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왕국의 게릴라들 - 삼성은 무엇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
프레시안 엮음, 손문상 그림 / 프레시안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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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또 하나의 가족, 대한민국 최고, 불패의 삼성, 관리의 삼성 등등 삼성을 표현하는 수식어들은 정말 많이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 두터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모습을 일컬어 삼성 공화국이라고도 부른다. 삼성의 영향력을 놓고 본다면 맞는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삼성을 빼놓고 살아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어디를 가도 이름을 빼놓지 않는 것이 삼성이다. 그러나 그 이름이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비추어 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위의 사진은 얼마전 방영된 이미미 광고였다. "어부에게 바다는 생활, 연인에게 바다는 낭만, 아이들에게 바다는 놀이터, 삼성중공업에게 바다는 가능성"이라는 표어를 가지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광고였다. 광고만 본다면 정말 감동적이고 미래를 향해 도약하는 삼성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광고가 나왔던 시기를 살펴본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 삼성의 미래나 가능성이라기보다는 삼성의 변함없는 오만함과 함구하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광고가 방영되던 시기에 삼성중공업의 선박에 의한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많은 어부들이 일자리를 잃고, 생계를 잃고,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렸지만 삼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다 말은 했다. 자신들은 잘못이 없노라고. 문제의 배는 하청업체의 배였노라고.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의 삼성의 행태는 겨코 글로벌하지도, 정당하지도, 아름답지도 못하다. 구질구질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리라.

  많은 시민단체들이 삼성에 대하여 고발해왔다. 방송은 물론 얼마 전에는 공범자였던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있었다.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에서는 김용철 변호사를 도와서 검찰과 삼성이 변해야 한다 주장하면서 그 비리를 폭로하였다. 그러나 삼성과 검찰은 여전하다.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하는 검사와 판사는 떡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되고, 한때 검사스럽다는 신조어가 생겨 최고의 욕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삼성은 여전히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그 돈은 자신들의 이익에 사용될 뿐이지 자신들의 책임이나 잘못을 인정하는 일에 결코 사용되지 않는다.(태안 기름 유출 사건처럼) 어느새 권력의 맛을 알아버린 삼성은 이건희 회장을 필두로 정치, 경제, 언론, 사법의 전방위적인 로비와 영향력을 통하여 이 사회를 통제해 나가고 있다. 정부의 정책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손봐준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될 정도이니 말이다.

  이만한 영향력을 끼치는 삼성이 왜 그렇게 아름답지 못한 이름을 떨치는 것일까? 조금만 투명하게 된다면, 조금만 욕심을 버리면 이 사회에 많은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굳이 수십억씩 쏟아붓지 않아도 아름다운 이름을 얻게 될것인데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간단하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 일가의 욕심을 위하여 이용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요지는 분명하다. 이건희 일가와 삼성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기업의 가장 큰 문제인 세습을 용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업 총수 2세들이 거의 무너진 이유도 이것이 아닌가? 실력이 아닌 혈연에 의한 막가파식 세습이 기업의 경쟁력을 다 깎아먹고 이 땅에 경제 위기를 몰고왔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던 것이고.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은 끊임없이 이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의 로비에 흔들리지 말라고. 삼성이 일류기업이 되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개혁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책의 표지를 보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 표지 하나로 작금의 현실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다니. 삼성 왕관을 쓰고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 일찍부터 온갖 비리와 편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자리를 다지고 있는 이재용 상무. 이들은 욱일승천기의 배경처럼 보이는 줄무늬를 배경으로 하나의 욱일승천기를 만들고 있다. 삼성불패, 삼성공화국, 삼성에 의한 사회의 통치, 그리고 이러한 삼성의 정점에는 이건의 일가라는 오만함과 독선이 이 표지 하나레 그대로 묻어 있는 것이다. 이 표지 하나에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모든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또한 이 책의 내용도 감동이지만 그 책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는 만평또한 촌철 살인급이다.

  "법은 만민에게 평등한 것이 아니라 만명에게만 평등하다."는 노회찬 의원의 일갈은 우리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일갈임과 동시에 삼성과 검찰에 던지는 사자후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곱 게릴라들의 목소리는 모두 이와 동일한 것들이다. 삼성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만들어 주는 책이자, 있는 그대로의 날것을 적은 책이다. 어설프게 신문을 읽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들이다. 법, 경제, 정치, 언론, 노조 등등 전방위에 걸쳐 있는 삼성의 비리를 고발한다.

  마지막으로 이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제단 신부님들의 이야기를 인용하고자 한다. 이 땅에서 삼성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며 무모한 일이고, 많은 것들을 희생해야 하는 일인지를 잘 알고 있는 이 땅의 게릴라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이야기이기에 인용하고자 한다.

  "이런 내용을 말하면서 자캐오가 바로 김용철 변호사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교유들이 불편해했다. 우리 성당에는 젊은 사람들, 배운 사람들, 부자들도 많이 있는데, 신부님이 그런 말씀을 하면 이 사람들이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너그러이 판단해달라고 그러더라.

  맞다 불편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진짜 부자라면 그 부탁을 감안하겠지만 그들은 부자가 아니다. 자신이 부자라서 현상 유지하고 싶고,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고, 차선으로 이회창 후보라도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고, 신문은 모름지기 조중동이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모두 착각이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사목은 다른 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며 궂은 일이 있으면 함께 슬퍼하고 눈물 흘리고 장례식에서는 장지까지 쫓아가주는 것이다. 그런데 김용철 변호사 일은 궂은일이기 때문에 간 것이다. 기변호사가 자신이 털어놓은 진싱을 받아 주는데가 없어서 사제단까지 찾아왔는데 사제단마저 모르쇠해버리면 이 사람을 버리는 것이다. 불쌍하고 슬픈 영혼 찾아왔는데 어찌 외면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우리는 지는 데 익숙하다. 외로운 데도 익숙하다. 아무리 소리치고 머리깎고 굶어도 사회는 꿈쩍도 안한다. 우리는 열매를 보고 하는 게 아니다. 봄이 됐으니 씨 뿌리고 밭을 가는 것이다."

  이 땅에서 삼성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요, 고난을 자처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릴라"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게릴라들이 결코 주저앉지 않았으면 좋겠다.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열매가 아닌 시기가 됐기 때문에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맞서길 바란다. 응원하는 한사람으로서 나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이들의 싸움이 진전을 거둘 수 있도록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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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9-03-26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 노회찬 의원을 그리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