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시선, 문화의 기억 서강학술총서 103
이재원 지음 / 서강대학교출판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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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프랑스 제국주의 비판인가?

많은 사람들이 ‘제국주의(Imperialism)‘ 하면, 세계사 시간에 배우는 19세기 시대의 서구 열강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현재도 제국주의가 존재한다고 얘기한다면, 그 말부터 의심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위 19세기 제국주의 열강은 알지만, 그 제국주의 열강이 20세기와 21세기에 들어서 다른 국가들에게 했던 일에 대해선 상당히 무지하기 때문이다. 대영제국이라 불리기도 하는 영국을 한번 보자. 많은 사람들이 대영제국이라는 말은 알지만, 정작 그 대영제국이 20세기와 21세기에 했던 일에 대해선 잘 모른다.

예를 들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라는 출처 불명의 명언 주인공으로 알려진 처칠이 인도와 케냐 그리고 말레이시아 등에서 식민지를 유지하려는 전쟁을 벌인 장본인이었고, 그리스 내전의 책임자 중 한 사람인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영국이 21세기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리비아에서 부당한 침략전쟁을 벌인 사실에 대해 상당히 무감각한 모습을 사람들이 보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영국과 함께 세계 분할에 앞장섰던 프랑스는 어떠할까? 프랑스 또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태평양 일대에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렸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도차이나와 알제리 등에서 식민지 전쟁을 벌이다 패배했다. 또한 프랑스는 드골 정부 하에서 개발한 핵폭탄의 성능시험을 한때 자신들이 점령하게 된 식민지에서 100번이나 넘게 수중실험을 벌였고, 단연컨데 그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과 환경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도 21세기 들어 리비아에서 침략전쟁을 수행했고, 코트디부아르에서도 전쟁을 벌였다.

쉽게 말해 프랑스 제국주의라는 주제는 분명히 현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성을 가지는 주제임에도 국내에 관련연구를 다룬 저서를 찾기는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관련 연구자이자 학자인 이재원의 <제국의 시선, 문화의 기억>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책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서문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프랑스 제국주의를 다룬 저서들 중에 국내에 출간된 것들도 있다. 마르크 페로의 <식민주의 흑서>나 질 망스롱의 <프랑스 공화국 식민사 입문>이 있다. 이 책들은 프랑스 제국주의의 정복과 착취 그리고 지배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들이다.

그러나 이재원의 저서 <제국의 시선, 문화의 기억>은 이전에 국내에 번역된 책들과는 달리 프랑스 제국주의의 사회 문화적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즉, 프랑스 제국주의가 자신들의 식민지 지배를 어떻게 합리화 했고, 그런 부분들이 교육, 언론, 박물관, 일상 등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본 것이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의식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영역 중에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지점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보게되는 서구 영화들 중에 과연 그런 식민주의적 혹은 제국주의적 요소가 들어간 것이 없을까? 2000년대 중반 한국에서도 유행했던 영화 ‘300‘만 보더라도 곳곳에서 오리엔탈리즘적 요소와 미국의 대이란 정책과 이라크 전쟁을 옹호하는 부분이 많이 드러났다.

이런 문제는 비단 영화 ‘300‘만의 문제는 아니다. 1990년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디즈니 애니 라이온 킹에서도 드러난다. 아래의 책의 내용을 보자.

˝오늘날 오모 미크로(Omo micro)와 같은 세제 선전이나 정글북(The Jungle Book)과 같은 만화영화에서, 그리고 몇몇 영화에서 원숭이가 흑인을 대체하긴 했지만, 식민지적 수사는 그대로이다. 예를 들어 월트 디즈니(Walt Disney)의 영화 「라이온 킹」(1994)의 비비 원숭이 라피키(Rafiki)의 경우, 프랑스말로 더빙하면서 억양이 강한 아프리카인의 목소리를 사용했다. 반면에 아랍인은 몇몇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유머가 있고, 뤽 베송(Luc Besson)이 제작한 「택시」(1998)에서처럼 현대 도시 우화의 일종의 광대이자, 프랑스를 위해 전쟁에 참여하는 현대의 새로운 ˝원주민˝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재원, 제국의 시선 문화의 기억, 서강대학교출판부, 2017, 237~238쪽.

그렇다면 우리가 놀러가는 놀이공원과 같은 여가 시설들은 어떠할까? 그런 제국주의 혹은 식민주의적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일까? 아래 책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놀이공원의 시초‘이며 진정한 ‘환상의 세계‘였던 1931년 식민지박람회는 대중들을 초대하여 ˝하루 동안의 세계 일주˝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 이 상상으로의 여행을 통해 유럽의 ‘문명화된‘ 세계와 ‘원시적인‘ 세계의 이분법적인 사고에 의해 만들어진 꾸며낸 세계에 대한 믿음이, 항상 서양에 유리하고 불평등한 식민지적 관계의 사고방식이, 5대양에 걸쳐 1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위대한 프랑스˝라는 의식이 확산되게 되었다. 건축물과 장식의 아름다움과 장대한 정경들은 프랑스인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식민지 환상‘에 기여했던 것이다.˝

이재원, 제국의 시선 문화의 기억, 서강대학교출판부, 2017, 186~187쪽.

이러한 부분을 보았을 때, 프랑스 제국주의적 유산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본 저서가 다루는 프랑스 제국주의의 사회 문화적 측면은 중요한 주제라 할 수 있다. 책에서 상당히 흥미롭게 읽은 부분을 뽑자면, 1930년 프랑스 식민지 박람회의 인간 동물원과 사라 바트만의 이야기 그리고 반식민지 박람회와 앙리 마르탱 석방운동이다.

전자는 프랑스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을 다룬다면 후자는 프랑스 제국주의에 대항했던 움직임을 다룬다. 후자에서 보다 주목하게 되는 점은 프랑스인들의 반식민주의 투쟁이다. 특히나 앙리 마르탱 석방운동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프랑스의 제국주의 침략전쟁인 인도차이나 전쟁에 맞섰던 앙리 마르탱의 존재도 감명깊었지만, 전단지를 살포했다는 이유 때문에 감옥에 갇힌 그를 석방하기 위해 전개된 반전운동과 석방운동도 감명깊었다. 프랑스 공산당의 선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대중운동을 잘 주도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공산당의 활동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

필자는 이 책의 가치와 의의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프랑스 제국주의에 대해 학술적으로 비판한 저서를 국내에서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의 프랑스 제국주의를 보게 되니, 현재 2년이 넘게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왜 서구가 주도하는 대러제재에 동참하지 않는지 확실하게 이해가 된다.

현재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서방세계와 자유를 지키자˝고 말하는데, 이게 과거 제국주의 국가의 지배를 받은 이들에게 공감될 리가 없다. 이렇게 보자면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니제르를 포함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서구 편을 안드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아프리카를 포함한 과거 프랑스에게 식민지 지배를 당한 국가들이 현재 NATO 대 러시아의 싸움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절대로 NATO편을 안드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이면에는 프랑스 제국주의의 잔혹하고 폭력적이며 백인 우월주의적인 지배가 있었음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프랑스 제국주의의 문제는 분명히 현재성을 가진 주제다. 필자는 그런 점에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앞으로의 세계는 제국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한 세계가 되야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라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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