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 '88만원 세대'를 넘어 한국사회의 희망 찾기
우석훈.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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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만원 세대"를 정말 재미있게 본 사람이다. 그 책 한권은 나에게 우석훈이라는 이름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던져 주었다. 우석훈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기에 고민을 하다가 샀다. 책 제목도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이기에, 그리고 부제로 88만원 세대 해설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사게 되었다. 나름 기대를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이 과연 다작이 좋다지만 이렇게 다작을 내는 것이 바른 일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왠지 사기를 당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달까?

  일단 책이 무척 쉽다. 보통 사회과학 서적들은 읽기가 난해한 경우가 많이 있다. 번역서들은 번역자체가 어려워서 일테고, 국내 학자들의 저서는 대개 자신들의 학식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알량한 자만심 때문에 어려운 것일게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것이 없다. 정말 쉽다. 중고등학생이 읽는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전혀 없을 정도로 쉽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들을 쉬운 말로 풀기 위해 노력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지승호씨의 질문 또한 날카롭다. 두 사람이 공통의 시각을 가지고 한국 사회의 현 상황에 대하여 거침없이 난도질을 했달까? 있는 그대로 까발렸달까? 이런 면에서 이 책의 가치는 별 하나를 더 줘도 될 것이다. 원래는 3개릐 별점을 주려고 했지만 책이 쉽게 읽히고 소설책 넘어가듯이 쭉쭉 넘어간다는 그 이유만으로 별 한개를 더 매겼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더 이상 나가지 못한다. 자세히 뜯어보면 날카롭다. 이야기 꺼리도 많다. 우리 사회의 워낙 여러가지 분야를 총망라하기 때문이다. 정치 하나만 해도 많은데, 거기에 경제에 문화에, 생태까지 모든 부분들을 망라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보니 정말 이야기 꺼리는 많은데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식의 이야기들이 계속 열거 되고 있다. 이 글의 서평을 쓰면서 드는 생각이 딱 맥가이버 칼이다. 위에 사진으로 올렸는데 일명 맥가이버 칼로 통하는 다용도 칼은 정말 여러가지 공구가 다 들어 있다. 포크에, 칼에, 가위에, 펜치에, 톱에, 어떤 경우는 도끼까지 있기도 하다. 칼 하나를 샀는데 여러가지 공구가 들어 있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이것 하나만 가지면 무인도에 가서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여러기지를 신기하게 만져보지만 그것도 며칠이다. 며칠지나면 시들해진다. 칼만 주로 사용하게 되는데 칼을 사용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왜 이렇게 투박하지? 너무 무겁다. 이런 것들 다 없고 칼만 있었으면." 대체로 맥가이버 칼이 이렇다. 이것저것 많은 것 같은데 정작 사용할 것은 없다. 이책이 그렇다. 이것저것 많은데, 담론도 많고, 꺼리도 많고 날카로운 질문도 많은데 정작 쓸만한 건 없다. 다 합쳐 놓으니 군살이 너무 많이 붙었다. 꺼리의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또 문제는 명확한 결론이 없다는 것이다. 꺼리가 많다보니 한가지 타이틀에 십여개의 질문과 답변이 전부다. 그 개개의 질문들도 족히 책은 한권 쓸법한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이렇게 모아놓으니 명확한 결론이 없다. 그저 주절거리는 것 같은 글이다. 예전에 선배들이 술먹고서 하는 이야기들을 듣는 것 같다. 술자리에서 선배들이 술에 취해서 던지는 이야기들은 정말 들을만한 것들이 많았다. 신학에서부터, 철학, 사회학, 맑스에서 사구체, 소비에트 연방까지 온갖 이야기들을 총망라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들으며 밤을 샌것이 며칠인지 모른다. 그런데 들을 꺼리는 많은데 왜 그리 설득력이 없던지. 워낙 주제가 많다보니 그저 주절거림에 지나지 않았던 것들이다. 한가지들만 가지고 이야기를 해도 몇날 며칠을 밤새도 그거 겉에만 머물러 있을텐데 그것들을 하룻밤만에 훑어 버리는 것이다. 수박 겉핥기라고 할까? 솔직하게 드는 생각은 우석훈이라는 이름값에 기댄 평균이하의 책이라는 것이다. 넓기는 한데 깊이가 없다. 지식이 습자지라고 할까? 넓기만 하고 깊이는 극히 얇은 지식. 그래도 저자가 다음에는 인터뷰를 안한다니 한번의 실수였겠거니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가 책의 주제인데, 솔직히 희망을 찾지 못했다. 온갖 절망적인 이야기들은 다 해놓고 대안이라고 제시한 것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이다. 서울 시내 미세먼지를 조절하기 위해서 2년 동안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앞으로 공사 총량제를 시행하는 것이란다. 본인도 이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알고 있다고 차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이기에 들었지만 대체로 이렇다. 무엇인가 비판을 많이 해놓는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대안이 없다.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단다. 과연 무엇으로 희망을 말하는 것일까? 희망이 있기는 한가 생각이 든다. 오직 눈에 절망만이 들어온다. 차라리 안봤으면 모르겠지만 이미 본걸 어쩌란 말이냐? 희망이 없는 상황을 다 보여주고 이제부터 우리 희망을 말해야하지 않겠냐 그러는데 무엇인 희망인지 보이지도 않는데, 아니 희망이 있는지조차 의심이 가는데 희망을 말하라고 한다. 새장에 갇힌 새에게 자유를 노래하라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마음 속의 근심이 더 깊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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