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예수 - 톨스토이 스토리 바이블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동진 옮김 / 해누리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톨스토이라는 러시아의 대문호가 성경을 새롭게 썼다. 그 부제만으로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읽어나가기 시작하였다. 너무 두거워서 읽기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문고판인 관계로 가지고 다니기도 쉽고, 내용도 그렇게 빡빡하지 않았던 관계로 읽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었다.그러나 그 내용이 머릿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책들이 아니고 성경에 나와 있는 이야기들을 작가의 상상력과 철학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일 뿐인데 왜 이리 읽기가 어려운 것일까? 마지막까지 책을 읽고나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인생의 문제를 만나 종교에서 답을 찾고자 했던 톨스토이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만난 기독교, 그가 발견한 성경의 진리, 그가 가진 철학과 신학이 이 안에 녹아 있기 때문에 쉬운 문체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게다가 그 내용이 너무나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면에 치우쳐 버렸기 때문에 읽기가 더 난해한 것이다. 

  이 책은 철저하게 기독교 신앙의 신비를 배제하고 있다. 서론에서 기독교의 복음서들이 그 안에 잘목된 가르침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 잘못된 가르침을 바로 잡겠다는 포부를 접하면서 톨스토이의 생각의 단면을 알게 된다. 성경의 율법적인 부분들을 빼내어 하나로 재구성하려는 노력들이구나. 아니나 다를까 성경을 읽어나가면서 분명 성경에 있는 이야기들을 조금식 변형시켜 놓았을 뿐인데 왠지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에 대한 신비와 그 안에 들어 있는 하나님과 성령의 역사는 철저하게 배제되어 버리고 그의 사역과 말들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잇었다. 십계명을 대체하려는 듯한 예수의 5계명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예수의 계명과 가르침이란 구약과 대립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립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톨스토이의 시각이 내 신경을 계속 긁고 있다고 할까? 원시 기독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교회가 만들어온 역사성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그의 신앙관은 순수해 보인다. 그러나 나는 이런 신앙관이 절대로 원시 기독교의 가르침에 가까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도 원시 기독교에 가가워지려고 노력하면서도 왜 원시 기독교 공동체가 가지고 있던 신앙의 신비와 부활이라는 신비의 사건과 구원을 빼버렸단 말인가?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인간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낙관주의의 한 단면을 여기에서 바라보게 된다.

  성경은 분명 윤리와 율법을 그 안에 품고 있는 책이다. 사랑을 이야기하고, 용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이 성경의 전부는 아니다. 성경의 본질이 윤리이고 도덕이라면 차라리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읽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성경을 읽고 변화가 된다는 것은 니코마코스 윤리학 같은 성현의 가르침이나, 윤리적인 지침을 만났기 때문이 아니라 기독교의 신비한 성령의 역사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이다. 톨스토이가 꿈꾸었듯이 윤리적으로 살기 때문에 성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분명 이 책은 지금까지 게으름을 피워온 기독교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힘이 있다. 섬기고, 봉사하고,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뒤로 하고 지위를 높이고, 재물을 모으고, 권력을 지향하는 성공을 꿈꾸는 오늘날의 교회에 원시 공동체가 품어 왔던 삶의 가르침을 보여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한번은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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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2011-10-23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영혼어쩌구 하는데 톨스토이도 결국 중요한걸 배제한듯한 유물론적인 냄새가나네요.
머리말을 읽고서 뭐가 그리 문제가 될까 상당히 주목했는데
흠.. 읽는 도중입니다만 좀 위험한 책임.
톨스토이는 구원을 얻었을까 의문이네요 ㅎ

saint236 2011-10-24 01:34   좋아요 0 | URL
윤리와 신비! 믿음과 행함! 둘 중 어느 하나라도 포기되는 순간 기독교 신앙은 기독교 신앙이 아니게 됩니다. 톨스토이의 성경은 지나치게 윤리와 행함으로 치우친데 문제가 있는 것이지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이부분만 감안하고 읽는다면 오히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삶이 따르지 않아 손가락질 당하는 기독교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톨스토이가 한쪽 편으로 치우쳐 있다는 사실만 분명히 기억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