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인가 동생이 놀러왔다. 육아 휴직을 하고 있는 터라 아이 책을 사주기가 만만치 않은가 보다.(다행히 조만간 복직하니 살림좀 펴겟지.) 그런데도 아이에게 쏟는 정성만큼은 말릴 수가 없다. 매제가 워낙 책을 보지 않는 편인지라 책을 사는 것에 대해서 대놓고 뭐라고 하지 않지만 한마디씩 하나보다. 그런데도 엄마는 위대하다고 하던가? 동생이 자기 아들을 위해서 곤충 대백과 사전을 샀다. 조카는 이제 2살이다. 이제 20개월 정도? 책을 샀을 때는 18~19개월이었을 것이다. 전래 동화도 사고 싶었으나 눈치가 보여서 못샀다고... 그래서 동생에게 물었다.
"도대체 매제는 왜 그러냐? 책 값이 얼마나 한다고 그걸 못사게 해!"
그런데 동생의 답변을 듣고 매제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곤충 대백과 사전이 할인해서 싸게 나왔는데 20만원이 넘는단다. 자기가 직장 다니면 그냥 샀을텐데 휴직중이라 못사고 아쉬운 소리 했다고 투덜대더라. 그리고 조만간 우리 집에 놀러 올텐데 내 책 좀 달란다. 조카 책 사고 났더니 자기 책은 눈치 보여서 못사겠다고.
한달후 와서 동생이 가져간 책이 바로 이놈들이다. 몇권은 사진에 찍히지 않았는데. 로마인이야기 전권(15권), 로마 멸망후 지중해 이야기 상하(2권), 이윤기 그리스로마 신화 전권(5권), 사기 교양강의, 핀란드 디자인, 한국의 책쟁이들(각 1권), 총 25권의 책을 스틸당했다. 그것도 아기는 책들로. 로마인 이야기는 10년 동안 헌책방까지 뒤져가면서 재고로 나온 새 것과 다름없는 책들을 사모았고, 이윤기 그리스로마신화는 열심히 사모았으며, 로마 멸망후 지중해 이야기는 알라딘에서 샀고, 나머지 책은 알라딘 서평단에서 받은 도서들인데. 책값은 얼마며, 모은 시간은 얼마며 묻은 손때는 얼마인가? 그런데 저것들을 낼름 스틸해 가다니. 동생에게 특별히 부탁했다. 조카가 찢지 않도록 특별히 관리하고 꼭 반납하라고. 한 1년에서 2년 쯤 뒤에 반납될 예정인 책들인지라 마음이 쓰리다. 괜히 줬다는 생각이...
저 책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두 손모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