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2021년 3월 19일에 작성한 것입니다.)
러시아가 소치 동계 올림픽 준비와 개최로 바쁘던 2013년과 2014년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복잡했다. 수도 키예프를 중심으로 서우크라이나 지역에선 반러시아 시위가 확산되었고, 2014년에는 동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내전이 일어났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에서 대학교 1학년이던 나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점차 러시아와 NATO 간의 긴장 상황으로 가는 것을 직감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FPS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 시리즈의 내용이 단순히 허구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친누나와 함께 부모님이 지원해준 덕분에 대략 1달간 서유럽을 여행할 수 있었다. 여행을 하던 도중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러시아가 쏜 미사일로 인해 말레이시아 항공이 격파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샤를 드골 공항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던 나와 누나는 이런 소식을 들었기에 비행기에 오르기가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물론 무사히 귀국했으니,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점차 소식이 뜸해진 것은 중동에서 ISIS라는 테러 조직이 등장하면서 부터였던 것 같다. 그러면서 세계는 점차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심을 덜 가지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서방의 언론들은 우크라이나의 시위대를 옹호하고, 크림반도 문제에 개입했다고 알려진 러시아에 대해 비난하기 일쑤였다. 물론 이것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를 보여준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편향된 보도는 우크라이나는 착한 놈 그리고 러시아는 나쁜 놈으로 만드는 색깔 프레임을 형성했다. 당시 국제 정세를 잘 모르던 나는 이런 편향된 보도에 휩쓸러 갔던 것 같다.
2013년에서 2014년 당시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어나자 한국 언론이 보도하던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친 서방 반러시아의 흐름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않았다. 87년 민주화 이후 탄생했다던 자칭 진보 언론 한겨레에서도 우크라이나 측의 입장만 대변하는 보도들만 늘어놓았었다. 경향신문 또한 마찬가지였다. 당연하게도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동아일보 같은 어용매체들 또한 이 입장을 100% 대변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사태의 숨겨지고 혹은 알려지지 않은 진실은 무엇인가?
영화 ‘플래툰’과 ‘7월 4일생’ 그리고 ‘JFK’등으로 유명한 영화감독이자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 현대사>의 저자이기도한 올리버 스톤(Oliver Stone)은 2016년 다큐멘터리 하나를 만들었다. 그 다큐멘터리가 바로 Ukraine On Fire다. 이 다큐멘터리는 2013년부터 2014년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우크라이나 사태를 중심적으로 파헤친다. 당시 우리가 서방과 국내의 언론 매체를 통해 전파되던 우크라이나 사태의 이면에는 제국주의 국가 미국과 그 NATO의 제국주의적 패권경쟁이 존재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미국은 반러시아 시위를 지원했고, 미국과 서방의 지원은 서구 제국주의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들과 재벌 그리고 권력자들의 야합의 산물이었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친서방적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를 후원해주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내에서의 친미적인 쿠데타를 획책하기도 했으며, 러시아를 압박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이 사태를 이용했다. 유럽 연합의 통합을 지지하는 유로마이단의 시위는 즉 이런 무대에서 진행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과거부터 반소련 반공주의 그리고 반러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우크라이나인들의 대대적인 참여도 있었지만, 이것을 자신들의 패권정책으로 이용한 것은 미국이었다. 실제로 유로마이단 시위를 주도하는 이들 중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후원을 받은 이들이 많았으며, 이들은 실제로 미국정부와의 정치적인 커넥션이 강하게 있었다.
2013년 말에 시작된 유로마이단 시위는 처음에 평화적이었는데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를 거치면서 폭력적으로 변했다. 시위가 격해지면서 이를 진압하는 경찰측들의 대응이 강경해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노골적으로 폭력적인 시위를 계획했던 이들도 있었으며, 이들은 사전에 계획된 각본대로 폭력 사태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들 중 상당히 많은 이들은 네오나치와의 커넥션이 있거나 이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많았다. 즉 유로마이단 시위에서 폭력사태를 주도했던 이들은 네오나치였고, 이들은 이후 돈바스 내전이 터졌을 때,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일환으로 반군을 진압하는 군대로 활동했다.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유로마이단 시위의 희생자를 일부러 만들어내고자 했었다. 당연히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서방의 언론은 외면했고, 오직 우크라이나의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의 폭력성만 부각시켰다. 그리고 여기에는 서방의 언론 플레이가 한몫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우크라이나와 서방 그리고 나치주의자들의 커넥션은 20세기부터 있어왔던 사실을 다큐멘터리에서 강조한다. 1930년대부터 반소련적인 감정이 강했던 우크라이나는 1941년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자 침략자 독일군은 해방자로 맞이했다. 이들 중에는 나치를 환영했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가 있었는데, 스테판 반데라도 그중 하나였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민족영웅으로 미화하는 스테판 반데라는 대학살자이자 파시스트였다. 1930년대 후반부터 반소련 투쟁을 해오던 우크라이나의 극단적 민족주의자인 스테판 반데라(Stepan Bandera)는 OUN(Organization of Ukrainian Nationalists)이라는 조직을 이끌었다. 스테판 반데라와 이 조직은 나치에게 적극 협력했고, 나치의 인종정책에도 협력하여 폴란드인이나 집시 유대인을 포함한 수십만 명의 민간인을 학살하고 인종청소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특히나 스테판 반데라는 폴란드인 집단 인종청소로 악명이 높았던 인물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나고 난 뒤, 미국은 소련과 경쟁하는 이른바 냉전체제에 돌입했는데, 여기서 미국은 소련군의 진격을 피해 도망친 스테판 반데라와 그의 조직 OUN을 반공 반소련 조직으로 이용하고자 했다. 당시 독일의 뉘른베르크에선 유대인 학살을 포함한 나치의 반인륜적 범죄자들을 재판했지만, 소련과 대립하던 미국은 스테판 반데라를 포함한 OUN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의 전쟁범죄 사실을 묵과했다. 미국의 CIA로부터 지원을 받았던 이들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반공투쟁을 벌였고, 이런 반공투쟁은 195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관계를 들며 감독 올리버 스톤은 냉전시기 미국이 인도네시아와 쿠바, 칠레, 이란 등과 같은 무수히 많은 나라에서 어떠한 공작행위를 했는지를 암시해준다.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영토로 합병됐다. 크림반도가 러시아의 영토가 되었을 당시, 서방의 언론과 한국의 언론이 보였던 태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것이었다. 즉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침공했다는 것이 당시 서방과 한국 언론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러시아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을 수시간에 걸쳐 인터뷰 했던 올리버 스톤은 푸틴의 증언을 들려주는데, 푸틴의 증언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를 침공한 적이 없으며, 어떠한 총성도 어떠한 전투행위도 없었다.
거기다 크림반도의 경우 그 지역 국민의 최소 90%이상이 러시아로의 통합을 원한 결과였다. 러시아가 이 투표에 부정선거로써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으며, 크림반도는 예전부터 러시아로의 통합을 원하던 지역이었다. 일각에서는 크림반도에 러시아 해군이 있는 것을 예시로 드는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웅적인 전투가 있었던 세바스토폴은 소련 연방이 해체 된 이후에도 계속 러시아령으로 있었던 지역이었다. 즉 서방의 언론은 이러한 사실관계들을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왜곡했다는 것이다.
2014년에 시작된 돈바스 내전도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러시아가 먼저 침공한 것이 아니었다. 도네츠크를 포함한 동부 우크라이나의 경우 그 지역 국민들이 러시아로부터의 통합을 원했다. 2014년 도네츠크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사회주의 공화국과 같은 친러성향의 국가 내지는 공동체를 공식적으로 선포했는데, 우크라이나 정부가 군대를 동원하여 전투를 먼저 벌였다. 이것이 바로 돈바스 내전의 시작이었다. 즉 양측의 교전에 있어서 먼저 시작한 측은 바로 미국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였다.
그 외에도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이 90분짜리 다큐멘터리에서 우크라이나의 친미 친서방 친네오나치적 성향의 시위대가 어떠한 커넥션이 있었는지를 아주 상세하게 밝혀낸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 성향의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이 소련 연방 해체 이후 어떻게 성장했는지도 아주 명확하게 얘기한다. 이 다큐멘터리를 본 반공주의자들은 올리버 스톤을 친러시아적 빨갱이라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올리버 스톤이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유는 역사적인 사건이나 정치적인 사건의 다른 이면을 파악하고자 만든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나는 이런점에서 올리버 스톤이 정말로 훌륭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현재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어 자막을 패치한 버전이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나 또한 이 다큐멘터리를 100% 이해한 것은 아니다. 다만 70~80%는 어떠한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현재 넷플릭스에는 이 다큐멘터리와 매우 상반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다큐멘터리가 있다. 역시 넷플릭스는 반공주의에서 벗어난 작품은 잘 소개 안하려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올리버 스톤의 다큐멘터리는 나에게 단비와도 같은 상식을 알려주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그의 객관적이고 통찰력 있는 시각에 감탄했다. 영어가 좀 되는 이들에게 이 위대한 역작의 감상을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