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권력
아서 제이 클링호퍼 지음, 이용주 옮김 / 알마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보면서 커다란 보물 찾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자의 의도는 명백하다. "독자들이여 보물을 찾아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지도는 객관적인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어릴 때 배운 세계지도를 메르카토르 기법에 의하여 작성된 것인데 우리는 어릴 적 부터 이것을 보고 배워왔기에 원래 세계는 이렇게 생겼나보다 하고 넘어가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원래 세계는 그렇게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그려진 세계지도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지도가 항해를 위해 만들어진 대항해시대의 유물임에도 불구하고 항해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다는데 있다. 만병통치약처럼 국경을 나눌 때, 인구의 분포와 문화의 영역을 나눌 때에도 이 지도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에게 잘못된 시각을 갖게 해준다.

  몇 배이상으로 크기가 과장된 유럽, 남반구는 항상 북반구의 밑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서로 갈라져서 전혀 만날 것 같지 않은 지도의 양끝, 상대적으로 크기가 줄어든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아메리카, 상대적으로 크게 그려진 유럽, 북아메리카, 러시아를 포함한 중앙 아시아는 사실이 아니라 힘의 크기, 영향력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또한 중앙에 배치된 유럽은 유럽 중심주의를 심어주는 아주 좋은 교보재가 된다. 물론 이것이 메르카토르의 의도는 아닐 것이다. 대항해시대에 유럽에 필요한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겪게되는 왜곡이요, 유럽중심주의일 것이다. 이 지도를 만든 메르카토르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문제는 무엇이냐? 이 지도가 여전히 오늘날에도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말이다. 메르카토르 도법이 항해에는 유리함은 이미 말했다.그러나 항공이나 기타 다른 면에는 불리함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설명 없이 단순하게 이 지도를 사용하여 교육을 하면서 우리에게 이지도가 진실이라고 강요하고 있는 오늘의 모습을 보면서 그 불손한 의도를 발견하게 된다. 지도의 이면에 숨어 있는 유럽 중심주의, 인종차별주의, 제국주의적 침략의 야욕 등 여러가지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렇게 선명하게 알 수 없었을 사실들이다.

  믿기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지금 당장 지도를 펴보라. 그리고 그 지도를 중심으로 각 국가들의 정치와 이슈들을 살펴보라. 미국의 아프간과 이라크 침략, 한국과 일본에서의 군사동맹 강화, 대만을 향한 지지, 유럽과의 동맹이 과연 어디를 겨냥하여 이루어지고 잇는지 살펴보라. 유럽과의 동맹은 냉전 시대에는 소련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소련이 무너지고 미국의 독주가 이루어지면서도 여전히 유럽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는 아프가니스탄을 빈 라덴을 잡는다는 이유로 들어가 아직도 철수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대량학살 무기가 없다고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엉덩이 깔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중국이다. 중국을 포위하는 전술이다. 이러한 것들을 지도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전술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이유는 메르카토르도법의 가장 큰 문제점일 것이며, 오늘날까지 이 지도가 살아남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가끔 독도문제를 이야기할 때에 옛날 지도를 찾았다고, 독도가 한국 땅임을 표시하는 지도를 찾았다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리는 기사를 본다. 이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지도는 단순하게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작성된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과 다른 지도를 보여주면서 일본의 주장이 틀리고 우리의 주장이 맞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다. 이렇듯 지도에는 정치적인 목적이 담겨있다. 이것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지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다.

  지도는 객관적인 산물이 아니다.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지고 사용된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지도는 한국의 의치를 세계의 중심에 놓고 있다.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국가주의적 전략을 계속 심기위한 하나의 장치이다. 여기에 휩쓸려 맹목적인 애국, 국가에의 충성, 권위에의 복종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을 가지고 뭐라 하지 않겠다.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의 국민이라면 이 정도의 국가에 대한 애국심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너무 깊이 빠져든 나머지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이라는 사고에 물들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제국주의적 사고를 우리에게 심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제국주의적 사고에 젖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학대하고 3류 인종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도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 아니 지도에 숨겨진 야욕과 정치적인 계산을 찾아라. 그리고 거기에 물들지 않도록 유의하라. 지도를 보면서 우리가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태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 '88만원 세대'를 넘어 한국사회의 희망 찾기
우석훈.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8만원 세대"를 정말 재미있게 본 사람이다. 그 책 한권은 나에게 우석훈이라는 이름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던져 주었다. 우석훈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기에 고민을 하다가 샀다. 책 제목도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이기에, 그리고 부제로 88만원 세대 해설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사게 되었다. 나름 기대를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이 과연 다작이 좋다지만 이렇게 다작을 내는 것이 바른 일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왠지 사기를 당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달까?

  일단 책이 무척 쉽다. 보통 사회과학 서적들은 읽기가 난해한 경우가 많이 있다. 번역서들은 번역자체가 어려워서 일테고, 국내 학자들의 저서는 대개 자신들의 학식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알량한 자만심 때문에 어려운 것일게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것이 없다. 정말 쉽다. 중고등학생이 읽는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전혀 없을 정도로 쉽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들을 쉬운 말로 풀기 위해 노력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지승호씨의 질문 또한 날카롭다. 두 사람이 공통의 시각을 가지고 한국 사회의 현 상황에 대하여 거침없이 난도질을 했달까? 있는 그대로 까발렸달까? 이런 면에서 이 책의 가치는 별 하나를 더 줘도 될 것이다. 원래는 3개릐 별점을 주려고 했지만 책이 쉽게 읽히고 소설책 넘어가듯이 쭉쭉 넘어간다는 그 이유만으로 별 한개를 더 매겼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더 이상 나가지 못한다. 자세히 뜯어보면 날카롭다. 이야기 꺼리도 많다. 우리 사회의 워낙 여러가지 분야를 총망라하기 때문이다. 정치 하나만 해도 많은데, 거기에 경제에 문화에, 생태까지 모든 부분들을 망라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보니 정말 이야기 꺼리는 많은데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식의 이야기들이 계속 열거 되고 있다. 이 글의 서평을 쓰면서 드는 생각이 딱 맥가이버 칼이다. 위에 사진으로 올렸는데 일명 맥가이버 칼로 통하는 다용도 칼은 정말 여러가지 공구가 다 들어 있다. 포크에, 칼에, 가위에, 펜치에, 톱에, 어떤 경우는 도끼까지 있기도 하다. 칼 하나를 샀는데 여러가지 공구가 들어 있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이것 하나만 가지면 무인도에 가서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여러기지를 신기하게 만져보지만 그것도 며칠이다. 며칠지나면 시들해진다. 칼만 주로 사용하게 되는데 칼을 사용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왜 이렇게 투박하지? 너무 무겁다. 이런 것들 다 없고 칼만 있었으면." 대체로 맥가이버 칼이 이렇다. 이것저것 많은 것 같은데 정작 사용할 것은 없다. 이책이 그렇다. 이것저것 많은데, 담론도 많고, 꺼리도 많고 날카로운 질문도 많은데 정작 쓸만한 건 없다. 다 합쳐 놓으니 군살이 너무 많이 붙었다. 꺼리의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또 문제는 명확한 결론이 없다는 것이다. 꺼리가 많다보니 한가지 타이틀에 십여개의 질문과 답변이 전부다. 그 개개의 질문들도 족히 책은 한권 쓸법한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이렇게 모아놓으니 명확한 결론이 없다. 그저 주절거리는 것 같은 글이다. 예전에 선배들이 술먹고서 하는 이야기들을 듣는 것 같다. 술자리에서 선배들이 술에 취해서 던지는 이야기들은 정말 들을만한 것들이 많았다. 신학에서부터, 철학, 사회학, 맑스에서 사구체, 소비에트 연방까지 온갖 이야기들을 총망라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들으며 밤을 샌것이 며칠인지 모른다. 그런데 들을 꺼리는 많은데 왜 그리 설득력이 없던지. 워낙 주제가 많다보니 그저 주절거림에 지나지 않았던 것들이다. 한가지들만 가지고 이야기를 해도 몇날 며칠을 밤새도 그거 겉에만 머물러 있을텐데 그것들을 하룻밤만에 훑어 버리는 것이다. 수박 겉핥기라고 할까? 솔직하게 드는 생각은 우석훈이라는 이름값에 기댄 평균이하의 책이라는 것이다. 넓기는 한데 깊이가 없다. 지식이 습자지라고 할까? 넓기만 하고 깊이는 극히 얇은 지식. 그래도 저자가 다음에는 인터뷰를 안한다니 한번의 실수였겠거니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가 책의 주제인데, 솔직히 희망을 찾지 못했다. 온갖 절망적인 이야기들은 다 해놓고 대안이라고 제시한 것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이다. 서울 시내 미세먼지를 조절하기 위해서 2년 동안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앞으로 공사 총량제를 시행하는 것이란다. 본인도 이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알고 있다고 차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이기에 들었지만 대체로 이렇다. 무엇인가 비판을 많이 해놓는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대안이 없다.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단다. 과연 무엇으로 희망을 말하는 것일까? 희망이 있기는 한가 생각이 든다. 오직 눈에 절망만이 들어온다. 차라리 안봤으면 모르겠지만 이미 본걸 어쩌란 말이냐? 희망이 없는 상황을 다 보여주고 이제부터 우리 희망을 말해야하지 않겠냐 그러는데 무엇인 희망인지 보이지도 않는데, 아니 희망이 있는지조차 의심이 가는데 희망을 말하라고 한다. 새장에 갇힌 새에게 자유를 노래하라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마음 속의 근심이 더 깊어지는 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퓰리즘 -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와 선택
서병훈 지음 / 책세상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몇 달 사이에 우리나라는 두가지의 커다란 선택을 했다. 대선과 총선이라는 두 가지의 선택은 향후 5년간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할만큼 커다란 선택이다. 그런데 지난 대선도 그렇고 이번 총선도 그렇고 인물이 없고, 정책이없고, 이유가 없었다. 여전히 네거티브 전략이 판을 치고 있으며, 지역주의와,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망령이 살아 있다.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느 싸이트 포스터에 올라와있던 영화 옹박을 패러디한 그 문구가 정확할 것이다.

 "박정희는 죽었다. 박근혜는 약하다. 개발의 후예 명박"

  많은 대선후보들이 대권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들 모두는 높은 경제성장율과 실업대책, 경기 부양이라는 정책을 내놓았다. 많은 정책들이 나왔지만 내가 보기에 정책이 없었던 것은 하나같이 "실현불가능한 정책"이기 때문이요 뭉뚱그려진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포퓰리즘의 특성으로 꼽는 정책들이 지난 대선에 고스란히 나왔던 것이다. 일자리 수십만개 창출, 경제 7%성장 등 내가 보기에 "저건 분명히 공수표구만1"이라는 정책들이 쏟아져나왔다. 그 중에 단연 으뜸은 허경영 후보의 정책이 아니었을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허경영 후보가 떠올랐다. 카리스마와 거침없는 말투, 공허한 공약 등등 파퓰리스트의 전형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파퓰리스트라고 말하지만 허경영 후보에 비하면 새발의 피요, 보름달 앞의 반딧불일 것이다.

  결혼 수당 1억원지급, 산삼 뉴딜 정책으로 국민 실업 완전 해결, 유엔본부 판문점 이전, 왕정 부활, 국회의원의 무급화 및 옥석 가리기, 당선 후 박근혜씨와의 결혼, 현실적인 노인수당 등 바라보기에도 화려한 그리고 황홀한 공약들이다. 자신의 IQ가 430이요, 박정희 대통령의 측근이요, 이병철 회장의 양자라 주장하는 그는 특유의 입담과 카리스마, 신선함으로 2007 대선의 돌풍이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지지를 받았던 것이다. 누리꾼들은 그를 일컬어 "허본좌"라 칭하고 연예 프로그램들은 그를 출연섭외 우선 대상자로 올려 놓았다. 이상한 인기와 관심은 허경영 후보를 더 우쭐하게 만들었고 천만표가 사라졌다는 황당하면서도 대담한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정책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이 책을 읽어간다면 포퓰리즘이 무엇인지 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책없이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고, 눈 앞의 이익을 보여주면서 자신에게 표를 행사하라 말하는 이들, 강력한 카리스마로, 그리고 친숙한 말로 국민의 주권을 국민에게 돌려 주겠노라 말하는 이들, 한번만 뽑아 준다면 국민을 위해서 이 한몸 다바치겠다고 하는 이들이 넘쳐 난다. 이미 몇개의 정당이라는 체제는 사라져 버린지 오래요 선거철 마다 새로운 정당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투표하는 것마저 헷갈리는 시대이다. 공약은 넘쳐 나고 모든 사람들은 장미빛 미래를 보여준다. 자신을 선출하면 장밋빛 미래를 주겠노라 말하지만 말그대로 텅 빈 약속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끌기 위한 온갖 사탕발림들이 가득한 약속들이 넘쳐난다. "국회의원 수를 1/3로 줄이겠다. 고졸 출신에게는 법을 유하게 적용하겠다. 결혼에서 금혼식까지 부부 백년해로 축하금을 지급하겠다. 자기 선거구 아이들을 100% 서울대에 진학시키겠다. 젊은이를 위한 댄스파티를 열겠다. 과외 공부를 금지시키겠다. 강화군을 단독 선거구로 만들어 강화민국을 건설하겠다."는 공약들이 나왔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아니고, 동네 통장 선거도 아니고 황당무계한 공약들이 나왔다. 도대체 이것을 보고 이들에게 투표를 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비단 이들뿐만이 아니다. 대운하라는 사탕을 제공한 이명박 대통령은 어떠한가? 대운하 하나로 나라 경제가 살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던지고 이것이 사명인양 밀어붙이는 모습은, 그리고 여기에 대하여 투표라는 형태로 표를 던진 대다수의 국민들은 누구인가? 민주주의, 자유주의, 인민주권, 엘리트에 의한 민주주의, 대중 민주주의 등등 모든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사는 시대의 정치체제를 규명하고자 하지만 그 어디에도 우리나라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오직 대중영합주의를 통한 정권창출만이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말한다. 한국에 포퓰리즘을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그러나 어려운 이유가 우리 나라에는 대중 영합주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대중 영합주의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모두 검은 것이데 그 중 어느 것이 덜 검은가를 구별해 낸다고 할까? 이번처럼 열심히 투표한 적이 없지만 이번처럼 또 그렇게 허탈해하고 속상하고, 걱정스러운 선거는 없었던 싶다. 앞으로 5년이 걱정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 삼성은 무엇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
프레시안 엮음, 손문상 그림 / 프레시안북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또 하나의 가족, 대한민국 최고, 불패의 삼성, 관리의 삼성 등등 삼성을 표현하는 수식어들은 정말 많이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 두터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모습을 일컬어 삼성 공화국이라고도 부른다. 삼성의 영향력을 놓고 본다면 맞는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삼성을 빼놓고 살아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어디를 가도 이름을 빼놓지 않는 것이 삼성이다. 그러나 그 이름이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비추어 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위의 사진은 얼마전 방영된 이미미 광고였다. "어부에게 바다는 생활, 연인에게 바다는 낭만, 아이들에게 바다는 놀이터, 삼성중공업에게 바다는 가능성"이라는 표어를 가지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광고였다. 광고만 본다면 정말 감동적이고 미래를 향해 도약하는 삼성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광고가 나왔던 시기를 살펴본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 삼성의 미래나 가능성이라기보다는 삼성의 변함없는 오만함과 함구하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광고가 방영되던 시기에 삼성중공업의 선박에 의한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많은 어부들이 일자리를 잃고, 생계를 잃고,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렸지만 삼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다 말은 했다. 자신들은 잘못이 없노라고. 문제의 배는 하청업체의 배였노라고.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의 삼성의 행태는 겨코 글로벌하지도, 정당하지도, 아름답지도 못하다. 구질구질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리라.

  많은 시민단체들이 삼성에 대하여 고발해왔다. 방송은 물론 얼마 전에는 공범자였던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있었다.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에서는 김용철 변호사를 도와서 검찰과 삼성이 변해야 한다 주장하면서 그 비리를 폭로하였다. 그러나 삼성과 검찰은 여전하다.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하는 검사와 판사는 떡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되고, 한때 검사스럽다는 신조어가 생겨 최고의 욕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삼성은 여전히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그 돈은 자신들의 이익에 사용될 뿐이지 자신들의 책임이나 잘못을 인정하는 일에 결코 사용되지 않는다.(태안 기름 유출 사건처럼) 어느새 권력의 맛을 알아버린 삼성은 이건희 회장을 필두로 정치, 경제, 언론, 사법의 전방위적인 로비와 영향력을 통하여 이 사회를 통제해 나가고 있다. 정부의 정책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손봐준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될 정도이니 말이다.

  이만한 영향력을 끼치는 삼성이 왜 그렇게 아름답지 못한 이름을 떨치는 것일까? 조금만 투명하게 된다면, 조금만 욕심을 버리면 이 사회에 많은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굳이 수십억씩 쏟아붓지 않아도 아름다운 이름을 얻게 될것인데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간단하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 일가의 욕심을 위하여 이용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요지는 분명하다. 이건희 일가와 삼성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기업의 가장 큰 문제인 세습을 용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업 총수 2세들이 거의 무너진 이유도 이것이 아닌가? 실력이 아닌 혈연에 의한 막가파식 세습이 기업의 경쟁력을 다 깎아먹고 이 땅에 경제 위기를 몰고왔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던 것이고.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은 끊임없이 이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의 로비에 흔들리지 말라고. 삼성이 일류기업이 되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개혁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책의 표지를 보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 표지 하나로 작금의 현실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다니. 삼성 왕관을 쓰고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 일찍부터 온갖 비리와 편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자리를 다지고 있는 이재용 상무. 이들은 욱일승천기의 배경처럼 보이는 줄무늬를 배경으로 하나의 욱일승천기를 만들고 있다. 삼성불패, 삼성공화국, 삼성에 의한 사회의 통치, 그리고 이러한 삼성의 정점에는 이건의 일가라는 오만함과 독선이 이 표지 하나레 그대로 묻어 있는 것이다. 이 표지 하나에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모든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또한 이 책의 내용도 감동이지만 그 책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는 만평또한 촌철 살인급이다.

  "법은 만민에게 평등한 것이 아니라 만명에게만 평등하다."는 노회찬 의원의 일갈은 우리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일갈임과 동시에 삼성과 검찰에 던지는 사자후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곱 게릴라들의 목소리는 모두 이와 동일한 것들이다. 삼성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만들어 주는 책이자, 있는 그대로의 날것을 적은 책이다. 어설프게 신문을 읽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들이다. 법, 경제, 정치, 언론, 노조 등등 전방위에 걸쳐 있는 삼성의 비리를 고발한다.

  마지막으로 이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제단 신부님들의 이야기를 인용하고자 한다. 이 땅에서 삼성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며 무모한 일이고, 많은 것들을 희생해야 하는 일인지를 잘 알고 있는 이 땅의 게릴라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이야기이기에 인용하고자 한다.

  "이런 내용을 말하면서 자캐오가 바로 김용철 변호사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교유들이 불편해했다. 우리 성당에는 젊은 사람들, 배운 사람들, 부자들도 많이 있는데, 신부님이 그런 말씀을 하면 이 사람들이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너그러이 판단해달라고 그러더라.

  맞다 불편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진짜 부자라면 그 부탁을 감안하겠지만 그들은 부자가 아니다. 자신이 부자라서 현상 유지하고 싶고,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고, 차선으로 이회창 후보라도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고, 신문은 모름지기 조중동이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모두 착각이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사목은 다른 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며 궂은 일이 있으면 함께 슬퍼하고 눈물 흘리고 장례식에서는 장지까지 쫓아가주는 것이다. 그런데 김용철 변호사 일은 궂은일이기 때문에 간 것이다. 기변호사가 자신이 털어놓은 진싱을 받아 주는데가 없어서 사제단까지 찾아왔는데 사제단마저 모르쇠해버리면 이 사람을 버리는 것이다. 불쌍하고 슬픈 영혼 찾아왔는데 어찌 외면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우리는 지는 데 익숙하다. 외로운 데도 익숙하다. 아무리 소리치고 머리깎고 굶어도 사회는 꿈쩍도 안한다. 우리는 열매를 보고 하는 게 아니다. 봄이 됐으니 씨 뿌리고 밭을 가는 것이다."

  이 땅에서 삼성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요, 고난을 자처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릴라"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게릴라들이 결코 주저앉지 않았으면 좋겠다.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열매가 아닌 시기가 됐기 때문에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맞서길 바란다. 응원하는 한사람으로서 나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이들의 싸움이 진전을 거둘 수 있도록 기도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int236 2019-03-26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 노회찬 의원을 그리워하며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율법 교사가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누가복음 10:37)

  예전에 학교를 다니면서 보았던 책이 있다. 신학영어 시간에 교재로 사용하였던 Paul Vallely의 "Bad Samaritans"라는 책이다. 이 책의 제목과 동일한 책인데 여기에도 비스산 이야기가 적혀 있다. 당시 나에겐 충격적인 이야기들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교회를 다녀온 나에게, 그래서 미국은 나에게 있어서 영원한 우호국가요 기독교국가로였다. 미국을 이렇게 이해해왔던 나에게 있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제3세계 국가를 수탈하는지에 관하여 폭로하고 있는 책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내용들은 아직도 기억나지 않지만 Cocacola Company가 제3세계 국가를 수탈하기 위해 사용하였던 코카콜라 정책이라는 것만은 기억난다. 장하준 교수의 책을 주문하고 펼쳐보는 순간 그 책이 생각났던 것은 왜일까? 그런데 책을 넘겨가면서 시종일관 그 책의 내용을 떠올리게 되었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내가 대학원에 들어가서 기독교윤리를 전공하게 된 것도 여기에 있다.)

  장한준 교수의 논지는 간단하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많은 가난과 절대빈곤은 IMF, WTO, 세계은행이라는 사악한 삼총사를 전면에 내세운 부자나라들의 사다리 걷어차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나라들을 가난에서 건져주겠다는 명목하에 많은 것들을 희생할 것을 강요하는 부자나라들의 속셈은 미래 자신들의 경쟁자를 줄이기 위한 사다리 걷어차기요 착취할 대상을 남겨두기 위한 술수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기만적인 행태에 대하여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가장해서 가난하고 신음하는 사람들을 더 착취하기 위한 나븐 사마리아인들의 행동에 대하여 가감없이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파워풀하고 역동적인 것이 아닐까?

  한국은 어느새 신음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사다리 걷어차기를 행하고 있는 나라로 옮겨갔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이것은 말도 안되는 행위이다. 아직까지도 한국은 부자나라들의 발뒤꿈치도 못다라가고 있다. 그런데도 부자나라처럼 행동하는 한국을 보면서 부자나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에게 한국이란 나라는 아직도 착취할 대상이 남아 있는 강도만난 사람일 뿐이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우리 주위를 둘러보라. 불과 10년전의 IMF차관과 이를 담보로한 정책 강요, 미국FTA, 6자 회담을 빌미로한 한국에게 부담 떠넘기기식의 강대국들의 행태. 이것이 한국의 모습이다. 여전히 한국은 강도만난 사람이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강도만난 약자들이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다. 단지 집단 최면에 걸려서, 다른 국가들보다 조금 나은 상황이라고 나는 아니겠지라고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여전히 미국은 우리에게 통화정책을 강요하고 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장 경제, 작은 정부, 공기업의 민영화 등 많은 정치적, 경제적 이유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이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폭로하고 있는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 수법이요, 가난한 나라를 수탈하는 부자나라들의 방식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수긍할 수밖에 없고 소름돋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자유주의, 시장중심주의, 민영화, 관세철폐는 어려운 우리 경제를 되살릴 불씨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모습이 내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단순한 학자들의 이야기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작금의 정치인들이요, 정책 입안자들이며, 우리나라 행정부의 수반들이기에 말로할 수없을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다.

  과연 우리는 이 책을 보면서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가? 이 책을 보면서 무엇을 깨닫게 되고 이 책을 보면서 무엇을 자각해야 하는가? 나의 이런 두려움과 걱정이 단순히 좌파라고 평가받는 세상에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선거철이 다가오면 케케묵은 이념 논쟁과 색갈 논쟁이 불거지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잃어버린 10년을 줄기차게 외치는 나라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그 누구보다도 보수적이라 생각하는 나를 보면 빨갱이요, 좌파적인 성향을 가진 놈이라 비판받고 무시당하는 한국에서 나는 무엇을 희망하며 살아야 하는가? 신앙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기 위해 애쓰는 나는 과연 어던 행동을 해야 하는가? 현실에 침묵해야 하는가, 아니면 바꾸기 위해 행동해야 하는가?

  고민 많은 나에게 있어서 작은 도움이나마 주는 책이다. 젊은이들에게 그리고 이 사회의 편중된 가치관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에게 꼭 읽어보라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부자나라에게는 케인즈주의를 가난한 나라에게는 통화주의를" 강요하는 이 땅의 어설프고 지극히 이기적인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꼭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