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 - 악의 뿌리 미국이 지목한‘악의 축’그들은 왜 나쁜 나라가 되었을까?
권태훈 외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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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정권을 잡은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귀가 따가워지도록 했던 발언이 있다. 그 발언 바로 소위 반미국가들에게 ‘악의 축(Axis of Evil)’이라는 단어를 시전하는 것이었다. 조지 부시는 반미국가인 북한, 이란, 이라크를 지목하여 악의 축이라 결론을 내림과 동시에 그 나라를 대상으로 하여 각종 경제 제재를 걸었고, 더 나아가 2003년에는 이라크를 침략했다. 그렇다면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목했던 국가들은 과연 악의 축인 것일까?

책 ‘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은 “이것이 미제국주의와 지배계급이 미국 인민들과 전 세계 인민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해온 선전”이라고 반박한다. 사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것처럼 과거에도 다른 나라들을 침략하고 경제적으로 제재를 걸었었고, 현재도 진행중에 있다. 적잖은 나라들이 미국에 맞서 나름의 방식으로 제국주의에 맞서 싸웠다. 대표적으로 책에서 다룬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베트남, 북조선, 이란, 리비아가 그러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저자로 유명한 임승수 선생을 포함하여 대략 7명이서 집필한 이 책은 7개 국가의 반제국주의 투쟁과 정치체제와 경제정책 그리고 그 투쟁이 전 세계적으로 미친 여파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서술했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고립시켰던 쿠바의 사례를 먼저 보자. 미국 남부의 플로리다주에서 보일 정도로 아주 가까이 존재하는 쿠바는 콜럼버스의 약탈로 시작된 스페인의 식민지배에 맞서 독립투쟁을 전개했었다. 그러나 미서전쟁을 통하여 쿠바를 식민지배로 만든 미제국은 쿠바를 경제적으로 식민지배 했다. 그래서 20세기의 쿠바는 풀헨시오 바티스타와 같은 친미 제국주의자들은 미제국의 기업들이 쿠바를 착취하도록 도왔고, 쿠바 인민들은 값싼 사탕수수를 미국에게 바쳤다.

 

그러던 1956년 그런 미제국의 착취와 제국주의 지배에 반대하여 의식있는 82명의 젊은이들이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그란마호를 타고 쿠바에 상륙했다. 상륙하자마자 항공기의 지원을 받은 바티스타군의 포위를 받았던 그들은 대략 12명만이 살아남아 쿠바의 밀림에서 게릴라전을 전개해 나갔다. 그 게릴라전을 지휘했던 피델 카스트로와 체게바라는 민심을 잘 사로잡았다. 의대를 나온 체게바라는 마을에 사는 민간인들을 무료로 치료해줬고, 수많은 민주인사들과 정당인들 그리고 종교인과 학생운동가들까지 혁명적인 게릴라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결국 그렇게 민심을 잡은 피델 카스트로와 체게바라는 1959년 쿠바 혁명을 성공시켰다.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 그들은 미제국이 쿠바에 퍼뜨려 놓았던 악덕 자본기업들을 국유화했고, 자본주의적 착취를 종결시켰으며 무상의료 무상복지에 입각한 정책들을 실행했다. 그러자 미국은 쿠바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피그스만 침공을 벌이기도 했고, 쿠바 미사일 위기를 시작으로 쿠바 전체를 포위하여 3차 대전의 위기까지 이끌어 갔었지만, 그들은 제국주의에 굴복하지 않았다. 심지어 피델 카스트로는 미제국주의의 고립속에서도 예산 절반을 의료에 투자하기도 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그 이후에도 제국주의의 고립속에서 무상의료를 중심으로한 국가를 탄생시켰고, 1990년대 구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붕괴속에서도 무상의료를 비롯한 복지제도를 고수했다. 또한 식량 생산도 자급자족 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매우 친환경적인 시스템적 생산을 유지하며 발전해나갔다. 이것은 미국이라는 제국주의 국가의 고립속에서 쿠바가 해낸 것이다. 쿠바의 무상의료가 얼마나 대단한 시스템인지 알려주는 단편적인 예가 있다. 이는 9.11 테러 당시의 얘기인데, 9.11 테러 당시 미국의 소방관들을 치료한 것이 바로 쿠바였다. 책에 있는 내용을 인용하겠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라는 다큐멘터리에서 9.11 테러의 영웅들인 미국 소방관들이 유독물질에 따른 후유증으로 온갖 병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미국의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료보험의 폐해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 미국의 의료는 국가가 아닌 기업에서 모든 것을 통제해 값 비싼 의료보험에 들지 않으면 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치료받은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쿠바였다. 마이클 무어 감독이 이들을 직접 쿠바로 데리고 가 치료를 받게 해준 것이다.(쿠바는 외국인도 무료로 치료한다.) 병원에 입원하여 쿠바 의료인들의 정성어린 치료를 받으면서 소방관들은 눈물을 흘린다. 미국이 외면한 자신들의 병을 미국의 적국인 쿠바 의사들이 치료해준 것이다.”

 

출처: 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 p.42~43

 

이렇듯 비록 미국이나 한국보다 가난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 같은 자본주의 국가들이 도저히 해내지 못한 일이 쿠바에서는 가능하다. 이러한 쿠바의 사례를 따라 냉전의 종식 이후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맞서 21세기 사회주의를 선언했던 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가 바로 트럼프가 전복시키고자 했던 베네수엘라다.

 

2019년 당시 미제국주의자 도널드 트럼프가 우익 반혁명 분자 후안 과이도를 내세워 전복시키고자 했던 베네수엘라는 각종 사회주의적 정책을 시도했던 나라였다. 비록 미국이라는 제국주의 국가와 서방의 극심한 고립으로 인하여 현재의 경제 사정은 좋지 않지만, 베네수엘라 인민들은 신자유주의적 흐름을 거부했다.

 

니콜라스 마두로가 정권을 계승하기 이전 베네수엘라를 신자유주의로부터 방어했던 인물은 바로 우고 차베스였다. 우고 차베스는 2000년대 당시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온갖 음해와 근거없는 비난을 받았던 인물이다. 심지어 미국의 제국주의 세력들은 그를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는 망발을 일삼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그가 그만큼 미국에게는 눈앳가시와도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남미 원주민 혈통을 가지고 있는 우고 차베스는 참으로 멋있는 인물이었다. 우고 차베스가 집권하기 이전 베네수엘라는 빈곤층이 총 인구의 80%에 달하는 나라였다. 우고 차베스는 노동자가 주인인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조합장과 조장을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민주적인 협동조합을 설립하였다. 그 결과 2006년 베네수엘라에는 10만 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생겨났다. 아무튼 이런 협동조합의 증가로 1999년에 16.6%였던 실업률이 2007년 1월에는 11.1%로 감소했다.

 

또한 우고 차베스는 무상교육과 무상의료에 기반한 복지정책을 실행했다. 그 결과 베네수엘라에선 글을 배우지 못한 노인들이 무상으로 글을 배울 수 있었고, 많은 지역 학생들이 무상으로 대학에 진학하여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차베스의 무상의료 정책은 많은 부분에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무상의료 정책으로 인하여 암치료와 같은 수술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었고, MRI 치료와 같은 것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쿠바와 마찬가지로 외국인도 무상으로 치료받을 수 있게 되었다. 즉 이런 무상치료는 단순히 감기치료와 같은 간단한 치료만이 무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책에선 베네수엘라의 무상의료 혜택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 무슨 무상의료, 무상교육이냐고? 혹시 감기주사 한 방 놔주고 무상의료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남한에서는 100만 원을 줘야 받을 수 있는 MRI 진료가 공짜다. 남한에서는 200만 원이 드는 임플란트가 공짜다. 한 번 걸리면 집안이 풍비박산 날만틈 엄청난 치료비가 드는 암 치료가 베네수엘라에서는 공짜다. 놀랍게도 외국인도 공짜로 치료해준다. 앞서 얘기했듯이 필자는 2007년 1월에 비행기를 타고 직접 베네수엘라를 방문해서 이러한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에는 무상의료, 무상교육은 우리의 현실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나라보다 못 사는 베네수엘라에서 지금(2008년 기준)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베네수엘라가 가능하면 우리도 당연히 가능하지 않을까?”

출처: 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 p.65~66

 

비록 이 책 자체가 11년 전에 나와서 그 이후의 상황을 어느정도 생각하고서 봐야할 수 있겠으나, 미국과 소위 자본밖에만 모르는 자유주의자들이 내세운 신자유주의에 맞서 그러한 시험을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이 했다는 사실 만큼은 역사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 아무튼 이 책은 정말 감명깊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부분이 많은 책이다. 필자가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챕터가 쿠바와 베네수엘라였기에 대표적으로 쿠바와 베네수엘라이기에 이를 좀 더 중심적으로 얘기 했다. 그 외에도 미제국주의의 노골적인 콘트라 우익 반동 지원 맞선 니카라과 인민들의 투쟁, 미국의 침략에 맞선 베트남 전쟁에서의 민중들의 투쟁,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선 북조선의 저항, 미제국의 봉쇄에 맞선 이란 인민들의 저항 그리고 미국의 탄압에 맞선 리비아의 저항 등 필자는 아주 흥미롭게 잘 읽었다.

 

이 책을 통해 필자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소위 미국이 악의 축으로 간주하거나 침략하여 전복시키고자 했던 국가들은 절대 악의 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마지막 파트로 다룬 리비아만 보더라도 카다피 정권 시기 많은 진보적인 성과물이 있었다. 즉 미국이나 서방에서 얘기하는 것만큼 인간쓰레기 정도의 통치를 보였던 지도자는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이런 국가들에게 무자비한 폭력과 억압 그리고 경제적 고립을 통해 고통을 주었던 미국의 행위가 더더욱 비판받을만 하다. 무슨 반미하면 오히려 더 못살기에 미국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역으로 친미를 강하게 해서 경제적으로 더 힘들어진 나라들도 많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바로 그러한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있는 좌담회의 한 구절과 노엄 촘스키의 말을 인용하며 서평을 마치도록 한다.

 

“제가 베네수엘라 쪽 연구하면서 들여다보면서 놀란 게 뭐냐면 이 나라가 옛날에 꽤나 잘 살았다는 거에요. 아르헨티나도 굉장히 잘살았잖아요. 세계 4대 부국 중 하나였다던데. 우리는 남미를 되게 무시하는데 옛날에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들 많아요. 그리고 민주주의 수준도 우리보다 훨씬 높았고요. 그런데 그런 나라들이 한순간에 망하더라고요, 한 순간에. 그놈의 신자유주의 때문에요……. 제가 우려스러운 건 뭐냐면 남미가 옛날에 우리보다 훨씬 잘 살았고, 민주주의 수준이 더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IMF, FTA 같은 거 통해서 신자유주의식, 미국식 사회경제 체제가 들어가면서 쫄딱 망했거든요.”


출처: 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 p.288


“미국이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불량국가’는 이라크나 리비아가 아니라 미국 자신이다.”


-노엄 촘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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