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을 내던 <카프카의 일기>가 드디어 도착했다. 서평을 써 주기로 하고 받은 책인데 어떤 책일지 무지 궁금했다.
두꺼운 책인 줄은 알았지만(무려 9백 페이지가 넘는다) 막상 받고 보니 굉장히 두껍기도 하고 생각 보다 크기도 하다. 정말 책 읽다 졸리면 베게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또 그만큼 단점은 손에 들고는 읽지 못할 거라는 점. 반드시 책상 위나 밥상을 펴놓고 정자세로 읽어야 한다.
카프카는 나에겐 아직 전인미답의 작가다. <변신>을 난 언젠가 영화로 본적은 읽지만 책엔 실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책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즐겨 또는 경악하며 읽는다고 한다. 즐겨와 경악이란 단어가 그다지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일기하면 <안네의 일기>나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를 떠올리곤 하는데, 카프카 삼촌은 언제 이렇게 많은 일기를 썼는지 모르겠다. 그뿐인가? 불멸의 소설을 썼고 그밖에 엽서에 편지에 산문까지 줄기차게 쓰셨다. 그의 소설은 미완성인게 대부분이고 글을 그렇게 많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항상 글을 조금 밖에 쓰지 못한다고 징징거렸다고 한다.
일기하니까, 왕년에 나도 일기를 제법 썼던 것 같다. 적어도 30대 초반 무렵까지는. 그러던 것이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현격하게 줄어든다. 왜 그런가 했더니 이 무렵 인터넷 사이트마다 블로그가 생기기 시작했고 나는 이곳 알라딘 서재에 제일 먼저 안착해서 생전 쓰지도 않은 독서 리뷰를 쓰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영화 리뷰, 낙서 등을 올리기 시작했다.
일기도 쓰는 감이 있어야 하는데 자꾸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니 감도 떨어지고 굳이 일기를 써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이게 핑계인지도 모르겠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올리는 글이고 일기는 일기대로 썼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두 가지 면에서 이것을 실행하지 못했다. 하나는 서재질을 하다보니 책이 자꾸만 늘어나기 시작했다. 책이 늘어나니 일기장을 늘린다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요즘의 일기장도 여느 책 못지 않게 도톰하던데 이것까지 써서 방 어딘가에 쌓아 둔다는 게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물론 부피 나가는 게 싫으면 노트북에 쓸 수도 있겠지만 몇번 시도를 했다가 실패했다.
또한 컴퓨터로 글을 쓰다보면 어깨가 결리고 아픈데 그러다 보니 또 펜을 쥐고 일기 쓰기가 부담스러워졌다. 작년과 올해 초 알라딘 서재의 달인이 되면서 다이어리를 받았지만 작년엔 반도 다 채우지 못했다. 올해 받은 다이어리는 작년에 비해 크기도 작아졌지만 이것조차도 다 채울 수 있을런지 벌써부터 의문이다. 어떤 땐 초등학생마냥 오늘은 뭘 쓰지? 멍때리는 날도 많다. 훗날 다시 펼쳐 볼 때 재밌으라고 별시답지 않은 내용도 적어보는데 과연 시간이 흐르고 다시 펼쳐 보기나 할지 모르겠다. 이책이 나의 꺼져버린 일기 쓰기의 욕구에 다시금 불을 붙일 수 있을런지 나 자신 귀추가 주목된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