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 코에 갔다가 재미있는 안내문이 있어서 사진을 찍어 왔다. 

  "안전상 의복과 신발을 꼭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안전을 위해서 신발을 착용하라는 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가끔 슬리퍼를 신고 다니다가 신발이 벗겨지는 경우도 있고, 간혹 미친 척하고 신발을 벗고 다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복을 꼭 착용하라니? 설마 장을 보러 오면서 누드로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아래 영문에 기록된 shirts를 의복으로 번역하다니 대단한 센스가 아닐 수 없다. "안전상 상의와 신발을 꼭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혹은 "안전상 셔츠와 신발을 꼭 착용하시기 바랍니다."로 해야 하지 않을까? 백번 양보해서 셔츠를 내의로 해석한다고 해도 의복으로 해석한 것은 황당한 번역이 아닐까 싶다.  

  경고 문구를 지키기 위해 신발과 옷을 꼭꼭 챙겨 입고 돌아다니는 나는 모범시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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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두레아이들 그림책 1
프레데릭 백 그림, 장 지오노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 두레아이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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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임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아마도 공유지이거나 그 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땅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 땅이 누구 것인지에는 관심조차 없었던 것이다. 노인은 그렇게 백 개의 도토리를정성껏 심었다."

"그 곳에서 노인은 하나뿐인 아들을 잃었고 잇따라 아내마저 잃었다. 그 뒤로 노인은 이 고적한 곳에서 물러나 개와 양을 기르며 한가롭게 사는 것을 기븜으로 삼았다. 노인은 나무가 없어서 이 곳이 죽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달리 중요한 일도 없었기 때문에 이 곳을 바꾸어 보기로 했다고 노인은 덧붙였다."

"나는 마을로 내려오다가, 아득히 먼 옛날부터 말라 있던 도랑에 물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멋진 변화는 처음 보았다."

"더구나 베르공 마을에는 결코 희망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을 한 흔적이 있었다. 희망이 돌아온 것이다. 무너진 집과 담장이 헐리고 다섯 채의 집이 새로 들어서 있었다. 지금은 그 작은 마을에 스물여덟 명이 살고, 그 중에는 젊은 부부도 네 상이 있었다. 이제 막 벽을 칠한 새 집들이 채소밭에 둘어 싸여 있었고, 양배추와 장미나무, 피와 금어초, 샐러리와 아네모네 등 채소와 꽃이 가지런히 자라고 있었다. 이제는 살기 좋은 곳이 된 것이다."

"그러나 위대한 영혼으로 오직 한 가지 일에만 일생을 바친 고결한 실천이 없었다면, 이러한 결과를 낳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신과 다름없는 일을 훌륭히 해낸 사람, 배운 것 없는 그 늙은 농부에 대한 크나큰 존경심에 사로잡힌다."

사유 재산에 대한 보장이 철저한 나라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땅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미련한 짓이 가능할까? 자기가 거두지 못함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씨를 뿌리는 사람은 바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이러한 바보들이 세상을 바꾸어 왔다는 것이다.

예전에 무척이나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이다. 그림체 또한 예전 애니메이션의 그림체이다. 익히 읽었던 책이면서도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바로 그림에 있다. 수없이 많은 정열을 쏟아가면 수만장에 이르는 그림을 그려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낸 바크의 정열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책을 읽는 내내 예전만큼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10여년이 흐르는 동안 내 마음에 때가 많이 끼었나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책은 나에게 재미를 넘어선 경건함을 가져다 준다. "희생"이라는 고결한 가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상기 시켜준다.

모든 것이 경제성과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판단되는 이 시대에 바보같지만, 미련하지만 꼭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히 가르쳐 준다. 그저 이 시대의 바보 한 사람으로 살다갔으면 소원이 없겠다. 언젠가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무엇을 하다 왔느냐?"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바보로 살다 왔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했으면 좋겠다. 4월의 도서로 젊은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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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1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전정신 - 한계를 뛰어넘는 성령의 힘 전병욱 두나미스 북스 2
전병욱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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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역시나다. "권능"이란 제목의 지난 1편에 이은 설교인 "도전정신"은 살 때마다 망설이게 만드는 책이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전병욱 목사의 책은 내용에 비하여 책값이 너무 비싸다. 청년들이 읽으니까, 요즘 트랜드는 어떤가 하는 마음에 읽지만 항상 실망에 실망을 거듭한다. 자기계발서와 도무지 다른 것이 무엇일까? 적당히 하나님의 이름으로 포장하고, 적당히 이런저런 예화 집어 넣어주고, 교회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집어 넣어 주면 뚝딱뚝딱 한권의 책이 만들어진다. 매주 교회에서 하는 설교들을 모아 원고로 정리하고(맞다. 이미 원고로 정리하니 출판사에서 다듬기만 하면 된다.) 한권의 책을 만들어 낸다. 전병욱이라는 브랜드 네임만으로 이 책은 충분히 상품성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주는 사람도 부담이 없고 받는 사람도 부담이 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이 책을 선물로 받은 많은 사람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끝까지 읽어 보았을까? 아무리 많이 잡아도 70~80%를 넘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참 힘이 들었다. 1권은 그런대로 열심히 봤는데 2권은 도무지 잘 안넘어간다. 

  책의 제목이 도전정신이다. 무엇에 도전하란 말인가? 세상을 향해 도전하란 말일텐데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도전하는 것일까? 현실적인 이야기들, 삶에서 만날법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깊은 고민 끝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아니라 감정을 움직이게 만들어 무엇인가 이루게 하는 설교가 아닌지? 가만히 읽어보다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고 교훈으로 삼을만한 부분들이 많이 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뭔가 허전한 느끼이랄까? "예수 믿으면 복받는다. 성공한다."는 식의 설교에서 단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답답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설교에 열광하는 청년들을 보면서 답답하다.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고, 복받고 성공해서 결국은 교회를 망가뜨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성공과 물질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돌이켜 철저하게 회개해야 하지 않을까? 사도행전4~7장까지의 내용은 이들이 어떻게 사랑을 나누고 삶으로 그들의 신앙을 보여 주었는가, 세상의 도전에 어떻게 응대했는가에 대한 것들이다. 그런 부분을 이렇게까지 비틀어 놓을 수 있다니 대단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 성공, 자기 계발, 삼일 교회 이야기와 선교 이야기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성경이나 예수님이 남을까? 그냥 답답해서 몇자 적어본다.  

ps. 각 장의 제목들은 굉장히 좋다. 왠지 마음을 뜨겁게 만든다. 그런데 신앙을 통한 뜨거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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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6-2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독과 비판의식으로 자신을 날카롭게 하고 있군요.
저도 전병욱 목사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러나 바울이 말했던것처럼 예수님이 전파되는 걸로 기뻐해야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쉽습니다.
전병욱 목사가 그리스도의 몸에서 어느 파트를 담당하여 사역하는지
우리는 가늠할 수 없습니다.

모든 세기를 걸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착각은, 내가 사는 세상이 가장 썩었어! 라는 발상입니다. 성경을 보십시오. 성경은 항상 소수의 사람들이 깨어있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도 소수가 되십시다. ^ㅡ^

saint236 2010-06-22 09:46   좋아요 0 | URL
전해지는 것이 그리스도이면 좋겠는데, 가끔 그리스도가 아닌 다른 것이 전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 주위에 있는 청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확실하게 느낄 때가 많습니다.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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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회장이 전격적으로 복귀를 선언했다. 삼성 그룹의 대표이사가 아니라 삼성전자의 회장으로 복귀했기에 주주총회같은 공식적인 절차를 밟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주주총회를 우회하기 위한 하나의 꼼수일 뿐이다. 복귀를 선언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도요타를 비롯하여 여러 초국적 기업의 현 상황을 바라보면서 위기 의식을 느끼셨단다. 그래서 구사의 일념으로 일선 복귀를 선언하셨나 보다. 그런데 왜 난 그 말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것일까?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는 말이 왜 자기의 과거를 묻지 말라, 뭘 그런걸 꼬치꼬치 캐물으려고 하느냐라는 말로 들릴까? 아침부터 마음이 참 아프다. 이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시장으로 넘어간 권력의 실체란 말인가? 법에 저촉되는 행동을 할지라도 돈으로 틀어막을 수만 있다면, 국가 경제 운운하면서 협박할 정도의 재력을 가지고 있다면 초법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이 시장으로 넘어간 권력의 실체가 아니란 말인가? 그저 조금 근신하는 척하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혹은 국가 경제에 기여한 공이 크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특사 처리되는 대한민국의 웃기는 꼬락서니들 때문에 국민들이 자조적으로 개한민국이라 부르는 것이 아닐까?  

  삼성을 생각한다는 벌써 한 달 전에 읽었다. 그런데 그 동안 서평 쓰기를 미뤄왔다. 책이 어려워서도 아니다. 술술 넘어가는 내용이고 그동안 기사에 나왔던 부분들과 많은 부분들이 겹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서평을 쓰기가 꺼려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저 이 사실이 씁쓸하고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에서 법에 기대어 만민에게 평등한 법치를 기대하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나 속상해서였고, 이런 나라에서 나뿐만 아니라 내 아들과 딸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짜증이 나서였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1988년 지강헌이 자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했던 철지난 말이 아니라 20년이 지난 오늘에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사회질서라는 점이 애석하기만 하다.  

  왜 미국의 엔론은 해체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이보다 더한 삼성은 면죄부를 받고 존재할 수 있을까? 그것도 법의 이름으로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삼성은 과정은 위법이나 결과는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리는 대한민국 법조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홧김에 쓰는 서평인지라 두서가 없다. 정말 쓰기 싫은 서평이다. 그럼에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아서 자판을 두드린다. 오늘부터 분명히 선언한다. 앞으로 나는 삼성 물건을 더 이상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기왕에 산 물건들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앞으로 삼성 외에 다른 대안이 있다면 삼성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불편하고 고생스럽더라도 말이다. 

  문득 2005년 8월 삼성 X파일 떡값 검사 공청회에서 했던 노회찬씨의 "법은 만민에게 평등하지 않습니다. 법은 만명에게만 평등합니다."라는 말이 생각나는 날이다. 법이 만명에게만 평등한 지금이 진짜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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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3-24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에는 엔론보다 더 쎈 기업들이 많으니 엔론이 해체된거겠지요.국내에서 삼숑,휸대,엘쥐같은 걸 해체할수 있는 강심장을 가진 정치인이 있을까요?

saint236 2010-03-24 14:21   좋아요 0 | URL
속상합니다. 정말로. 이러면서 자식들에게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치겠죠?

호기심만빵 2010-03-26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읽는 내내 씁쓸한 기분이였습니다. '우리나라 법은 평등하지 않다는것'이 무섭다고나 할까...

saint236 2010-03-26 11:12   좋아요 0 | URL
정말로 서평을 쓰고 싶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이건희 회장 복귀만 아니었다면 안 썼겠죠. 이러고도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라는 말이...
 
<석유종말시계>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석유 종말시계 - '포브스' 수석기자가 전격 공개하는 21세기 충격 리포트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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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지극히 테크노토피아적이며 자극적인 광고 카피이다. "과학, 인간의 신비를 재발견하다"라는 책의 서평을 쓸 때에도 언급한바 있지만 요즘 3D 텔레비전에 대한 광고를 하면서 우리의 머릿 속을 세뇌시키는 말이다. 한 알만 먹어도 배부른 약, 달나라 여행, 해저 탐험 등등 어린 시절 우리의 동심을 사로 잡았던 많은 공상들은 모두 "기술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지극히 테크노토피아적인 발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상하게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이 생각이 들었는지...  

  석유가 유한 자원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언젠가는 석유 매장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추해 낼 수 있는 석유의 양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환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아침에 텔레비전을 틀면 국제 유가가 얼마인지, 텍사스 중질유가 얼마인지 시끄럽게 떠들어 대지만 실제로 확 다가오지 않는다.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다. 그러나 기름 값이 10원 올랐다, 100원 올랐다는 차원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삶 깊숙이 파고드는 문제로 다가온다. 석유 종말의 시계는 바로 이 부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석유가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삶의 깊은 곳으로 초대하는 책이다. 책의 단원 또한 흥미롭다. 1갤런에 4달러부터 시작하여 6달러, 8달러, 10달러, 12달러, 14달러, 16달러, 18달러, 20달러라는 9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장은 1갤런의 유가가 이렇게 오를 때 어떤 현상들이 우리의 삶에서 나타날 것인지 예측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쉽게 읽힌다.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디테일한 부분을 예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4달러 시대의 SUV차량은 6달러 시대를 맞이하면서 도태될 수밖에 없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들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같은 차세대 기종들이 될 것이고, 초기 자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모색될 것이라는 식이다. 결코 직시하고 싶지 않은 석유의 고갈이라는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는 면에서는 지극히 긍정적인 책이지만 나에게는 왠지 긍정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이유가 무엇인가 끊임없이 되물었다.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때쯤, 특히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발견했다. 이 책에 대한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저자의 지극히 미국적인 삶의 방식과 사고 방식, 테크노토피아적인 문제 해결 방식 때문이다.  

  저자의 논리를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다. “석유자원이 머지않은 미래에 고갈될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최대한 효율적인 방식으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나머지는 기술이 채워 줄 것이다.” 아직 감이 안 오는가? 조금 더 알아듣기 쉬운 말로 바꾸어 보겟다.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4대강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우리나라 도로는 포화 상태이다. 국제 유가가 올라갈 것이고, 우리는 자동차 외에 다른 운송 수단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강이 있다. 그 강을 개발해야 한다. 그게 국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여러 가지 부작용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아라. 가까운 미래의 기술 발전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테크노토피아적인 접근 방식의 극치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리는 4대강 사업을 통해서 보고 있지 않는가? 생명과 자연에 대한 존중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을 보호할 가치는 생명의 존중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한도에서만 가능하다.  

  결국 이 책이 주장하는 석유 종말의 시대를 대비하는 방식은 소로우의 월든에서 얻는 깨달음이 아니라 불도저식 밀어붙이기와 지극히 개발적인 논리에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개발 논리가 오늘날 지구를 얼마나 황폐하게 했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마지막 장에 나타난 원자력 발전을 찬양하는 모습에서는 이러한 저자의 생각이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난다. 태양력 발전은 낮에만 가능하다는 것, 수력과 풍력 발전은 지형에 따라 한계가 있다는 것, 천연가스 발전은 유한 자원이라는 점, 석탄발전은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원자력 발전만이 유일한 대안이라 주장한다. 원자력 발전 만세를 외치는 저자의 말을 들으면서 잘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책을 끝까지 자세히 읽은 사람은 눈치 챘겠지만 원자력 발전을 위한 우라늄도 유한자원이기에 미래를 바라보면서 준비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혹 저자가 엑셀론의 대주주가 아닐까, 혹은 미국 원자력 발전 단체의 후원으로 이 책을 작성하지는 않았을까 라는 시덥지 않은 생각도 해보게 된다.(“SERI 보고서”나 “지구 온난화에 속지 말라”와 같은 류의 책은 아닐까 의심해 보지만 물적 증거는 없다.) 

  미국 사람이 작성한 책인지라 석유의 단위가 갤런이다. 솔직하게 갤런이라는 단위가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계산을 해봤다. 1갤런은 3.5리터이다. 그리고 3월 22일 환율은 1달러에 1150원이었다. 이것을 가지고 리터로 환산해 보았다. 거기에다가 이것은 미국 유가이기 때문에 국내 유가로 환산하자면 세계 탑랭크의 유류세를 반영해야 한다.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20%정도로 반영해서 계산을 해봤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계산한 것보다 훨씬 윗줄로 잡는 것이 현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휘발유로 치면 어느 정도의 주유비가 드는지 계산해 보았다. 내가 보통 5만원을 주유하는데 그 정도면 30리터 근방이 된다. 그래서 30리터 주유 기준으로 잡았다. 그러고 나니 책의 내용이 확 다가온다.(계산이 쉽도록 소숫점 아래는 버린다. 

  4달러 - 리터당 1114 + 유류세 20% 222 = 국내 유가 약 1336 30리터 주유비 = 40,080
          삶이 빡빡해지기 시작함. 곳곳에서 경고의 메시지가 들림. 

  6달러 - 리터당 1971 + 유류세 20% 394 = 국내 유가 약 2365 30리터 주유비 = 70,950
          SUV가 도태되고 관공서들이 차량 운행을 줄임(ex 경찰의 도보순찰) 

  8달러 - 리터당 2628 + 유류세 20% 525 = 국내 유가 약 3153 30리터 주유비 = 94,590
          항공산업의 붕괴와 재편. 그러나 결국은 붕괴로 이어짐. 

  10달러 - 리터당 3285 + 유류세 20% 657 = 국내 유가 약 3942 30리터 주유비 = 118,260
           기존 차량 도태. 전기차를 비롯한 대안들이 나타나기 시작. 플라스틱 퇴출 

  12달러 - 리터당 3942 + 유류세 20% 788 = 국내 유가 약 4730 30리터 주유비 = 141,900
           스프롤현상이 사라지고 교외에서 도심으로 중심이 다시 돌아올 것임. 

  14달러 - 리터당 4600 + 유류세 20% 920 = 국내 유가 약 5520 30리터 주유비 = 165,600
           월마트의 붕괴. 대륙간 화물 운송이 어려워 질 것임. 

  16달러 - 리터당 5257 + 유류세 20% 1051 = 국내 유가 약 6308 30리터 주유비 = 189,240
           어업과 농업이 대형화 글로벌화를 탈피하여 지역 친화적으로 바뀜 

  18달러 - 리터당 5914 + 유류세 20% 1182 = 국내 유가 약 7096 30리터 주유비 = 212,880
           철도 산업의 르네상스. 대중교통으로 철도가 각광받음(미국은 철도가 침체) 

  20달러 - 리터당 6571 + 유류세 20% 1314 = 국내 유가 약 7885 30리터 주유비 = 236,550
           에너지 리싸이클링 산업 활성화. 원자력 발전이 대안. 

  내 생활 패턴은 한 달에 2번 주유한다. 그럼 10만원쯤. 대략 5달러 선인 것 같다. 그렇다면 20달러가 될 때 나는 한 달에 주유비로 473,100이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난방비를 제외하고 이정도의 주유비가 든다면 나는 차를 포기할 것이다. 물론 8달러 선도 자동차를 포기하게 만들 충분한 이유가 되겠지만. 이런 면에서는 참 흥미있고 재미있는 책이지만 위에서 밝혔듯이 월든식이나 내핍식이 아닌 테크노토피아식 결론이 지극히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다.  

  ps. 오타 57페이지 그 기2본 구조가 => 그 기본 구조가, 79페이지 100대가 있어 차 한 대당 1000달러가 더 들면 100만 달러 => 100*1000은 10만이다. 그 외 여러 부분에서 논리적인 허점이 있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도 한 가지 재미이다.(ex 10달러 선에서 이미 플라스틱은 퇴출 위기다. 그런데 농업의 변환을 다루면서 플라스틱으로 온실을 만들면 된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플라스틱은 아무리 봐도 옥수수로 만드는 플라스틱은 아니다. 농업의 변환은 16달러대에 일어날 것이라 한다. 농업의 변환이 이루어질 때쯤이면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온실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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