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베트남 -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의 현장을 가다
이규봉 지음 / 푸른역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4일이나 되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이규봉 선생께서 집필한 미안해요 베트남을 읽었다. 기존에 베트남 전쟁에 대해 관심이 매우 많은 필자는 차례와 제사가 연달아 있었지만, 남는 시간에 이 책을 읽었다. 왜냐하면 필자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좀 더 자세히 공부하고,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4년 대한민국의 박정희 정부는 베트남 파병을 감행했었다. 대략 8년간의 파병 기간 동안 대한민국은 연 5만 명 이상이나 되는 병력을 유지했었고, 대략 41000명의 베트콩을 사살했으며, 전쟁 기간 동안 총 32만 명이나 되는 한국군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베트남 전쟁의 참전은 대한민국에게 있어 한국전쟁 당시 일본 못지않은 경제적인 이득을 볼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군은 대략 9000명 이상이나 되는 민간인을 학살했다. 이후 학살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베트남인들은 한국군 증오비를 설립하여 한국군의 만행을 절대로 잊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는 베트남 전쟁은 한국군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보단 경제적인 이익이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한국 사회가 베트남 전쟁에 대한 뿌리 깊은 반성을 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1960년대 베트남 파병을 감행한 박정희 정부는 베트남 전쟁 자체를 공산 침략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전쟁으로 규정했었다. 정부의 끄나풀이나 다름없는 언론들은 베트남 전쟁을 그렇게 미화했다. 그들이 그 전쟁을 반공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1975년 베트남 전쟁이 북베트남과 베트콩의 승리로 끝났을 때 나온 한국의 뉴스 보도나 박정희 정부의 긴급조치 9호에서 잘 알 수 있다.

 

아무튼 한국에게 있어 베트남 전쟁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전쟁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던 1990년대 베트남에서 유학한 구수정 박사를 비롯한 양심 있는 사람들의 활동으로 전쟁 당시 한국군 민간인 학살 문제가 이슈화되기 시작하면서, 베트남 전쟁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아주 조금이나마 있었다. 그러나 양심있는 지식인들과 학자 그리고 시민단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거 박정희가 강요했던 시각으로 베트남 전쟁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많았고,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적잖게 존재한다. 2015년 베트남 전쟁 종전 40주년에 월남 패망을 운운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에서 그 폐해를 알 수 있다.

 

이규봉 선생의 책 미안해요 베트남에 따르면 8년이라는 베트남 파병 기간 동안 한국군은 대략 9000명이나 되는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했다. 민간인 학살 대부분은 한국군이 주둔했던 꽝남 꽝응아이 그리고 빈딘 성 일대에서 일어났다. 한국군에 의한 학살로 인하여 꽝남성에서만 4000명이 학살당했다. 당시 한국군의 학살을 보면 피해자 대부분이 여자와 아이 그리고 노인들이었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학살을 저질렀던 한국군은 학살을 저지르기 전 아녀자들을 강간한 뒤 죽였다고 한다. 그때 한국군의 학살을 목격하고 윤간당한 베트남 여성들은 베트콩에 자원하며 그들과 싸우기도 했었다. 이런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은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던 미군의 미라이 학살(My Lai Massacre)과 매우 유사하다.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로 죽은 피해자들 중엔 1, 2살짜리 유아들도 적잖게 존재한다. 그렇다면 왜 한국군은 베트남 전쟁에서 이런 잔인한 짓거리를 한 걸까?

 

그것은 바로 한국군의 뿌리가 일본 군군주의에 협력한 이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책 저자는 설명한다. 책 저자인 이규봉 선생의 주장은 절대 틀리지 않았다. 이는 우리의 해방 전후사와 양민 학살사를 보면 답이 나온다. 1948년에 일어났던 제주 4.3 항쟁과 여순항쟁에서 대한민국 군경과 청년단들은 빨갱이 소탕이라는 명분하에 무고한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특히나 제주 항쟁에 경찰을 투입했던 조병옥의 제주도 전역에 휘발유를 뿌리고 모조리 죽이라는끔찍한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 군경과 우익 청년단들은 인근 마을과 산을 불태우고, 대량의 민간인들을 학살했다. 심지어 여순항쟁에선 김종원이라는 일본군 장교 출신 군인은 일본도를 가지고 민간인들의 목을 베 죽이는 것을 즐겼다.

 

더 나아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전향시키려고 만들어 놓은 보도연맹원을 최소 30만 명이나 무차별 학살했다. 1951년에 일어났던 거창 양민 학살 사건을 보면 학살 당한 사람들 대다수가 여자 노인 어린이 그리고 유아였다는 사실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과 유사성을 보인다. 따라서 베트남 전쟁에서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은 해방 후 양민학살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에서의 한국군의 잔혹성은 전쟁이 끝나고 5년 뒤인 1980년에 제대로 발휘가 되는데,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그랬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한 전두환과 노태우 그리고 하나회 일당들은 베트남 전쟁에서의 참전경력이 있었고, 광주민중항쟁에 투입된 많은 부사관과 장교들 역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경험을 쌓았던 군인들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따라서 광주민주화운동에서의 학살도 베트남 전쟁에서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과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역사적인 맥락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을 보자면 당연히 유사성이나 연관성이 있다. 이규봉 선생이 책에서 알리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이런 역사적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 민간인 학살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곳곳에 있다. 작게는 나무위키와 인터넷 블로그들을 비롯한 곳에 있고, 크게는 고엽제 전우회나 어버이 연합이라는 형식으로 존재한다. 그들은 베트남 전쟁에서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은 절대 있을 수 없고, 시민단체나 진보계열 쪽에서 주장하는 것들은 죄다 근거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들은 이규봉 선생이 집필한 미안해요 베트남또한 근거가 없다는 주장으로 일괄한다.

 

필자는 그들에게 진지하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당장이라도 편견을 버리고 이 책을 읽어보라!”라고 말이다. 나무위키, 밀덕 블로그들, 어버이 연합 그리고 고엽제 전우회 사람들은 피해자의 증언은 신빙성이 부족하다.’라고 한다. 이는 피해자의 존재와 피해사실을 부정하는 파렴치한 행위다. 그런 맥락에서 그들의 베트남 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 부정은 과거 제주 4.3항쟁에서의 민간인 학살 부정, 보도연맹 학살 부정, 광주 학살 부정, 그리고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는 논리와 하등 다를 게 없다.

 

예를 들면 베트남 피해자들이 증언이나 증오비로 남긴 내용들 중에, 탱크가 와서 시체를 짓밟았다던지, 최류탄을 뿌렸다든지 하는 내용들이 거짓이라는게 나무위키나 밀덕 사이트들의 주장인데, 이런 것들은 확실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그들이 쉽게 부정못하는 보도연맹 학살의 수치도 2000년대 진실화해조사위원회에서 진상규명하며 확실하게 밝혀졌고, 광주항쟁시기 그저 루머로만 떠돌던 전투기 폭격 계획이나 헬기 기총 소사와 같은 것들이 최근에 와서 진실로 밝혀진 사실에서 필자는 베트남 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베트남 전쟁에서의 한국군 용병 논란에 관해 얘기하자면, 필자는 한국군이 미제국주의의 용병으로써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베트남 전쟁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맥락을 공부하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책에서도 다 나오는 내용이지만, 소위 박정희 정부가 내세웠던 베트남 전쟁은 베트남 인민 입장에선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과 하등 다를게 없었다. 1차 인도차이나 전쟁 시기 프랑스가 베트남에서의 식민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꼭두각시 황제 바오다이를 내세웠다면, 베트남 전쟁에서의 미국은 공산주의를 막는다는 명분하에 반민족 친제국주의적인 응오딘지엠과 그의 사후에 정권을 잡은 남베트남의 부패한 친제국주의적인 지도자들을 내세웠다. 그해 반해 프랑스와 미국에 맞서 싸우던 호치민과 공산당 세력은 베트남의 독립을 위해 결사 항전했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았을 때, 미국이 일으킨 베트남 전쟁은 엄연한 침략전쟁이었고, 베트남 인민들은 자국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제국주의에 맞서 투쟁한 것이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박정희 정부는 그런 전쟁에서 부패한 남베트남 정권을 돕겠다는 명분으로 군대를 파병했고, 베트남 인민들 입장에서 한국군은 미국에 협력하는 용병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다 그 베트남 파병이 미국의 요청보단 우리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는 점과 국제적으로 비난받는 전쟁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박정희 정부가 보낸 군대는 미국의 용병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추석 연휴기간 동안 정말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다. 필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린 결론은 자명하다. 비록 우리가 전쟁에서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하더라도 국제적으로 환영받지 못한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전쟁이었고, 우리는 그곳에 군대를 보내어 대략 9000명이나 되는 민간인들을 학살했다. 당연히 이런 학살은 우리가 반성해야할 일이고, 우리가 베트남에게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해야한다. 일각에서는 베트남이 입을 닫자고 했기 때문에 사죄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은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을 덮자는 것이 아닌 어느정도 현실을 보고 미래를 나아가자는 뜻이다. 따라서 사죄를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과 한국군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며 서평을 마친다.

 

미국의 일방적인 침략전쟁에 우리가 참전하여 그런 짓을 저지른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합니다! 다시한번 베트남인들에게 고개 숙여 우리가 저지른 민간인 학살에 대해 깊이 사죄합니다!! 정말 죄송하고 미안해요!!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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