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계신 하나님 - 영화 밀양을 통해 성찰한 용서, 사랑 그리고 구원
김영봉 지음 / IVP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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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청준 선생님의 소설 벌레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라는 영화는 우리 사회에 많은 파문을 던졌다. 특히 기독교계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 대하여 반발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렇지만 저자의 말마따나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을 기독교를 폄하시키는 반기독교적인 영화가 아니다. 최대한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기독교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노력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 대하여 많은 토론이 있었고, 해설도 있었으니 나는 이 영화에 대하여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다. 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밀양이라는 영화를 보고 김영봉 목사가 했던 설교를 토대로 하여 만들어진 책이다. 익히 참된 기독교에 대하여 고민해왔던 저자인지라 저자의 이름값만으로도 충분히 살만한 책이다. 물론 내용도 책값이 아깝지 않다. 기독교의 본질, 특히 예기치 못한 불행과 회개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사서 볼만한 책이다. 

  이 책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은 신애가 용서하기 위해 도섭을 찾아가는 장면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p46~48 인용) 

  면회실 장면

  면회실 문을 열고 박도섭이 들어옵니다. 그는 신애를 보고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짓고는 면회실 의자에 앉습니다. 신애는 복잡한 표정을 짓다가 말문을 엽니다.
 

  신  애: 얼굴이 좋아보이네요.
  박도섭: 죄송합니다.
  신  애: 아니에요. 건강해야지요. 아무리 큰 죄를 지은 죄인이래도 하나님은 건강을 주시잖아요.

  도섭은 의아스러운 듯, 놀랍다는 듯, 신애를 잠시 바라봅니다. 신애가 안개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보이며 말을 잇습니다.

  신  애: 이 꽃…오다가 길가에 핀 걸 꺾어 왔어요. 이 안에선 꽃 보기 힘들잖아요. 예쁘죠? 이 예쁜 꽃도 하나님이 우리한테 주시는 선물이에요. 내가 오늘 여기 찾아온 건요…하나님 은혜와 사랑을 전해 주러 왔어요. 나도 전에는 몰랐어요. 하나님 계시다는 것도 절대 안 믿었어요. 내 눈에 안 보이니까요 안 믿었지요. 그런데 우리 준이 때문에…

  도섭은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눈길을 아래로 향하고, 신애는 한숨을 쉬고는 말을 잇습니다.

신  애: 하나님 사랑을 알고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얻고 새 생명을 얻었어요. 그분의 사랑과 은혜를 느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몰라요. 그래서 내가 이곳에 찾아온 거예요…. 그분의 사랑을 전해 주기 위해서요.

  그런데 신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섭이 이렇게 답합니다.

  박도섭: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준이 어머니한테 우리 하나님 아버지 이야기를 듣게 되니…참말로 감사합니다.

  신애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집니다.

  박도섭: 저도 믿음을 가지게 되었거든예. 여, 교도소에 들어온 뒤로…하나님을 가슴에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하나님이 이 죄 많은 인간한테 찾아와 주신 거지예.

  신애는 표정이 일그러진 채, 감정을 참아가며 입을 엽니다.

  신  애: 그래요? 하나님을 알게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박도섭: 예,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하나님이 저한테, 이 죄 많은 놈한테 손 내밀어 주시고, 그 앞에 엎드리가 지은 죄를 회개하도록 하고, 제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신  애: 하나님이…죄를 용서해 주셨다고요?

  순간, 신애의 눈에서 증오의 빛이 발산되어 나옵니다. 도섭은 편안한 표정으로 말을 잇습니다.

박도섭: 예! 눈물로 회개하고 용서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서부터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도하고, 하루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하나님한테 회개하고 용서받으니 이래 편합니다. 내 마음이.
신  애: ….
박도섭: 요새는 기도로 눈 뜨고 기도로 눈 감습니다. 준이 어머니를 위해서도 항상 기도합니다. 죽을 때까지 할 겁니다. 그런데 앉아 이래 직접 만나고 보니, 하나님이 역시 제 기도를 들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나도 이 부분을 보는 순간 얼굴이 빨개져서 어디라도 숨고 싶었다. 이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는가? 잘못은 사람에게 하고 회개는 하나님에게 한단 말인가? 그런데 실제로 이런 기독교인들이 너무 많다. 잘못을 하고도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하나님께 기도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줄 아는 무책임함이 그리스도인의 특징이 아닌가? 이런 무책임함이 기독교에 대한 반발감을 불러오는줄 모르고 무조건 기도하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마치 박도섭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게 진짜 회개일까? 물론 모든 죄라도 용서해주신 하나님께서 박도섭의 죄를 용서해 주지 않으셨을리 없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하나님께 용서를 받아도 그가 형법상으로 책임을 지고 처벌받아야 할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 앞에 진실하게 회개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준 상처의 아픔에 대하여 더 민감하게 느끼는 법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실을 쉽게 잊는다. 아니 외면한다는 말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이것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진정한 회개가 아니다. 진정한 회개에 대하여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도 저자의 이 말에 100% 공감한다.

  정통 기독교 신학에서는 온전한 용서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가르칩니다. 그것을 회개의 3R이라고 부르는데, 첫째가 회개(Repentance), 둘째가 보상(Restiution), 셋째가 개혁(Reformation)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눈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 회개이며, 자신이 끼친 잘못에 대해 어떻게든 갚는 것이 보상이고, 다시는 그런 잘못이 없도록 자신을 고치는 것이 개혁입니다. 이 세 가지를 갖추어야 온전한 회개가 됩니다.(P.56)

  그저 회개라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서 보상과 개혁의 단계로 나아기지 못해서 뻔뻔스럽게 느껴지는 박도섭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 아닐까 두렵다. 온전한 회개의 완성을 위하여 3R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기독교는 편히 면죄를 받고 싶어하는 후안무치만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매 순간 “하나님은 저 위에서 도대체 무얼 하시는가?”라고 원망하며 책임을 하나님에게 전가하는 우리들에게 정작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묻고 계시다. “너희는 도대체 그 아래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 이 물음에 진지하게 대답하는 것이 참된 기독교인이 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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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 여자, 당신이 기다려 온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1
노엘라 (Noella) 지음 / 나무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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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표지에 서 있는 글귀 중 내 마음에 가장 들었던 것이 "멜로디가 흐르는 미술관'이다. 그래서 난 리뷰를 쓰면서 리뷰의 제목으로 이 글귀를 선택했다. 

  예술이란 무엇일까? 특히 생소한 미술과 클래식은 나에게 잇어서 무엇일까? 그저 미술 시간, 음악 시간에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하여 머리 속에 우격다짐으로 구겨 넣었던 것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그러니 학창 시절에 도무지 클래식에 관심이 없었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몬드리안의 황금비율이 1:1.618이라는 것을 외우기 위해 노력했지 몬드리안이 왜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고, 알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다.  

  위 작품의 제목이 Red, Yellow 그리고 Blue인 것도 몰랐다. 그냥 황금 비율은 1:1.618이라는 것만 달달 외웠을 뿐이다. 클래식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누가 무슨 곡을 작곡했는지는 달달 외웠지만 실제로 그 곡을 들어서 알았을리는 없다. 수능에서 1점이라도 더 맞기 위해서 미술과 더불어 음악은 전혀 필요없는 과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3이 되어서 미술과 음악은 관심 밖의 과목이 되었고 선생님들도 공공연히 자율학습이라는 명목하에 국영수 공부를 조장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클래식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대중가요가 클래식 일부분을 샘플링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였다.(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이 그 유명한 비발디의 사계의 겨울 중 2악장이며, 박지윤의 달빛의 노래는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를 샘플링했다.그 외에도 신화 휘성 등 많은 가수들이 클래식을 샘플링 했지만 실제로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대부터 클래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샘플링한 원곡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아마 그대쯤에서야 비로소 춘향가도 전곡을 다 듣기 시작했을 것이다.(사랑가는 물론이거니와 개그 프로에서 나오던 쑥대머리도 춘향가의 한 부분이다. 춘향이가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서글픈 목소리로 자기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쑥대머리로 시작하는 창을 한다.) 

  비단 나뿐이겠는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그러할 것이다. 음악과 미술은 수능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과목이라 무시해도 되며 머리속에 구겨 넣는 과목이기 십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무실에서 부록으로 주었던 클래식 CD를 틀었더니 후배가 꿍얼거린다. 재미없는 클래식을 듣는다고. 쇼스타코비치의 세컨드 왈츠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면서. 이 곡도 내가 자주 흥얼거려서 알고 있는 곡이지 그 전에는 영화에서 들어 본 기억이 있다고만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수능 점수에 도움은 안되지만 상처받았을 때, 삶이 힘겨울 때, 거듭되는 힘겨운 삶으로 인해서 지쳤을 때 내 마음을 위로해 주었던 것은 클래식이며, 사고의 폭을 넓혀 주었던 것은 수없이 많은 명화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코린트의 눈먼 삼손은 내게 가히 충격이었고, 내 마음을 가장 많이 위로해 주던 그림이었다. 

  비발디의 사계나 베토벤의 운명을 틀어 놓고 이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한없이 감성적이 되기도 하지만 현실에 당당하게 맞설 힘을 얻기도 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명인들의 그림과 클래식이 왜 오늘날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라. 난 클래식 매니아들처럼 작곡가들의 생애에 대해서도, 작품의 배경에 대해서도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는 무지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저자도 그래서 음악과 그림을 동시에 감상했던 것이 아닐까?  

  감정의 조각들은 사랑이 되고, 애증, 그 강렬한 이끌림, 내가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믿었던 사랑은, 나는 사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괜찮아, 슬픔은 곧 지나갈 거야, 단 한 번의 잊지 못할 입맞춤 , 다시는 오지 않을, 이토록 뜨거운 순간, 아팠구나, 네가 많이 아팠구나, 불안은 창조의 씨앗이 되고, 끝이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가장 달콤한 유혹, 아름다운 죽음을 꿈꾸다, 불완전해서 오히려 아름다운, 자유로부터 그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사랑할 자유, 꿈꿀 자유, 내 인생의 혁명이 필요할 때, 우연의 이끌림, 오감으로 느끼는 사랑, 진실은 그것이 어떤 모습이든 진실 그 자체로 아름답다, 굿바이 고정관념, 헬로 자유!, 예술, 일상을 만나다 

  소단원들의 제목을 보라. 그녀의 아픔과 힘겨웠던 삶의 무게가 그대로 드러나 있지 않은가? 사랑과 이별, 상실과 불안, 극복과 희망, 삶의 의지, 비전을 향해 나가는 두려움과 용기가 읽혀지지 않는가? 바이올린 연주라는 그녀의 배움이 삶에 힘을 주고 함게 보았던 그림들이 용기를 주었음이 분명하다. 이런 그림과 음악을 가까이 접했을 그녀가 너무나 부럽다. 어린 나이에 외국에서의 유학생활이 힘들고 어려웠을 것이지만 외국이라는 삶의 자리가 그녀에게 너무나 커다란 선물을 준 것이리라. 만약 그녀가 한국에 있었다면 아마도 이런 축복을 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빡빡한 삶때문에 더 진이 빠지지 않았겠는가? 

  이 책은 가볍게 보면 그냥 그림과 음악에 대한 감상 입문서 내지는 에세이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녀처럼 삶의 무게 때문에 지쳐있는 이들에게는 지친 마음을 잠시 추스르고 쉬었다 갈 수 있는 한없이 편안한 장소가 된다. 이 책은 가볍게 읽어도 무겁게 읽어도 즐거운 그런 종류의 책이라 말하고 싶다. 부록으로 같이 딸려온 CD는 정말 굳이다. CD부록이 초판본에 한해 증정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혹시 재판이 발행된다면 CD를 꼭 같이 증정했으면 좋겠다. 그것도 책의 순서에 맞추어서 음악 순서를 재구성하고 빠진 음악들도 같이 넣어준다면 더 좋을 것이다. CD를 틀어 놓고 읽는 책은 몇 배나 더 진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기 대문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은 후반부로 갈수록 억지로 끼워 넣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고전부터 시작하여 현대 미술과 음악, 팝아트까지 다루고자 한 것은 저자의 욕심같다. 특히 앤디워홀과 번스타인은 더더욱 그런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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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5-15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ㅡ 좋은 리뷰입니다.
저 역시 미술에 문외한이라....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몬드리안의 그림이 다가오네요.
CD도 같이 오나 봐여? 오....

saint236 2010-05-15 12:14   좋아요 0 | URL
초판본에 한해서 CD가 증정품이더라고요. CD를 들으면서 책을 읽으면 왠지 있어 보인다는...ㅋㅋㅋ 읽으면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책입니다.

마립간 2010-05-16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 평가단에서 CD를 보내 주었나요? 저는 받지 못해 음악 찾으면서 읽으나라고 애 먹었는데.

saint236 2010-05-16 22:51   좋아요 0 | URL
책 뒷면에 보시면 비닐 커버에 CD가 들어 있습니다.

2010-05-17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0-05-17 22: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고 서평쓰겠습니다. 요즘 사놓고 밀린 책 읽고 있는 중이라 이렇게 넉넉하게 기한을 잡은 것을 이해해 주세요.^^

비단길 2010-05-20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억지로 끼워넣었다는 느낌... 공감입니다. 그래요 워홀과 번스타인 연관성을 짚기란 좀...
'대중화'라는 의지는 비슷한데, 그건 의지이지, 작품형성과정에서나, 작품내용과는 좀 다르지 않나 싶었지요. 그외에 알듯 말듯, 일치감이 오지 않았더랬습니다.

saint236 2010-05-20 11:33   좋아요 0 | URL
저뿐이 아니었군요. 그 구색맞추기위한 끼워 넣기가 책의 즐거움을 감소시키더라구요.
 
 전출처 : saint236 > From 순수 To 노욕(老慾)

 

 

 

 

   

   

  사람의 일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여러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나는 처음부터 마지막을 통틀어 살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 이 작업이 힘들다면 나는 전반부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후반부를 살펴본다. 인생의 마지막을 평생의 신념을 지키면서 살았는가? 평생동안 그가 하고 살았던 말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면서 살았던가? 아무리 대단한 성공을 하고 사회적인 명성과 권위와 권력을 얻는다고 할지라도 그가 평생 간직했던 신념을 지키지 못했다면 그의 인생은 아닌 말이지만 실패했다고 본다. 

  과연 김대중 대통령은 그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았는가? 우리는 그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김대중 대통령은 내가 처음으로대학생이 되던 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당시 IMF 체제와 가계부담, 그리고 높은 학비의 부담. 많은 학생들이 원하지 않게 휴학을 해야 했고 남자들은 서둘러 군대를 가야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입대를 하는 것도  하늘에 별따기였으니 국방부 전성시대는 박정희 시절도 아니고 전두환 노태우 시절도 아니고 김영삼 시절이 아니었겠는가? 여하튼 첫 투표권을 가지고 찍은 김대중 대통령은 선망의 대상이자 거목이었다. YS에 질렸던 나는 DJ라면 무언가 다를 것이라 기대를 했었는데 대통령으로 그의 모습은 기대이하였다. 남북정상회담, 노벨평화상 수상까지는 자랑스러운 대통령이었지만 그 이후 그가 보여준 행보는 실망 그자체였다. 성급한 판단이라고 해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카드를 통한 내수 활성화라는 생각은 분명한 실책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끊었으며, 신용불량자가 되었던가?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진보라는 말과는 달리 신자유주의에 충실한 그의 정치색이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회장이나 김대중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알라딘 서평단을 통해 백무현씨의 만화 김대중1~2를 접하게 되었다. 그뒤로 3~5권은 사서 보았는데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왜 샀는가? 김대중 대통령을 평가하기 위한 데이터를 얻고 싶어서였다. 5권까지 책을 읽고 내린 평가는 80점이다. 

  순수하게 시작했던 그의 일생,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 그가 한 희생을 보자면 100점을 줘도 부족하지만 말년에 대통령이 되기 위하여 그가 행했던 모습들을 감점의 요인이다. JP와의 연합은 YS의 보통 사람과의 연합에 버금가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게다가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모습 등 대통령이 되기 위하여 그가 행한 행보들은 전략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효과적일지 모르겠지만 그가 평생 지킨 대의와 신념에 비추어 보자면 잘못된 선택임이 분명하다. 김대중의 매력은 우직함과 뚝심, 그리고 대의였는데 그 매력을 스스로 버리는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는가 생각한다.  그도 인간인지라 노욕에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YS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의 일생을 간략하게나마 돌아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는 것이 감사하다. 그것도 만화로. 만약 자서전이었다면, 혹은 평전이었다면 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일생에 대하여 평가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물론 이 책은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그렇게 씌여졌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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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김대중 5 - 역사는 발전한다
백무현 글.그림 / 시대의창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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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기 전에 다음에서 노욕(老慾)이라는 말을 검색했다. 한자는 제대로 썼는지, 혹 의미는 제대로 파악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검색하던 가운데 재미있는 글을 발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려주세요.
내공은 있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성의 있는 답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지식에 올라와 있던 글이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부정적인 평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진영의 어떤 의도의 글인지 안봐도 비디오다. 그런데 저 재미있는 것은 이 글에 대하여 꽤 많은 답변들이 많이 제시되어 있다는 것들이다. 그 답변들이 대체로 비난도 안 되는 쓰레기로 취급해야할 것들이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내용을 조목조목 집어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것들도 있다. 지역 감정 조장(박정희가 시작한 것이지만 김대중도 이것을 이용하고 나중에는 더 심화시킨 것은 분명하다.), 카드 대란, 홍삼트리오(절대 가수가 아니다.), 강도 높은 신자유주의 정책(물론 IMF체제를 몰고 온 것은 김영삼이지만), 건설업을 통한 경기 부양이라는 전근대적인 사고 등은 김대중 대통령 집권기에 일어났던 대표적인 실책들이다. 

  정치 9단이라는 사람이 왜 이런 황당한 실책들을 저질렀던 것일까? 정치색이 전혀 다른 JP와의 연합이라는 무리수를 뒀던 것일까?(노무현도 이 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군자연한 태도와는 달리 상대방의 약점을 까발리면서 물고 늘어지는 구태의연한 정치계의 행동을 따라갔던가? 평생을 민주주의를 위해 살아왔으면서도 대통령이 되기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포기 내지는 유보했었는가? 서민들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하여 중산층을 붕괴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차갑게 얼어붙은 내수 경제를 살리겠다고 카드를 남발하게 독려해 카드 대란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이해 안 되는 여러 가지 질문들은 노욕(老慾)이라는 말로 정리가 된다. 

  평생을 민주주의를 위해 살아왔지만 결국 그도 막판에는 노욕(老慾)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집권욕 때문에 이회창을 누르기 위하여 JP와 연대를 했던 것이며, 경제를 살린 대통령이기를 원해서 무리한 방법들을 사용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을 깎아 내리자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이 어땠는지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조금 삐딱한 시선으로 보면 김일성 찬양하듯이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에 대하여 찬양하는 것이 가끔 눈에 들어온다. 공정한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면만, 혹은 긍정적인 면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책을 통하여 긍정적인 면을 봤다면 책의 구석구석에 쪼개져 있어서 유심히 살펴보지 못하면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갈 단점들을 재구성해본 것이다. 그저 안타깝고 아쉬울 뿐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욕을 떨쳐버렸다면 오늘처럼 진보진영이 분열되고 무기력하게 되었을까? 한 나라의 대통령이 바위 위에서 투신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인가?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겠고, 역사에 만약이라는 말은 불필요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만약이라는 말을 해본다면 나는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각설하고 분명한 것은 그는 이 시대를 이해하기 위하여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거목이라는 사실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울러 5권까지 책을 마무리한 백무현씨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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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김대중 4 - 시대의 한계를 넘어
백무현 글.그림 / 시대의창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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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연의에 보면 이호경식지계(二虎競食之計)라는 말이 나온다. “두 호랑이가 싸워 서로 잡아먹게 하는 계략”으로 조조가 유비와 여포를 무찌르기 위하여서 사용한 계책이다. 이 계책에 얽힌 에피소드는 이렇다.  

  한말 대 혼란기에 실권을 잡은 조조는 어가를 허도로 옮긴 뒤 궁궐을 다시 짖고 종묘와 사직을 옮겨 모셨으며 성대(省臺) 사원(司院)의 아문(衙門)도 새로 세웠다. 천도에 따른 큰 일을 대강 정한 뒤 후당에 큰 잔치를 열고 여러 모사들과 장수들을 불러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을 다시 꺼냈다. 서주(徐州) 평정에 관한 의견을 수렴코자 한 것이다. 허저는 정병 5만만 주면 유비와 여포의 머리를 승상께 바치겠다고 호언을 하였다. 

  그때 순욱이 허저의 말을 가로 막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게 한 계책이 있으니 ‘두 범이 한 먹이를 다투게 하는 계교라 합니다.’(二虎競食之計). 명공께서 폐하께 주청하여 유비를 정식으로 서주목(徐州牧)을 삼은 뒤 몰래 글을 보내 여포를 죽이도록 하십시오. 여포를 죽이면 그에게는 달리 도와 줄 힘 있는 자가 없으니 그 또한 멀지 않아 죽일 수 있습니다. 이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유비가 여포를 죽이지 못하면 이번에는 여포가 반드시 유비를 죽일 것이니 명공께서는 마찬가지로 유리합니다.” 서주란 먹이 하나를 두고 유비와 여포가 다투도록 하자는 계책이다.(이문열 삼국지 3권 참조) 

  만만치 않은 상대가 서로 연합하여 있을 때, 상대의 갈등과 알력을 이용하거나 또는 조장해서 목적한 바를 이루는 방법으로 일종의 차도살인 수법의 변형이다. 별다른 투자 없이 상대방을 무력화 시킬 수 있으며 만약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별다른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에 권력자들이 즐겨 쓰는 수법이다.  

  왜 4권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생뚱맞게 이호경식지계(二虎競食之計)라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는가? 이 책의 내용이 딱 이호경식지계(二虎競食之計)이기 때문이다. 조조를 전두환과 노태우의 신군부 세력으로, 허저를 군출신 강경파들로, 순욱을 공작정치의 달인 안기부로, 유비와 여포를 김대중과 김영삼으로, 서주를 민주당으로 치환하고 위의 글을 다시 읽는다면 4권의 대강적인 줄거리가 나온다. 이래서 역사를 돌도 돈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김대중의 귀국부터 시작하여 직선제 개헌 투쟁, 김대중, 김영삼의 연합, 그리고 분열, 노태우 당선과 민자당 창당, 5공비리 수사,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이한열 열사의 죽음, 김대중의 정계 은퇴와 영국 유학, 그리고 정계복귀라는 숨가쁜 80년대 중반에서 90년대 중반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들의 열망에 의하여 억지로 떠밀려 직선제 개헌을 해야 했던, 그렇지만 여전히 북괴의 침략이라는 케케묵은 수법을 사용하여 국민을 협박하며 정치 공작을 일삼던 신군부 세력, 진짜 민주주의 실현을 대의로 걸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막판에 가서 권력욕 때문에 신군부 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줘야 했던 김대중과 김영삼의 실망스러운 모습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역사의 굴곡 속에서 피를 흘려 민주주의의 토양을 일구었던 무명의 국민들의 고귀한 희생 또한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실려 있다. 

  이 책은 김대중의 입장에서 그의 말과 인생을 조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김대중에 대하여 좋게 포장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가시지 않는 의문이 있다. 대통령에 대한 그의 마음이다. 이호경식지계라는 것은 성인군자들 사이에서는 통하지 않는 계략이다. 능력도 비등비등해야 하지만 가지고 있는 욕심도 비등비등해야 가능한 계략이다. 유비가 아무리 인의를 내세우지만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황제의 자리를 향한 권력욕이 자리잡고 있었다. 유비에 비하면 직설적으로 패권을 앞세우는 여포는 귀여운 정도이다. 조조와 순욱이 이호경식지계를 펼친 것은 인의로 포장된 유비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권력욕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마찬가지로 전두환 노태우를 위시하여 신군부 세력이 김대중과 김영삼에게 이호경식지계를 걸 수 있었던 것도 양김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향한 욕망을 꿰뚫어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혹 꿰뚫어 보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본능적으로 자신들과 비슷한 권력욕의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차라리 권력에 대한 욕심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전두환 노태우는 귀여운 수준이 아니겠는가?(그렇다고 그들의 행위를 정당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까지 본심을 숨기지 못하고 노태우와 손을 잡은 김영삼도 김대중의 단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김대중을 정치 9단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고 기분 나쁜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절대로 김대중을 폄하하기 위하여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너무 멋들어지게 포장하여 역사의 모든 영광을 다 가져간 사람처럼 비추어 지는 모습에 반감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색깔론이라는 정치공작 때문에 평생을 고통받았으며 지금까지도 좌파라고 분류되는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간다.(김대중, 노무현은 절대로 좌파가 아니다. 중도우파 아무리 많이 쳐도 중도 좌파 정도가 되지 않겠는가? 우리 나라가 너무 우향우 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좌파로 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감정 유발, 불출마 선언과 번복, 정계 은퇴와 복귀같은 행보에 대한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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