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동물원 - 국어 선생님의 논리로 읽고 상상으로 풀어 쓴 유쾌한 과학 지식의 놀이터 1
김보일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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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저자의 책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글을 참 쉽게 쓴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러운 것이면서도 본받고 싶은 것이기도 한데, 그것은 아마도 저자가 오랫동안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할 것이다. 선생님의 하나 같은 고민은 어떻게 하면 교과 내용을 학생들에게 쉽게 전달하느냐가 아니겠는가. 그것이 오늘날 저자의 책을 있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저자가 철학에 대해 다루어 놓은 책과 국어에 대해 다루어 놓은 책을 읽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생물 그것도 '진화'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난 학교 때 이과계통의 과목을 참 지지리도 못했다. 그래도 생물은 그나마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학교를 떠나온 뒤로 새삼 이 나이에 무슨 과학이냐며 스스로 문외한임을 자처하면서 살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진화의 입장에서 보자면 안 쓰는 몸의 기관은 퇴화한다고, 역시 정신이나 사고도 그쪽으론 퇴화하다 못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살아온 것 같다.

 

지금까지 난 사람은 어쩔 수 없는 편견의 존재라고, 책 또한 어쩔 수 없이 편식을 하게 되더라고 자조 반, 탄식 반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젠 그것에서 한 술 더 떠 그럴수 밖에 없고, 그게 정상이라고 까지 말할 뻔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안 쓰던 근육이 우드득 소리를 내며 활개를 치듯,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또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가 입술 언저리에서 맴돌던 말이 쏙 들어가버렸다.

이 책은 공히 말하건데, 내가 저자의 읽은 책 중 가장 재밌게 쓴 책은 아닐까 싶다. 

 

물론 그렇다고 저자가 생물이나 과학 선생님이냐면 그렇지도 않다. 저자는 국어 선생님이다. 국어 선생님이면서 생물 선생님인 양 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의 전달 능력은 아무래도 우리말을 가르치는 국어 선생님이 한 수 위는 아닐까? 요즘 통섭도 많이 한다는데 말이다. 이미 저자도 고백했지만, 자신은 과학의 전문가가 아니라고 밝혔다. 저자는, 여기에 묶인 글들은 치열하고 엄정한 사색의 기록이라기보다는, 루소가 벌처럼 이 식물에서 저 식물로 옮겨 다니며 즐거움을 느꼈듯이 이 책에서 저 책으로 옮겨 다니며 과학적 사유가 주는 즐거움에 푹 빠졌던 놀이의 기록 (286p)라고 했다. 그러니까 저자는 어느 한 기간 동안 과학에 관한 책을 읽고 그것이 너무 좋아 정리하면서 독자들에게도 전하여 주겠다고 마음으로 이 책을 썼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럴까? 정말 한 쳅터 한 쳅터 넘길 때마다 저자는 꼭 누구의 무슨 책에 보면...이라면서 꼭 책과 저자를 밝히고 자신의 논지를 펼치고 있다. 그것을 대하다 보면 가끔은 나도 어디선가 제목 정도는 알고 있는 책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어머, 그게 이런 내용이었어?'하며 관심을 갖게도 되고, 어쩌면 과학은 어려운 분야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긴 요즘 일반인도 쉽게 관심을 가질 법한 소위 말하는 '과학 대중서'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가? 그래서 실제로 과학에 관한 책을 접하게 되는 개기가 되기도 한다. 

솔직히 나 같은 게으름뱅이 독자도 이 책을 통해 아, 정말 과학은 어려운 것이 아니겠구나 하는 뿌듯함과 희망(?)을 갖게 되었는데, 바로 이것이 이 책이 갖는 성과는 아닐까 싶다.

 

솔직히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처음엔 책 제목에서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화론자들은 기독교를 공격하거나 기독교가 믿는 창조론에 배치된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거의 자동적으로 갖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저자도 밝히기도 했지만 제목이 다소 급진적(?)으로 보여 그렇지 진화를 직접적으로 들이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말대로 과학자가 아닌만큼 그냥 편하게 자신의 읽은 책에 대해 기술했을 뿐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평소 다윈과 진화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왔는가를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기독교인이면서 과학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해 말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비기독교인이면서 똑같이 과학에 대해 문외한이면서 창조론을 비판하는 것도 옳은 태도는 아닐 것이라고 본다. 무신앙이도 신앙이라고 신앙과 학문은 엄격히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분명 기독교 과학자들 중엔 (어느 정도)진화론을 인정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비기독교인 중에도 (역시 어느 정도)창조론을 인정하는 과학자도 있을 것이다. 과학을 바라보는 눈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이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듯 하나님이 지으신 우주만물을 우리가 어찌 다 알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으니 나도 다윈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과연 기독교와 대립하기 위해 진화론을 말했을까? 모르긴 해도 그건 아닐 것이라고 본다. 얼핏 그도 기독교인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의 이론이 기독교에서 너무 배척을 받으니까 화도 나고 상대적으로 기독교가 편협하다고 느껴져서 자신의 이론을 옹호하다 보니 기독교와 대립하는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책 중간에 다윈에 대해 언급해 놓은 부분이 있었다. 물론 기독교와 진화론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얼마나 위트와 유머가 많은 사람인가를 다룬 내용이다. 특히 결혼에 관해. 그는 결혼에 관한 손익계산 즉 대차대조표를 꼼꼼하게 작성하고, 결혼하지 않았을 때의 좋은 점과 결혼했을 때의 좋은 점을 비교했나 보다(아무튼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그 뒤 얼마만에 사촌인 엠마를 만나고 그 모든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을 정도로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136~137p). 그것을 읽는 순간 최근 다윈의 러브스토리로 잘 알려진 '찰스와 엠마'라는 책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콧등으로도 보지 않았던 책이었는데 말이다(독자 평점도 높은 편이다). 

이렇게 책을 읽다가 그 책에 소개되어진 또 다른 책에 꽂혀 읽어보고 싶거나 실제로 읽게 된다면 그 책에 대한 성과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닐 것이다. 또한 뭔가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유연한 사고 내지는 방향을 틀게 된다면 그것 역시 책이 갖고 있는 결코 작지 않은 성과다. 그것은 또 의외로 대단한 책이 아니고 이렇게 온갖 재미로 무장해제시키는 책일 수 있다. 그러니 책은 정말 우습게 볼게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자는 다윈의 결혼 대차대조표를 소개한 그 쳅터에서 그런 말을 했다.

이성 없는 감정은 맹목이고, 감정 없는 이성은 공허하다. 이성이 감성을 인도하고, 감성이 이성을 부축해야 한다는 것! 때론 감성 앞에 이성이 고스란히 무릎을 꿇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다윈은 그렇게 했고, 다행히 행복했다.

                                                                     (137p)  

 

 이것이 어디 다윈의 결혼에만 적용이 되겠는가. 앎을 추구하는 자세도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앎을 추구하는 것도 궁극엔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학문하는 자세, 책 읽는 자세 역시 그래야 한다. 그러려면 저자의 일침을 가하는 쓴소리도 읽어야 할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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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3-3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이렇게 책을 읽다가 그 책에 소개되어진 또 다른 책에 꽂혀 읽어보고 싶거나 실제로 읽게 된다면 그 책에 대한 성과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닐 것이다." -저도 이런 경우가 많아요. 리뷰를 보고 그 책을 찾아 읽기도 하고, 댓글에서 주고받다가 언급된 책을 찾아 읽기도 합니다. 또 누가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하면 그 책이 갑자기 읽고 싶어져 읽죠. 집에 책은 쌓여 있고 전부 읽은 것은 아니라서요. 어떤 책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면 읽게 되는 거죠.

2. 137쪽의 인용 문장- 을 보니 인간은 결국 이성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마는 존재라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속 한 문장이 떠오르네요.
인간은 수수께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인간 심리의 책을 즐겨 읽게 돼요.

3. 아, 첫 댓글이라 기분 좋다. ㅋ

stella.K 2012-03-31 17:56   좋아요 0 | URL
1. 그래서 전 <찰스와 엠마>를 읽어볼까 생각중이어요.
2. 그래서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 잖아요.
마음 끌리는대로 행동하고. 그래서 인간은 요물이라잖아요.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ㅠ
3. 저도 첫 답글을 언니한테 달아드리게 돼서 좋아요. 주말 잘 보내세요.^^

cyrus 2012-04-0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며칠 전에 다윈의 자서전을 읽어봤는데요, 사실 다윈은 애초부터
기독교적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서 진화론을 주장한 것도 아니었대요.
오히려 기독교의 창조론에 부합할 수 있는 쪽으로 이론을 구상하려고 했대요.

<찰스와 엠마>는 저도 곧 읽어보려고 해요. 이 책 이외에도 다윈이 생전에 쓴 서간문들을
모은 두 권짜리 서간집도 있어요.^^

stella.K 2012-04-01 18:52   좋아요 0 | URL
그렇구나. 정말 이 책 읽고 '찰스와 엠마'가 확 끌렸어.
그거 읽어보고 괜찮으면 평전도 읽어 볼까 했는데
알아 봤더니 넘 두껍네.ㅠ
근데 서간집도 있었구나. 좋은 정보 고맙.^^
아, 근데 자서전도 있었네. 그건 몰랐어.ㅎ

2012-04-06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6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 박동 소리 2 노희경 드라마 대본집 (르네상스) 2
노희경 지음 / 르네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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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 책

 

무슨 욕심인지 모르겠는데 난 항상 잘된 드라마를 보면 DVD를 갖고 싶다기 보단 대본집을 갖고 싶었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작품 보다는 그 작품을 쓴 작가에 관심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실제로는 가져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최근 그 소원을 이뤘다. 바로 이 책이다. 요즘처럼 드라마 대본집이 잘 나올까. 책이 제법 잘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노희경 아닌가. 하긴 대본집이 나와 있는 건 김수현이나 노희경이 전부일 듯 하다. 그러니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종편 TV가 개국을 하면서 모 방송국에서 하는 드라마를 조금씩 보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이제까지 본 작가의 작품들과는 좀 거리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작가의 주특기인 가족과 개인의 트라우마를 다룬 건 여전하다. 그리고 다른 작가들이 외적으로 근사한 캐릭터와 그에 걸맞는 화려한 치장을 보여주려고 할 때 노희경 작가는 항상 밑바닥 인생 아니면 남루한 삶을 보여주려 했다. 그것 역시 변함이 없는데, 형사물에 판타지의 결합은 확실히 새로운 시도고 모험은 아니었을까 한다. 그래서 나 자신 초반 이것을 끝까지 볼 수 있을까? 시청자로서 의문을 가졌더랬다. 그러는 와중에 이 책을 손에 넣게 된 것이다. 

 

내가 이책에서 보고 싶어했던 건 작가의 주옥같은 대사도 대사지만 상황 묘사를 어떻게 해놨을까 하는 거였다. 그건 마치 내가 늘 이면의 것들에 관심이 많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예를들면 한편의 잘 만든 연극 그 뒤에는 늘 사람의 열정과 땀방울, 갈등과 바쁘게 움직이는 스텝들의 발소리가 있다는 것이다. 난 바로 그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노희경 작가는 어떻게 쓸까? 그것을 알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보니 아, 이렇게 쓰는구나란 감탄 보단 실망이 더 앞선다.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영상 용어들을 대하고 있으면 나는 나대로 지난 날 잊고 있던 트라우마가 건드려지는 느낌이다. 싸지도 않은 돈 들여 공부 한답시고 적지않은 나이에 나의 꼰대에 의해 동료 수강생들 앞에서 그 굴욕을 당했었다. 그 기억이 스멀대고 올라오는 것이다. 하긴, 시간이 약이라더니 그것도 이맘 정도 지나고나니 웃을 마음도 난다. 꼭 시나리오를 쓰겠다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게 아니면 뭘 할 수 있을까? 절망스러웠다. 포기하면 그만일 텐데 나는 여전히 그 꿈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인생 별거 있어, 한 방이란 말 믿고 싶어진다. 한 번 사는 인생 아닌가. 살만큼 살면서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면서 사리면서 살아왔다. 이젠 맞설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을 이 나이쯤 되니까 느끼는 것이다. 그래도 무슨 관성이 남아 있는지 선택의 순간에선 늘 주춤거리고 피하게 된다. 나란 인간은 늘상 이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쓰는대신 노희경의 <빠담빠담>을 읽고 있었나 보다.  

 

사실 말했던대로 책으로 본다면 실망을 더 많이 할 것 같다. 좋은 작품은 책 보다는 차라리 DVD로 간직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거기엔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 인상 깊은 대사들, 영상들, 음악들이 다 들어가 있다. 책을 보면 그야말로 살 다 발라 먹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생선을 보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러니 드라마 작가는 이 상태로는 보여줄 것이 없다고 손사래를 칠 것도 같다. 같은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라도 소설가는 작품 좀 보자고 하면 원고나 이미 출판된 자신의 책을 보여주면 되지만, 드라마 작가는 제작자가 아니면 나중에 TV에서 보라고 말해야 하는 사람이다. 더구나 그런 말이 있다. 영화는 감독을 위한 예술이고, 드라마는 배우를 위한 예술이라고. 그러니 드라마나 시나리오 작가는 어디에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드라마 작가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지금은 그 작품에 누가 나오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썼느냐를 더 많이 본다. 그것은 아마도 김수현 작가를 비롯한 여타의 작가군들이 이룬 업적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작가들이 쓴 대본집은 또 다른 의미로 와닿는다. 방금 난 대본집이 살 다 발라 먹은 뼈 드러난 생선이란 다소 거친 표현을 썼는데, 아무리 좋은 연출자, 좋은 배우가 있어도 그 선두에 작가의 작품이 없으면 그들의 존재는 아직 드러낼 수 없다. 이 자부심이 없다면 못할 것이 드라마 작가다. 그렇다면 바로 그 작품이 만들어지는 최초의 창조자의 책을 그냥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 난 이 작품을 드라마와 책을 번갈아 가며 보고 읽었다. 집에 텔레비젼이 없으면 모를까 그것을 두고도 책으로만 본다는 건 그 작품을 즐기는 너무 소극적인 방법이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던 노희경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던 노희경은 이번에도 역시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것도 살인자란 누명을 쓴 사람과 그 누명을 씌운 사람의 딸과의 사랑. 얼핏 보면 만나서는 절대 안되는 사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드라마 작가들은 이렇게 말도 안되는 인물에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사랑의 방정식은 정공법으로 풀어낸다. 이 작품 거의 말미에 이르면 우리가 하는 사랑은 다 가짜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사랑은 고사하고 아무리 누명이라 해도 교도소에서 16년을 복역하고 나왔다면 그것을 풀 생각이나 날까? 처음엔 억울해 미치겠지만 포긴지 달관인지 모를 그 마음으로 살게되지 않을까? 그래. 난 뭘 해도 안 돼. 그냥 이대로 살다 죽지. 세상 모두가 나를 살인자라고 할 때 그것을 안 믿어주는 몇몇만 있어도 된 거 아냐? 하게되지 않을까? 하지만 주인공 양강칠은 끝까지 자신이 무죄임을 증명해 냈다. 드라마니까 가능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돈 없고 빽 없으면 죄없는 사람도 죄인이 되는 세상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세상을 작가는 위로하고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유유상종이라고, 선녀와 나뭇꾼 또는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사랑이 과연 가당키나 한가? 하지만 초록은 동색이라고 비슷한 사람끼리와의 연애와 결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오래 못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또한 대부분이기도 하다. 자기네의 사랑도 오래 갈지 모르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의 사랑이든, 저런 사람의 사랑이든 우린 조금의 상처와 오해가 있으면 크게 확대 해석하고 더 이상 상처 받지 않으려고 빨리 끝내려고만 한다. 물은 건너봐야 깊이를 알듯이, 사랑은 시련을 겪어봐야 단단해질 수가 있다.

이렇게 작가는 양강칠과 정지나의 사랑을 더 어렵게 만들면서 동시에 단단해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확실히 오늘 날의 세대를 거스르는 작가 자신만의 감수성을 유감없이 펼쳐 보인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양강칠에 정지나에게 프로포즈할 때 나무 반지를 선물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은 사랑이 견고하고 영원하길 바래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고 받지만, 사실은 사랑은 깨지기 쉬운 거라 소중히 다루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는 대사를 주고 받는 대목이 나온다. 그건 정말 맞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노희경만큼 실감나게 연애 이야기를 잘 풀어쓰는 작가도 흔치 않다.

 

드라마의 욕망 대 시청자 욕망 

         

모든 이야기는 사랑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랑해서 더 사랑하고, 사랑이 뜻대로 안 되서 더 미워하고 갈등하고, 사랑에 대한 환상 때문에 더 깊이좌절하고. 또 그것 때문에 나락에서 구원 받고. 모든 이야기는 그런 것이다. 그런데 노희경은 거기에 깊이를 더 해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드라마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 베어 있다. 그런데 그것은 잘나고 잘 나가는 사람에게선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천성적으로 어울리지도 않는다. 인간에 대한 연민은 상처 받고, 고통 당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세상에 대한 연민과 꿈을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서 드러나진다. 보라, 그의 작품중에 그러지 않는 작품이 하나라도 있는 지. 특히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그런 성향이 어찌보면 좀 더 진보적으로 나타나 있는 것도 같다. 

그래서 그의 드라마는 착하다. 희망적이고, 해피엔딩이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대체적으로 그렇긴 하다. 물론 최근엔 그렇지 않은 드라마도 속속 나오고 있고 그것을 '막장'이라고까지 표현을 하는데 진짜 그런 드라마 쓰는 사람은 좀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드라마를 너무 도덕적이어야 하고 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라고 말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드라마는 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해피엔딩을 말할 수 있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드라마에서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드라마의 기능 중 대리 만족의 기능도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어찌 할 수 없는 없는 것을 드라마에선 만족해 주는 것. 그래서 통쾌하고, 후련하고 뭐 그런 것 말이다. 그래서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그게 꼭 그래서만 통쾌하고 후련해 하는 것마는 아니다. 막장 드라마가 욕을 하면서 보게되는 건 인간의 위선과 가십 때문일 것이다. 그 수면 밑에 있는 것을 작가들이 당당하게 끌어올려 준 것이다. 뭐 그래서 보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지만 막장 드라마는 남는 것은 없다. 하긴 TV가 시청률 괴물 아니던가. 거기에서 인간의 진실을 말하고 연민을 말하는 노희경의 드라마는 정말 장사 안되는 드라마일 것이다. 오죽했으면 책머리에 작가의 말에서, 남는 장사가 아닌 이 드라마에 매번 출현해 주는 탤런트 나문희 씨에게 고맙다고 했을까. 그의 드라마는 나쁘게 말하면 궁상 맞아서 해외에서 판권을 사려는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그래도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자 한다면 나는 감히 노희경의 작품은 필히 섭렵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에 대한 연민 없이, 성찰 없이 무슨 드라마를 쓰고 만들겠다고 하겠는가. 돈만 쳐 바르고 어깨에 힘만 들어간 드라마는 오래 남지 못한다. 소박해도 다시 보고 싶은 인간의 참된 가치를 전하는 드라마가 진짜 웰메이드라고 생각한다.

 

나는 특히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 시청자의 욕망을 제대로 건드려줬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뒤엎어줬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가진 사람만이 판을 치는 세상은 여전하겠지만 드라마에서 조차 그것을 말한다면 그건 좀 잔인한 것이다. 위로 받을 만한 것이 별로 없는 세상에서 그래도 드라마에서만큼은 위로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이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면 시청자는 정말 불쌍한 사람들이다. 그 마음을 작가는 잊지 않은 것 같다.

또한 천사를 등장시킨 판타지가 눈에 띄는데, 노희경의 천사는 확실히 그 캐릭터가 다르다. 천사가 된 인간을 표현해줬던 것이 아니라 인간이 된 천사다. 그래서 때로 식은땀도 흘리고, 배고픔을 못 견뎌하며, 울고, 화내고, 비속어도 마구 남발한다. 한마디로 친근하고 귀엽다. 그리고 그 인물은 이름도 친근한 국수고, 양강칠과 환상의 커플이기도 하다. 솔직히 양강칠이란 인물은 정지나 보단 국수와 더 잘 어울리지 않았나 싶다. 

 

작가는 그러면 된 거 아닌가?     

        

그런데 작가에게 미안하다. 내 마음은 작가에게 끝까지 박수와 찬사를 보내고 싶은데 결국 드라마는 배우의 것이기에 결국 마지막에 박수는 양강칠을 위한 것이 되고 말았다. 작가는 캐릭터를 만들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완벽한 캐릭터가 아닐 수 있다. 나머지는 배우가 완성해 가는 것이다. 나는 정우성이 본래 자신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벗고 어촌의 가방끈 짧은 하지만 순박하고 뚝심있는 사람의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 준 것에 무안히 감사와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정말 그는 캐릭터 연구를 많이 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그가 맡은 캐릭터 중에 가장 많이 망가지고 동시에 가장 위대한 역을 해낸 것이 아닌가 한다. 더불어 국수 역의 김범은 정말 제대로 꽂혔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이 있었기에 나는 보는 내내 행복했고 뿌듯했다.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고, 양강칠이 실제로 어딘가에 실존해 있다면 잘 살라고, 행복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데 작가는 그러면 된 거 아닌가? 소설을 쓰는 작가면 모를까 드라마는 공동작업이기 때문에 작가 혼자만이 영광을 다 가질 수 없다(아니 오히려 그 존재조차 미미할 때가 많다). 그래서 그 작품이 끝났을 때 배우에게나 시청자들에게나 주인공이 오래 기억이 남아야지 작가가 기억에 남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요즘엔 작가의 위상이 높아져서 영광을 웬만치는 누린다. 그러나 그 작품이 망쳤을 때 돌아오는 비난은 누구보다도 작가가 먼저다. 이게 드라마 작가의 위치가 아닌가 싶다. 

 

사실 노희경뿐 아니라 드라마 작가들의 대본집 출간이 앞으로 출판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런지 모르겠다. 내가 볼 땐 아직 낙관하긴 이를 것 같다. 무엇보다 작가의 주옥 같은 대사가 아니면 지극히 건조한 이 책을 온전히 읽어낼 독자가 얼마나 될까 의문스럽기도 하다. 그럴 땐 독자가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지문을 소설처럼 풀어 써 줘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것을 드라마 작가의 자존심이 허락될지 의문이기도 하고. 아무튼 뭔가 새로운 문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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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2-03-25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본집을 읽고 드라마를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가능할 것 같아요. 이 드라마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책 보니까^^

stella.K 2012-03-25 11:30   좋아요 0 | URL
솔직히 지난 번에도 말했지만 책을 좋아하고 작가를 좋아한다면
갖고 있을만 해요. 대사빨도 좋고.
근데 그게 아니라면 크게 욕심 안 내도 좋다고 말하고 싶어요.
저 같은 경우는 소설을 좋아해서 가끔 괜찮은 드라마
공부 삼아서 소설로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것도 어디까지나 생각뿐이랍니다. 난 게을러서 아무 것도 못해요.
버나드 쇼가 비석에 글 하나는 잘 박아 넣었지요.
"갈팡질팡하다 이럴 줄 알았지!"ㅋㅋ

차트랑 2012-03-2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다보니 어느 영화의 대사가 생각나는 군요
유전무죄, 무전유죄~
작가가 말하고 싶은 그 뜻은 가상하나
한편의 영화 대사보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듯합나다요 ㅠ.ㅠ

stella.K 2012-03-26 12:15   좋아요 0 | URL
하지만 위로는 받죠. 너무 현실만 생각하면 삭막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작가는 충분히 시청자를 위로한다고 봐요.
드라마의 기능이 그런 것도 있잖아요. 잘못하면 우롱도 될 수 있고.
선택은 늘 시청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차트랑 2012-03-31 00:29   좋아요 0 | URL
위로를 주는 일은 좋은 일입니다~

기억의집 2012-03-27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가 용감하네요. 사실 드라마대본집은 그렇게 많이 팔리지 않는 분야일텐데.
드라마를 그렇게 많이 보는 편이 아니라, 저는 드라마 제대로 본 것은 하나도 없어요, 욕심은 안 나지만 각본공부 하시는 분들은 참고할 만한 책인 것 같아요. 이 드라마 최근에 한 작품 맞지요?

stella.K 2012-03-27 18:20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저도 드라마 많이 보는 축은 아닙니다만, 노희경은 팬이라서 끝까지
보게 되더군요.
정말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면 잘 안 볼 것 같아요.
좀 안타깝죠. 지문을 소설처럼 살짝만 바꿔도 좋을텐데.
애매해요. 근데 요즘 종편 TV가 개국을 해서 드라마 볼게
굉장히 많아진 느낌입니다.^^

아이리시스 2012-03-28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저 <화차> 잘 받았어요. 안전하게 잘 왔어요. 고맙습니다. 재밌게 잘 읽을게요. 감기에 걸렸더니 당장은 말못할 (실수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고요) 대형사고도 하나 벌써 치고, 왜 그랬지, 절망하면서 아침에 머리 몇 번 박고, 아.. 아직도 대체 이해가 안돼요. 정신줄을 놓고 살았어요. 알고보면 그건 감기 걸려서 그런 것도 아니고 그 이전에 친 일.. 머리가 자주 작동을 멈춰서 좀 쉬고 집중하다가 나중에 읽으려고요.

채널 A에서 하는 <불후의 명작>이 요즘은 재밌을 것 같고요. 근데 저는 <옥탑방 왕세자>가 너무 웃겨서 활력소예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tella.K 2012-03-29 10:25   좋아요 0 | URL
ㅋㅋ 아니 무슨 사고를 쳤는데요? 어제 올린 아이님 페이퍼에
있나요? 요즘 대본 쓰느라 잘 못 보고 지나치는 페이퍼가 많아요.
저도 <불후의 명작> 1회 봤는데 괜찮은 것 같더라구요.
정말 <옥탑방 왕세자> 웃기죠? 어제 보고 저도 많이 웃었어요.
한동안 좀 지켜볼 드라마 같고, <패션왕>도 좋더라구요.
요즘 '넝쿨째 굴러 온 당신'인가? 뭔가가 시청률 40%를 넘본다고 해서
보기 시작했어요. 거기 윤여정과 장용이 연기를 잘한다고 해서.
정말 아이 잃은 부모의 마음이 이런 거겠구나 실감나요.
괜찮을 것 같은데 50부작쯤 되는 거라 끝까지 볼 수 있을런지 모르겠어요.
암튼 요즘 드라마만 볼게 많아도 넘 많은 것 같아요.
예전에 쿡tv선전 때 채림이 나와서 한숨쉬며 했던 말 실감해요.ㅋㅋㅋ
책 잘 도착했다니 좋네요.
재밌게 읽으시구요, 혹시 또 다른 기회에 더 좋은 책이 아이님께
갈수있게 되길 바래볼게요.^^

페크pek0501 2012-03-3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소설 강의, 드라마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드라마보단 소설에 더 끌렸어요. 그 이유는 소설은 나의 능력을 전부 발휘한 그 자체일 수 있지만, 드라마는 연출가도 연기자도 뛰어나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제 작품이라고 볼 수 없단 생각에서였어요.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 없지만...

요즘 <빛과 그림자>란 드라마를 보면서(제가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임) 참 대본 잘 썼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각 인물마다 그 캐릭터에 맞게 대사를 주는지 감탄하곤 해요. 멋진 능력이에요.

스텔라님도 한번 드라마 작가에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네요. (저는 숙제로 써 봤는데, 그 능력은 없더라고요.)ㅋㅋ 소설가보다 드라마 작가가 돈도 더 잘 벌던데... 키득.


stella.K 2012-03-30 16:39   좋아요 0 | URL
ㅎㅎ 요즘엔 소설가 보다 드라마 작가가 더 잘 벌죠.
그런데 재주가 메주라 저도 자신이 없어요.
그런 점에서 소설이 여러모로 좋긴하죠.
전 오히려 소설을 드라마 같이 쓸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언닌 <빛과 그림자> 보시는군요. 작가가 글 잘 쓰기로 유명하긴 한데
저는 최완규 작가의 작품을 끝까지 본게 없는 것 같아요.ㅜ
대신 전 얼마 전부터 <넝쿨째 굴러 온 당신> 보고 있는데
재있어요. 언니도 기회되시면 한번 보세요.^^

2012-03-30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30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달에 평가단에서 보내 준 책 저만치 밀어두고 오늘부터 이 책을 펼쳤다. 솔직히 평가단 이번 책은 나로선 머리에서 쥐가 난다.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라서 대략난감 중이다. 이럴 땐 안 읽히는 책 억지로 읽으려고 하지말고 마음 가는 책 읽어주는 것이 효율적인 것 같다. 안 읽히는 책은 그후 더 읽을 건지 말건지를 생각하면 되고.

 

이책의 저자는 책을 가장 쉬우면서도 흥미롭게 쓰는 작가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책 처음 부분 읽다 괜찮은 글이 있어 통째로 옮겨 본다.

제목은 '하이데거의 닦달하기, 그리고 양계장'

 

 

 

하이데거의 기술문명 비판의 핵심은 '게슈텔Gestell'이라는 개념이다. 역자는 이 단어를 '닦달하기'라고 번역했다. 아주 그럴듯한 번역이다. 현대 기술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쥐어짜고 윽밖지른다. 

 

양계산업이나 목축산업은 닦달하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소들이 있는 외양간에 톱밥을 깔아주면 푹신푹신한 바닥을 마치 풀밭처럼 생각해 열심히 돌아다닌다. 그 결과 운동량이 많아져서 몸에는 지방이 줄어들고 맛은 떨어진다. 목축업자는 소의 복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 소 좋아하는 꼴을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그들은 외양간 바닥을 콘크리트로 깐다. 안 그래도 뼈는 부실하고 살은 피둥피둥하게 찐 소들은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서는 운동을 하지 않는다. 딱딱한 바닥에서 걷자니 관절이 아프고 삭신이 아리기 때문이다. 당연히 운동량이 줄어든 소의 몸에는 지방이 붙고 고기의 맛이 좋아진다. 소가 산보하는 재미를 앗은 대가로 인간은 쫀득쫀득한 고기를 얻는다.

닭은 일 년에 60개 낳던 계란을 300~360개나 낳는다. 젖소는 야생에서 하루 2~3킬로그램 생산하던 우유를 30~50킬로그램 생산한다. 닭은 최대 15년까지 살 수 있지만 육계(식용으로 기르는 닭) 는 6주만에 2킬로그램 정도 쌀을 찌워 출하한다. 삼계탕에 쓰이는 닭은 1.2~1.6 킬로그램 정도가 되면 출하한다. 6주도 지나지 않아 죽임을 당하는 꼴이다. 수명이 10~15년 정도인 돼지도 6개월 정도를 살다가 110킬로그램 되면 도축장으로 간다.

 

가진 것을 다 내놓으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내놓으라는 협박이고, 어린아이의 자궁에 아이의 씨를 넣는 격이다. 산 것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불살계(不殺戒)는 산업 논리 앞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는 계율이 되어 버렸다.

                                                                                 (034~035p)    

인간이 지은 죄가 참 많다. 고기를 아예 먹지 말라는 말은 차미 못하겠다. 그래도 우리는 필히 육류 소비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이 자기 먹는 양의 단 1그램만 줄여도 우리의 돼지와 소와 닭은 그렇게까지 비참한 삶을 살다가 죽지 않을 것이다. 

 

저자도 그 말을 인용했지만, <토지>의 작가 고 박경리 선생은 인간은 자연의 이자로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벌써 또 주말이다. 오늘 저녁 좋은 사람과 약속이 있다면 그 사람과 꼭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좀 자제해 주시라. 고기 먹지 않고도 좋은 만남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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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2-03-23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과의 식생활은 어떻게 해 볼 수 있지만, 사회 생활을 하면서의 육식의 자제는 ... ; 역시 어렵지요. 어렵지 않더라도 쉽지는 않지요. (나는 패배주의자인가 봐요.)

stella.K 2012-03-23 14:44   좋아요 0 | URL
혼자서는 쉽지 않죠.
이것도 뭔가 연합하고 운동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거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프고 찌릿찌릿해 지더군요.ㅠ

페크pek0501 2012-03-23 18:32   좋아요 0 | URL
아, 마립간님의 장족의 발전이 느껴지는군요. 댓글을 달러 여기까지 오시다니...ㅋㅋ

stella.K 2012-03-23 18:37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은 그렇게 생각했어요.ㅎㅎ

페크pek0501 2012-03-23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고기를 이주일에 한 번 먹는 것 같아요. 건강을 생각해서 육류 위주의 식단을 경계해요. 대신 생선과 야채를 많이 먹으려고 해요.
회식 자리도 삼겹살 대신 버섯야채 전골에 소주를 마시면 안 될까요? 저는 국물이 좋던데...
안주로 파전이나 도토리묵무침도 좋던데...
인간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든 인간 중심의 사고가 문제인 듯해요.
인간을 관찰하는 관찰자로서 볼 필요가 있을 듯해요.

stella.K 2012-03-23 18:40   좋아요 0 | URL
저희는 가면 갈수록 고기가 줄어드는 것 같아요.
한 달에 한번도 안 먹는 것 같다는.
그리 말씀하시니 오늘 같은 날 비도 오고 삼삼한데
진짜 파전, 도토리묵에 소주 한 잔 걸치고 싶군요.ㅋㅋ

페크pek0501 2012-03-23 18:44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저도요.ㅋㅋ 파전, 도토리묵에 소주 한 잔 그리고 빗소리, 환상적이에요.ㅋ

stella.K 2012-03-23 18:47   좋아요 0 | URL
낭만을 아시는군요.^^

cyrus 2012-03-23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페이퍼 내용만 볼 땐 철학 관련 책일줄 알았는데 책을 클릭해서
정보를 봤는데 과학 책이네요. 책 제목에 왜 '다윈'이 들어가 있었는지
이제야 알았어요. ^^ 가끔은 전혀 몰랐던 새로운 분야의 글을 접해보는 것도
좋아요 ㅎㅎ


stella.K 2012-03-24 12:55   좋아요 0 | URL
이책 엄청 좋다. 재밌어.
아주 간략하고 그러면서도 정곡을 찌르고.
기회되면 함 읽어봐.
무거운 책만 읽었다면 이런 책으로 머리 식혀주는 것도
유익할거야.^^

saint236 2012-03-24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책인지 궁금합니다. 오랫만에 알라딘 서평단 서재에 들어가봐야 할 듯 하네요.

stella.K 2012-03-24 12:58   좋아요 0 | URL
<아주 오래된 북극>이랑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요.
뭐 객관적으로야 흠잡을 때 없는 좋은 책 같기는 한데
저는 이런 책이 익숙치가 않더라구요.
특히 빌 브라이슨은 너무 말이 많아서 좀 질려요.
지금은 그냥 패쓰할까 생각중이어요. 전 언제나 빌 브라이슨의 진가를 알게
될까요? 좌절입니다.ㅠㅠ

이진 2012-03-24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 오랜만이어요!
이진이 감기 좀 물리고 오랜만에 알라딘 방문했습니다...
저는 오지 않은 동안 <화차>를 다 읽어버렸습니다.
무려 사흘만에 독파를 해버렸어요. 어찌나 재밌던지.
이게 바로 미야베 미유키구나! 하면서 마음속으로 감동이란 감동을 다 받으며 탄탄한 스토리 전개에 놀랐답니다. 이모가 읽으신 책은 500페이지나 추가되었다고 하니, 아마 그 부분에서 지루함을 느끼시지 않았으려나 생각해보아요. 2006초판은 진짜 재밌던데...

저는 이번 평가단 도서 첫 페이지 딱 펼쳐보고서는 기겁을 하며 멀리 밀어놓았답니다.
도저히 시턴의 책은 못 읽겠어요... 도저히

stella.K 2012-03-24 18:13   좋아요 0 | URL
오, 이진이! 그렇지 않아도 왜 안 보이나 궁금했어.
그래 감기는 좀 났니?
그랬구나. 화차가 그랬단 말이지. 괜히 소외감 느끼는데...ㅠ

그지? 못 읽겠지? 평가단 내내 보내준 책 괜찮다 생각했는데
여기도 복병이 숨어 있었어.
전에 예술 부문 도대체 책을 왜 이런 걸 보내줬냐고 볼멘 소리 했었는데
아무래도 난 이제 평가단과 굿바이 해야할 것 같다.
이번에 선정된 책은 좀 나은 것 같아.ㅋ

기억의집 2012-03-27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고기 잘 안 먹었는데, 심지어 김치찌개나 미역국에도 고기 안 넣어 먹을 정도로, 나이가 들면서 고기 좀 먹어요. 일주일에 한 두번. 고기 대신 두부를 열심히 먹긴 하는데, 두부 갖도는 좀처럼 힘쓰지 못하겠더라구요.

환경과 육식을 비판하는 책인가요?

stella.K 2012-03-27 18: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고기를 아주 안 먹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건 아니고 진화 생물학?
뭐 그쪽 계통인데 읽는 재미가 꽤 쏠쏠해요.^^

파란놀 2012-04-01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인가 아닌가,
달걀인가 아닌가...
보다는,

내 몸을 사랑하면서 먹는
좋은 밥인가를
생각할 수 있다면
무언가 달라지리라 믿어요

stella.K 2012-04-01 12:1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ㅠ
 
과유불급의 두 가지 예

 

왜 제목을 <화차>라고 했을 지 알 것도 같다. 어쩌면 '사채업자'의 은유 같기도 하고, 돈에 영혼을 팔아버린 사람이 마지막에 저승 갈 때 타게될 불수레란 의미 같기도 하다.  

 

책 VS 드라마

 

그런데, 솔직히 나는 미미 여사와 아직 친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장르 소설에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장황한 활자의 나열에 질려버리고 말았다. 나중엔 현깃증이 날 정도였고, 내가 이해한 게 맞는 건지 확신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마침 일드의 '화차'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보았다. (물론 이 싯점에선 한창 절찬리에 상영중인 우리 영화 <화차>를 봐주는 것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그것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그것을 보고나니 내가 책에서 보고 이해했던 것들이 틀린 것마는 아니구나 안심을 했다(그렇더라도 난 앞으로 장르 소설을 좋아할 수 있을는지 더 확신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것은 아무래도 나이가 주는 한계 때문인 것 같다. 책도 나이에 맞게 좋아하는 분야나 장르가 따로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런 추리소설은 젊은이 취향은 아닌가 싶다). 

드라마로 보니 책에서 보는 많은 활자들이 하나의 영상으로 눈에 착 들어와 여간 편안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보면 될 것을 왜 그리도 책은 주절대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전에도 그런 비슷한 얘기를 했지만, 이제 작가들은 자기 작품이 영화화될 것을 계산하고 글을 아예 그렇게 쓰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주는 장단점이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좋게는 문학과 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될 수도 있겠지만, 너무 그것을 추구하다 보면 문학은 좀 더 자극적이 될 것이며 문학이 본래 가지고 있는 고유한 것을 스스로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싶어 그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알아 들을 작가들이 과연 있을까 싶다. 그들도 작가이기 이전에 생활인이니 당장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당장 돈되는 쪽으로 자신의 글을 써야하고 당연 대중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문학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건 정말 위험하고 경계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감히 외치고 싶다. 문학 본연으로 돌아가자! 고.

 

과거의 문학은 이러지 않았다. 문학적 사유와 향기가 있었다. 난 아마도 예전 순수 문학의 향기를 조금은 알고 그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어 이러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의 세대는 과연 순수 문학의 정취가 무엇인지 알까? 순수 문학의 가치를 알지도 못한 채 문학은 원래 영상으로도 호환 가능한 것이라고 그렇게 알면 어떻게 하지?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 자가 강한 것이랬다고, 문학 역시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 변종 수퍼 바이러스 뭐 이런 것으로 인식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화차>라는 작품이 잘못됐다는 것을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작품은 나름 의미가 있는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이렇게 드라마로 손색이 없게 만들면 드라마로 보지 누가 책으로 읽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활자 세대는 갔다고 하는 마당에 말이다. 이런 예는 물론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영화나 TV 드라마로 보면 책은 잘 안 보게 된다. 결국 작가는 팔리는 작품을 쓰려다가 제 살을 깍아 먹는 꼴로 되는 것은 아니냐 하는 우려다. 

 

작가 VS 감독        

 

어쨌든 나는 이것을 드라마로 봤을 때야 비로소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알 것 같았다. 물론 미미 여사가 이룬 문학적 성취(?)가 결코 작지 않음을 나도 잘 알고 있다. 적어도 그녀는 사회파 추리 소설을 쓰는 작가다.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현대성을 꼬집고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문학적 성과는 작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의 문체는 건조해 보인다. 딱 영화화하면 좋을 듯한 문체. 문학쪽에서 보면 별로 사유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견디지 못했던 건 바로 이런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왜 작가는 문체를 그처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 문체는 작가의 고유한 사유를 담는 그릇 같은 것이다. 그것을 외면한다면 글쎄다, 이런 말하면 너무 한다 할지 모르지만 이류는 될지언정 일류는 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미미 여사는 이미 그 명성만으로도 아쉬울 것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대중에게만 어필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그건 큰 안목으로 봤을 때 문학적 사생아를 낳는 꼴 밖에는 되지 않아 보인다. 지금도 그를 추종하는 제2, 제 3의 미미 여사는 얼마나 많을 것이며, 작가 지망생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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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는 원작에 충실해 보였다. 그점에 있어서는 감독에게 고마워할지경이다. 단지 그래도 좀 감독의 시각을 담고 싶었는지, 내가 읽기론 사토루가 애지중지하던 보케가 원작에선 죽은 것으로 나와 있는데 드라마에선 죽지 않고 재회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 혼마 형사가 마침내 실종녀를 만났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해 보라고 했을 때 뭔가 조금이나마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 되길 바랬었던 것도 같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으로 살라고 주문하는 것도 같았다.

그런데 우리 영화 <화차>는 원작과는 좀 많이 다르다고 한다. 그런 것으로 봐 감독의 시각 또는 재해석이 많이 들어가 보이는 듯도 하다. 그리고 그 영화는 호불호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컨대, 전에 나는 여타의 문학 작품이 영화화 된다고 이제 소설가의 위상이 높아질 거라고 좋아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나리오를 쓰는 어떤 녀석으로부터 다분히 질투어린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적어도 나는 글을 쓴다면 시나리오 안 쓰고 소설을 쓸거니까 당연 녀석은 나를 경계했겠지. 하지만 생각해 보니 정말 작가가 자기 작품 영화화된다고 마냥 좋아할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건 정말 토사구팽 당하는 일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작가 보다 위상이나 지명도가 높은 직업이 감독 또는 연출가일 수 있으니까. 그들이 판권을 사서 자기식의 작품으로 새로이 재탄생시키겠다는데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그것이 서로 상생하고 윈윈하는 것이라는데 그게 정말일까? 뭐 생산자끼리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문제는 그것을 소비하는 대중이다. 대중이 영상만을 쫓고 활자의 수사와 사유를 점점 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대중은 복잡하고, 힘들고, 피곤한 것은 딱 질색이다. 그들에겐 읽는 것 보다 보는 것이 더 쉽고 좋다. 그래놓고 신선놀음만 하겠다는 건가? 작가의 변질은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이 작품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일까? 난 오히려 이런 우려 밖엔 할 수가 없었다.

 

우린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나의 이런 우려를 차치하고라도, 이 작품은 우리에게, '우린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저 행복하고자 했을 뿐인데."라고 말했던 실종녀의 말이 참 허허롭고, 자칫 발 하나 잘못 들여서 늪에 빠진 모습을 쉽게 연상할 수 있게 만든다. 이런 자본주의화 된 세상에서 이 여자에겐 행복이 뭐 길래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남이 크레디트 카드를 남발하며 사치와 호화로운 물품을 사 들일 때 남들이라고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하는 집단 심리 그것 아닌가. 물론 실종녀는 그다지 크게 사치한 것은 없다고 하더라도 소소한 건 소소한 것대로 위험성은 있다. 아무튼 그게 행복이었나? 그녀가 그렇게 말하기엔 행복이 너무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은 안 드나? 그런데 그것만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세상이 이 자본주의화된 세상에 그녀는 속고 있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었고. 무엇보다 속는 것은 실종된 그 여자만이 아니다(난 그녀를 어떻게 불러줘야 할지 모르겠다. 원래의 이름으로 불러줘야 할지, 아니면 신분을 위조한 이름으로 불러야할지. 둘 다 완벽하지가 않다). 우리도 속고 있지 않냐고 작가는 묻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그런 것만이 행복은 아니라는 것을 이 여자가 알았다면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행복은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은 애써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비해 여자가 말했던 '행복'이란 건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즉물적인 것이다. 물론 그게 있으면 나쁘지는 않겠지만 그게 행복의 전부는 아니지 않는가.

 

나는 언젠가 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것의 실체를 생각해 본적이 있다. 책의 내용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돈은 그야말로 종이조각이나 코인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나 하찮은 것이랴. 그러나 그것의 가치를 생각하면 정말 하찮다. 그런데 그것으로 우리는 필요한 물건을 사며, 그 거품에 온몸을 담그며, 필요하면 사람을 죽이거나 파산까지 한다. 어떤 사람은 이것의 있고 없음 때문에 결혼을 못하기도 하고, 이혼도 한다. 사람의 운명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실로 괴력을 가진 물건이다. 그래서 우린 그것에 그토록 많이 흔들린다. 작품을 보면 우울하고 화도 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실종녀처럼 피해자가 되는 동시에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행복을 말하기 전에 자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치하지 않을 자유. 돈에 메이지 않을 자유. 돈만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 돈만이 전부라고 믿게 만드는 이 세상에 그렇지 않음을 보여줄 자유. 그것은 행복 보다 더 강력해 보인다. 동시에 자유는 선택이고 보다 능동적인 것인 것이다. 돈만 지불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그것보다 훨씬 값진 것이다.

 

답은 어디에...

 

물론 작품은 그것까지를 말하고 있지 않다. 문학이 그렇듯 좋게 말하면 열린 결말이고, 문제재기 정도에서 끝나버린다. 이 작품도 그렇다. 그냥 문제재기만 할 뿐이다. 답은 각자의 몫이다. 엊그제 모처럼 괜찮은 영화를 봤다. 좀 오래된 영환데 <고잉 온 스타일>이란 미국 영화다. 노인 셋이 은행을 털고 그중 노인 둘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그 일을 주동했던 노인 하나만이 남아 결국 경찰에 의해 검거되고 교도소에 간다는 지극히 간단한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의외로 생각할 것이 많은 영화였다. 이 노인들은 정해진 규칙을 준수하며 살아왔다.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절제하며 앞만 보고 살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죽기전에 일탈을 꿈꿔보는 것도 이들에겐 나쁘지 않아 보였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니 없던 젊음의 기백이 살아나는 것 같다. 그 일을 공모하고 주동한 노인은 교도소로 가면서도 끝까지 돈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히지 않고 형량을 고스란히 살기로 한다. 그는 말한다. 교도소 밖이나 안이나 나는 어차피 수감자의 삶을 사는 것은 똑같다. 그러니 교도소안에서 살겠다고 그를 면회 온 조카에게 말하고 다시 뚜벅뚜벅 당당하게 면회실을 나간다. 하긴, 노인에겐 교도소 밖에서 혼자 사느니 교도소안에서 수감자와 함께 사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게 참 인상적이다. 노인이 되면 그게 좋겠다 싶다. 어떻게 살아도 별로 아쉬울 것이 없는 삶.

물론 그렇다고 이 영화가 노인의 범죄를 부추기는 영화로 보면 안 된다. (일탈이 그런 식으로 표현이 돼 약간은 아쉬운 면이 없지 않지만)이 영화는 오히려 세상에 대해 자기식의 복수를 그렸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늘 정해진 대로만 살라고 하는 세상. 그래서 진정한 자유란 게 뭔지도 모르고 선량하게만 살라고 하는 세상에 대한 마지막 몸부림 같은 것으로도 보여진다(그런데 그게 나름 귀엽다ㅋ). 그런 것처럼 우리가 정말 돈이면 다 된다는 세상에 끌려 다니지 말고, 그게 전부라고 믿게 만드는 세상에 복수하는 마음, 선택하는 삶. 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 작품에 나오는 실종녀와 같이 살지 않으려면 당장 드는 생각은 화폐 없는 세상에서 살아 보는 삶을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연합하고, 상부상조 해야할 것 같다. 개인주의와 자본주의는 자웅동체 같은 면이 있기도 하니까. 함께 사는 건 확실히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개인주의가 확산이 되고 그 허전함과 외로움을 매꿔주는 것이 자본주의의 모든 것으로 대변되는 산업화가 아닌가. 거꾸로의 삶, 역류하는 삶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안 그러면 세상은 숨이 막혀 살 수가 없다. 우리는 인류의 허파로 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좀 갖다 붙이는 경향도 없지 않지만, 읽는 것이 보는 것 보다 불편하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요는 영화만 보지 말고 책도 좀 읽으라는 말이다. 문학의 기능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몇시에 살고 있는가? 그것을 자각하도록 만드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미 여사는 그것을 아주 충실히 잘 감당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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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3-18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스텔라님의 글을 읽으니 책장속에 가만히 잠들어있던 <화차>를 얼른 꺼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모방범>형제들을 조용히 꺼내들어야겠지요. 제발 좀 한 권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stella.K 2012-03-18 19:34   좋아요 0 | URL
읽어줘서 고맙다. 소이진. 근데 못 읽었다고 자책은 하지마.
못 읽겠으면 일드로 봐.ㅋ

이진 2012-03-19 06:29   좋아요 0 | URL
조금 읽어봤는데, 꽤 괜찮은 걸요?
미미여사의 글은 초반이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어요.
대개 일본 추리소설들을 보면 초반에는 지형 설명에, 인물을 설명한답시고 처음 들어보는 기괴한 단어들을 막 뱉어놓는데 저는 그게 읽기 싫어서 요새 추리를 안 읽고 있어요. 요코미조 세이시도 엄청난 작가라는데 초반에 지형설명 부분이 이해가 안가서 손을 뗀 상태구요. 오늘부터 하여튼 <화차>읽어야겠습니다

stella.K 2012-03-19 11:39   좋아요 0 | URL
중요한 건 그 작품이 의미하는 바인데
그 점에 있어서는 뭐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아.
하지만 역시 미미 여사는 내 꽈는 아닌 것 같아.
간혹 나 같은 족속이 있더라.
하긴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할 필요는 없잖아.
잘 읽어보라구.^^

차트랑 2012-03-1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사실 작품의 질을 고집하다가 돈을 덜 버느니
차라리 질을 떨어뜨리는 한이 잇더라도 많이 팔리는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
그런 선택은 아닐까???
화차를 읽지 않은 입장인지라...

어쨋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stella.K 2012-03-19 11:41   좋아요 0 | URL
요즘 작가나 출판계가 다 그렇잖아요.
중국은 작가들한테 월급도 준다는데
그렇게 해서라도 작가 육성을 하면 좋을 것도 같은데
원래 또 작가라는 족속이 배곪기 전에는 뭘 안하는 게으른 족속이기도 한지라
뭐가 문학계의 발전을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ㅎ

페크pek0501 2012-03-1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로 보니 책에서 보는 많은 활자들이 하나의 영상으로 눈에 착 들어와 여간 편안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 - 이렇다고 해도 저처럼 책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을 듯해요.

1. 드라마는 아무래도 영상으로 전달되니까 상상력이 발동될 수 없지만 책은 무한한 상상력을 발동시켜서 더 재밌을 수 있어요. 어릴 적 라디오로 연속극을 들었을 때처럼요.
2. 만약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의 뺨을 때렸다면 그 이유가 뭔지 드라마는 정확히 알 수 없는 반면, 책으론 그의 독백을 통해서 정확히 알 수 있는 맛이 있어요. 그때의 기분까지 알 수 있죠. 그러니까 더 정확히 전달되는 맛이 있어요.
3. 드라마나 영화가 줄거리 중심으로 보게 된다면, 책을 통해선 줄거리 말고도 다른 것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어요. 작가가 그걸 어떻게 문장으로 표현했는가, 하는 것의 재미죠. 이것이 문학의 중요한 재미라는 생각... 밑줄 긋는 맛도 있죠.
4. 또 책은 들고 다닐 수 있고 언제든 자유롭게 책장을 넘길 수 있으나, 드라마나 영화는 보려고 작정하고 몇 시간을 비워 두고 봐야 한다는 게 부담이 돼요.

스텔라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에요. 저도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고, 순수한 문학으로서의 자리를 지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ㅋ

stella.K 2012-03-19 18:46   좋아요 0 | URL
언니 말이 맞아요. 근데 소이진이 얘기한 것처럼
지형 설명이 장황하죠. 그걸 쫓아가다 보면 앞의 내용이 뭔지
뒤죽박죽이고 내가 안 것에 대한 확신을 할 수가 없어요.
문장도 꽤 건조하구요. 요즘 작가들이 그렇게 쓴다는 거죠.
그건 또 모르겠어요. 하드보일드 하다고 해야할지.
헤밍웨이의 문장은 하드보일드 하지만 되게 낭만적이고
뭔가의 깊이가 느껴지거든요. 아무튼 책은 책 읽는 맛을 내야한다고 봐요.
근데 문학이 뭔가 영상적으로 그려주려고 한다는 건
전엔 몰랐는데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이책을 보면서 깨달았다는
거예요.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ㅠ

아이리시스 2012-03-19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은 책,드라마,영화 삼박이 잘 맞아 떨어져서 엄청 빨리 텍스트이용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것저것 비교하는 재미랄까, 저는 그런 건 없고 어느 쪽이든 하나면 되는 것 같아요. 딱 하나, <백야행>은 일드를 보고 원작소설을 읽었어요. 한국에서 만든 영화는 안봤구요. <화차>도 일드가 있네요! 요즘 일드는 <스트로베리 나이트>만 유일하게 보고 있어요^^

저도 문학은 문학으로 소비하는 게 가장 옳다고 느껴요.

stella.K 2012-03-19 18:48   좋아요 0 | URL
그럼 추천을 눌러주셔야죠.
아이님의 추천이 문학을 살릴 수 있는 힘이 될지 누가 알겠어요.ㅋㅋㅋ
<스트로베라 나이트>라...기억할게요.
전 아직 <심야식당>도 안 봤어요.ㅠㅠ

2012-03-21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1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에 대한 욕심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이 두 권의 책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며칠 전에도 <화차>가 재미없다고 떠들었는데 왜 재미없는가를 생각해 봤더니, 이 소설은 영상적 기법으로 쓰여졌다는 것이다. 아직 영화로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는 이렇게까지 지루할 것 같지 않다. 오래 전 나의 꼰대는 소설을 쓰려면 영상 감각을 알아야 하고 그래서 시나리오 작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물론 꼰대말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난 요즘 그런 소설을 보고 있으면 이젠 화가 난다. 요즘의 소설가들이 그것을 얻은 대신 진짜 소설가로서의 무엇인가를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글쎄 그게 뭘까? 소설이 갖는 문학성과 사유는 아닐까?

 

이 작품은 좋게 말하면 혼마 형사의 인간 정체성에 대한 추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난 왜 자꾸 그게 탐색이나 탐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것의 추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끄집어 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게 그다지 새롭지가 않다. 그냥 우리도 알고 있는 뭐 그런 거 같다. 쇼코가 신분 위장을 어떻게 했을까를 추적해 가는 과정도 독자가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건 가즈야가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신분 위조가 처음 있는 것도 아니고.  

 

암튼 그렇게 요즘의 작가들이 영상적 기법을 쫒다보니 미안한 얘기지만 그들은 진정한 소설가는 되지 못하고 좋은 스토리텔러는 되는 것 같다. 이제 작가들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높이려 하기보다 마케팅에 의해 다소 과장되고 부풀려진 게 많아 보인다. 그래서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걸까? 암튼 회의스럽다.

 

누구는 나의 이런 생각이 순정주의는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려면 그래라. 나는 그것이 이즈음 꼭 나쁜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결국 그들에 의해서 정화되기도 할 테니까. 미미 여사가 우리나라나 본국인 일본에선 얼마만한 대접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평단은 좀 낮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 본다. 여타 외국은 어떨지도 궁금하고. 차라리 읽으려면 하루키의 작품을 보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영상과 문학성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사람이니까. 미미 여사는 그에 비하면...

 

 이 책도 요즘 내가 보는 책인데, 잘된 영화나 드라마는 시나리오나 대본집을 갖고 싶어하는 욕망이 생긴다. 그런데 시나리오나 드라마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런 책은 갖고 있지 않아도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노희경 골수팬이라면 가지고 있어야 되겠지만.

콕TV에서 이것을 다시보기로 볼 수 있으니까 자꾸 영상으로 눈이 가지 책으로는 읽다가 포기하게 된다. 물론 이것에도 장단점은 있다. 책은 빨리 볼 수 있는데 TV로 보는 것은 시간이 더 걸린다. 예를테면 이 책은 그런 것이다. 여러가지 영상언어. 이를들면 디졸브나, 점프컷이니 해서 설명되어지는 그 문자가 영상에서는 이렇게 표현되어졌구나! 끄덕여주거나 놀라주면 된다. 8부 같은 경우 양강칠과 정지나가 물속에서 헤엄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문자로 읽으면 되게 건조하고 밋밋하다. 설명만 장황하고. 그게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됐는지는 드라마를 보면 훨씬 실감난다. 그러니 굳이 책으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 하나는 좋다. 노희경의 주옥같은 대사는 문자로 음미하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책이 유리하겠지. 그러나 역시 드라마는 책 보다는 DVD로 간직하는 것이 좋은 것 같은데 나 같은 경우 한 번 본 영화나 드라마는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건 하나 마나한 얘기가 된다.ㅠ 작년에 나는 김수현의 <천년의 사랑>이 책으로 나왔다고 해서 갖고 싶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역시 후회할지도 몰라 마음을 접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난듯 싶기도 하다. 드라마는 영상으로 보고, 소설은 더 소설다워져야 한다. 될 수 있으면 고전적 가치와 원형을 고스란히 이어올 수만 있다면 좋을 것이다. 무슨 소설에 영상적 기법이고, 잘 된 드라마에 무슨 활자화냐? 그런 개뼉다귀는 개한테나 던져주면 그만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꼰대 말을 듣는 게 아니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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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린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from stella09님의 서재 2012-03-18 19:08 
    왜 제목을 <화차>라고 했을 지 알 것도 같다. 어쩌면 '사채업자'의 은유 같기도 하고, 돈에 영혼을 팔아버린 사람이 마지막에 저승 갈 때 타게될 불수레란 의미 같기도 하다. 책 VS 드라마 그런데, 솔직히 나는 미미 여사와 아직 친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장르 소설에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장황한 활자의 나열에 질려버리고 말았다. 나중엔 현깃증이 날 정도였고, 내가 이해한 게 맞는 건지 확신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마침 일드의 '화차
 
 
비로그인 2012-03-1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가는 글이네요. 소설은 소설다워져야 한다! 요즘 나오는 소설 중 소설다운 소설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요? 그것도 좀 찾아봐야겠네요. 좋은 스토리텔리는 될지언정 좋은 소설가는 못된다는 말씀에서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좋은 소설가, 좋은 소설, 좋은 독자... 그래도 좋은 독자는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쵸? :)

stella.K 2012-03-14 13:24   좋아요 0 | URL
글쵸? 제 말이 맞죠?
우리나라에 살아있는 작가로는 딱 김훈과 박범신까지라고 봐요.
물론 이 기준도 제 기준이긴 합니다만.ㅋ
근데 오랜만이어요.^^

빵가게재습격 2012-03-1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고 갑니다.^^ 요즘은 순문학(본격문학)의 경계를 유지하기 힘든 시대인 것 같아요. 정말 '아무나' 소설을 쓰고 '소비'하고 있기도 하고요. 제도권 순문학작가들은 대중작가쪽으로 흘러가고, 오히려 아무나(?) 소설가들이 정체성이 모호한 순문학적 경지를 (애매하게) 갈망하고 있는 것 같고요. 아마 이 문제에 대해서는 누가 말했듯이 근대문학이 종언되면서 소설의 위계가 무너지고 서로 평등해지는 상태에서 소설성이 서로 무차별적으로 섞이는 시대로 왔다는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살짝 들렀어요.^^ (이 페이퍼는 이달의 당선작으로...)

stella.K 2012-03-14 17:0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런 낙서 같은 페이퍼는 알라딘에서 뽑아 주지도 않을 걸요?
알라딘이 얼마나 눈이 높은데. 그 알량한 적립금 알라디너들한테 은근 편파적으로 나눠주려면 굉장히 신중해야 할 겁니다.ㅋ
또 모르죠. 빵가게님 댓글 쓰신 것 인용해서 괜찮은 페이퍼로 재탄생해서
당선작이 될런지.ㅋㅋ
그런데 님의 말씀을 들으니 그도 진짜 그렇겠군요.
역시 문학도 카오스였습니다. 으~어지러워.ㅠㅠ

차트랑 2012-03-1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스텔라님의 지적은 상당히 날카롭습니다.
추천만 때리고 그냥 조용히
돌아가려다가 워낙 칼날같은 지적에 그만
한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텔라님의 글발은 역시 저를 쫄게해요 ㅠ.ㅠ

stella.K 2012-03-14 14:43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런 게 아니라니깐요. 차트님도 참...ㅠㅠ

cyrus 2012-03-14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원작보다 드라마를 먼저 보고 나면 원작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비록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이미 다 본 드라마를
책으로 다시 읽는다는 게 재방송을 또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
그리고 드라마로 봤을 때의 느낌이랑 책으로 읽을 때의 느낌이랑 다를거 같기도 하고요.

stella.K 2012-03-14 16:07   좋아요 0 | URL
그점에 있어선 나도 항상 실패한 독서를 했어.
드라마 보니까 너무 재밌어서 원작은 어떨까 찾아 봤는데
너무 재미가 없는 거야. 반대로 원작 먼저 보고 드라마를 보면 좀 난데.
그래서 뭐든 하나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ㅋ
근데 학교 생활은 잘 하고 있는 거지?
근래에 비해 좀 뜸해지네.^^

이진 2012-03-14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이군요. 생각해보니 모방범도 그런거 같아요.
번역문인데도 영상이 뚜렷하게 그려지는 현상이 미미여사에게는 나오는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모방범 1권을 읽은지 이년이 지났는데도 초반의 내용이 영상으로서 기억할 정도니까요. 물론... 2,3권은 이년동안 읽지 않고 있습니다만 ㅋㅋㅋㅋㅋ
대본집이라. 저는 영화 하모니 보고 한동안 하모니에 푸욱 빠져서 하모니 책도 샀는데 이게 대본집이군요. 책 읽는데도 가슴이 먹먹해서 말입니다. 저는 기회가 된다면 <로열패밀리>대본집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방금 해품달에서 영애느님 독먹고 죽는 씬이 나왔는데 연기가 어찌나 쩌시는지~~ 로열패밀리때는 아주 신의 경지에 다다랐었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로열패밀리도 한번 더 정주행 했으면 좋겠는데 ㅠ

stella.K 2012-03-15 13:06   좋아요 0 | URL
뭐, 그러게 말이군요?ㅋㅋ
와, 독 먹고 죽어? 그 내용만으로도 대단할 것같네.
<로얄패밀리> 대본집 보단 원작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좀 다르다고 하긴 하는데 그래서 더 읽어 볼만할 것 같아.
그런데 나는 <화차> 엎기로 했다. 더 이상 못 읽겠어.
짜증 잇바이다. 모처에서 리뷰 해 주기로 하고 받은 도서라
뭐라고 써야할지 막막하군.
대충 위의 글 드레그 해서 낼까 보다.ㅠㅠ

이진 2012-03-15 14:04   좋아요 0 | URL
아 맞다, 원작은 벌써 샀어요~ <인간의 증명>
크하, 저는 요새 책에 손을 못대겠습니다. <채홍>리뷰쓸만한 시간도 없어서 일단은 그거쓰기에 열중했어요.

아참... 사진집 품절이라고 예치금 받으러 오랍디다.
기껏 사람 기대하게 해놓고 지금 짜증나서 미치겠어요 ㅠㅠ

stella.K 2012-03-15 14:36   좋아요 0 | URL
<화차> 일드가 있더라.
마지막으로 일드 한 번 쭉 훑어주고 리뷰 써 볼 생각이야.
치사하지?ㅋㅋ

근데 그러면 예치금 받을 수 있는 건가?
난 예치금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게 어떻게 하면 생길 수 있는 건가
궁금했어.

아이리시스 2012-03-1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화차>를 완전 원했다가 스텔라님, 블랑카님 리뷰 읽고는 아.. 이런 얘기구나.. 영화도 하구나.. 하며 넘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정도의 궁금증이 채워진 것 같아요. 그리고 <빠담빠담>은 쟁여놨으니 언젠가 다 볼거예요. 대본집 욕심낸 적도 있는데 굳이 필요없겠더라고요. 공부하는 거면 몰라도..

예치금은 중고책 팔면 생겨요!!!

stella.K 2012-03-17 16:02   좋아요 0 | URL
ㅎㅎ 요즘 <빠담빠담> 정말 열공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노희경의 어떤 작품 보다 좀 지명도가 낫지 않나 싶었는데
10부쯤 되니까 보면 볼수록 정말 잘 썼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웃기는 장면도 많고. 그 웃긴다는 게 웃겨서가 아니라 뭘 저렇게까지...?
하는 웃김 말이어요. 특히 정우성과 김범 쌍으로 웃기고 나문희는 덤으로.ㅋㅋ
드라마 대본은 소설 보다 참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데 그걸 못 쓰겠더라구요.
대사가 주옥 같아서 갖고 있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도 생기면요^^

아이리시스 2012-03-19 18:03   좋아요 0 | URL
한지민도 완전 청순하고 예쁘고, 강아지 땡이도 귀여워요!!
근데 5회까지 보고는 대체 무슨 애기하려는지 감도 못잡겠더라고요. 예전에 <굿바이, 솔로>나 <그사세>는 완전 팬이었는데^^ 한 번 놓치니 안봐져서 중단한 거지 나빴다는 건 아니예요.. 저는 드라마 다 좋아요ㅋㅋㅋ

드라마를 안봤다면 노희경 작품들은 대본으로도 훌륭할 것 같아요.

stella.K 2012-03-19 19:03   좋아요 0 | URL
한지민 보단 이건 확실히 정우성과 김범을 위한 드라마는 아닐까 싶어요.
둘이 참 사랑스럽더군요. 특히 김범은 정말...! 어떻게 저런 몰골로
나와서 그렇게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하는 거지? 넘 좋아요.
노희경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나문희도 존경스럽고.
노희경이 또 한번 달리 보이더군요.
연출도 그만하면 나무랄 때 없는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