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 포인트 포스터, 이 포스터는 9.11 테러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제법 잘 담아낸 것 같다.)

몇 일 동안 안보던 넷플릭스 다큐인 터닝 포인트를 봤다. 지난 번에 내가 쓴 리뷰를 보면 다큐가 ˝소련 침공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본인들이 키운 탈레반에 대해 여성인권 운운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썼다. 또한 미국의 애국주의를 다소 강조하는 부분에 불편함을 느낀 것도 글에서 낱낱이 드러냈다.

나는 그러한 감정을 잠시 내려놓은 뒤, 몇 일 전 보다가 말았던 2화를 오늘 다시 봤다. 2화는 2001년 9.11 테러에 대한 얘기를 보다 광범위하게 확장한다. 9.11 테러 당시 뉴욕 현장에 있던 이들과 워싱턴 펜타곤에 있던 이들 그리고 당시 대통령이던 부시의 측근들까지로 말이다.

1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을 자랑하는 이번 편에서는 당시 9.11 테러로 인한 미국인들의 충격과 공포 그리고 분노를 보여준다. 즉 미국이 어떤 식으로 전쟁에 들어가게 됐고, 정서상 들어갈 수 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다큐는 9.11 테러를 당한 현장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지옥같은 현장으로 뛰어 들었던 사람들의 용기와 헌신을 있는 힘껏 보여준다. 군복무를 소방서에서 했던 나로서, 위험한 현장에 자발적으로 들어가 희생한 경찰과 소방관 그외 직원들의 희생정신은 당연히 공감한다. 9.11과 같은 테러 현장은 아니더라도 나 또한 생활전선에서 소방관 대원들의 극한직업을 체험해봤기에, 그들의 희생이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얘기가 9.11 테러 이후 미국의 행동과 잘못된 분노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나는 이걸 많이 강조하고 싶다. 다큐는 9.11 테러의 현장과 긴박한 상황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신속히 넘어간다. 전쟁 초기 탈레반과 내전 중이던 북부동맹은 미국의 도움을 받아 대다수의 아프가니스탄 지역을 점령했다. 여기까지가 2화의 내용이다.

나는 이 다큐가 미국에서 만든 다큐로서, 9.11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애한 것에는 크게 불만이 없다. 다만 지나친 피해자성 부각에 약간의 불만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얘기에서의 결정적인 문제점이 아직까지 크게 언급되지 않았다. 그 문제점이 뭔지는 총평에서 언급할 예정이다.

그래도 당시 미국인들의 정서가 어떤지는 제법 잘 알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이 점에서 미국인들이 1991년 걸프전쟁을 통해, 소위 베트남 증후군을 이라크 사막에다가 뭍어버렸다는 생각을 멈추지 못했다. 아무튼 베트남 전쟁에서의 교훈을 잊어버린 이들이 결국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라는 실수를 반복했음을 유의하면서 감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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