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에 반대한다 - 워싱턴이 벌이는 신냉전과 절멸주의에 관한 노트
데보라 베네치알레.존 로스.존 벨라미 포스터 지음, 비자이 프라샤드 엮음, 심태은.이재오. / 두번째테제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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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월이었다. 나는 국제전략센터에서 개최한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비자이 프라샤드의 북콘서트에 참가했다. 거기서 난생 처음 비자이 프라샤드를 만났고, 감명 깊은 강연을 들은 이후, 의미있는 질문을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사실 그 북콘서트는 2022년 초에 번역한 워싱턴 불렛과 그해 말에 번역한 신냉전에 반대한다관련한 북콘서트였다. 아는 페친 동지 덕분에 참가하게 된 이 북콘서트는 표지부터가 끌렸다. 신냉전에 반대한다라는 제목이 너무나도 와 닿았었다. 그 이유는 현실을 살아가는 진보좌파가 고민하고 생각해야할 주제이기 때문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다. 사실 나 또한 푸틴이 정말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리라 예상하지는 못했다. 물론 나는 이 전쟁에서 가장 나쁜 놈이 전쟁범죄를 운운하는 모습에 참으로 역겨움을 느꼈다. 왜냐하면, 미국이 어떠한 짓거리를 했는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20세기와 21세기를 통틀어 미국이 자행한 악행은 이루 헤아릴 수 가 없이 많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반공주의 망령이 아직도 살아있는 한국에서야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준 고마운 존재로 여전히 인식되지만, 미국은 자본주의와 자본가를 위해선 그 어떤 범죄도 저지를 수 있는 나라다. 물론 이러한 사실들은 한국인들 스스로가 쉽게 망각하지만, 2003년 이라크 침공만 보더라도 미국의 제국주의적 폭력성을 보여주는 사료적 근거는 밤하늘의 별만큼 많다.

 

2022년 말 국제전략센터에서 번역한 신냉전에 반대한다는 바로 이러한 미국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또 다른 소책자다. 나는 지금까지 국내에 번역된 프라샤드의 책은 갈색의 세계사를 빼놓곤 다 읽었다. 3세계의 붉은 별, 워싱턴 불렛, 물러나다는 내 서재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책들이다. 마찬가지로 신냉전에 반대한다도 내 서재에 꼭 있어야만 하는 책이다. 다만 이 책의 내용은 비자이 프라샤드가 쓰지 않았다. 프라샤드와 비슷한 역사관과 문제의식을 공유한 세 명의 전문가들이 집필했다.

 

책의 구성은 비자이 프라샤드가 쓴 서문으로 시작하여 중국 인민대학교 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이자 영국인 출신인 존 로스의 미국이 세계에서 더 많은 군사 침략 행위를 벌이는 이유라는 글로 주 내용의 첫 번째 장을 시작한다. 이탈리아 언론인이자 트리컨티넨탈 연구소 연구원인 데보라 베네치알레의 미국을 전쟁으로 이끄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미국 오리건대학교의 사회학과 명예교수이자 먼슬리 리뷰 편집장인 존 벨라미 포스터의 “21세기 생태와 평화 운동을 위한 절멸주의에 관한 노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으로 이 책이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에게 주는 것들이라는 국제전략센터의 감수글이 실려 있다.

 

책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2013년 유로마이단 당시 미국의 개입과 우크라이나 네오나치즘의 성장을 적나라하게 비판했고, 냉전 이후 21세기에 급부상한 미국의 경쟁국 중국에 대한 미국의 냉전주의적 태도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룬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과거 냉전 시기 미국의 적대국이던 소련은 미국에게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다. 반면에 현재의 중국은 미국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 조만간 중국이 미국의 경제력을 초월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나올 정도다.

 

현재 한국에 만연한 혐중정서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서유럽은 혐중정서에 빠져 있다. 미국은 항상 자유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정작 중국에 대해 다른 의견을 표출하는 학자들에 대해선 상당히 견제를 하고 있고, 소위 진보운동 단체들 또한 중국의 티베트나 위구르 문제를 통해 인권 문제를 운운하고 있는 실정이며, 중국에 대해 비호하는 발언을 한 학자나 정치인은 사회에서 철저히 매장당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자본력과 기업을 동원한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번에 신냉전에 반대한다를 읽으면서, 서구가 가진 자본력과 인터넷 장악력에 대해 생각해봤다. 생각해보니, 서구는 자신들의 경쟁상대인 중국이나 러시아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의 인터넷 파급력과 전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지적하듯이, 신냉전의 시대에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단결을 강화시키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유지함으로써, 세계적 경제 문제나 위기에 대한 큰 대안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생긴다. 미국은 궁극적으로 소련과 동유럽을 자본주의화 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냉전에서 승리했다. 냉전이 끝난 이후 미국은 소위 만만치 않은 도전자가 없던 시기를 대략 10~15년간 보냈다. 그러던 도중 다시 러시아와 중국의 견제를 받게 됐고, 2010년대 들어서면서 이러한 모습이 더욱 심화됐다. 거기다 2000년대 미국의 침략으로 시작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은 미국의 사실상 패전이나 완전한 패전으로 종결됐다.

 

책의 표현을 빌려 얘기하자면, 미국은 100여 개국을 상대로 침략하거나 군사작전을 벌였지만, 외국 정부의 침략을 받거나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나온 적이 없다는 점에서 전쟁 도발에 더욱 대담해졌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엄밀히 따져 보자면, 미국의 대담한 전쟁 도발로 인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냉전이 끝나거나 끝나갈 무렵에 태어난 세대들은 경쟁자가 없는 초강대국 미국의 모습을 봤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정치와 엘리트 계층은 몰역사적인 세계관을 가지게 되었으며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책은 강조한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현재 미국식 애국주의에 빠진 극성 네오콘들과 민주당 매파들이 딱 그러한 관점에서 국제정치를 바라본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범죄와 학살을 망각한 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아주 어이없는 짓거리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에게 있어 이러한 행위는 미국의 전쟁범죄 옹호 및 합리화라는 아주 편리하고 간단한 방어도 된다. 네오콘들은 러시아가 국제법적으로 금지된 무기들을 사용한다고 비난하지만, 정작 미국은 유로마이단 이후 돈바스 내전에서 우크라이나 네오나치 군대를 키우면서, 집속탄과 같은 국제법적으로 금지된 무기들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따라서 미국이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규탄한다는 말 자체가 속된 말로 내로남불인 셈이다.

 

또한 신냉전을 반대한다는 미국의 핵무장과 기후변화의 문제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기후문제 및 핵문제에 대한 지적은 아마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장점일 것이다. 미국이 보유한 핵폭탄의 숫자와 미국 자본이 유도하는 환경 파괴 및 기후 변화 그리고 전쟁 도발을 통한 지속적인 자연에 대한 훼손 등을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따라서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진보주의자라면, 존 벨라미 포스터의 글 “21세기 생태와 평화 운동을 위한 절멸주의에 관한 노트’”를 꼭 읽어야 할 것이다.

 

지난 학기 대학원 생활 도중에도 촘스키와 프라샤드의 대화를 다룬 물러나다를 읽었지만, 이번에도 정말 좋은 책을 읽었다. 미국과 제국주의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과 중국의 경제 및 경쟁 등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으며, 주제에 비해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다. 거기다 소책자여서 읽는데 크게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 완독할 수 있는 책이다. 그에 반해, 책에서 얻어가는 지식은 많고 값지다. 따라서 현재 통일과 평화 그리고 반전을 생각하는 진보주의자라면 이 책을 필수적으로 읽어야 한다 생각한다.

 

많은 이에게 이 책의 일독을 적극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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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dvs117 2023-08-02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엇보다 미국에 진정한 진보정당/진보언론이 없고 우익-친기업-군사력강화주의자들이 미국 정계와 언론을 지배하기 때문에 미국의 중동 침략사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극소수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