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율법 교사가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누가복음 10:37)

  예전에 학교를 다니면서 보았던 책이 있다. 신학영어 시간에 교재로 사용하였던 Paul Vallely의 "Bad Samaritans"라는 책이다. 이 책의 제목과 동일한 책인데 여기에도 비스산 이야기가 적혀 있다. 당시 나에겐 충격적인 이야기들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교회를 다녀온 나에게, 그래서 미국은 나에게 있어서 영원한 우호국가요 기독교국가로였다. 미국을 이렇게 이해해왔던 나에게 있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제3세계 국가를 수탈하는지에 관하여 폭로하고 있는 책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내용들은 아직도 기억나지 않지만 Cocacola Company가 제3세계 국가를 수탈하기 위해 사용하였던 코카콜라 정책이라는 것만은 기억난다. 장하준 교수의 책을 주문하고 펼쳐보는 순간 그 책이 생각났던 것은 왜일까? 그런데 책을 넘겨가면서 시종일관 그 책의 내용을 떠올리게 되었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내가 대학원에 들어가서 기독교윤리를 전공하게 된 것도 여기에 있다.)

  장한준 교수의 논지는 간단하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많은 가난과 절대빈곤은 IMF, WTO, 세계은행이라는 사악한 삼총사를 전면에 내세운 부자나라들의 사다리 걷어차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나라들을 가난에서 건져주겠다는 명목하에 많은 것들을 희생할 것을 강요하는 부자나라들의 속셈은 미래 자신들의 경쟁자를 줄이기 위한 사다리 걷어차기요 착취할 대상을 남겨두기 위한 술수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기만적인 행태에 대하여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가장해서 가난하고 신음하는 사람들을 더 착취하기 위한 나븐 사마리아인들의 행동에 대하여 가감없이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파워풀하고 역동적인 것이 아닐까?

  한국은 어느새 신음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사다리 걷어차기를 행하고 있는 나라로 옮겨갔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이것은 말도 안되는 행위이다. 아직까지도 한국은 부자나라들의 발뒤꿈치도 못다라가고 있다. 그런데도 부자나라처럼 행동하는 한국을 보면서 부자나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에게 한국이란 나라는 아직도 착취할 대상이 남아 있는 강도만난 사람일 뿐이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우리 주위를 둘러보라. 불과 10년전의 IMF차관과 이를 담보로한 정책 강요, 미국FTA, 6자 회담을 빌미로한 한국에게 부담 떠넘기기식의 강대국들의 행태. 이것이 한국의 모습이다. 여전히 한국은 강도만난 사람이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강도만난 약자들이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다. 단지 집단 최면에 걸려서, 다른 국가들보다 조금 나은 상황이라고 나는 아니겠지라고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여전히 미국은 우리에게 통화정책을 강요하고 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장 경제, 작은 정부, 공기업의 민영화 등 많은 정치적, 경제적 이유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이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폭로하고 있는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 수법이요, 가난한 나라를 수탈하는 부자나라들의 방식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수긍할 수밖에 없고 소름돋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자유주의, 시장중심주의, 민영화, 관세철폐는 어려운 우리 경제를 되살릴 불씨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모습이 내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단순한 학자들의 이야기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작금의 정치인들이요, 정책 입안자들이며, 우리나라 행정부의 수반들이기에 말로할 수없을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다.

  과연 우리는 이 책을 보면서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가? 이 책을 보면서 무엇을 깨닫게 되고 이 책을 보면서 무엇을 자각해야 하는가? 나의 이런 두려움과 걱정이 단순히 좌파라고 평가받는 세상에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선거철이 다가오면 케케묵은 이념 논쟁과 색갈 논쟁이 불거지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잃어버린 10년을 줄기차게 외치는 나라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그 누구보다도 보수적이라 생각하는 나를 보면 빨갱이요, 좌파적인 성향을 가진 놈이라 비판받고 무시당하는 한국에서 나는 무엇을 희망하며 살아야 하는가? 신앙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기 위해 애쓰는 나는 과연 어던 행동을 해야 하는가? 현실에 침묵해야 하는가, 아니면 바꾸기 위해 행동해야 하는가?

  고민 많은 나에게 있어서 작은 도움이나마 주는 책이다. 젊은이들에게 그리고 이 사회의 편중된 가치관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에게 꼭 읽어보라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부자나라에게는 케인즈주의를 가난한 나라에게는 통화주의를" 강요하는 이 땅의 어설프고 지극히 이기적인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꼭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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