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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 여자, 당신이 기다려 온 ㅣ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1
노엘라 (Noella) 지음 / 나무수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책의 표지에 서 있는 글귀 중 내 마음에 가장 들었던 것이 "멜로디가 흐르는 미술관'이다. 그래서 난 리뷰를 쓰면서 리뷰의 제목으로 이 글귀를 선택했다.
예술이란 무엇일까? 특히 생소한 미술과 클래식은 나에게 잇어서 무엇일까? 그저 미술 시간, 음악 시간에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하여 머리 속에 우격다짐으로 구겨 넣었던 것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그러니 학창 시절에 도무지 클래식에 관심이 없었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몬드리안의 황금비율이 1:1.618이라는 것을 외우기 위해 노력했지 몬드리안이 왜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고, 알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다.
위 작품의 제목이 Red, Yellow 그리고 Blue인 것도 몰랐다. 그냥 황금 비율은 1:1.618이라는 것만 달달 외웠을 뿐이다. 클래식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누가 무슨 곡을 작곡했는지는 달달 외웠지만 실제로 그 곡을 들어서 알았을리는 없다. 수능에서 1점이라도 더 맞기 위해서 미술과 더불어 음악은 전혀 필요없는 과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3이 되어서 미술과 음악은 관심 밖의 과목이 되었고 선생님들도 공공연히 자율학습이라는 명목하에 국영수 공부를 조장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클래식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대중가요가 클래식 일부분을 샘플링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였다.(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이 그 유명한 비발디의 사계의 겨울 중 2악장이며, 박지윤의 달빛의 노래는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를 샘플링했다.그 외에도 신화 휘성 등 많은 가수들이 클래식을 샘플링 했지만 실제로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대부터 클래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샘플링한 원곡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아마 그대쯤에서야 비로소 춘향가도 전곡을 다 듣기 시작했을 것이다.(사랑가는 물론이거니와 개그 프로에서 나오던 쑥대머리도 춘향가의 한 부분이다. 춘향이가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서글픈 목소리로 자기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쑥대머리로 시작하는 창을 한다.)
비단 나뿐이겠는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그러할 것이다. 음악과 미술은 수능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과목이라 무시해도 되며 머리속에 구겨 넣는 과목이기 십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무실에서 부록으로 주었던 클래식 CD를 틀었더니 후배가 꿍얼거린다. 재미없는 클래식을 듣는다고. 쇼스타코비치의 세컨드 왈츠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면서. 이 곡도 내가 자주 흥얼거려서 알고 있는 곡이지 그 전에는 영화에서 들어 본 기억이 있다고만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수능 점수에 도움은 안되지만 상처받았을 때, 삶이 힘겨울 때, 거듭되는 힘겨운 삶으로 인해서 지쳤을 때 내 마음을 위로해 주었던 것은 클래식이며, 사고의 폭을 넓혀 주었던 것은 수없이 많은 명화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코린트의 눈먼 삼손은 내게 가히 충격이었고, 내 마음을 가장 많이 위로해 주던 그림이었다.
비발디의 사계나 베토벤의 운명을 틀어 놓고 이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한없이 감성적이 되기도 하지만 현실에 당당하게 맞설 힘을 얻기도 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명인들의 그림과 클래식이 왜 오늘날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라. 난 클래식 매니아들처럼 작곡가들의 생애에 대해서도, 작품의 배경에 대해서도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는 무지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저자도 그래서 음악과 그림을 동시에 감상했던 것이 아닐까?
감정의 조각들은 사랑이 되고, 애증, 그 강렬한 이끌림, 내가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믿었던 사랑은, 나는 사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괜찮아, 슬픔은 곧 지나갈 거야, 단 한 번의 잊지 못할 입맞춤 , 다시는 오지 않을, 이토록 뜨거운 순간, 아팠구나, 네가 많이 아팠구나, 불안은 창조의 씨앗이 되고, 끝이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가장 달콤한 유혹, 아름다운 죽음을 꿈꾸다, 불완전해서 오히려 아름다운, 자유로부터 그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사랑할 자유, 꿈꿀 자유, 내 인생의 혁명이 필요할 때, 우연의 이끌림, 오감으로 느끼는 사랑, 진실은 그것이 어떤 모습이든 진실 그 자체로 아름답다, 굿바이 고정관념, 헬로 자유!, 예술, 일상을 만나다
소단원들의 제목을 보라. 그녀의 아픔과 힘겨웠던 삶의 무게가 그대로 드러나 있지 않은가? 사랑과 이별, 상실과 불안, 극복과 희망, 삶의 의지, 비전을 향해 나가는 두려움과 용기가 읽혀지지 않는가? 바이올린 연주라는 그녀의 배움이 삶에 힘을 주고 함게 보았던 그림들이 용기를 주었음이 분명하다. 이런 그림과 음악을 가까이 접했을 그녀가 너무나 부럽다. 어린 나이에 외국에서의 유학생활이 힘들고 어려웠을 것이지만 외국이라는 삶의 자리가 그녀에게 너무나 커다란 선물을 준 것이리라. 만약 그녀가 한국에 있었다면 아마도 이런 축복을 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빡빡한 삶때문에 더 진이 빠지지 않았겠는가?
이 책은 가볍게 보면 그냥 그림과 음악에 대한 감상 입문서 내지는 에세이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녀처럼 삶의 무게 때문에 지쳐있는 이들에게는 지친 마음을 잠시 추스르고 쉬었다 갈 수 있는 한없이 편안한 장소가 된다. 이 책은 가볍게 읽어도 무겁게 읽어도 즐거운 그런 종류의 책이라 말하고 싶다. 부록으로 같이 딸려온 CD는 정말 굳이다. CD부록이 초판본에 한해 증정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혹시 재판이 발행된다면 CD를 꼭 같이 증정했으면 좋겠다. 그것도 책의 순서에 맞추어서 음악 순서를 재구성하고 빠진 음악들도 같이 넣어준다면 더 좋을 것이다. CD를 틀어 놓고 읽는 책은 몇 배나 더 진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기 대문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은 후반부로 갈수록 억지로 끼워 넣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고전부터 시작하여 현대 미술과 음악, 팝아트까지 다루고자 한 것은 저자의 욕심같다. 특히 앤디워홀과 번스타인은 더더욱 그런 느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