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 2 - 51개 주제로 본 우리민족 절반의 이야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 2
4.27시대연구원 지음 / 도서출판 4.27시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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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이것저것 바쁜 일이 많아서 독서를 다소 게을리한 측면이 있지만, 작년 11월에 읽었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 2권을 펼쳤다. 사실 1권을 읽은 이후 2권을 바로 읽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바쁜 일들이 많아서, 지속해서 미뤘었다. 지난번 서평에서도 언급했던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라는 존재에 막연한 오만과 편견을 가지고 있다. 북한이라는 존재는 항상 부정적으로 생각되고 평가되며 판단되어야 할 존재일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한국인들 내면에 막연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일종에 왜곡된 인식이 편견과 오만을 양산한다고 할 수 있다.

 

탈북자들을 생각해보자. 국내 종편 언론 TV조선과 채널A에서 방영하는 모란봉 클럽이나 이제는 만나러 갑시다를 보면, 북한이라는 존재는 항상 남한이라는 존재보다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전제하에서 방송을 진행한다. 이 채널들은 탈북자들을 모아서, 북한에 대해 안 좋은 얘기만 양산해내며, 북한이라는 사회는 마치 인간이 살면 안되는 쓰레기 같은 곳으로 묘사한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adio Free Asia)이 하는 주장들과 똑같다. 대개 이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열악한 배급 사정, 전력 공급이 부재 등, 절대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얘기들 뿐이다. 나는 이만갑이나 모란봉 클럽이 양산해내는 북한에 대한 관점이 과거 19세기 서구 제국주의자들이 타국을 악마화하는 수법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한국 사회에서 나오는 북한에 대한 내용들을 상당 부분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대한민국 정부의 나팔수로서, 것 잡을 수 없이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일부 탈북자들이 증언에 더더욱 비판적이다. 예를 들면, 과거 북한군의 광주학살처럼 묘사된 송림 제철소 사건은 나중에 주성하 기자가 조사해본 바로는 상당 부분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을 정도다. 송림 제철소 사건이 한국 사회에서 과장된 이유에는 일부 탈북자들의 증언 때문이었다. 따라서 나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비판적으로 보려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 1>에 이어 이번에 읽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 2>는 그런 거짓말들이 무분별하게 돌아다니는 한국 사회에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해주는 책이었다. 한국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북한의 현대사를 쉽고, 제법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이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1권이 일본이 패망하는 1945년부터 시작하여 1970년대까지를 다뤘다면, 2권은 북한에서 소위 전 사회의 주체사상화를 선포하던 1980년부터 시작하여, COVID-19가 한참이던 2021년 북한에서 개최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까지를 다룬다.

 

기존에 국내에서 출판된 북한 현대사 관련 서적들이 1950,60년대 북한 경제발전의 성과를 인정한다면, 1970, 80년대 경제에 대해선 비판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 책은 그것에 대한 반론을 담고 있다. 또한, 1956년 스탈린 격하 운동을 단행한 흐루쇼프의 수정주의와 고르바쵸프의 페레스트로이카 그리고 마오쩌둥 사후 중국의 개혁개방을 한 덩샤오핑의 모델을 비판하는 점도 책을 읽으며 눈에 들어왔던 점이다. , 이 책은 남한학계가 북한의 경제적 문제를 비판하기 위해 비교 대상으로 삼는 모델을 비판한 것이다. 국내에 나온 책들 중에 흐루쇼프의 수정주의나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비판하는 책은 찾기 힘들다. 따라서 이런 점은 제법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책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겠다.

 

남측 학계가 북의 경제건설 노선을 비판하며 비교 대상으로 삼은 당시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이른바 '글라스노스트(개방)', '페레스트로이카(개혁)' 노선은, 북의 입장에서 보면 흐루쇼프때 등장한 현대수정주의의 연장으로 외려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중단의 촉진제였다. 중국의 덩샤오핑이 내세운 이른바 '개혁ㆍ개방' 정책 역시 자본주의화를 수용한 수정주의 경향의 하나였다. 게다가 북은 미국과의 군사적 대치가 상수이다.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수정주의 확산으로 전체 사회주의진영에 악영향을 끼치고,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환경속에서 자체 역량으로 사회주의 건설을 지속해야 했던 북의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게 합리적 시각이라 하겠다.”

 

출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 2 p.24

 

중간중간에 북한의 지도자 김일성의 자서전인 <세기와 더불어> 집필 과정이나,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주체사상에 대한 소개 및 그 나름의 해석 등도 제법 볼만했다. 책은 <세기와 더불어>가 이제는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다. 국내에는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스탈린, 호치민, 마오쩌등, 아옌데, 카스트로, 체게바라 등의 자서전 및 평전은 있지만, 정작 김일성에 대한 책은 일단 검열부터 하고 본다. 물론 나는 김일성에 대한 평가가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 북한 측 입장에서 쓰인 책들을 막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극우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주장하는 민주주의적 가치에 어긋나기까지 한다. 따라서 책의 주장대로 김일성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는 자유롭게 읽혀야 한다.

 

1990년대 북한에서 겪었던 고난의 행군에 관한 서술도 흥미롭다. 물론 나는 고난의 행군 300만 명 아사설이 새빨간 거짓말임을 알고 있었지만, 책에서 체계적으로 아사자 수치를 반박하니 반가울 따름이다. 사실 고난의 행군은 너무나 끔찍한 참사였지만, 실질적인 책임은 의도적으로 경제제재를 가하여 사람들을 굶어 죽게 하여 그 나라를 망치려 했던 미국에 있다고 본다. 1932년에서 1933년 당시 소련 시기 우크라이나를 휩쓸었던 홀로도모르에 대해선, 스탈린의 학살이라 우기는 분들이, 정작 미국의 의도적인 고난의 행군 초래는 미국의 학살이 아니라고 보니 참으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책은 미국의 고립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명히 언급한다.

 

북이 1990년대 중후반기를 항일무장투쟁 때 고생이 막심했던 전투 행군에 비유한 것은 그만큼 간고했기 때문인데 난관은 "수백년래에 처음 보는 무서운 자연재해"만이 아니었다. 김 주석 서거 이후 확산된 이른바 '북 조기붕괴설'을 현실화하려 미국은 대북 봉쇄와 군사적 압박을 강화했다. 이는 소련 해체와 사회주의 시장 붕괴 이후 자본주의 나라들과의 주요 원료 및 물자 교역마저 가로막아 북의 경제난을 심화시켰다. 그런 결과로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됐다는 게 북의 설명이다.”

 

출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 2 p.129~130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 1>이 순수히 김일성 시대만을 다뤘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현대사 2>는 김정일과 김정은 시대까지 다루고 있다. 책 내용 중에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7.1 경제관리개선조치(7.1조치). 책에 따르면, 이 조치는 사회주의 원칙을 확고히 지키면서 가장 큰 실리를 얻을 수 있는 경제관리방법이라 북에서 일컫으며, 내용의 핵심은 가격조정을 통한 사회주의 분배의 현실화. 전차(버스) 요금과 쌀 값이 급상승했는데, 이에 따라 일반 인민들의 생활비도 대폭 상승시켰다. 그리고 국가에서 지급하는 생활비는 노동의 특성과 기술 수준, 생산성 등에 따라 차등지급했다고 한다. 책을 통해 7.1조치에 대해 처음 알았다.

 

그 외에도 현재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의 성장과정이나 군 생활, 그리고 김정은 시대의 여러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트럼프의 도발적인 대북 발언이나, 4.27 평화선언 그리고 북미 1,2차 회담 및 2021년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까지 현재 시점의 북한 이야기까지 다루니 흥미롭게 다가왔다. 물론 책을 재밌게 읽었지만, 책에 나온 내용을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대학시절 1,200여 편의 논문과 담화를 발표했다는 부분이나, 세습 관련 부분에 대한 입장 등이 그러하다. 그 외에도 내 생각과 상반되는 부분들은 분명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분명 2권 또한 얻어가는 점이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 책은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집필된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자칫 북한찬양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온 얘기들 중에는 우리가 북한에 대한 막연한 편견에 빠져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나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들을 알려준다. 또한, 반공주의자들이 양산한 거짓 자료에 대한 반박도 담고 있다. 한국 사회가 체제경쟁이 끝났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이러한 책의 출판과 판매의 자유를 훨씬 더 적극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말로는 체제경쟁이 끝났다고 하면서 정작, 북한 자료는 탄압하려는 이 사회 모순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번에도 북한 현대사에 대한 공부가 제법 됐다. 나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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