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을 보내주세요
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간절히 필요한 순간, 두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지적 유희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정란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저자에 대한 명성은 익히 알려진지라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나 같은 경우 오래 전, 우연히 모 문예지를 사 본적이 있었는데 거기에 나온 저자의 단편을 보고 거의 탄성을 지를 뻔했던 적이 있다.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의 그 소설은 정말 좋았다. 말하자면 그건 이책 75p에 나오는 '피에로와 아를르캥'의 소설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은 대충, 밤새도록 빵을 굽고 아침에 자는 피에로가 어느 날 콜롱빈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콜롱빈은 세탁소에서 일하는 여자다. 일의 성격상 그녀는 해가 있을 때 빨래를 널어 살균도 해야하고 바짝 말리기도 해야하기 때문에 당연 그녀는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생활을 한다. 그러니 피에로는 늘 그녀를 창문으로만 바라봐야 했고, 그것은 결국 짝사랑에 지나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사이에 제3의 남자가 끼어들어 콜롱빈을 낚아채가고 피에로의 사랑은 쓸쓸하게 끝이나고 말았다는 내용이다.라고 나는 기억하고 있다(워낙에 오래 전에 읽었던 소설이라 이 기억이 확실한지 나로서도 확신이 서질 않는다. 원래 사람이란 기억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하는 오류의 존재가 아닌던가). 

원래 그 소설의 제목은 <피에로와 밤의 비밀>이라고 하는데 번역의 과정에서 피에로를 탈락시키고 그냥 '밤의 비밀'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그때 나는 소설에 감탄한 것도 감탄한 거지만, 밤과 낮의 이 상반된 개념을 이토록이나 아름답고 절묘하게 묘파한 글이 또 있을까 놀라웠다. 바로 이책은 그렇게 서로 다른 개념들에 대해 함께 봄으로해서 좀 더 그것들의 개념을 확장시키는, 말하자면 미셸 투르니에식 분석과 통찰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것들에 대한 개념 정의가 단 한 두 페이지로 간단명료하게 끝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책은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이기 때문에 화려한 수사가 생략된 다소는 건조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긴 하지만, 때로 긴 설명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상반된 개념들에 대해 이토록까지 간단명료할 수 있을까? 신기할 정도다. 원래 대가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기준이 어려운 개념을 얼마나 쉽게 설명하느냐에 있기도 한데 그런 점에서 저자 미셸 투르니에는 이책에서 대가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생각의 여지는 엄청 많이 준다. 한마디로, 문장은 짧고 생각은 긴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생각해 본다. 왜 이책이 이 싯점에 필요한 것일까? 내가 세상을 살아보니, 세상은 살면 살수록 복잡하게 얼키고 설킨 것들이 너무 많고 지식 역시 복잡한 게 너무 많다. 이런 세상일수록 정리가 필요하다. 혹자는 저자를 두고 프랑스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리해 주는 남자)이라고 하던데, 막상 그가 들으면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확실히 그에게 어울리는 별명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그렇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나 역시 어원이나 개념을 정리한 글을 좋아하지만, 읽으면서 무슨 책이 이리 어려운가 한숨을 쉬며 읽기도 했다. 그렇지만 또 어느 부분은 그래 맞아!하며 손바닥을 마주칠만한 대목도 솔찮이 만나기도 했다. 특히 제일 처음에 나오는 '남자와 여자' 부분은 정말 엄지 손가락을 높이 들어줘도 될 만한 글은 아닌가 싶었다. 

요는, 과거만 해도 남자가 여자 위에 군림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의 세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 없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존재며 앞으로는 모계사회의 도래도 점쳐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자는 쾌락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여성이 주도권을 장악하면 여성 스스로가 인간의 개체수를 줄여 나가는 주도권을 갖는 존재가 될 거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들은 이미 임신중절을 통해 그것을 실천해 나가고 있지 않은가?

이 이야기는 구세대를 살아오신 우리 엄마가 들으면 역정까지는 아니어도 당장 비아냥거릴 말이다. 우리 엄마만 해도 여전히 남자는 여자의 머리라고 보는 경향이 농후하니까. 가끔 TV 같은데서 여자가 남자 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걸 보면 좀 못 견뎌하는 쪽이니까.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저자의 전망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는 그런 말을 했던 것일까? 그는 그글 끝에 이런 말을 했다. 인간 종의 영속을 보장해주는 것은 남자들이 아니라 여자들이라고. 요는 남자들이 여자들한테 잘하라는 말이겠지. 그런데 요즘엔 한술 더 떠 남자들이 여자를 두려워 하던가 쳐다 보질 않는다. 공존을 해야하는데 여자는 여자대로 저좋은데로 살려고 하고, 남자 역시 그렇다. 과연 앞으로 인간의 영속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이렇게 그는 서로 상반된 개념을 통해 지난 시기 동안 잘못된 개념들에 대해 중요한 도전을 던지기도 한다. 그리고 또 어찌보면 그렇게 상반된 개념을 같이 바라보는 것을 통해 사실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자웅동체 같은 통찰까지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좀 어렵다는 인상을 쉽게 지울 수가 없다. 나의 상상력의 자극에 이책이 얼마나 도움이 될런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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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1-17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감은 좀 이따가 쓰겠음. 급히 받아야 할 전화가...

페크pek0501 2012-01-17 16:09   좋아요 0 | URL
문장은 짧고, 생각은 길다, 제목이 좋네요.

"과거만 해도 남자가 여자 위에 군림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의 세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 마광수 작가도 칼럼집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언젠가는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복수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 동의해요. 이미 여자들의 파워는 커졌지요. 한 예로 은퇴 남편 증후군을 들 수 있어요. 나이 든 남편들은 아내 따라 다니려고 하는데 여자는 귀찮아 하고 심지어 황혼이혼까지 불사하잖아요. 남편을 구박하고...자식들에게도 아버지는 환영 받지 못한다고 해요. 남자들의 신세가 처량해지고 있는 것이죠.

회사에서도 점점 여성들의 파워가 커져서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지 몰라요. 외무고시 합격률만 해도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앞지르는 등... 고등학교에서도 전교 10등 안은 여학생들이라는 통계도...

또 여자는 혼자 살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데 반해 남자는 그렇지 못해, 이혼한 여성은 더 오래 산다는 것과 이혼한 남성은 빨리 죽는다는 통계가 나오고...

여러가지고 볼 때 남자보다 우위에 있는 여자들이 많아질 가능성 있어요. 흥미로워요. ㅋㅋ

stella.K 2012-01-17 18:04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예전엔 여자가 남자 눈치를 봐야하는데
이젠 반대로 남자가 여자 눈치 보는 시대가 됐더란 말이죠.
좀 불쌍해요.ㅜ
중국에선 여자를 유혹하는 방법에 대해 강의하는 학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ㅋ

L.SHIN 2012-01-18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확 끌려서 왔습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난 어떤가?
'문장은 길고 생각은 짧다'입니다. 아, 이런...

stella.K 2012-01-18 12:58   좋아요 0 | URL
왜요, 엘신님도 나름 문장 짧아요.
생각도 짧아서 문제죠.3=3=33

L.SHIN 2012-01-18 13:11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그럼 얼마나 써야 문장이 길다고 해줄 건가요? 응?

stella.K 2012-01-18 13:20   좋아요 0 | URL
글쎄요...애~~매 합니다이.ㅋㅋ

이진 2012-01-1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큰일났어요!!! 비상사태입니다...
분명제가 엊그제 책을 읽으려고 침대위로 꺼내두었는데... 사라졌어요.
젠장,고모가 방청소를 하면서 어따가 치워버렸나봐요 ㅠㅠ 엉엉

stella.K 2012-01-18 13:21   좋아요 0 | URL
ㅎㅎ 이런 덜렁이 같은이라구.
지난 번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그러네.
그런 건 미리미리 잘 둬야지.ㅋㅋㅋㅋ

차트랑 2012-01-20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책에 대한 리뷰를 잘 쓰셨는데
제게는 써주신 리뷰마저도 어렵습니다요 ㅠ.ㅠ
댓글이 늦어진 이유가 바로 위와 같은 연유라는 점을 아실런지..ㅠ.ㅠ
댓글을 달아보려고 여러번 반복해서 스텔라님의 리뷰를 읽었건만...
남자와 여자에 대한 문제와, 지적유희가 약한 제게는 이 또한 어려운 일입니다^^
분명 좋은 리뷰인데,
막상 제게는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왜냐면 '남과 여'에 대한 정리가 안되거든요^^
그 정리라는 것이 언제나 제게는 난제입니다요 ㅠ.ㅠ


stella.K 2012-01-20 11:20   좋아요 0 | URL
오, 차트랑공님, 어쩌면 좋습니까.
저도 잘 알고 쓴 리뷰가 아니어요.
그냥 안 쓸 수 없기에 쓴 것이었는데...ㅠㅠ
남과 여는 저자가 쓴 글 중에 그나마 제일 마음에 와 닿아서 쓴 것뿐이어요.
그런데 이것이 차트랑공님을 어렵게 만들었다니.
이런 리뷰는 안 쓰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다음에 제가 또 어렵다거나 이렇게 짧은 리뷰를 남기거든
그러려니 하십시오.
리뷰는 그책을 이해해서라기 보단 쓸 수 있는데까지 쓰는 것인 것 같아요.
특히 이렇게 평가단에서 주는 책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읽어야 하는
의무감이 있거든요.
물론 이책은 좀 관심은 갔지만 제겐 너무 여려운 책이었어요.ㅠ

차트랑 2012-01-20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뜻을 절대로 스텔라님께서 해석하신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요.
테제가 제게 어렵다는 말씀 일 뿐!!!
어찌 쉬운 테제만 읽을 수 있겠습니까요.

고등학교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성적은 매번 제자리걸음인거에요.
가만히 보니.
자기가 잘 풀이할 수 있는 부분만
열공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잘풀리는 수학 문제만 열공하면 그 부분은 도사게 되겠지만
그렇게되면, 안풀리는 문제는 공부를 안한다는 이야기고, 결국 매번틀리는거 아녀??
했더니...
그 친구 왈, 그렇구나...맞는 말이네~
하더니 자신없는 부분을 더욱 열공해서
저를 바짝 쫒아오더라는 ㅠ.ㅠ

자신없는 테제이지만 읽어야 늡니다요 ㅠ.ㅠ
그러니 써주셔도 좋아요~~ 스텔라님!!

stella.K 2012-01-20 11:47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니까 차트랑공님 공부 잘했다는 거 은근 자랑하시는 거죠?
네.네. 알아 드리겠습니다.ㅋㅋㅋ

그러게 말입니다. 어렵거나 관심 없는 분야도
때론 파고 들어야 하는데...ㅠ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결국 매번틀리는거 아녀??"
요말씀을 정말 하셨습니까? 친근감 느껴지는데요?ㅋ

차트랑 2012-01-20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거걱~
이야기가 그리된다는....이게 아닌뎅 ㅠ.ㅠ

정말하셨습니당~ ㅋ
 

 

 

 

 

요즘 토크쇼중에 자주 챙겨보게 되는 프로가 토요일 밤에 하는 <이야기쇼 두드림>이다. 

처음엔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보면 볼수록 끌리는 괜찮은 프로 같다. 

 

오늘 조금 더 사랑하는 션

 

어제는 늦게 이 프로를 보니, 힙합 듀오 <지누션>의 션이 나왔다. 그러니까 난 기억력이 안 좋아 딴짓을 하다 그의 강의 뒷부분부터 보게된 셈이다. 

그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어 특별히 말할 것은 없을 것 같은데, 그 시간 참 인상적인 부분들이 있어 적어 본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정혜영이란 사람과 며칠을 살고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7년 1개월 29일. 녹화방송이니 그는 지금 7년 2개월하고 며칠째를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수는 2천 며칠이라고까지 정확하게 말한다. 결국 그것은 저 사회자 4명의 야유와 존경을 동시에 받는 반응을 이끌어 냈다. 말하자면 보통 남자들은 그런 거 잘 기억 안하고 사는데 그는 확실히 알고 있으니 그의 쪼잔(?)함에 기가 질렸다고나 할까?ㅋ

그것 말고도 그들은 션이 뭐라고 할 때마다 야유 섞인 환호를 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게 어찌나 웃기던지.

 

하지만 그로선 그렇게 하게된 계기가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결혼을 하면 자기는 상대 배우자로부터 왕자와 공주 대접을 받게 되길 바라지만 실제로는 상대에게 먼저 공주 대접, 왕자 대접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아내로부터 왕자 대접을 받기 전에 공주 대접을 먼저 해 주자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또한 그렇게 결혼해서 날짜를 세게 된 것은,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란 마음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그것은 또 조그만 사건이 계기가 됐는데, 어느 날 그가 탄 비행기가 기체 결함으로 이륙이 지연되고 결국 얼마만에 이륙을 하게 됐는데 그 기체 결함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해 회항을 하는 것을 보면서 결국 그렇게 덮고 그대로 비행을 했다가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자신은 죽을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다리면서 갖고 있는 카메라로 아내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를 남겼고, 매일 유언을 남기는 마음으로 날짜를 세고, 오늘은 어제 보다 조금 더 사랑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산다고 한다.

 

생을 의미있게 사는 방법에 관하여

 

 

만일 내 남편이 그렇게 나하고 산 세월을 세고 있다면 난 어떤 느낌일까? 먼저 괜찮다고. 그럴 필요 없다고 내가 먼저 말렸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때로 사랑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디테일한 것이고, 눈이 먼 것이며, 자신의 자유의지와도 연결되어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즉 지금 내 남편이 그렇게 날짜를 세고 있는 것이 당장은 어색하고 불편해도 그날들이 모아지고, 어느 날 뒤를 돌아볼 때 그렇게 나와 함께해 준 날을 하루도 빠짐없이 기억해 준다면 고마워 죽을 것 같을 것이다.

우린 하루하루 세월이 가는 것에만 안타까워하고, 세월이 정말 빠르다고 탄식만 할 뿐이지 누구와 무엇을했고, 며칠째 살고 있는지, 남과 어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나누며 살고 있는지에 대해선 도통 관심이 없다.

그래서 말인데 사실은 다소 내성적이고 무뚝한 우리 형부가 작년말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우리집으로 전화를 해 엄마와 통화를 한다. 이건 또 엄마가 사위를 맞아 들인지 25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엄마와 난 그게 또 얼마나 갈까 싶은데 형부는 진짜 작심을 한 모양인지 아직까지 비교적 출석률이 좋다. 오죽했으면 (멋없는 우리)엄마가 할 말도 그다지 없으니 그냥 2,3일에 한번씩 전화하라고 해도 형부는 말을 듣지 않는다. 그것이 지금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시간이 쌓이면 엄마 자신은 물론이고 형부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나는 요즘 어떻게 하면 이 물 같이 빨리 흘러가는 세월을 움켜잡고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 아닌 고민하면서 살고 있는데 그것에 어제의 션이 어느 정도 답을 준 것 같기도 하다.  

 

내 아이가 방황을하고 있다면...

 

무엇보다 션은 정말 젊다. 물론 90년대 인기 힙합 가수였으니 젊은 감각은 어느 정도 유지하고 산다고도 볼 수 있지만 꼭 그래서만도 아닌 것 같다. 그가 지금 40대 초반의 나이이고 보면 결코 젊다고 할 수도 없는 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다는 느낌이 드는 건, 그에게선 그 스스로가 즐겁게 살려고 하고, 마치 파티를 준비하는 주인의 마음으로 살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파티를 준비하는 주인의 마음은 어떻게 하면 내 집에 초대된 손님들이 즐겁고 편하게 내 집에 놀다 갈까를 생각할 것이다. 바로 그가 그런 마음으로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인상을 어제 받아었다. 

이렇게 모든 것에서 구김이 없을 것 같은 그도 사춘기 시절 잠시 방황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가출도 했다고. 그것을 비집고 사회자 넷중의 하나가 그런 질문을 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네 아이중 하나가 사춘기가 돼서 가출을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다(정말 그럴 리 없을 것이다. 아이들을 구김없이 키우고 있는데 설마!). 

그 질문이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아찔한지 처음엔 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다 곰곰 생각하더니, 그렇다면 믿고 기도하고 기다리겠다고 대답한다. 과연 현명한 부모의 대답이란 생각이 든다. 자기 아이에게 방황할 수 있는 권리(?)를 기꺼이 주는 것이다. 물론 자기 아이가 방황하는 것을 보기 좋아하는 부모는 결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생의 한 과정이라면 부모도 받아들여줘야 할 것이다. 중요한 건 부모도 같이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믿고 기도하며 기다린다는 것이다. 내 부모가 나를 위해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 아이는 언젠가 그 방황을 끝내고 돌아 올 것이다. 우리 나라 부모 교육의 문제가 그런 것이 아니던가, 아이들에게 방황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 것. 분명 션은 좋은 아버지고 또 앞으로도 좋은 아버지가 될 것이다.

 

그는 파티를 준비하는 집주인 같다  

  

이 프로를 끝까지 본적이 없어 잘 모르겠는데, 어제는 션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 끝까지 보게 되었다. 그런데 원래 그래왔는지 특별히 어제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녹화가 다 끝났는데 션은 방청객들에게 만원을 한 장씩 다 돌리는 것이었다.

알겠지만 그는 기부왕이다. 현재 2000명의 아이들에게 계속적으로 기부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무슨 돈이 있어 그렇게 기부를 많이할까 싶기도 하다. 물론 아내가 탈렌트고 자기는 가수니 적지않게 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정혜영은 현재 네 아이의 엄마고 그 아이를 돌보느라 드라마는 많이하면 일년에 한 작품 밖에 하지 못하고, 자신도 현재는 가수 활동을 거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그는 또 희안하게도 다 먹고 살고 기부할 수 있도록 길이 열려있다. 하긴 뭐 그 부부의 사회적 이미지가 좋으니 다 먹고 살기 마련이라고 해도 결코 넉넉해서 기부하며 사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인상적인 건, 그는 결혼해서 매일 하루에 만원씩 모아보자고 했단다. 그랬더니 정말 모아지게 되었고 일년이 지나면 그 모아진 돈으로 어느 자선사업 기관에 기부를 한다고 한다. 과연 기부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님을 그는 몸소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날 방청객들에게 어떤 의도로 만원권 지폐 한 장씩을 나눠줬을지 짐작이 간다. 그날 션에게서 돈을 받은 사람들은 모르긴 해도 커피를 사 먹거나 떡볶이를 사 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그에게서 받은 만원 한 장을 어딘가에 기부를 했거나 더 얹어서 했을 것이다. 그가 보여준 행동은 작고 단순하지만 굉장한 위력을 가진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래서도 그는 파티를 준비하는 집주인 같다란 말이다. 

 

이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해마다 국민의식 조사라는 것을 한다. 그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 스스로가 우리나라를 굉장히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농후하다. 그래도 이번 발표에 의하면 조사 대상자중 15% 정도가 우리나라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누구는 코웃음칠지 모르지만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신기하기도 하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든 부정적으로 보든 그건 확실히 인식의 문제란 생각이 든다.

그런 뇌실험이 있었다고 한다. 글자를 거꾸로 보여주는 실험. 처음에는 그것이 액면 그대로 거꾸로 보이는데 그것도 자꾸보면 뇌가 그것이 바로인 것처럼 인식을 변환한다고 한다. 그처럼 우리가 긍정적인 것을 보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고, 부정적인 것을 보면 부정적인 것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저 조자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보면 우라나라가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도 같고, 또 부정적인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멀었다고 탄식하고 싶어지는 때도 있다. 그것은 확실히 내가 무엇을 보고 받아들이느냐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어제 같이 션 같은 사람이 나와서 착한 사람으로서의 바른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래. 그렇게 살아야해 그리고 저런 사람 때문에 세상은 살만해 맞장구치게 될 것이다. 그처럼 두드림 같은 프로에서 션 같은 사람이 나와서 자신의 삶을 얘기하고, 여타 방송에서도 자꾸 좋아지고 있는 얘기를 발빠르게 취재해서 보여준다면 국민이 느끼는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좀 좋아지지 않을까? 그야말로 OECD 국가중 자국의 평가가 낮은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

 

사실 나도 기부는 그리 많이 하지 못하는 형편인데 나 스스로가 가진 것이 별로 없다는 이 인식부터 깨야할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의미있는 일에 나 자신을 투신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부에 대한 인식은 좋아지고 있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씌여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안 알려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어찌보면 유교적 관습 때문에 자선한 것에 대해선 후일담을 알려고 하는 것이 자선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의식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난 이런 잘못된 인식이 좀 바뀌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의 네 명의 사회자들 너나할 것 없이 기부의 목소리만 높이던데 그게 왠지 역부족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기분 좋은 사람을 만나면 나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 진다. 그래서일까, 어제 TV로나마 션을 만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예쁘게 살아가길 팬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바래본다. 

 

※ 덧붙여, 션은 이책을 아내 정혜영과 함께 쓰면서 궈삶았다고 한다. 인세 나오면 선물을 하겠다고. 그런데 어느 인터뷰에서 인세를 모두 기부하겠다고 했단다. 순간 난처해졌다. 그렇게 공언했으니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면 기부가 울고, 공약을 지키자니 아내가 울고. 그런데 묘안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아내 이름으로된 장학회를 만들어 아내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너무 좋아하더라고. 션은 참 지혜롭고 멋진 사람이다. 기뻐해 주는 그의 아내 정혜영도 못지 않고. 비둘기 같이 사는 사람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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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01-15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넷이라...
참 훌륭하게 살아가네요.
네 아이 복닥이는 집이란
얼마나 어수선하면서
날마다 재미날까요.

두 아이하고 살아가도
참 어수선하면서
시끄럽고 재미난데요 ^^;;;;

아이가 넷일 때에
하나가 가출을 하면
다른 형제 셋이
이 아이를 잘 다독이며
얼싸안아 주리라 믿어요.

그런데 네 아이가 예쁘게 어울리며 살아가는데
아이 하나가 가출할 일이 있을까 궁금하네요..
(이런 걸 묻는 사람 생각을 의심해 보아야 하지 싶어요)

stella.K 2012-01-16 11:22   좋아요 0 | URL
글쵸. 가출하면 다른 형제들이 구출해 오는
이런 시스템이 되야한다고 생각합니다.ㅋ
된장님 사시는 거 부러워요.^^

이진 2012-01-15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션이 잘생기고, 참 듬직해보이더라구요.
정혜영씨와 궁합도 잘 맞아보이고.
개인적으로 두분 다 좋아하는데,

그나저나 저런 프로가 있었다구요? ㅎㅎ

stella.K 2012-01-16 11:47   좋아요 0 | URL
몰랐구나. 처음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
출연 게스트가 처음엔 강연은 한 5분이나 10분 정도해.
뭐 대충 자신이 걸어온 인생 역정에 대해 말하고,
나머지는 인터뷰식이지. 사회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인데
그런 거야 이 프로만 그런 건 아니니...

2012-01-15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2-01-16 11:1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보면서 내내 흐뭇했어요.^^

기억의집 2012-01-16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는 갑자기 죽을 때를 대비해 가스렌지하고 냉장고청소는 열심히 해 놔요.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고 하잖아요.저는 그 법칙 싫어하지만. 불편해도 괜찮아의 김두식선생이 그런말 하던데.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다 한번쯤은 인생의 단 한번이라도 지랄하게 되어있다고. 젊어서 안 하면 나이 들어서 한다고. 새끼가 그러면 기다려야지 별 수 있어요. 지가 나가봤자 고생만 하지 뭐.

결혼일을 몇날 몇일씩 세는 것은 참 오버다 싶어요. 기혼자의 입장으로. 읽고 있는 책 페이지 수 세는 것처럼 들려요

stella.K 2012-01-16 11:1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지랄 총량의 법칙!
그런 말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내가 요즘 그러는 것 같아요.
인생 한번 살지 두번 사나 싶은 게.ㅋㅋ
그런데 뭐 그걸 좋아하는 상대가 있으니까. 사랑은 디테일이잖아요.
참 비둘기 같은 부부란 생각을 했어요.^^

oren 2012-01-16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TV를 별로 안봐서 션이 어떤 분인지도 잘 모르지만 stella님의 글을 읽어보니 정말 현명하고 훌륭한 사람 같군요. 매일매일을 삶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매사에 감사'하며 살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 생각의 '강도'가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 물렁물렁하게 변한다는게 문제인 것 같아요.

그리고 기부에 관한 뉴스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기부하는 사람의 형편'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는 점이 특징인 것 같습니다. 저도 작년에는 (제 형편과 상관없이) 좀 더 기부금액을 키우자 싶어서 자주 들르는 동네도서관에 '새 책'을 400여권 구입해서 기증했는데 '주는 즐거움'도 받는 즐거움 못지 않게 큰 것 같더라구요.

stella.K 2012-01-16 12:37   좋아요 0 | URL
오, 대단하십니다. 400여권을!
멋져요, 오렌님!^^

착한 사람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ㅎ

차트랑 2012-01-17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서재를 쓰시는 분들 중 흘륭한 분들이
참 많아보입니다.
스텔라님처럼 글을 참 잘쓰시며 현명한 분도 계시고
oren님처럼 새도서를 기증을 해주시는 분도 계시구요.
저는 많이 부끄럽습니다요 ㅠ.ㅠ

stella.K 2012-01-17 11:36   좋아요 0 | URL
아이구, 왜 그러십니까?
저는 최근 겸손하시고 잰틀하신 차트랑공님을 알게되서
얼마나 반가운데요. 정말입니다!!!^^

차트랑 2012-01-17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께서
저의 체면을 살려주시니
고맙습니다 ㅠ.ㅠ

stella.K 2012-01-17 17:59   좋아요 0 | URL
ㅎㅎ 왜 그러십니까?
사실 아니었나요?^^
 
부러진 화살 - Unbowed
영화
평점 :
현재상영


감독 : 정지영
주연 : 안성기, 박원상

 

혼자하는 외출에 그다지 익숙하지는 않다. 

잠시 무엇을 혼자 사러갔다오는 것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혼자 음식점에 가 음식을 시켜먹는 다든지 혼자 영화 보는 것은 그닥 익숙하지 않다. 그래도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왔다. 그것도 영화 시사회를. 하긴, 시사회가 아니면 그 시간에 영화를 보겠다고 집을 나서는 것도 귀찮긴 할 것이다. 저녁 8시 10분에 하는 거니까. 

둘(또는 그 이상)이 함께하는 시간은 길지만 혼자하는 시간은 짧을 수 있다. 그 시간이면 난 으레 독서를 하고 그런 후 TV를 보다 잠을 잘 준비를 한다. 게다가 7시나 8시나 밤인 건 마찬가지다. 남들은 귀가를 서두르는 시간에 나는 오히려 외출한다는 건 익숙치 않는 일이다.

그래도 이왕 가기로 했다면 눈 딱감고 갔다오자 했다. 집에서도 가까운 강남CGV가 아닌가.

강남 지역의 극장에서 시사회 하기는 근래에 들어 거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도 난 꾸역꾸역 밤 외출을 결행한 것이다. 만일 집에서 먼 거리에서 하는 거라면 앓느니 죽는다고 했을 것이다. 

 

이런 흔치 않는 기회를 혼자만 만끽한다는 것도 또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전에 한번 아는 지인에게 시사회 티켓이 생겼는데 시간되면 같이 가지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자기는 시사문제를 다룬 영화는 머리가 아파 별로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그래서 그 유명하다던 '도가니'도 보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그러냐며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하긴 '도가니'는 나도 별로였다. 지금 내가 보려고 하는 영화가 그런 배려심 없는 영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감히 더 이상 누구한테 권하지도 못하겠다. 또 생각해 보니 그런 현실문제를 다룬 실화 영화치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없었다는 걸 안다. 그렇다면 그런 모험은 정말이지 나 혼자로도 족할 일이었다.

누구는 '도가니'가 성공하지 않았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영화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데 성공한 영화일지는 몰라도 영화적으로 볼 때 작품성도 떨어지고 전혀 잘 만들었다는 느낌을 갖기 어려운 영화다. 한마디로 난 그런 식의 영화는 그 한 작품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는 이 영화를 제2의 도가니라는 표현을 쓰기를 서슴치 않는데, 그런 표현은 가당치 않다. 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 짐작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확실히 확인했던 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진화다. 그동안 ('도가니'를 포함해서)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일련의 영화들이 어땠는가를 생각해 보라. 다큐멘터리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극영화도 아닌 것이 그야말로 영화계에서 서자 취급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을 충분히 뛰어넘었다. 진지하면서도 신랄했고, 그러면서도 시종 유머를 잃지 않고 있었다. 솔직히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유쾌한 기분마저 들게 만드는 영화였다. 자칫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실화 영화를 이토록이나 훌륭하게 윤색할 수 있었던 것엔 시나리오의 힘이 컸다는 생각이든다. 

 

 

 

 

사실 어느 교수의 석궁 저격사건은 당시 나로써도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떤 교수가 그런 끔찍한 사건을 저지를 수 있을까? 놀랐다. 하지만 그런 건 단순상해 사건이 아니라면, 배울만치 배운 사람이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느냐고 사람을 비난하기 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정황에 대해 알려고 하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 그건 괜히 엄한 사람 편들어 주기 위한 것마는 아니다. 그 이면을 알려고 하므로해서 지금의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가늠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석궁 저격을 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이면엔 우리나라 사법부의 오만과 정직 보다는 조직사회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 사회가 얼마나 썪어 있는지를 영화는 잘 짜여진 이야기로 포장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위해 작가는 정말 많은 자료들을 섭렵했을 것이다. 이야기에서의 자료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너무 많은 자료를 갖다 보면 버리고 싶지 않다는 욕망 때문에 이야기에 이 많은 자료를 끼워넣고 싶어한다. 더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면 그 유혹은 배로 뛸 것이다. 사실 어찌보면 이 영화도 너무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느낌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용케도 다큐멘터리가 될 운명을 피해갔던 건 등장인물을 잘 살렸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특히 변호사 보다 더 많은 법률지식으로 중무장한 석궁 저격사건의 용의자 안성기가 배역을 맡은 김경호는 실제 그런 성격의 인물이라면 아마도 21세기 천연기념물은 아니었을까 싶다. 무엇보다 올곧은 선비지식을 갖췄다는 것이. 그를 보고 있으면 마치 <쇼생크 탈출>의 팀 로빈스를 보는 것 같다. 얼마나 치밀하고도 거침이 없는 인물인가.

그에 비해 사건을 의뢰 받은 박준은 배째라식의 막 굴러먹은 변호사다. 그도 그럴 것이 인권 변호사라고 해서 마냥 인간미 넘치고 정직과 정의를 얼굴에 수놓지는 않았다. 나름 찌질하고 궁상이 철철 흘러넘치지만 그래서 때로는 엉뚱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박원상이 맡은 박준은 김경호가 법정에서 스스로를 변호사로 착각하는 바람에 할 일이 거의 없어졌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누구 못지 않다.    

 

이 영화에서의 백미는 철갑을 두른듯한 우리나라 사법부의 오만함을 까발렸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김경호가 건드렸던 사람이 왜 하필 법조계 사람이었을까? 잘못 건드려도 한참 잘못 건드렸다. 그것은 확실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그런 이야기에서 언제나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건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역전 드라마다. 그것을 가능케 했던 건 김경호가 갖는 인물의 독특함에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가 상대한 판사와 검사들 앞에서 굴하지 않는 결연함이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그의 입에서 나온 독설같은 대사가 인상적이다. 오늘 재판이 마음에 드냐고 물으니, "이게 무슨 재판이냐 개판이지." 한다. 또한 그렇게 변호사를 거의 투명인간 취급을 하니 전문가를 이렇게 무시해도 되냐는 항의에, "이 나라에서는 사기꾼외에 전문가는 없다."는 말은 탄성을 지르게 한다. 그러면서 뒤에 따라오는 것은 우리나라는 자국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에서 빼도 박도 못하는 것이 씁쓸함이 베어 올라왔다.

그래도 박준 변호사 마지막에 김경호에 대한 마지막 최후 변론에서 100년 전 프랑스에서 자국의 위상을 위해 죄없는 사람을 희생시킨 드레퓌스 사건을 언급하면서 최후변론을 마치는 장면은 정말 멋진 시퀸스였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 사건은 한국의 드레퓌스 사건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아주 완벽히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침대에서 남녀가 나뒹군 장면은 없어도 뻑하면 술 마시는 장면은 짜증유발 그 자체다. 우리나라 TV나 영화나 그 놈의 술 장면은 안 나오면 안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영화를 보러 갔을 땐 다소 피곤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는 오히려 좋은 영화 보고 나왔다는 느낌 때문에 피로도 이길 수 있었다. 물론 결국 김경호는 재판에서 졌지만 내적으로는 승리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의 마지막 미소가 참 인상적이다. 아무리 세상이 썪었다고 해도 깨어 있으면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았다.

솔직히 우리는 교도소 안에 있건 바깥에 있건 자신을 자신이 책임지지 못하고 남 탓을 얼마나 많이하고 사는가. 그에 반해 김경호는 너무 똑똑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랄까? 사실은 굉장히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이다. 이런 건 확실히 우리가 배울만 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해 본다. 그중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영화 '도가니'도 그렇고(불만은 있지만 그 영화가 거둔 사회적 파장은 무시 못할 일이다) 이 영화도 그렇고, 그렇다면 영화는 이 사회를 구원하고 정화시키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영화의 가능성을 볼 때 이제 영화도 결코 작지 않은 권력을 가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 영화는 정말 오랜만에 괜찮은 영화라고 자신있게 권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식 개봉을 하면 꼭 보기를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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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2-01-10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마니타스에서 나온 <부러진 화살>이라는 책도 있죠.
실제 주인공인 김명호 교수가 석궁을 쏜 직후,
제가 당시 일하던 단체에서 부랴부랴 교수들 단체에서 대책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래서 그때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는데,
참 재미있는 상황이더라구요.

영화로 나올거라는 소문은 들었는데, 벌써 나왔군요.
얼마나 현실을 담고 있는지.
얼마나 각색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김명호 교수는 과연 이 영화를 보고 뭐라고 할지도 무척 궁금하구요.
참고로 <부러진 화살>이라는 책은 김명호 교수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stella.K 2012-01-10 18:00   좋아요 0 | URL
아, 이게 책이 있었군요.
뭐 아무래도 본인의 이야기를 한 것이니까 그닥 좋아할리는 없겠죠.
다행으로 석궁이 빛나가긴 했어도 그 행위 자체가 정당하진 못했으니까.
그래도 어쨌든 주인공은 나름 매력적이었어요.
시나리오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야기 자체로 좋았다는 것일뿐이어요.^^

차트랑 2012-01-10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1년에 한 편 보는 간큰 사람인지라 영화에 대해서 언급할 입장이 못됩니다만
좋은 참고가 될만한 리뷰입니다. 영화리뷰는 또 어찌 이리도 잘 쓰시는지...ㅠ.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stella.K 2012-01-10 18:27   좋아요 0 | URL
에이, 그럼 추천이 있으셔야죠.ㅎㅎ
그런데 써놓고 보니 너무 지저분하게 썼다 싶어요.
알라디너분중에 잘 쓰는 분은 정말 잘 쓰는데 전 왤케 뭉개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 정말 괜찮아요. 나중에 VOD로라도 꼭 보세요.^^

아이리시스 2012-01-10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스텔라님. 저도 밤에 약속이 있어 갑자기 외출해야 할 때 되게 불편해하는 편이에요. 여자들은 준비해야 할 게 많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나와, 할 때도 좀 꺼리게 되는 편이고ㅋㅋㅋ 뭐 쭉 놀다가 밤에 오는 거야 원래 그런 거지만.

저는 우리나라 술집이나 음식점도 저녁 8시면 문을 좀 닫았으면 좋겠어요. 거기서 돈을 제일 많이 벌 수 있으니 대한민국에서 그럴 일 절대 없겠지만 술 말고는 취미생활이 없나요, 헉. 이 영화는 참, 리뷰 읽으면서 처음으로 내용에 대해 짐작하지만 드레퓌스 사건과 닮았다면 참 답이 없네요. 그래도 많이들 볼 만한 영화 같아요.

stella.K 2012-01-10 18:4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쭉 놀다 밤에 들어가면 좋은데
밤에 나와서 밤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많이 싫죠.
그래도 영화가 마음에 들어서 그 고생이 아깝지 않아요.
그리고 강남 지역 영화관도 시사회 좀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강남이라고 다 잘 살아서 그런 거 없어도 보고 그런 거 아니거든요.ㅋㅋ

아, 정말 술 장면 좀 그만 썼으면 좋겠어요.
이건 담배를 못 피우게 하니까 술도 달라 붙어서 떨어질 줄 몰라요.
그래도 영화는 영화에요. 보는 것만으로도 통쾌한데가 있어요.
참, 이 영화 부산영화제 출품작이었다매요?
성과가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아시는 것 좀 없수?ㅎ

아이리시스 2012-01-10 18:59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제를 스물 세 살인가 그때 딱 한 번 갔었는데요ㅋㅋㅋ 죄송해요, 무늬만 부산사람이었어요 으하하^^ 그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남포동,해운대 뒷전으로 하고 살아요. 저는 그러고보면 엄청난 영화팬도 아닌 듯. 그때도 과제 땜에 보긴 봤는데 두 편 모두 비인기영화라서 앉아있다가 지겨워서 죽을 뻔 한 기억만 있어요. 같이 갔던 당시 엄청 친했던 친구와 이제 더이상 친구가 아닌데;; 흐흐흐.

stella.K 2012-01-10 19:10   좋아요 0 | URL
ㅎㅎ 그랬군요.
하긴 저도 강남에 산다고 강남을 다 아는 건 아니예요.
부천영화제 십 몇년 전에 한번 간게 다에요.
확실히 영화는 집에서 퍼져서 보는 게 딱이죠.ㅋㅋ

이진 2012-01-10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사회 다녀오셨군요!
시골남인 저로서는 도대체 시사회라는 것이 무언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ㅋㅋ
뮤지컬도요;;

아우, 저는 술담배그냥 다 싫어요...
그런데 제가 토치우드 본다고 했잖아요?
19금인데 잘못선택했어요. 하아, 술담배는 기본이고 (나오지는 않지만)
제가 보면 안되는 장면까지!!
아이참, 6화까지는 그래도 재밌게 봤는데 서서히 재미가 떨어지더라구요.
부담스러워 ㅠㅠ

stella.K 2012-01-10 19:26   좋아요 0 | URL
서울 산다고 시사회 다 보는 거 아니란다.
이거 VOD로 나오면 그때 봐도 돼.
뮤지컬은 훗날 내가 쓰는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게 되면
꼭 너 사는 동네에 가서 공연하자고 바득바득 우겨 볼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ㅎㅎ

토치우드가 그런 영화였어?
보지 마라. 너의 그 맑은 영혼이 더러워질까 심히 걱정된다.ㅋㅋ

차트랑 2012-01-1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서재에 방문해주시고 추천까지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글에 추천을 깜박했습니다 ㅠ.ㅠ 한방드렸습니다~^

stella.K 2012-01-11 11:17   좋아요 0 | URL
ㅎㅎ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2-01-1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저도 한 방 드립니다.

이 영화가 우리나라 사법부의 오만함을 까발렸다는 것, - 신문 보며 그런 걸 자주 느꼈는데, 통쾌하겠는데요.
시사회까지 참석, 참 부지런하셔라...ㅋㅋ
세상은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데, 저는 요즘 심하게 게으름뱅이랍니다.
이 영화, 보고 싶네요. 영화 보고 나서 다시 이 리뷰를 읽고 싶다는...ㅋ
안성기님, 제가 좋아하는 배우예요. ㅋ

stella.K 2012-01-13 14:19   좋아요 0 | URL
오, 고맙습니다.
이 영화 꼭 보세요.
저도 간만에 나가서 본 거예요.
시사회만 아니었다면 저도 안 봤을 거예요.
알라딘이 저를 뽑아주길 잘한 거죠.ㅋ
안성기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wlsgus0727 2012-01-21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제 심야영화로 봤었는데, 정말 괜찮은 영화던데요.
법정 영화라길래 그다지 기대도 하지 않고 봤었는데, 법에 대한 지식을 별로 가지고 있지 않은 저도 정말 재밌게 봤어요.
그런데 이 영화가 개봉할때 사법부가 피고인이 허위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뭔가.. 안타깝네요..

stella.K 2012-01-21 19:5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아주 재밌게 봤어요.
이 영화 잘됐으면 좋겠어요.^^
 
<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오래 전부터 새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 새해가 되었다고 계획 세우고, 새로운 소망을 품어보고 하는 호들갑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책만큼은 지난해 보다 더 많이 읽어야지 매번 꿈을 꿔 보지만 한 해를 마감할 즈음 돌아보면 전 해 보다 나은 것이 없다. 그래도 자꾸 꿈을 꾸다보면 언젠가는 그꿈도 이루어질 날이 있지 않을까?  

솔직히 작년엔 이것 저것 건드린 책은 많았다. 하지만 정작 완독한 책은 그에 3분의 2정도의 수준이다.

어제 아침 프로를 보니 모 고등학교 교사가 쉬는 시간 10분의 위력을 보여 주었다. 말하자면 하루 7시간 수업을 들어간다고 치면 중간에 10분을 활용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최대한의 효율을 위해 그때는 어렵지 않은 책을 읽기로 한단다. 그러면 하루면 70분. 요는, 한달이면 7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완독할 수 있다는 말이다. 700페이지라면 웬만한 책 두권이고, 두꺼운 책 한권이다. 그렇게 공부해서 따낸 국가자격 시험이 50개라나? 뭐라나. 

갑자기 그 말을 들으니 사놓고 두꺼워 완독 못한 책이 좀 억울해졌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고, 티끌 모아 태산이라더니 그렇게 하루 10페이지씩만 읽어도 가능했던 걸 뭐했나 싶다. 

그래서 나도 올핸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보는 전법(?)을 사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난 습관적으로 인터넷 여기저기를 돌아 다닌다. 어떤 땐 볼 것이 없는데도 그러고 있다. 하루동안 이것에 빼앗기는 시간 15분만 줄여도 좋지 않을까? 올해는 너무 밋밋하게 그날이 그날인 것처럼 살지말고 뭐 하나라도 조그맣게 실천하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이번에도 마감을 하루 앞두고 평가단의 미션을 수행하게 됐다. 이건 솔직히 어쩔 수 없다. 미리 하는 건 기대할 수 없을 것 같고, 그냥 쳥가단 활동을 하는 동안은 마감이나 잘 지켰으면 할 뿐이다.

 

사비 아옌의 <16인의 반란자들>

 

스페인 출신 문학전문기자 사비 아옌과 스페인 출신 사진기자 킴 만레사가 3년여 기간 동안 세계 일주를 통해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16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을 만나 길게는 8일, 짧게는 6시간 동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인터뷰집이란다. 

거기엔 우리가 알만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나온다. 이를테면, 주제 마라사구라든지, 다리오 포, 또는 오르한 파묵 같은. 솔직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책은 어렵다는 편견이 있어 누가 타든 그다지 관심은 없는데 인터뷰이로 그들 저마다의 삶이나 문학을 바라보는 통찰적 안목이 어떨지 궁금해지긴 하다. 특별히 여기엔 사진도 포함이 되었다고 하는데 세계적 작가의 모습이 어떻게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소장하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단지 흠이 있다면 3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다. 이렇게 얇아도 되는 걸까? 불만중이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작년 12월에는 유난히 오래 전에 나왔던 책들이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게 많았다. 예를 들면 모윤숙의 <렌의 애가>나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도 개역판으로 나왔다(개정판과 개역판은 같은 건지 다른 의민지 모르겠다)등을 들수가 있는데, 여기에 추가하여 알랭 드 보통의 <불안> 또한 새옷을 입고 재등장 했다. 사실 난 이 책의 구판을 가지고 있다. 몇년 전 무슨 책을 샀더니 끼워 준 것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 이책은 좀 세련되 보이긴 한다. 

사실 나이들면(이놈의 말은 가급적 안하는 것이 좋긴 할 것이다) 쓸데없는 걱정이 많아진다. 물론 걱정과 불안이 좀 다르긴 하지만, 또 알고보면 한 줄기에서 파생된 것이기도 할 텐데 보통은 불안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보통은 철학이라고 해도 우리와 친숙한 주제를 끌어와 쉽게 펼쳐 보이는 몇 안되는 이야기꾼이다. 그래도 철학책은 철학책이라 만만치 않을 수도 있는데 이 싯점에서 평가단 도서에 선정이 된다면 꼼짝없이 읽게될 테니 모처럼 책읽기의 괴로움(?)을 만끽해 준다면 그도 나쁘지 않은 추억이 될 것도 같다.

 

이동진의 <책은 밤이다>

 

사실 만만한 게 독서에세이라고 평가단에서 이런 책을 또 선정해 주길 바란다는 건 확률적으로 볼 때 가능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미 책에 관한 에세이는 지난 번에 선정된 바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동진이라면...! 

이동진은 아마도 영화평론의 대중적 인물 1세대인 고 정영일 씨의 뒤를 이어 가장 대중적 인물은 아닌가 한다. 나는 벌써 몇년째 한 인터넷 TV에 나오는 그의 영화평을 꾸준히 시청하고 있고, 작년인가 재작년까지 책을 소개하는 유수한 공중파에서 그가 쏟아 놓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나는 말 잘하고, 날카롭고, 진지한 그가 (나름)좋다. 아직 그의 책을 읽어 본적이 없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부제가 마음을 끈다.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그가 읽은 책에 대한 소회를 쓴 책인데 글빨은 또 어떨지 궁금하다. 책 표지 그림도 마음에 들고.

 

조용호의 <시인에게 길을 묻다>

 

소설가이자 문학 전문기자인 저자가 우리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24명의 대표작을 그들의 삶 속에서 풀어내 보여주는 에세이이라고 한다. 시를 그다지 좋아하거나 아는 바는 없지만 작가에 관한 책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웬지 한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인을 몰라보는 것은 아니며 또 누가 아는가? 이책을 통해 없더 시에 관한 관심이 생길지.ㅋ

 

 

 

 

 

레너드 카수토의 <하드 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에세이 분야라고 해서 꼭 지극히 에세이적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책은 첨 봐서는 에세이 분야는 아닌 성 싶기도 하다. 더구나 부제가 미국의 범죄 소설사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역사물 같기도 하고, 예술분야 같기도 하다. 왠지 좀 지적일 것도 같고. 그런데 에세이 분야라고 꼭 이런 책 읽지 말라는 법있나? 지금 가장 가슴 떨리게 읽고 싶어진 책이 바로 이책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런 분야의 책을 좋아하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너무 내가 좋아할 책만 읽는 것도 개인의 독서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안 읽어 본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꽤 괜찮은 독서 경험이겠지. 기대해 봄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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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1-08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엇, 하드 보일드 센티멘털리티가 에세이 부문에 있던가요!
저는 못봤는데 말입니다...
만약 있더라면 이쪽에 정말 미치도록 좋아하는 제가 안할리야 없죠.

평가단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요.
제가 일이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공부랑 병행하려다보니 주위에서도 치이는 일이 많고
이렇게 꼬박꼬박 페이퍼 작성하는 것도 힘들고...
페이퍼는 작성안해도되니 이제부터 때려치워버릴까요 ㅋㅋㅋ

근데 이러면서 또 11기 신간평가단 신청한다 나,
이번에는 소설할거야요!

stella.K 2012-01-09 13:27   좋아요 0 | URL
그니까. 이책에 에세이에 분류되어있다는 게 좀 신기했는데
이번에 선정되면 대박이지 뭐. 난 분명 에세이 부문에서 봤으니까.ㅎ
지금이라도 올려서 힘을 보태라구.
나도 11기를 하게될까?
에세이 난 대체로 만족하는데 소설이나 자기계발 분야도 관심은가.ㅋ

파란놀 2012-01-09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간에서 응가 누면서 몇 쪽이라도 읽으면
어느새 책 몇 권을 읽을 수 있기도 하겠지요 ^^;;;

밥을 하고 찌개를 끓이고 반찬을 하다가
가스불 셋을 켜 놓고
눈코 뜰 사이 없는데,
참말 그야말로 책 한두 쪽 읽을 만한
겨를이 나기도 해요.

손이 젖지만,
펼친 책을 한쪽에 놓고 그냥 들여다보기만 해도
좋기도 하더라고요 ^^;;;;;

stella.K 2012-01-09 13:25   좋아요 0 | URL
ㅎㅎ 된장님 어찌 사시는지 궁금해요.
그러니까 옆지기분이 돈벌러 나가시고, 된장님이
집안 살림하시는 건가요?
저는 첨에 된장님이 여자분이신 줄 알았거든요.
인간극장 같은데서 찍어가게 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어요.ㅋㅋ

그런데 거 책이란 게 그렇더라구요.
작정하고 책상다리하고 읽는 거 보다 그렇게 자투리 시간내서
읽는 게 훨씬 더 집중해서 읽고, 많이 읽게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어찌보면 쉴 때는 쉬어줘야 하는데 쉬는 시간 조차
책을 읽어야 하나? 빡빡한 느낌도 들기도 해요.
다 장단점이 있겠죠?^^

cyrus 2012-01-09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랭 드 보통의 책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유일하게 읽었던 게
<불안>이에요. 저 역시 군 복무할 때 구판으로 읽었어요. 이동진의 <책은 밤이다>..
저는 지금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읽는 중이에요 ^^;;

stella.K 2012-01-10 11:16   좋아요 0 | URL
난 어찌어찌 하다보니 한 세권쯤 읽은 것 같다.
사 놓고 읽지 않는 책도 그쯤되고.
철학의 문제를 이렇게 대중적으로 잘 푸는 몇 안되는 작가라는 건
인정하면서도 확실히 철학은 큰맘 먹지 않고는 읽어낼 수 없는 건가 싶어.
그렇구나. <책은 도끼다> 괜찮을 것 같아.
하지만 이즈음 책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니까 그도 관심이 좀 떨어지더군.
이동진 책에 대해 뭐라고 써놨을지 모르지만
그는 영화 얘기할 때가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기도 해.ㅋ

차트랑 2012-01-10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랭드 보통은 지난 해의 키워드 작가 중 한 분이였던 듯 합니다.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독서 대기작으로 머리맡에 놓아두었는데 얼른 읽어보고 싶군요.

stella.K 2012-01-10 18:29   좋아요 0 | URL
여행의 기술은 저도 읽긴했는데 그 보단
왜 나는 사랑을 하는가를 재밌게 읽은 것 같아요.
저도 몇권있는데 이렇게 못 읽고 있네요.ㅠ

아이리시스 2012-01-10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권 다 재밌겠어요. 에세이는 읽고 휙 던져두고는 정말 거기서 끝내는 편이라서 실패율도 되게 높은 편해 속하는 장르예요. 안그래도 <밤은 책이다> 목차 보면서 책을 많이 메모해뒀는데 절판된 책도 많더라고요, 아쉽게.

stella.K 2012-01-10 18:52   좋아요 0 | URL
전 소설이 그래요. 그래서 고르기가 좀 겁나더라구요.
그래도 다음 기에도 평가단을 하면 소설을 해 볼까 그런 생각도 해요.
너무 겁내하는 것도 그렇고 요즘 소설의 경향도 알아야 할 것도 같고.
물론 그냥 생각만 이래요.
그래도 난 요즘 에세이가 좋아져서 별 불만없어요. 히~
 
고산자 - 2009 제17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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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리뷰는 나의 완소작가 박범신의 고산자가 되고 말았다.

말았다.니.  그도 그럴 것이, 이책은 작년 마지막 주에 읽었는데 그러니만큼 대미를 장식하는 책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뭐 때문인지 한해를 넘겨버리고 새해에 읽은 첫책이 되고 말았다. 

 

 글쎄, 박범신 작가가 나의 완소작가라고 해도 그의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긴 하다. 언젠가 전작을 독파하고 싶은 욕심나는 작가이긴한데(문제는 생각만 있지 의욕을 내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읽어 본 중에 이책은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그래서도 작년 대미를 장식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박범신 작가라면 적어도 나에겐 '뜨거운 문장'의 작가라고 생각했다. 이 뜨겁다는 것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하자면, 삶을 문장으로 태울 줄 아는 작가고, 에로틱한 문체를 구사할 줄 안다는 점에서 그런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그런 작가의 면면이 이책에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밋밋하다고 느끼는 건 뭐 때문인지 모르겠다. 특별히 클라이막스라고 보여지는 부분도 없는 것 같고, 주인공의 투지가 강하게 드러나지도 않는 것 같다. 그저 잘못 만든 지도 때문에 아버지를 잃어야 했던 고산자 김정호의 관조하는 듯한 자세가 이 소설을 강하게 이끌기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맨끝에 작가의 질문이 좋았다. 

고산자 김정호는 누굴까? 천주학쟁이로 핍박을 받거나, 문둥병자는 아닐까? 

도대체 왜 그는 대동여지도에 독도를 그려넣지 않아 일본인의 말거리를 만들었을까?중국과 아라사가 각각 제 것이라고 우기는 압록강 하구의 녹둔도나 두만강 하구의 신도는 대동여지도에 당당히 그려넣으면서, 왜 간도 일대는 모두 빠뜨렸을까? 대마도는 오키나와는? 대체 그는 어떻게 백수십 년 전에 그처럼 오차가 거의 없는 과학적인 축척지도를 그렸을까, 대동여지도 목판은 지금 모두 어디에 있을까. (작가의 말 중에서) 이런 모든 질문이 작가로 하여금 김정호를 형상화하고 싶었을 것이다. 거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서.

 

지구는 편편하였을 것이라는 사람의 일반적인 생각을 뒤집어 놓았던 것은 갈릴레오였다. 그런 것처럼 우리나라 지도는 토끼 모양을 하고 있다거나 호랑이가 꿈틀거리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도 하는데, 어쨌거나 그런 모양을 발견하기 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위해 백두산을 수차례 올랐다고 하는데 거기 올라서면 정말 우리나라가 그런 모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내 나라나 남의 나라나 지도를 그리는 사람은 신기하다. 어떻게 그렸을까?

 

작가는 김정호를 고독한 자로 그렸다. 좀 더 탐험가적 인물로 지도를 그리기까지의 과정 보다 존재의 본질을 찾고 천하를 주유하는 인물로 그린 것이 어떻게도 주인공을 살려내지 못하는 범작이 되고 만 것은 아닌지.   

하긴, 아무리 기고, 뛰고, 날으는 작가라도 거기엔 반드시 범작은 있게 마련이다. 아쉽게도 이 작품이 그런 작품이 되고만 것은 아닌가 한다. 또 모를 일이다. 세월 흘러 다시 읽는다면 또 다른 읽는 맛을 느끼게 될런지. 

나는 이런 식으로 나의 완소 작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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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1-06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 오늘 저도 새해 첫 리뷰를 한 번 써볼까, 하고 생각했는데 이모님께서 먼저 써주시니... 저는 박범신의 작품은 한번도 안 읽어봤어요.. 한국문학에는 영 미흡하기에.. 제목만 몇개 알지요. 마...말굽?

stella.K 2012-01-07 20:42   좋아요 0 | URL
이진이가 박범신을 읽기엔 좀 이를거란 생각이 들어.
사실 나도 박범신을 읽은지 얼마 안되거든.
그렇지. 의인이 고향에서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문학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아.
그래도 쉽게 저버릴 수 없는 것이 또한 우리문학이란다.
특히 나이들면 들수록!ㅋㅋ

프레이야 2012-01-06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의 은교 리뷰가 떠올라요. 님의 완소작가 박범신은 청년이더군요.^^
우리도 올해 나이 한 살 더 먹어도 청춘합시나. 건강하게요.
근데 '고산자'는 별셋, 범작이군요. 그럼요, 대가에게도 범작이 있게 마련이지요.

stella.K 2012-01-07 20:44   좋아요 0 | URL
어맛! 프레이야님 오셨네요.
새해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어요.
그래요. 나이 먹어도 청춘으로 살아요. 건강하게.
프레이야님 올해도 좋은 일 가득가득 넘쳐나길 빌어요.
새해 복 많이 받구요.^^

차트랑 2012-01-07 0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의 리뷰 완전 감동적입니다!!
도서를 선택하는데 더없는 정보를 주신 리뷰입니다.
저는 책을 얼마나 더 읽어야 이런 리뷰를 쓸수가 있는 것인지 ㅠ.ㅠ

강력하고 날카로운 리뷰어를 만나, 감동먹고 갑니다~ 스텔라님~
이런 리뷰를 써주시는 한, 스텔라님은 저의 완소리뷰어^^

stella.K 2012-01-07 20:49   좋아요 0 | URL
에고, 부끄럽습니다. 사실 크게 감동 먹은 게 없어서
리뷰 쓰기에도 약간은 애매하더군요.
그래도 잘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앞으로 차트랑공님의 독서에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네요.^^

페크pek0501 2012-01-08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틱한 문체를 구사할 줄 안다는 점에서" - 맞아요. 저도 예전에 박범신 작가의 에로틱한 문장들을 읽은 기억이 있어요. 그러고 보니 요즘엔 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네요.

밋밋하다고 느껴지는 것 - 저도 요즘 웬만한 책에선 큰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 걸 느끼는데, 나이탓도 있겠지만 우리 입맛이 고급스러워져서가 아닐까 생각해 봤어요. 음식도 그렇잖아요. 김치만으로도 맛있게 먹던 어린시절과 다르잖아요. 자꾸 더 맛있는 걸 찾게 되고...

그래서 책을 고를 때 예전에 비해 훨씬 신중해져요. 아주 좋은 책만을 엄선해서 골라 있게 돼요. ㅋㅋ

stella.K 2012-01-09 13:44   좋아요 0 | URL
내 말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