했다. 김려령 이니까, 구입 완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읽는 동안 아동 도서였지만 만복 전파사라는 공간을 떠 올리며 아련한 나의 동네를 생각해본 기회가 되었다. 그 작은 골목을 지났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고, 그때 만났던 친구들과 그 분식집들이 떠올랐다.

 

지금은 “전파사”라는 간판을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전자 제품을 파는 회사마다 서비스가 좋아지다 보니 이제는 가전제품 고장이 나면 전파사가 아니라 서비스 센터를 부르거나 물건을 보내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은 “전파사”라는 단어가 생소한 아이들이겠지만 내 나이대의 사람들은 “전파사”가 어떤 곳인지 아니 이 단어 하나로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고 할까.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전파사, 그 전파사를 하고 있는 주인공 순주는 어쩌면 전파사를 알 고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을까. 오래된 건물이 헐리지 않는다면 어쩌면 승주네 집은 계속 탄탄동에서 전파사를 하고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세월의 흔적이 승주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승주네 식구를 옮겨 가길 원했다. 넉넉한 집안이 아닌 순주네가 선택한 것은 시골의 어느 별장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오래된 승주네 “만복 전파사”는 어느 시골 별장으로 이사를 가면서 벌어지는 두 개의 판타지가 이 동화속의 가장 큰 주된 이야기다.

 

시골 별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순주와 진주가 별장 굴뚝으로 들어가면서 만나게 된 산타 마을의 산타와 건물에 부딪혀서 부러진 뿔을 단 사슴을 만난다. 전파사에 찾아와 고쳐 달라고 왔던 물건들처럼 그곳의 대부분의 물건들은 고장이 났거나 고물들이다. 마치 이사 온 순주의 아버지가 이곳을 찾아가 내가 다 고치겠다고 생각할 만큼 엄청난 양이다. 산타 할아버지는 그 고물을 고쳐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에게 선물로 나눠 준다고 하는 이 엉뚱한 발상은 그동안 순자 아버지가 고쳤던 물건들은 새롭게 만들어 내서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간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지금은 집을 찾아도 나오지 않는 카세트가 순주네 전파사에는 많았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유동에게 줬지만 요즘 아이들처럼 좋아하지 않았다. 닌텐도나 MP3를 줬으면 좋아했을까? 하긴 이젠 이것들도 대부분 스마트 폰이 해결하기 때문에 이 두 개의 제품도 추억의 물건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에플사에서도 아이팟 클래식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하니 이제 더 이상 아이팟 클래식을 새롭게 만날 수는 없을 것이다.

 

순주네 전파사에 많은 것 중 제일 예쁜 노랑 카세트를 가지고 유동을 만나고 고장난 시계 때문에 자린고비를 만나게 되는 또 판타지 얘기는 그 시대에 없을 카세트 녹음 시스템으로 인해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냈다.

 

두 이야기는 배품에 대한 얘기가 있다. 산타는 아이들을 위해 고물로 변한 물건을 고쳐 크리스마스때 선물로 나눠주고, 자린고비 할아버지는 한돌이라는 기특한 손자로 인해 마음의 큰 빗장을 내려놓고 마을 사람들에게 환갑날 잔치를 열며 음식을 나눠준다.

만복 전파사도 마지막 모습이 그랬다. 쓸 만한 물건들을 모두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시골 별정으로 떠나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요즘 누군가에게 친절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자신의 지위를 휘두르는 일이 너무 많다. 그런 일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아이들이 주변을 대하는 배려 없는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 들일까하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지금의 어른이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아가야 할 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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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22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오후즈님 글을 읽으며 어쩌면 저와 비슷한 세대를 지나고 계시지 않나 생각해봤어요 전파상 이나 만물상 노란카세트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단어였거든요 작가에 대한 무한 믿음과 신뢰로 김려령 작가님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오후즈음 2015-01-23 14:25   좋아요 0 | URL
앗! 해피북님 저와 비슷한 나이?? 아님 세대?? 좋아요. ㅋㅋ 비슷한 시대를 함께 공유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행복하네요 ^^
 
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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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에게 떠나 있던 때는 봄이었노라>



 

사람은 자신에게 얼마나 진실 된 것일까. 내가 알고 있는 기억이 나의 온전한 기억은 맞는 것일까. 언젠가 본 홍상수 영화의 <오! 수정>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어떤 하나의 진실과 상황은 모두 나의 기준에 의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었던 그 장면은 나에게 맞게 혹은 나에게 유리하게 바뀌어 기록되어 저장될 수 있음을 기억하며 살아야하는데 간혹 내가 본 , 내가 느낀 이 전부라는 생각으로 타인이 말했던 것을 부정하는 일은 없었나 반성하게 됐었다.

물론 그것은 그때의 반성으로만 지나칠 뿐 더 달라지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에 더 이상의 성찰이 되지 않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유년시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스릴러 드라마를 본 후 며칠 밤을 잠을 자지 못했던 기억으로 남겨 있었던 작가 에거사 크리스티는930년에서부터 1956년까지 필명으로 총 여섯 권의 장편 소설을 썼다. 그녀가 필명으로 쓴 이 여섯 권의 작품 중 <봄에 나는 없었다>를 읽고 나면 그녀의 나머지 작품은 안 읽을 수 없을 것 같다.

 


영국부인 조앤, 그녀는 모든 것이 평화로웠고 아늑했다. 그녀를 위해 애써주는 자상한 변호사 남편. 공부도 잘하고 자기 일은 알아서 잘하는 기특한 아이들. 평온한 집안에서 그녀는 부유한 부인일 뿐이었다. 이것은 그저 조앤이 생각하는 자신의 표면적인 모습일 뿐이었다. 그녀의 딸의 병간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그만 바그다드에 발목이 묶이고 만다. 그녀가 출발해야 할 기차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풍족하게 자랐던 그녀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날들의 시작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의 기대, 책 한권이면 집으로 올 시간은 충분히 버티겠지 생각했지만 문제가 생긴 기차 때문에 그녀가 읽을 책은 더 이상 없었다. 사막에 불어대는 모래바람처럼 마음의 공허했고 어지러웠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모래바람만 그렇게 불었던 것이 아니었다. 우연치 않게 만났던 조앤의 친구를 통해 그녀는 바람 뒤에 헝클어져 있는 자신의 모습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문득 그녀는 애써 품지 않았던 의문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한다. 고립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지나간 날들을 떠 올려 보기 마련일까. 그녀는 문득 자신이 딸의 병간호를 하기위해 떠나려 했을 때 자신의 남편 로드니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 로드니는 왜 기차가 역을 떠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을까?” P76

 

그녀는 로드니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걸음을 서둘러 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태운 기차가 역을 빠져나가는 광경을 차마 지켜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것이 자신의 남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그녀는 상상으로 자신의 입장에 맞게 남편의 행동을 맞춰보려 애쓰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조앤은 그저 소란스러운 삶이 싫었을 수 있다. 그래서 농장을 가꾸며 농사를 짓고 싶은 남편에게 변호사로 남아 살아가길 원했고, 남편은 어쩔 수 없이 조앤의 바람대로 살아갔다. 그것 때문에 로드니는 모든 생활이 반짝이지 않았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변호사인 아버지덕에 윤택한 삶을 살았지만 뭐든 자신의 기준대로 행동해주길 원했던 조앤, 엄마로 인해 자유가 없었고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앤은 부유하고 쾌적하고 윤택한 첫째의 사위와 집안이 마음에 들었고 그것으로 그녀의 지난 시간이 흡족했다. 하지만 그런 엄마를 피해 멀리 시집을 간 딸도 있고, 자신을 위로한 진짜 친구가 옆에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조앤이 피하고 싶었던 것들은 그저 눈감고 이것은 진짜가 아니리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었다.

 

누군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네 모습이 진짜가 아니라고 말해준다면 그것을 어떻게 믿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조앤도 그렇다. 그녀는 좀처럼 자신을 발견하는 모습에서 절대로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다. 모래 바람이 일고 희뿌옇게 보이는 진짜의 모습에 눈 감아 버리는 것이다.

 

마지막 엔딩에서 화들짝 놀라게 하는 반전은 그런 것이다. 조앤은 그냥, 조앤으로 남는 것이다. 그녀의 쓸쓸한 모습이 불쌍하면서도 안타까웠다. 마치 어느 날 내가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면 나도 그녀처럼 모른척하면서 보지 않을 있겠다는 생각. 한 영화의 장면들처럼 타인이 기억하는 그 장면에 어쩌면 내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나는 얼마나 소중하게 나를 무장하면서 나를 변명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녀가 한동안 떠 올렸다가 지웠던 그 말, 그 봄에 나는 없었다는 그 말이 어쩌면 나에게도 찾아올지 몰라 두려워진다.


 

그동안 스릴러 작가였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장편에 홀딱 반했다. 여섯 편중에 한편이 이런 퀼리티라니. 여섯 편중에 세편이나 나와 있으니 조만간 여섯 권은 다 만나 볼 수 있겠다. 이렇게 멋진 여자였다니. 놀랍고 부럽고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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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1-0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좋았어요. 나머지 두 권도 역시 좋구요. 빨리 다 출간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어린 시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때문에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후즈음 2015-01-10 23:19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나온 세권이 다 좋다는 평에 나머지 두권을 질렀습니다. ㅠㅠ
어린시절 그 드라마는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밤에 잠을 못잤던 며칠을 보냈다가 가끔 사실...지금도 좀 생각나면 소름이...ㅋㅋ 호러물을 싫어해서 말이죠..제가는 참 힘들었던 기억이네요. 같은 기억을 가지고 계시다니 좋네요 ㅋㅋ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김호영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지인들에게 책을 잘 빌려주지 않는다. 물론 잘 빌려 읽지도 않는다. 오로지 내 소유의 책이어야 하며 내가 소장하고 있어야한다. 그런 이유가 생긴 것은 책을 읽을 때 간혹 줄을 치며 읽을 때가 생기면 줄을 치고 싶어 곤란한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빌려서 읽기보다는 사서 읽고 있는데 내가 산책을 잘 빌려주지 않지만 간혹 빌려주는 책 중에 가장 빈번하게 지인들이 집에 놀러와 가지고 가서 돌려주지 않는 책은 장 자끄 상뻬의 책들이다. 집에 놀러 와서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읽겠다고 가져가고 서로 잊고 있다가 다시 읽기위해 찾다보면 지인들과 멀어져 있어서 책 때문에 연락하기 곤란한 상황이 되면 결국 다시 한권을 샀다.

그런데 며칠 전 내게 장 자끄 상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가 3권이나 돌아왔다. 돌아 왔다기 보다는 지인들과 오랜만에 만났고 그들이 잊고 있던 책들을 우연치 않게 가지고 왔는데 그것이 모두 다 똑같은 책이었다.



테이블에 놓인 책을 보면서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다시 만나게 된 두 소년이 내게 다가온 느낌이다. 




평범하다는 말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두 아이가 있다. 한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고 한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를 한다. 멀리서오는 두 아이의 모습만 보더라도 누군지 대번에 알 수 있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누군가 곁에 있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얼굴이 빨개져야 할 때는 정작 빨개지지 않는 마르슬랭은 왜 얼굴이 빨개지는지 그리고 언제까지 이런 얼굴로 살아야 할지 모른 채 사람들에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여름 태양에 검게 그을린 모습으로 있는 사람들과 함께일 때가 가장 좋다는 마르슬랭 까이유.

감기 증상이 없는데도 감기에 걸린 것처럼 재채기를 하는 르네 리토는 바이올린도 잘 켜고 훌륭한 학생이었지만 그도 혼자였다.

마르슬랭이나 리토가 대견한 생각이 드는 것은 그들의 어떤 다름을 괴로워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인다는 것이고 우정이라는 것이 서로 교감에서 오는 소통을 그냥 이해해 준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까이유는 재채기를 하는 리토에게 감기에 걸렸냐는 말을 하지 않고 리토의 재채기가 멋있다고 생각하고 리토는 멋진 얼굴색으로 변한다고 까이유의 빨개지는 얼굴을 좋아한다. 아무 이유 없이 빨개지는 얼굴을 가진 친구가 멋있고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재채기를 하는 친구가 귀찮지 않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 따뜻한 다독임은 무엇일까. 



내게는 유독 땀을 많이 흘리는 친구가 있다. 친구는 늘 허덕였다. 손수건을 두장 이상씩 가지고 다니며 땀을 닦았고, 땀에 젖은 셔츠가 민망하기 때문에 늘 짙은 색의 옷은 입지 않고 흰색의 블라우스나 티셔츠 차림으로만 밖을 나왔다. 이것도 이유가 있을때나 나오는 것이고 여름이 되면 밖을 거의 출입을 하지 않으려하고 술집이나 커피를 마시러 갈 때도 남들이 춥다고 피하는 에어컨 바로 앞에 자리를 하고 숨이 헐떡이면서 앉아 있다. 가끔은 더운 여름날 우리 또한 더위에 힘들어 선풍기 앞에 앉으려고 하면 좀처럼 자리를 내주지 않는 친구 때문에 여름에는 그 친구만 빼고 몇 번 남녀가 만나는 모임을 가진 적도 있었고 여행을 간적도 있었다. 우리는 그 친구의 허덕임이 버거웠던 날들이 많았다. 문득 까이유와 리토를 생각해보니 그 두 친구들이었다면 더위에 허덕이며 땀을 흘리는, 여름이 아니라 겨울에도 땀을 많이 흘리는 친구와 어떻게 지냈을까. 



리토의 이사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그들은 서로의 특별한 부분으로 알아보고 만나게 되는 과정의 장면에서는 가슴이 찡하다. 어쩌면 지금은 자주 연락이 안 되는 그 친구가 어느 날 추운 겨울날 지하철을 타며 덥다고 계속 부채질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반가운 인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사실, 삶이란 대개는 그런 식으로 지나가는 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연히 한 친구를 만나고, 매우 기뻐하며, 몇 가지 계획들도 세운다. 그리고 다신 만나지 못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기 때문이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며,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이다. 혹은 다른 수많은 이유들로. 


그러나 마르슬랭과 르네는 다시 만났다. (110P)”



서로 핸드폰 번호가 여러 번 바뀌면서 만나지 못하고 있는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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