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종말시계>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석유 종말시계 - '포브스' 수석기자가 전격 공개하는 21세기 충격 리포트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술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지극히 테크노토피아적이며 자극적인 광고 카피이다. "과학, 인간의 신비를 재발견하다"라는 책의 서평을 쓸 때에도 언급한바 있지만 요즘 3D 텔레비전에 대한 광고를 하면서 우리의 머릿 속을 세뇌시키는 말이다. 한 알만 먹어도 배부른 약, 달나라 여행, 해저 탐험 등등 어린 시절 우리의 동심을 사로 잡았던 많은 공상들은 모두 "기술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지극히 테크노토피아적인 발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상하게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이 생각이 들었는지...  

  석유가 유한 자원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언젠가는 석유 매장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추해 낼 수 있는 석유의 양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환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아침에 텔레비전을 틀면 국제 유가가 얼마인지, 텍사스 중질유가 얼마인지 시끄럽게 떠들어 대지만 실제로 확 다가오지 않는다.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다. 그러나 기름 값이 10원 올랐다, 100원 올랐다는 차원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삶 깊숙이 파고드는 문제로 다가온다. 석유 종말의 시계는 바로 이 부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석유가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삶의 깊은 곳으로 초대하는 책이다. 책의 단원 또한 흥미롭다. 1갤런에 4달러부터 시작하여 6달러, 8달러, 10달러, 12달러, 14달러, 16달러, 18달러, 20달러라는 9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장은 1갤런의 유가가 이렇게 오를 때 어떤 현상들이 우리의 삶에서 나타날 것인지 예측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쉽게 읽힌다.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디테일한 부분을 예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4달러 시대의 SUV차량은 6달러 시대를 맞이하면서 도태될 수밖에 없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들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같은 차세대 기종들이 될 것이고, 초기 자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모색될 것이라는 식이다. 결코 직시하고 싶지 않은 석유의 고갈이라는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는 면에서는 지극히 긍정적인 책이지만 나에게는 왠지 긍정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이유가 무엇인가 끊임없이 되물었다.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때쯤, 특히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발견했다. 이 책에 대한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저자의 지극히 미국적인 삶의 방식과 사고 방식, 테크노토피아적인 문제 해결 방식 때문이다.  

  저자의 논리를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다. “석유자원이 머지않은 미래에 고갈될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최대한 효율적인 방식으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나머지는 기술이 채워 줄 것이다.” 아직 감이 안 오는가? 조금 더 알아듣기 쉬운 말로 바꾸어 보겟다.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4대강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우리나라 도로는 포화 상태이다. 국제 유가가 올라갈 것이고, 우리는 자동차 외에 다른 운송 수단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강이 있다. 그 강을 개발해야 한다. 그게 국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여러 가지 부작용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아라. 가까운 미래의 기술 발전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테크노토피아적인 접근 방식의 극치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리는 4대강 사업을 통해서 보고 있지 않는가? 생명과 자연에 대한 존중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을 보호할 가치는 생명의 존중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한도에서만 가능하다.  

  결국 이 책이 주장하는 석유 종말의 시대를 대비하는 방식은 소로우의 월든에서 얻는 깨달음이 아니라 불도저식 밀어붙이기와 지극히 개발적인 논리에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개발 논리가 오늘날 지구를 얼마나 황폐하게 했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마지막 장에 나타난 원자력 발전을 찬양하는 모습에서는 이러한 저자의 생각이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난다. 태양력 발전은 낮에만 가능하다는 것, 수력과 풍력 발전은 지형에 따라 한계가 있다는 것, 천연가스 발전은 유한 자원이라는 점, 석탄발전은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원자력 발전만이 유일한 대안이라 주장한다. 원자력 발전 만세를 외치는 저자의 말을 들으면서 잘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책을 끝까지 자세히 읽은 사람은 눈치 챘겠지만 원자력 발전을 위한 우라늄도 유한자원이기에 미래를 바라보면서 준비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혹 저자가 엑셀론의 대주주가 아닐까, 혹은 미국 원자력 발전 단체의 후원으로 이 책을 작성하지는 않았을까 라는 시덥지 않은 생각도 해보게 된다.(“SERI 보고서”나 “지구 온난화에 속지 말라”와 같은 류의 책은 아닐까 의심해 보지만 물적 증거는 없다.) 

  미국 사람이 작성한 책인지라 석유의 단위가 갤런이다. 솔직하게 갤런이라는 단위가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계산을 해봤다. 1갤런은 3.5리터이다. 그리고 3월 22일 환율은 1달러에 1150원이었다. 이것을 가지고 리터로 환산해 보았다. 거기에다가 이것은 미국 유가이기 때문에 국내 유가로 환산하자면 세계 탑랭크의 유류세를 반영해야 한다.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20%정도로 반영해서 계산을 해봤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계산한 것보다 훨씬 윗줄로 잡는 것이 현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휘발유로 치면 어느 정도의 주유비가 드는지 계산해 보았다. 내가 보통 5만원을 주유하는데 그 정도면 30리터 근방이 된다. 그래서 30리터 주유 기준으로 잡았다. 그러고 나니 책의 내용이 확 다가온다.(계산이 쉽도록 소숫점 아래는 버린다. 

  4달러 - 리터당 1114 + 유류세 20% 222 = 국내 유가 약 1336 30리터 주유비 = 40,080
          삶이 빡빡해지기 시작함. 곳곳에서 경고의 메시지가 들림. 

  6달러 - 리터당 1971 + 유류세 20% 394 = 국내 유가 약 2365 30리터 주유비 = 70,950
          SUV가 도태되고 관공서들이 차량 운행을 줄임(ex 경찰의 도보순찰) 

  8달러 - 리터당 2628 + 유류세 20% 525 = 국내 유가 약 3153 30리터 주유비 = 94,590
          항공산업의 붕괴와 재편. 그러나 결국은 붕괴로 이어짐. 

  10달러 - 리터당 3285 + 유류세 20% 657 = 국내 유가 약 3942 30리터 주유비 = 118,260
           기존 차량 도태. 전기차를 비롯한 대안들이 나타나기 시작. 플라스틱 퇴출 

  12달러 - 리터당 3942 + 유류세 20% 788 = 국내 유가 약 4730 30리터 주유비 = 141,900
           스프롤현상이 사라지고 교외에서 도심으로 중심이 다시 돌아올 것임. 

  14달러 - 리터당 4600 + 유류세 20% 920 = 국내 유가 약 5520 30리터 주유비 = 165,600
           월마트의 붕괴. 대륙간 화물 운송이 어려워 질 것임. 

  16달러 - 리터당 5257 + 유류세 20% 1051 = 국내 유가 약 6308 30리터 주유비 = 189,240
           어업과 농업이 대형화 글로벌화를 탈피하여 지역 친화적으로 바뀜 

  18달러 - 리터당 5914 + 유류세 20% 1182 = 국내 유가 약 7096 30리터 주유비 = 212,880
           철도 산업의 르네상스. 대중교통으로 철도가 각광받음(미국은 철도가 침체) 

  20달러 - 리터당 6571 + 유류세 20% 1314 = 국내 유가 약 7885 30리터 주유비 = 236,550
           에너지 리싸이클링 산업 활성화. 원자력 발전이 대안. 

  내 생활 패턴은 한 달에 2번 주유한다. 그럼 10만원쯤. 대략 5달러 선인 것 같다. 그렇다면 20달러가 될 때 나는 한 달에 주유비로 473,100이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난방비를 제외하고 이정도의 주유비가 든다면 나는 차를 포기할 것이다. 물론 8달러 선도 자동차를 포기하게 만들 충분한 이유가 되겠지만. 이런 면에서는 참 흥미있고 재미있는 책이지만 위에서 밝혔듯이 월든식이나 내핍식이 아닌 테크노토피아식 결론이 지극히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다.  

  ps. 오타 57페이지 그 기2본 구조가 => 그 기본 구조가, 79페이지 100대가 있어 차 한 대당 1000달러가 더 들면 100만 달러 => 100*1000은 10만이다. 그 외 여러 부분에서 논리적인 허점이 있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도 한 가지 재미이다.(ex 10달러 선에서 이미 플라스틱은 퇴출 위기다. 그런데 농업의 변환을 다루면서 플라스틱으로 온실을 만들면 된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플라스틱은 아무리 봐도 옥수수로 만드는 플라스틱은 아니다. 농업의 변환은 16달러대에 일어날 것이라 한다. 농업의 변환이 이루어질 때쯤이면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온실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