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일기 카프카 전집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유선 외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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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작품이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이 책은 왠지 좀 만만히 봤던 것도 사실이다. 모름지기 일기라면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글을 쓴 것이라 대체로 쉬운 문체로 씌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건 또 내가 청소년 시절 <안네의 일기>를 읽은 여파이기도 할 것이다. 일기라곤 그 책 밖에 읽은 적이 없으니). 그런데 그거 아는가, 카프카가 그의 작품 가운데 유독 단단히란 말을 잘 썼다고 한다. “단단히 매듭지어진”, “단단히 붙들린”, “단단히 묶인등등. 그래서일까 이 말이 그의 일기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었다.

 

이 책을 펼치면 몇 가지 점에서 놀라게 된다. 우선 압도하는 책의 두께에 놀라게 된다. 그것도 그가 한 50년이나 60년에 걸쳐 썼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1909년에서 1923년 동안 쓴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카프카가 일부는 소각해 버렸다고 하는데 소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썼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게다가 그는 일기만 쓰지 않았다. 소설도 쓰고, 편지도 쓰고 또 직장에도 성실히 다녔다. 과연 그 많은 글을 언제 다 썼을까 싶다. 그런데 그가 소각했다던 일기의 일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부가 아닌 듯하다. 나는 책을 읽다가 이런 글귀를 발견했다.

 

정말 많이 삭제하고 지워버렸다는 사실, 그래, 올해에 썼던 글이란 글은 거의 다 지워버렸다. 어쨌거나 이 사실은 내가 글을 쓰는 것도 굉장히 방해했다. 지워버린 것은 정말 하나의 산을 이루는데, 내가 전에 썼었던 글보다 다섯 배는 더 많은 것이며, 이미 그 지워버린 양으로 내가 쓴 글 전부를 펜 밑에서 빼앗아버린다(110p). 그러니 얼마나 많은 글을 썼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또 그런 점에서 카프카는 모든 작가들의 표상이 될 만한데 작가인가 아닌가는 여기서 판명이 나는 것 같다. 단순히 이런 글을 쓰겠다고 생각만 하는 것과 비록 삭제하고 지워버린다고 해도 글자란 형태로 써 보는 것과는 큰 차이일 것이다. 삭제하고 지워버릴 걸 생각하면 뭐 때문에 글을 쓰나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작가의 운명은 아닐까?

 

작가들은 빙산의 일각의 법칙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거의 천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대하면서 왜 이렇게 두껍냐고 불평하는 건 카프카를 알고 싶다면 별로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카프카는 자신이 일기를 쓴다는 걸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의 19101216일 일기를 보면,

나는 일기 쓰는 것을 더 이상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나를 확인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여기에서만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바로 지금처럼 때때로 내 안에 갖고 있는 행복이란 느낌을 기꺼이 설명하고 싶다. 그것은 실제로 거품이 있는 어떤 것이다. 이것은 기분 좋게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는 것으로도 나를 완전히 채워주고 또 내게 능력이 있다고 믿게 한다. 그런데 이 능력이 부재하다는 것은 매순간, 지금도 역시, 아주 확실하게 나를 설득한다(109p)라고 썼다.

 

나도 한때는 일기를 나름 열심히 썼던 때가 있었다. 일기를 쓰면 뭐가 어떻더라는 학습된 동기에 의해서 나도 편승해 쓴 것 같다. 그런 말이 있다. 그 사람의 먹는 것이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말. 먹는 것만 그러겠는가? 그 사람이 쓰는 말, 쓰는 글도 그 사람을 말해 준다. 그런 것처럼 일기를 쓰다보면 나의 사고방식을 알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 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난 카프카의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는 대체로 자신이 쓴 글들을 만족스러워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까지는 글을 쓰고 있는 자신에 만족해 하지만 이내 불만스러워 한다. 그래서 그처럼 미완성작이 많았던 것이 아닐까? 작가냐 아니냐를 구분 짓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이 쓴 글을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를 짓느냐 못 짓느냐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미완성작을 가지고 여타의 문학상에 도전할 수 없고, 독자더러 읽으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작가 자신도 설득할 수 없는 작품이 있을 수 있다. 어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모 아니면 도로 설명될 수 있는게 몇이나 되겠는가? 그것을 남이 읽을 거니까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리고 완성을 봐야한다는 강박은 과연 문학의 자세일까? 미완성 그 자체로도 문학이 될 수 있다는 그런 자세, 그런 풍토가 부럽기도 하고 카프카는 복 받은 사람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카프카는 이내 자신의 일기를 포기했던 것 같다. 이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그의 애인 펠리체에게 보내는 편지엔 일기를 쓸 의욕이 없으며 결코 쉽지 않으며, 불가능한 일이라고 탄식했다. 그리고 그는 일기에 M에게 1921년 양도했다고 쓰고 있는데, 여기서 M은 밀레나 예젠스키로 기혼이면서 카프카의 애인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카프카는 자기 집 하인과 약혼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건 그를 참 단순히 보는 측면이란 생각이 든다. 일기 어디에도 보면 그 역시 여자를 에로틱하게 보는 대목을 발견할 수가 있는데 카프카를 그저 나약한 존재로만 봐서는 안 되며 그래서 이런 일기가 그를 좀 더 심층적으로 보게 해 준다. 아무튼 그렇게 밀레나에게 일기를 양도하고도 그는 자유롭지 못했으며 불면증이 생겼다고도 고백한다. 한마디로 그는 자신을 알기 위해 썼던 일기가 자신을 집어 삼킨 것은 아닐까 싶다.

 

모 작가는 그런 말을 했다. 작가는 아라크네의 후예로서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 죄로 책상 앞에서 뭔가를 끊임없이 써야하는 천형을 지녔다고. 카프카가 딱 그런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전혜린의 책 중에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란 책이 있는데 카프카를 위한 말 같기도 하다. 작가는 그래서 괴로운 것 같다. 그는 모르긴 해도 저 세상에서도 일기를 쓰고 있지 않을까.

 

나는 언제부턴가 일기를 쓰지 않게 되었고, 쓴다고 해도 그것에 들이는 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는다. 삶이 단조롭다 보니 별로 쓸 말도 없고, 무엇보다 나이들 수록 뭔가를 남긴다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그리고 내 글은 갈수록 가벼워졌다. 웹을 사용하고부터는 남이 내 글을 읽을 것을 생각해 무거운 글을 가급적 쓰지 않으려고 한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일기 쓰기를 부활시켜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솔직히 난 카프카의 일기 거의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이해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애초에 욕심을 버렸다. 그저 이 책에 내 눈을 담그고 스캔하듯 그저 만져만 보는 것으로도 영광이겠다 싶었다. 훗날 다시 읽어 보면 또 다르게 다가 올 거라고 믿는다. 단지 이 지구상에 일기 쓰기에 가장 애증을 보였던 한 작가가 살다 갔다는 걸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억해 주고 싶을 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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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2-15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보내 주신 책 정말 고맙게 잘 받았습니다. 잘 읽을게요...

stella.K 2017-02-16 10:46   좋아요 0 | URL
잘 도착했군요. 넵.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슴다.^^

2017-02-15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02-16 10:50   좋아요 1 | URL
그런 게 많죠?
저도 소설이랍시고 열심히 쓰다 얼마만에 다시 보면
영 아니다싶어 지운 게 한 두 장이 아닙니다.
아, 정말 창작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ㅠ

상상력최강 2017-02-15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봐야 할것같네요. 감사합니다.

박균호 2017-02-16 10:47   좋아요 0 | URL
네 재미는 보장합니다 호

stella.K 2017-02-16 10:49   좋아요 1 | URL
네. 한 번 읽어보시면...^^

moonnight 2017-02-16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썼던 일기들은 낯부끄러워서 차마 다시 읽지도 못하고 어떻게 없애버리나 고민하게 되어서 간단한 글 외에는 기록하지 않게 된지 오래예요. 나이들수록 뭔가를 남긴다는게 부담스럽다는 말씀에 백배 공감ㅠㅠ; 내 일기는 됐고 카프카님 일기는 (이해 못 하겠지만-_-) 읽어봐야겠어요^^

stella.K 2017-02-17 13:18   좋아요 0 | URL
ㅎㅎ 일기를 써 온 사람의 공통점은 한 번 정도는
소각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또 지나놓고 보면 그걸 후회한데요.
그말을 들으니까 저도 소각을 못하겠더라구요.
후회할 것 같아서.
그런데 또 자기 생이 얼마남지 않았다면
그걸 자기 손으로 없애버리겠다고 하더군요.
누구한테 맡겨버리면 그 사람이 귀찮아 할 거니까.
일기는 이래저래 애물단지 같습니다만
그래도 안 쓰는 것 보다 쓰는 게 좋다는 게 중론이어요.^^

페크pek0501 2017-02-18 1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뛰어난 작가의 일기는 그 누구든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저 이거 사고 싶어요.
2. 쓰고 삭제한 행위는 노력의 흔적이라고 봐요. 삭제할 거면 쓰나마나한 게 아니고 글을 쓰는 시간 동안 생각에 깊이 잠겼을 테니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봅니다. 그러니 다음 글을 쓸 때 유리하겠지요.
학생들에게 글쓰기 시간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고 봐요. 저 또한 글을 쓸 때 생각을 많이 하게 되거든요. 따로 사색할 시간을 가질 필요가 없는 거죠.
3. 저는 유작이라거나 미완성 원고를 묶어 책으로 낸 거라고 하면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더라고요. 완성도 면에서 떨어질 거라는 편견 때문이죠.
4. 어째서 대작가들은 자기 글에 만족을 못하는 것일까요? 예술가들은 자신에 대한 기대치(또는 이상)가 너무 높기 때문이 아닐까요?
5. 저는 지금도 일기를 쓰고 있어요. 매일 쓰는 건 아니어도 꾸준히 써요. 매주 쓰게 될 때가 많아요. 허한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이랄까요,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랄까요. 일기를 쓰고 나면 좀 후련해지는 느낌이 들어 좋아요.

여러 가지로 생각하게 만드는 이 리뷰를 읽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stella.K 2017-02-19 12:38   좋아요 0 | URL
제가 더 감사드리죠. 늦게라도 오셔서 이렇게 봐 주시고
여러 가지 의견과 조언도 해 주시고...

아, 이번에 언니 리뷰 당선작을 내셨던데 보태서 살 수도 있지 않을까요?ㅋ
책이 좀 비싸더군요. 카프카도 카프카지만 번역 작업에 뛰어든 번역자들이
새삼 존경스럽더군요.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번역을 했을까 싶은...
일긴데도 이렇게 방대하고 장황하게 쓰는 걸 보면
어떤 지옥도를 보는 것도 같고 카프카 정말 대단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리뷰를 좀 급하게 썼는데 나중에 오랜 시간을 두고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드디어 받았다. 독서 만담!

 

 

 

 

 

 

 

 

작년 내가 책을 낼 때 북홀릭님의 <오래된 새책>이 인상적여 한 꼭지 다룬 적이 있었는데, 어제 서재에서 댓글을 트면서 그 사실을 알려 드렸더니 오늘 책 한 부를 보내주셨다. 

 

기왕이면 사인본이면 좋았을 텐데 서점에서 바로 보내주신 거라 그런 건 기대할 수는 없었다. 자필 사인에 대한 부담을 오늘 밝히시기도 하셨고.

 

아무튼 되게 기대된다. 장소팔, 고춘자 이후 최고의 만담이길 기대해 본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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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2-14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삥뜯기라요...천만에요. 제가 고맙습니다...

stella.K 2017-02-14 15:53   좋아요 1 | URL
아이, 왜 그러십니까? 맞잖아요.ㅋㅋㅋㅋ

박균호 2017-02-14 15: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에요 그런 말씀 마세요 ㅎㅎ

박균호 2017-02-18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네 멋대로 읽어라> 서평 올렸습니다.
 

 책 읽는데 집중하겠다고 한동안 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저 본다면 TV 드라마나 2년 전쯤했던 EBS 인문학 특강을 챙겨 보는 정도였다. 영화를 안 보다 보니 그도 내 몸이 쫙쫙 빨아들이는 느낌이 든다. 내가 안 본 영화는 왤케 많은 것인지.ㅠ

 

 영화 <나의 가족, 나의 도시>는 특이하게도 터키 영화다. 더 정확히는  독일의 터키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네 명의 자식들과 손자 3대가 할아버지의 고향 터키를 여행하면서 가족의 이야기를 하는 위트 있는 로드 무비다. 

 

지금까지 제 3 세계 영화라면 주로 이란 영화나 인도, 태국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이렇게 터키 영화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꽤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같은 동양권이라 그런지 그 나라도 특유의 가족끼리의 끈끈한 유대 관계를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면서도 애국주의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들 가족은 이슬람을 신봉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오늘 마침 교회에서 만난 터키 선교사의 말에 의하면 터키는 이슬람이 국교가 아니란다. 그냥 그 나라도 종교자유 국가일 뿐이라고. 그렇다면 영화에 나오는 이슬람의 분위기는 그냥 이들 가족만의 것으로 별로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좀 인상적인 건 뭐 그냥 영화의 에피소드 중 하나겠지만,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 이주 노동자들에게 감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사실인 건지 아니면 감독의 의도인 건지는 알 수 없지만(후자성이 더 강해 보이지만) 우리나라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해 얼마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 곧 인구절벽 시대라 이주 노동자들을 살 수 밖에 없는데 언제까지 인종차별적 시각으로만  일관하고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좀 다른 얘기일지도 모르겠는데, 지난 달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지금 베트남의 경제 도약은 놀라울 정도라고 한다. 그 나라도 교육열 또한 우리나라 못지 않고. 그들은 우리나라 보단 일본 사람에 대해 좀 더 우호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지은 죄가 있어 지금은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어느 정도 국력을 갖게되면 과거사 문제를 언제 들고 나올지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렇게 영화에서 메르켈 총리처럼 이제 이주 노동자 달래기는  좀 더 국가적 차원에서 다뤄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다.      

 

영화는 대체로 밝고 긍정적이다. 한번쯤 보면 좋을 것 같다.

별점은 세 개 반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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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13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핫한 드라마가 <보이스>라던데 조금 잔인한 장면이 있어서 안 보시는군요. ^^

제 생각인데 외국에 가본 경험이 없는 사람, 특히 연세가 높은 사람은 외국 또는 외국인에 향한 편견이 강하고, 이를 버리기 어려워해요. 미국 아닌 외국인은 못 사는 나라라고 생각할걸요. ^^;;

stella.K 2017-02-13 14:31   좋아요 0 | URL
아, 보고 있지. 진짜 보면 볼수록 잔인하더라.
약간 오컬트적이기도 하고.
이하나가 맡은 캐릭터 때문에 보고 있는데
치안이 비교적 좋다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저런 연쇄살인이
가능할까 생각하며 보고 있는 중.ㅋ

그럴 거야.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외에서 그렇게 못됐다잖아.
같은 동포끼리도 못 믿는. 못 살면 못 살아서나 그런다지.
잘 사는 사람은 잘 산다는데 왜들 못 잡아 먹어서 날린지.
이걸 좀 개선할 필요가 있는데 말야.
 
작품의 고향 - 한국미술 작가가 사랑한 장소와 시대
임종업 지음 / 소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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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짐작 할 수 있듯이 그림과 관련된 장소를 직접 가서 취재하고 글을 썼다. 그런데 저자가 기자라서 그런지 나름 필력이 느껴진다. 얼핏 요즘의 그림 가지고  글을 썼을 것 같지만 고전, 현대 가릴 것 없이 종횡무진으로 썼다. 지면의 한계(?)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우리나라 고전 미술에 대해 그다지 아는바가 없어서일까, 처음엔 다소 산만한 느낌이었는데 차츰 읽어가면서 어느새 빠져 들었다

 

 

표지의 그림은 통영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혁림의 그림이다. 주로 코발트블루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나 역시 평소 파란색을 좋아해 더 인상적이고 친근감이 느껴졌다. 그가 그 색깔에 집착하는 건 피카소가 꿈에 나타나 파랑이라고 했기 때문이란다

 

전 화백의 그림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좋아했던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가 대통령 시절 직접 사서 청와대에 걸 정도로 좋아했단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 어떤 그림 보다 화백의 그림을 좋아하며 그림에 대해 잘 설명할 자신이 있다고 했단다. 대통령이 사랑한 화가의 그림이라니,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그 이후 이 아무개란 대통령이 청와대의 주인이 되면서 그림은 더 이상 거기 걸리지 않았다면서 저자는 글 속에서 이 아무개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아무튼 표지 그림이 전혁림 화백의 그림이라 소개해 본 것이고, 그 외에 여러 화가들을 만나 볼 수 있는데 지면상 다른 건 다 생략하고 나 개인적으론 광부 화가 황재형이 가장 기억에 남아 대표로 그를 소개하는 것으로 이 책의 리뷰를 대신할까 한다. 저자도 특별히 그에 대해선 두 챕터에 걸쳐 다루었는데 그런 것을 보면 황 화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기도 하다. 앞부분은 황 화백에 대한 소개와 그에 대한 사람들의 증언 형식이고 뒷부분은 인터뷰다. 과연 우리나라에 이런 화가 있었나. 새삼 놀랍기도 하고 다른 어떤 작가 보다 그 느낌이 강렬했다.

 

그는 스스로 광부가 된 화가다80년 대 초 탄광에 위장취업을 했는데 그 시절 위장취업 사례가 유독 많기도 하거니와 그게 어떤 의민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안경을 낀 사람은 탄광이 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그는 안경 대신 렌즈를 끼고 막장에 들어갔다. 자꾸 탄가루가 눈에 들어가니 염증이 생겨 실명 위기에 이르자 결국 탄광 일을 그만 두었다고 한다.

 

탄광 일을 할 수 없으니 다른 곳으로 가 위장 취업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그러질 않았다. 탄가루 섞인 도시락을 먹어 보지 못한 사람과 인생을 논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일을 그만 둔 후 그는 오히려 탄광 주민들을 교육시키겠다는 꿈을 버리고 붓을 들어 그림을 그렸고, 마을 사람들(주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쳤다.

 

하지만 그의 그런 삶도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늘 막장에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지 죽어서 나올지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한가하게 그림이나 그린다고 손가락질 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있으면서 그곳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아이들이 변화되어 가는 걸 지켜보았을 것이다사람들이 그림을 그린다는 건 어떤 의이었을까? 여기 다 옮길 수 없지만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는 어둠과 비참 그 자체다. 그것을 그림으로 승화하는 것을 보면서 황 화백도 나름 보람을 느꼈으리라.

 

그의 그림 중 광부 예수가 있는데 어찌 보면 황 화백이야 말로 (민중을 향한)작은 예수는 아니었을까 싶고 진정한 교화는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그가 태백에 들어오기 전 탄광촌을 교화시키겠다고 한 치과 의사가 왔었다고 한다. 열심히 사회운동을 했지만 무시당하고 처참하게 좌절하고 떠났다고 한다. 그는 그것에 대해 자기본위를 못 벗어난 탓이라고 했다. 스스로가 인내하고 동화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다고. 한번쯤 새겨볼 말이다. 물론 화가의 일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화풍으로 보여주는 것에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 화가가 화가로서 충실한 것도 훌륭하다. 그러나 황재영 화백은 그것을 넘어 자신의 삶을 나누기까지 해 존경을 받지 않는가 싶다. 화가가 그곳을 그렸기 때문에 그곳이 유명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 화가가 그곳에 있기 때문에 유명하지 않나 싶다. 한번쯤 이 화가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작품의 고향은 곧 사람의 고향이기도 하다. 장소가 있고 사람이 있다. 또한 그 사람이 그 장소를 알린다. 잘 지켜졌으면 좋겠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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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2-08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가 그곳을 그렸기 때문에 그곳이 유명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 화가가 그곳에 있기 때문에 유명하지 않나 싶다.˝ 란 텔라님의 말씀 멋진데요.

하이데거는 현존재가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변경하기 위해 <예술작품의 근원>을 썼다고 했다.....
작품을 미적 대상으로 격하할 때 작품의 진리는 사라지고, 그것이 열어주는 세계는 붕괴한다.
그래서 작품을 대하는 현존재의 태도는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변화된 태도를 가지고 작품을 볼때, 작품은 존재자의 모방이 아니다. 그곳은 존재의 진리가 일어나는 신전이다.
- 진중권, <미학오디세이>3권 중에서

신전 역시 마찬가지!
신이 그 장소에 있기 때문에 신전을 짓는 게 아니라
신전을 지어 비로소 신을 그 자리에 있게 한다는 겁니다.!
가상이 현실의 한갓된 모방이 아니며 예술 작품 또한 한낱 눈요기감이 아니라는 걸
하이데거가 밝혀줬지요..^^;;

이 또한 마이어 샤피로가 등장하면서 산산히 깨어졌지만 말입니다.

stella.K 2017-02-08 17:51   좋아요 0 | URL
쿠키님 저로 하여금 공부를 하게 만드시네요.
한 10년 전쯤 미학오디세이 1권 읽고 안 읽었는데
진중권이 3권에서 그런 말을 했단 말이죠.
그런데 마이어 샤피로가 어떻게 했길래 산산히 깨졌다는 건지
궁금하네요.

저는 이렇게 말만 잘해요.ㅋㅋ

yureka01 2017-02-08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예술가네요..그들의 삶 속으로 파고 들어가서 그림을 그렸다는 게 와닿습니다. 손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부딪혀서 그린 그림이었네요...

stella.K 2017-02-08 17:55   좋아요 1 | URL
캬~ 역시 유레카님은 그림을 볼 줄 아시네요.
궁금하시면 검색란에 황재형 쳐 보세요.
그림이 정말 뭐라 형언할 수가 없어요.
그도 그렇고 책 보면 탄광촌 사람들의 신산한 삶이
나오는데 소설 보다 징해요.
정말 나중에 이 사람 평전이나 전기 소설 나올 것 같아요.

cyrus 2017-02-08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 고흐도 탄광에서 일하면서 생활한 적 있어요. 전혁림 화백도 그렇고, 범인들과 다른 생활을 하는 예술가들은 정말 특별해요.

stella.K 2017-02-08 17:58   좋아요 1 | URL
그렇지. 반 고흐와 비견이 되긴 하는데 본인은 그걸 부정해.
사실 반 고흐는 어떤 면에선 자기 자신에게 함몰된 느낌을 받는데
이 사람은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뭔가의 감동을 주지.
기회되면 한 번 읽어봐.
 

조바심을 내던 <카프카의 일기>가 드디어 도착했다. 서평을 써 주기로 하고 받은 책인데 어떤 책일지 무지 궁금했다. 

 

두꺼운 책인 줄은 알았지만(무려 9백 페이지가 넘는다) 막상 받고 보니 굉장히 두껍기도 하고 생각 보다 크기도 하다. 정말 책 읽다 졸리면 베게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또 그만큼 단점은  손에 들고는 읽지 못할 거라는 점. 반드시 책상 위나 밥상을 펴놓고 정자세로 읽어야 한다.

 

카프카는 나에겐 아직 전인미답의 작가다. <변신>을 난 언젠가 영화로 본적은 읽지만 책엔 실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책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즐겨 또는 경악하며 읽는다고 한다. 즐겨와 경악이란 단어가 그다지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일기하면 <안네의 일기>나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를 떠올리곤 하는데, 카프카 삼촌은 언제 이렇게 많은 일기를 썼는지 모르겠다. 그뿐인가? 불멸의 소설을 썼고 그밖에 엽서에 편지에 산문까지 줄기차게 쓰셨다. 그의 소설은 미완성인게 대부분이고 글을 그렇게 많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항상 글을 조금 밖에 쓰지 못한다고 징징거렸다고 한다.

 

일기하니까, 왕년에 나도 일기를 제법 썼던 것 같다. 적어도 30대 초반 무렵까지는. 그러던 것이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현격하게 줄어든다. 왜 그런가 했더니 이 무렵 인터넷 사이트마다 블로그가 생기기 시작했고 나는 이곳 알라딘 서재에 제일 먼저 안착해서 생전 쓰지도 않은 독서 리뷰를 쓰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영화 리뷰, 낙서 등을 올리기 시작했다. 

 

일기도 쓰는 감이 있어야 하는데 자꾸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니 감도 떨어지고 굳이 일기를 써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이게 핑계인지도 모르겠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올리는 글이고 일기는 일기대로 썼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두 가지 면에서 이것을 실행하지 못했다. 하나는 서재질을 하다보니 책이 자꾸만 늘어나기 시작했다. 책이 늘어나니 일기장을 늘린다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요즘의 일기장도 여느 책 못지 않게 도톰하던데 이것까지 써서 방 어딘가에 쌓아 둔다는 게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물론 부피 나가는 게 싫으면 노트북에 쓸 수도 있겠지만 몇번 시도를 했다가 실패했다. 

 

또한 컴퓨터로 글을 쓰다보면 어깨가 결리고 아픈데 그러다 보니 또 펜을 쥐고 일기 쓰기가 부담스러워졌다. 작년과 올해 초 알라딘 서재의 달인이 되면서 다이어리를 받았지만 작년엔 반도 다 채우지 못했다. 올해 받은 다이어리는 작년에 비해 크기도 작아졌지만 이것조차도 다 채울 수 있을런지 벌써부터 의문이다. 어떤 땐 초등학생마냥 오늘은 뭘 쓰지? 멍때리는 날도 많다. 훗날 다시 펼쳐 볼 때 재밌으라고 별시답지 않은 내용도 적어보는데 과연 시간이 흐르고 다시 펼쳐 보기나 할지 모르겠다. 이책이 나의 꺼져버린 일기 쓰기의 욕구에 다시금 불을 붙일 수 있을런지 나 자신 귀추가 주목된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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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2-07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카프카 일기가나왔군요. 오, 요거탐나네요... 이거 언제 나온겁니까. 신간인가 보군요...

stella.K 2017-02-07 15:47   좋아요 0 | URL
에잇, 일기 쓰시냐고 물어봤는데 대답은 안 하시고...
곰발님은 일기 쓰시나요?ㅋ

전에 솔 출판사에서 카프카 전집이 나온줄 알고 있는데
미출간 부분이 마져 나온 것 같습니다.
근데 이책 대따 비싸요. 무려 4만원!
물론 전 서평 써 주기로 하고 운 좋아 받은 거긴 하지만.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7 15:49   좋아요 0 | URL
일기는 어릴 때부터 안 썼습니다. 일기 숙제도 안 했는데요. 뭐...
솔 출판사에서 나온 걸 보면... 카프카 전집 중 하나 아닌가요 ?
제가 나름 카프카 전작주의자여서..웬만한 작품은 거의 다 읽었습니다.
카프카만한 작품도 없죠.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개인적으로 최고의 작가로 뽑는 소설가입니다... 제 방 벽에그린 벽화에도카프카가있어요.. 올해는 이 책으로 야금야금 독서나 해야겠습니다..

stella.K 2017-02-07 16:02   좋아요 0 | URL
엇, 정말요? 그거 사진 찍어 올려주시면 안 되요? 보고 싶어요.
이왕이면 카프카 벽화 옆에서 데일리 포토를.ㅋ

곰발님이 무슨 책은 안 읽으셨겠습니까?
존경합니다.ㅠㅠㅠㅠ

그럼 알라딘에서 받은 다이어리 어떻게 하시나요?

yureka01 2017-02-07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 전 사진이 일기입니다..매일쓰는 일기는 아니니 무작위기쯤 되나 봐요..

stella.K 2017-02-07 18:02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유레카님은 사진이 일기시죠?^^

cyrus 2017-02-07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펜으로 글을 한 시간 이상 써본 마지막 날이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군대에 있을 때 근무 태만으로 반성문을 쓴 적 있었어요. 그거 대충 쓸 수가 없어서 대충 한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일기장에 일기 쓰는 일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썼어요. 매 학년마다 일기장을 부지런히 써서 상장도 받곤 했어요. ^^

stella.K 2017-02-07 18:04   좋아요 0 | URL
ㅎㅎ 너는 뭐든 할 때는 열심히 하고 안할 땐 아예 안하는구나.
아주 일관성 있는 성격이야.
일기는 쓰는 사람 보단 안 쓰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네.ㅋ

서니데이 2017-02-07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재에 페이퍼를 쓰고 일기는 쓰지 않았는데, 요즘은 가끔씩 생각나면 조금씩 쓰려고요. 다이어리는 잘 쓸 때는 잘 쓰고 밀리면 계속 밀립니다. 그리고 다시 새로 시작하는.... 반복이고요.^^
stella.k님 카프카의 일기 읽으시려면 시간 많이 걸리시겠는데요.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stella.K 2017-02-07 19:11   좋아요 1 | URL
맞아요. 밀리면 그냥 백지상태로 밀려서
휑한 느낌이 좀 민망합니다.
제 성격 같으면 다이어리는 안 쓸텐데 습관이 안 되다보니...

아무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못 읽을 것 같고
아무튼 열심히는 읽어봐야죠.ㅎㅎ

서니데이님도 평화롭고 따뜻한 저녁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