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난한 아이들의 신부님
소 알로이시오 지음, 박우택 옮김 / 책으로여는세상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가장 가난한 아이들의 신부님! 

  제목만으로 느낌이 확 온다. 왠지 사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우연한 기회에 난장 이벤트에 참석하게 되었고 아무런 망설임없이 신청한 책이다. 중간 중간에 들어가 있는 사진들과 수필 식으로 써 내려간 내용 때문일까? 27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의 분량이 결코 부담이 되지 않았다. 단 몇시간만에 책을 다 읽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얻게 된 감동은 몇 십년을 갈 것 같다. 

  여기 있는 형제 가운데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25:40)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다.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데이트를 즐기는 날, 가장 성(性)스러워지는 날, 술에 취한 취객이 난동을 부리고 시끌벅적한 날, 산타클로스로 대표되는 상술이 기승을 부리는 날로 그 의미가 퇴색했지만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는 나눔과 사랑이다. 아기 예수의 사랑이란 무엇인가? 낮아짐이 아닌가? 하나님과 동일한 성품과 지위를 지녔지만 스스로 이것을 포기하고 낮아져서 말 밥통에 약하디 약한 아이의 모습으로 탄생함을 기억하는 것 이것이 크리스마스이다. 말밥통에 약한 아이의 모습으로 왔다는 것이 무엇인가? 가장 낮아져서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경지 그것이 바로 말 밥통에 뉘인 아기 예수가 의미하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의 본질은 천주교냐, 개신교냐, 어느 교리 문답과 신조를 신봉하느냐가 아니라 낮아짐에 있다. 철저하게 낮아질 수 있다면, 사회의 약자 편에 설 수 있다면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훌륭하게 지키고 있다는 의이일터.  예수님은 가장 낮은 자에게 행한 것이 곧 나에게 행한 것이라 말씀하지 않으셨는가?

  한국이 지독히도 못살던 날들이 있었다고 한다. 내 나이가 아직 30초반인지라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밥투정할 때마다 할머니로부터 지겹게 들은 이야기는 예전에는 없어서 못 먹었다는 말이었다. 보릿고개가 세상에서 가장 넘기 힘든 고개였다는 말도 덤으로 들어가면서. 이렇게 지독하게도 못살았던 6.25 직후에 예수의 낮아짐을 기억하고 가난함을 자처하여 한국에 온 소 알로이시오 신부. 그이 삶을 진솔하게 기록해 놓은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릿 속에는 "너는 어떤가?"하는 질문이 맴돌았다. 과연 너는 가난을 자처하는가? 얼마나 낮아졌는가? 얼마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 되뇌어 보면서 신앙인으로서 부끄럽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가장 가난한 아이들! 지독히도 못살던 그 시절 가장 약자였던 길거리의 아이들,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사회로부터도 폭력과 무관심에 노출되어 방치된 이들, 희망마저 잃어버린 이들이 당시 사회의 가장 밑바닥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예수의 비천해짐과 낮아짐을 닮고자 했던 소 신부가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들을 위해 살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풍요로운 미국의 삶을 버리고, 난방이 너무나 잘되어 온도를 낮추기 위해 에어컨을 틀던 그곳을 버리고 찬바람과 차가운 마룻바닥으로 동상이 든 검붉은 발로 무엇을 위해, 어디를 가고자 한국에 왔을까? 가족마저 버리고 스스로 고생을 자처하는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한 길이었을까? 도대체 왜 소 신부는 그런 미련한 선택을 한 것일까? 가난한고 버림받은 아이들의 얼굴에서 예수님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사회적인 약자들 속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울고 있는 이들을 위하여 스스로 낮아지신 예수님의 삶의 방식을 따라가기 원했기 때문이 아닐까? 참 미련해 보이는 삶의 방식이지만, 분명하 것은 그런 소 신부의 삶의 방식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요즘 교회가 비판을 많이 받는다. 자기들 밖에 모른다고 한다. 썩었다고 한다. 가장 성스러워야할 교회가 왜 이런 비판을 받는가? 스스로 낮아질 수 있는 미련함을 잊어버렸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지금 교회가 다시 회복해야 할 것은 소 알로이시오 신분의 삶의 방법이 아닐까? 낮아짐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미련함이 아닐까? 이것만이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가는 방법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크리스마스의 의미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던져주는 책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주 선물하는 책 목록에 이름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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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2-02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신청했지요~ 기독교인들은 정말 이분한테 배울게 많아요.
요즘 종교는 자기네 잘되고 복받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아는 듯해요. ㅜㅜ

라로 2009-12-02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책받으실 주소 알려주세요~.^^

2009-12-03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09-12-03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지금 받았네요. 공교롭게도 알라딘 서평단에서도 같은 책이 왔네요. 님이 주신 책을 읽고 서평단에서 받은 도서는 동생에게 선물로 줘야겠네요.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그런데 책이 꽤 두껍네요^^

문화메타블로그 난장 2009-12-11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문화메타블로그 난장의 운영자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문화메타블로그의 글들 중
우수한 포스팅을 모아 오픈캐스트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
saint236님의 글이 우수하여 문화메타블로그 난장 오픈캐스트
http://opencast.naver.com/NJ555 에 실었습니다.
우수한 포스팅을 난장에 제공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링크는 블로그로 바로 걸리기 때문에, 트래픽은 바로 이곳으로
연결됩니다.
구독하시면, 추후 난장의 좋은 포스팅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난장에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

세계일주 2010-06-02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을 참 잘 쓰십니다.

saint236 2010-06-02 16: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유쾌하고 독한 쇼펜하우어의 철학 읽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유쾌하고 독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읽기 - 쇼펜하우어의 재발견
랄프 비너 지음, 최흥주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형용사이다. 쇼펜하우어라는 이름은 참 많이 들었지만 솔직하게 그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공부를 해 본적도 없고, 그렇다고 그의 저작을 읽어본 적도 없다. 그저 "염세주의자구나."하는 정도만 어깨너머로 줏어들었을 뿐이다. 이 책을 받고 읽기 시자하면서 나름대로 기대감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쇼펜 하우어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겠구나, 그의 철학은 무엇일까, 그는 왜 염세주의자요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으로 불리는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책을 읽어가기 시작했지만 괜히 읽었다는 후회랄까? 아니면 서평 도서이기 때문에 읽는다는 책임감으로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진도는 정말 안나가고, 나 자신에 대한 불신이 밀려 오기 시작했다. 내가 철학책을 오죽 안 읽었으며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솔직히 읽기는 읽었지만 무엇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머릿 속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 

  단순히 내가 이해 못하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그저 잠시 핑계거리를 대보자면 책의 편집 자체와 내용 자체가 그렇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쇼펜하후어의 철학 읽기라는 말을 하지만 솔직하게 그의 철학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의 철학이 빈수레라 명확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이 책 자체가 그의 철학을 명확하게 닮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다. 책의 편집은 매우 간단하다. 오렌지 색으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대한 생각을 간략하게 적고 있으며 그 증거로 거기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용하는 검은색 글이 써 있다. 첫페이지부터 마지막페이지까지 전부 이모양이다. 감이 잘 안오는 사람을 위해서 비유하자면, 논문에서 각주들만 싹 모아서 책을 펴냈다고 할까? 책의 편집이 이러니 읽기가 쉽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사상이나 생각은 어린가 사라져 버리고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지? 왜 저자는 이 글을 끌어다 쓴 것이지? 도대체 책을 쓴 의도는 무엇이지? 내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는다. 제목이 "유쾌하고 독한 쇼펜하우어 첧가 읽기"이지만 유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사상만 해도 독해서 그의 말을 유머로 받아들이자면 쉽지 않을텐데, 편집까지 이러니 그의 유머는 어디론가 증발해 버렸다. 솔직하게 이 책을 읽으면서 즐겁다, 유쾌하다, 하다 못해 시니컬한 웃음이 난다라고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말을 한 사람이있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모르겠다. 나중에 다시 곱씹어 가면서 읽어본다면 유쾌함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유쾌함을 찾지는 못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이 있다. 석가모니가 태어나면서 했다는 말이 있기도 하고. 원래 그 의미는 잘 모르지만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을 비꼬는 말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쇼펜하우어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다른 철학자들은 모두 돈을 벌기 위하여 직식을 판매하는 부도덕한 사람들이고, 겸손한 사람들은 사실 겸손이 아니라 무능력을 감추는 것이든지 혹은 자기의 명성을 높이기 위하여 가면을 쓰는 것이라 비판하는 그의 태도는 도를 넘어섰다고도 할 수 있다. 생전에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었을만도 하다. 헤겔을 철저하게 비난하고, 괴테에게도 훈수를 둘 정도의 그의 기고만장함이 얼마나 대단한가? 그렇지만 그의 기고만장함이 그저 빈소리로 들리지 않은 것은 그의 실력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의 철학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언어에 대한 태도이다. 원어이 라틴어를 고수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학술적인 용어에 깐깐한 그의 태도는 학문을 하고 진리를 탐구함에 있어서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태도가 아니겠는가? 신조어가 쏟아지고 대학 레포트에도 이모티콘을 쓰는 웃기는 후배들의 모습을 만약 쇼펜하우어가 봤다면 어떻게 말했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저술을 위한 저술, 돈을 위해 지식을 판다는 그의 비판 또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돈과 권력을 위해서 학자의 양심마저 팔아버리는 사람들이 오늘 이 땅에 얼마나 많은가?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저자의 말대로 유쾌한지는 모르겠지만 독한 철학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 독함이 오늘 이 사회에 필요하다는 것 또한 인정한다. 시간을 갖고 그의 원저작을 읽은 후 이 책을 읽는다면 조금은 의미있고 유쾌하게 다가오지 않겠는가? 아직 이 책을 소화하기에 부족한 내공을 탓하면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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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에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서울, 북촌에서 - 골목길에서 만난 삶, 사람
김유경 지음, 하지권 사진 / 민음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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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학생이 되면서 서울에 올라와 10여년째 살고 있다. 항상 시골에서만 살았던 나였던지라 번잡함이 좋았고, 교보, 대학로, 신촌, 종로 등을 다니면서 젊음의 도시들들을 활보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행복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고궁과 옛 문화유적지들을 찾아다니곤 했는데 당시에는 이유를 몰랐다. 그저 젊음의 치기 내지는 일순간의 감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비가 오는 날이면 옷을 다 챙겨입고(평상시에는 잠바도 안 입고 다니고 양말도 안신고  슬리퍼를 신고 다녔지만) 꼭 흥화문 공원을 거쳐서 교보까지 걸어다녔다. 신학대에 입학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가기 싫었던 곳이었는지라 방황도 많이 했고, 시골 촌놈이 목격한 사회 부조리가 나를 더 방황하게 만들었다. 당시 피맛골을 지나 대한항공 건물을 거쳐 흥화문 공원, 그리고 서대문 형무소를 돌아 냉천동으로 내려 오는 길은 나의 단골 산책 고스가 되었다. 어느날은 잔득 취해서 길거에서 한두시간을 자기도 했고, 어느 날에는 머리가 깨질 정도로 고민을 했으며, 어느날에는 울면서 그 길을 걸어왔었다. 오늘이 나를 키우고 내 생각을 정립시켜준 것은 그 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도 가끔 교보를 지나 그 길을 걸어갈 때면 젊은 날의 방황과 고민이 떠올라 마음 한 구석이 따듯해지곤 한다. 

  군에 입대하기전 서대문과 동대문에 거처를 두고 살았으며 종로길과 성북동길, 가회동, 계동, 재동 등등 뒷골목을 만이 다녔고, 왠지 그곳에만 오면 편안함을 느꼈다. 경복궁도 자주 찾아가던 곳이었고 경복궁 중에서도 제일 안쪽에 위치한 명성황후의 시해 장소를 보면서 민족의 아픔과 역사의 비극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던 서울을 군입대와 동시에 떠났고 제대와 동시에 이번에는 잠실로 이사를 왔다. 그런데 뭐랄까? 영 어색하기만 하다. 나에게 서울은 강북이고, 경복궁이고, 남대문이고, 흥화문이고 남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왜 그렇게도 비가 오면, 마음이 아프면 고궁을 찾아갔고, 유적지를 찾아갔는지 말이다. 그곳에서는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백과 여유와 허허로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치고 상한 나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무엇인가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 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런데 서울 도심에서 그런 곳을 찾아간다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다. 사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그런 곳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에 보았던 건물이 이젠 그곳에 없다. 도처에 무슨무슨 처라는 표지석만 있을 뿐이지 건물이 없다. 대신 그 자리에는 초고층의 현대식 건물만이 들어 서 있다. 얼마전 서울의 랜드마크를 짓기 위하여 동대문 운동장을 헐어버린 서울시의 만행을 신문으로 보고 분개했었다. 역사적인 가치와 건물이 가지는 의미는 천박한 자본주의 앞에서는 한줌의 가치도 가지지 못하나 보다.  

  곳곳에서 초고층 빌딩을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해서 역사적인 건물을 헐어버리는 나라가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어디에 있을까? 역사적인 거리인 피맛골이 사라지는 것 또한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도시계획이라는 미명하에 보존되어야 할 거리와 건물이 사라지고 헐리는 오늘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서울 북촌에서"라는 책을 낸 것이 아닐까?  

  서울을 걷는다는 것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동반한 것이 아니겠는가? 더 많은 것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전에 보존해야 하지 않을까? 아쉬움과 반가움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 

ps.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한 챕터씩 읽고 그곳을 찾아가서 사진도 찍고 둘러보기도 해야 할 것이다. 책으로만 읽어서는 느낌이 분명하지 않은 곳이 몇군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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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달전인가 동생이 놀러왔다. 육아 휴직을 하고 있는 터라 아이 책을 사주기가 만만치 않은가 보다.(다행히 조만간 복직하니 살림좀 펴겟지.) 그런데도 아이에게 쏟는 정성만큼은 말릴 수가 없다. 매제가 워낙 책을 보지 않는 편인지라 책을 사는 것에 대해서 대놓고 뭐라고 하지 않지만 한마디씩 하나보다. 그런데도 엄마는 위대하다고 하던가? 동생이 자기 아들을 위해서 곤충 대백과 사전을 샀다. 조카는 이제 2살이다. 이제 20개월 정도? 책을 샀을 때는 18~19개월이었을 것이다. 전래 동화도 사고 싶었으나 눈치가 보여서 못샀다고... 그래서 동생에게 물었다.  

  "도대체 매제는 왜 그러냐? 책 값이 얼마나 한다고 그걸 못사게 해!" 

  그런데 동생의 답변을 듣고 매제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곤충 대백과 사전이 할인해서 싸게 나왔는데 20만원이 넘는단다. 자기가 직장 다니면 그냥 샀을텐데 휴직중이라 못사고 아쉬운 소리 했다고 투덜대더라. 그리고 조만간 우리 집에 놀러 올텐데 내 책 좀 달란다. 조카 책 사고 났더니 자기 책은 눈치 보여서 못사겠다고.  

  한달후 와서 동생이 가져간 책이 바로 이놈들이다. 몇권은 사진에 찍히지 않았는데. 로마인이야기 전권(15권), 로마 멸망후 지중해 이야기 상하(2권), 이윤기 그리스로마 신화 전권(5권), 사기 교양강의, 핀란드 디자인, 한국의 책쟁이들(각 1권), 총 25권의 책을 스틸당했다. 그것도 아기는 책들로. 로마인 이야기는 10년 동안 헌책방까지 뒤져가면서 재고로 나온 새 것과 다름없는 책들을 사모았고, 이윤기 그리스로마신화는 열심히 사모았으며, 로마 멸망후 지중해 이야기는 알라딘에서 샀고, 나머지 책은 알라딘 서평단에서 받은 도서들인데. 책값은 얼마며, 모은 시간은 얼마며 묻은 손때는 얼마인가? 그런데 저것들을 낼름 스틸해 가다니. 동생에게 특별히 부탁했다. 조카가 찢지 않도록 특별히 관리하고 꼭 반납하라고. 한 1년에서 2년 쯤 뒤에 반납될 예정인 책들인지라 마음이 쓰리다. 괜히 줬다는 생각이... 

  저 책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두 손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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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2-02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일단 목표 정하면 열심히 하자는 얘기니까 눈물겨울거 까지는 없었는데.^^
저도 같이 두손모아 기도할게요. 그 마음 알거든요.
처음엔 책 한권이라도 못 찾으면 잠을 못잤는데, 자칭 마을도서관이라고 책을 돌리다 보니 이제는 많이 편안해졌어요.
 

  책이 쌓인다.  

  지금까지 사 놓았던 책들, 서평단 도서들, 읽고 있던 책들... 

  책 읽는 속도와 사는 속도 사이에서 나타나는 버퍼링은 내 책상에 책이 쌓이게 만들어 가기에 충분했다. 사놓고 읽을 책이 60권(물론 서평 도서도 포함해서), 올해 읽겠다고 생각한 책이 15권 이상, 지금 읽고 있는 책이 6권 정도. 물론 리스트에 들어가지 못한 책들도 있다. 어림 잡아도 80권 정도인데. 언제 다 읽을런지. 올해만 해도 꽤 읽어서 오늘까지 71권을 읽었지만 쉽지가 않다.  

  이 상황을 만들어 놓은 가장 큰 원흉(?)은 물론 내게 임한 지름신이다. 나는 이상하리만치 책과 소형 가전에 욕심을 낸다. 보통 자동차, 노트북, 컴퓨터, 옷 이런거에 관심을 갖는데 나는 아직도 여기에는 관심이 없다. 결혼하고 3년만에 청바지를 하나 샀으니 어련하겠는가? 출근은 양복을 입고 하고, 집에서는 청바지 2벌과 면바지 하나로 일년을 보낸다. 먹는 것에도 그닥 미련은 없고, 차도 굴러가기만 한다는 생각에 아반떼 97년 식으로 샀고. 그렇지만 소형가전(꿈의 아이템 플스, 위, 닌텐도 DS, 아이팟 터치)과 책에 대한 욕심 만큼은 이상하리만치 크다. 소형가전은 아내 눈치를 보느라 구입하지 못하지만(요즘은 아이팟 터치가 자꾸 눈에 밟혀 포인트를 모으고 있다. 포인트로 살려고. 8만 포인트쯤 모아간다.) 책만큼은 당당하게 산다. 내가 술을 먹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책을 사는 것이니 아무 말 하지 않지만 가끔은 눈치를 준다. 읽고 사라고. 물론 열심히 읽지만 책 사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른 것이 문제라면 문제지만. 그래도 사놓은 책은 비록 몇년이 걸려도 읽는 편이다. 

  이 상황을 만든 두번째 원흉은 알라딘 서평단이다. 3기에 이어 4기에 다시 뽑혀서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3기 때보다 책이 더 빨리 오는 것이다. 3기 때는 그나마 숨쉴 틈이 있어서 좋았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꼬박꼬박 2권씩 오는 것 같다. 물론 몇주전에는 3권이 왔지만. 공짜로, 그것도 무척 괜찮은 책을 받는 것이 기분은 좋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서평을 올리는 책임감은 무척이나 무겁다. 더군다나 요즘은 주어지는 시간이 많이 짧아진 듯...어찌 되었던 서평단을 관리하는 분에게 감사한다. 덕분에 열심히 책을 읽고 있으니 말이다.(앞으로도 더 좋은 책들 많이 많이 부탁합니다.^^) 

  예전에 자본론이 절판이 되어 몇년에 걸쳐 간신히 구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은 바로바로 사는 편이다. 그래도 보관함에 보관되어 있는 책들의 가격을 총합하면 25~30만원은 넘겠지만.  

  책은 콜렉션이 아니라 읽혀야 하는 물건인데. 이 책들의 기대를 들어주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나를 느낀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들어주어야겠지? 2009년 남은 한달 동안 제대로 책질을 해보자. 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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