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 부키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쁜 사마리아인을 통하여 장하준이라는 사람을 접하게 되었고, 그의 생각에 많은 부분 공감하게 되었다. 그러다 몇달전 국방부에서 선정한 불온 도서에 "나쁜 사마리아인"이 버젓이 이름을 올린 것을 보고 "국방부가 미쳤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도대체 그 사람들은 무슨 책인지 읽어보고나 불온 도서로 선정한 것일까? 도대체 어떤 이유로 장하준이라는 사람을 빨갱이로 몰아가는 것일까? 그의 책을 읽어 빨갱이의 빨자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그 어떤 사람보다도 더 보수적인 경제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국가에서 나나서 주도하는 통제 경제, 이것이 장하준이 이야기하는 경제의 모델이 아닌가? 많은 선진국들이 이 경제 모델을 통하여 선진국이 되었고, 아시아의 신흥강국들이 이렇게 발전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지적하면서 후진국들이 발전하기 위해선 이 방법을 기본으로 삼아 각 국에 맞는 경제 발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이며 보수적인 주장이 장하준 교수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 주장이 좌파적인 불온 사상으로 평가되는 대한민국은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인가?

  시장만능주의를 믿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발언 때문일까? 여하튼 국방부 불온 도서에 그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장하준의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런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더할나위 없이 자랑스럽고, 이런 사람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영국에 눌러 앉아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사다리 걷어차기"는 "나쁜 사마리아인"의 원형이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장하준 사상의 출발점이 되는 책이다. 사다리 걷어차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도 도둑이 파숫꾼으로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경제발전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그것이 범법이든, 비열한 짓이든 말이다. 이렇게 발전해서 어느 위치에 오르게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가? 아니다. 이젠 더 비열한 짓이 남아 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를 위협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남아 있다. 과거의 기억을 깨끗하게 세탁해서, 시장의 힘에 모든 것을 맡겨버렸더니 오늘 이렇게 발전했다는 개도 안물어갈 소리를 하면서 상대방에게 자유무역을 강요한다. 국가에서 나서서 이것저것 컨트롤하면 될 것도 안된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면서 상대방이 발전할 가능성을 싹부터 잘라버린다. 비열한 짓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상대방의 발전 가능성을 빼앗아 버리는 것은 물론이요 상대방의 생존권마저 위협해 버리고, 상대방을 착취하기 위하여 온갖 비열한 짓을 서슴치 않는다. 잊네 지켜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과거 자기들의 행태는 모드 잊어 버리고서 말이다. 오늘 대한민국이 세계 사회에서 졸부 취급 받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니던가? 선진국들이야 자기들의 과거를 이미 깨끗하게 세탁해 버렸다지만, 대한민국은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우리의 모습을 기억하는 국가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그들 앞에서 눈가리고 아웅하는 짓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우스울 것인가?

  대한민국에 민영화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쓸만한 공기업들은 다 팔아버려야 한다고 한다. 팔아서 민간에 맡겨야 경쟁력이 살아 난다고 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장하준 교수는 분명 이것을 지적하고 있다. 공기업 매각은 소수의 기득권층에게 부를 더 몰아주는 일일뿐이라고 말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기업을 키워 그것을 헐값에 대기업에 넘겨주는 것이 민영화의 핵심이 아니던가? 그 가운데 오가는 웃돈이란 부수입일 것이고. SK가 대표적인 예가 아니던가? 누가 돈으로 기업을 만들었고, 그 기업의 열매는 누가 가져갔는가? 이 책이 불온 서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힘이 여기에도 있지 않을까? 국제 사회에서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사다리 걷어차기는 계속되고 있다. 부의 사다리를 아둥바둥 대면서 올라가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꼭대기에 앉아서 그것을 즐겁게 바라보면서 어느 정도 올라온 사람들을 걷어차 버리는 사람들, 그래서 세상은 아수라장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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