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용 감독의 <안개>를 보았다. 1967년 작이고, 한국의 알랑 들롱이라는 고 강신성일과 1200대 1이란 어마 무시한 경쟁을 뚫고 화려한 은막에 데뷔한 윤정희가 주인공을 맡았다. 오래된 필름인 만큼 이들의 리즈 시절을 볼 수가 있다. 특히 배우 윤정희는 문희와 남정임과 함께 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 윤정희 배우를 보면 정말 미인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연기력은 그다지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다. 아무래도 이 영화는 그녀가 배우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출연한 작품이나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아직도 어색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공교롭게도 19금이다. 하지만 그다지 수위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두 장면 정도 정사 장면이 나오는데 직접 촬영이 아닌 간접 촬영이다. 놀라운 건 야한 장면을 연출하기 보단 정사할 때 둘이 흘리는 땀에 집중했다는 것.이것만으로도 정사씬의 효과는 충분 이상이었을 것이다.     

 

문득, 그때만 해도 여자의 정조 관념이 강해 감독이 여배우에게 조금만 노출 장면을 주문해도 영화를 찍네 마네,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란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과연 저런 정사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까 싶기도 하다. 여배우의 노출 장면은 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양산되기 시작했던 것으로 아는데, 한간의 소문에 의하면 그 노출 장면에 대역을 썼다고도 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과연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영화는 소설가 김승옥의 유명한 소설 <무진기행>을 스크린에 옮긴 것으로 각색에도 직접 참여했다. 이 영화의 자료를 찾느라 검색을 해 봤는데, 영화 제목에 안개라는 단어가 들어간 작품이 의외로 꽤 많다는 걸 알고 좀 놀랐다. 하긴 영화에서 안개는 꽤 유용한 효과를 낼 것이다. 뭔가 신비하고, 이것과 저것의 명확한 구분을 할 수 없거나 지연시킬 때 안개만큼 유용한 도구도 없을 것이다. 특히 영화는 염세적이기도 하고, 약간의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있는데 그럴 때 안개는 적절하게 잘 사용됐다. 그리고 그것을 작품에 활용할 생각을 했다는 건 당시론 좀 앞선 측면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감독의 연출력이 뛰어나다. 저 시대에 저런 연출을 하다니 놀라울 정도다. 흑백이라는 점이 좀 아쉽기도 했는데, 현대에 일부러 흑백 필름을 사용하는 감독도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어색할 것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영화 중 남녀 주인공의 첫 데이트 때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그 유명한 정훈희의 <안개>를 부른다. 물론 립싱크겠지만) 반주를 제대로 넣어 노래를 부른다. 아마 그 장면에서만큼은 감독이 뮤지컬 기법을 살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지금이야 별스러운 게 아닐지 모르지만 당시로는 쉽지 않은 작업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스토리는 새삼 진부해 보이기도 하다. 소설 <무진기행>은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라 지금도 문학도는 물론이고 일반 독자들에게 회자되는 작품이다. 나도 읽은 기억은 나는데 내용은 기억에 없다. 영화를 보니 남녀의 속물적인 심리를 대사에서 드러내기도 하는데, 처음엔 이 작품도 권위적인 남성주의 영화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영화의 흐름상 그건 좀 의도된 것 같다. 예를 들면 남자 주인공 집에 고용된 운전기사가 딸 쌍둥이를 낳았다며 은근 자랑을 하지만, 겸손의 의미긴 하지만 축하를 거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딸 쌍둥이를 낳은 걸 가지고 무슨 축하냐며. 주인공 역시 거절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요즘으로선 있을 법한 일은 아니다. 쌍둥이가 어디 흔한 일인가? 그걸 어떻게 별것 아닌 일인 양 하겠는가. 또한 남자 주인공의 친구 세무서장(이낙훈 분) 은 여자 주인공(윤정희 분)에게 마음이 있으면서도 출신 성분이 별 볼 일없으면서 까장을 떤다고 흉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을 가감 없이 다룬 것을 보면 당시의 남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뭔가 비판을 가하고 싶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영화는 뻔하게 흘러가는 인생의 허무함과 나른함을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보여며 일탈의 욕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욕망을 채우는 것으로도 만족을 모르는 인간이 다시 무진을 떠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런데 보는 나의 입장에선 뭔가 석연치 않다. 그렇다면 여자란 뭐란 말인가. 남자는 잠깐의 휴가를 얻어 고향인 무진으로 돌아온 거고, 거기서 짧은 기간 동안 여자를 만나 욕정을 채우고 떠나지만 남자를 이용해 무진을 떠나고 싶어 했던 여자는 그대로 남겨진다. 과연 후에라도 남자에 의해 여자는 뜻을 이룰까? 그건 누가 봐도 부정적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여전히 남성주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긴 60년 대면 아직 우리나라에 여성 문제가 뭔지 제대로 논의되지도 않았던 때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와 원작은 다시 만들어지고 써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승옥은 남자의 관점에서 <무진기행>을 썼다면, 누군가는 여자의 관점에서 다시 써야 하지 않을까. 


영화에서 고 강신성일이나 윤정희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작품 활동이나 이런저런 활동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왔지만, 영화에서 남자의 친구 역으로 나왔던 세무서장의 이낙훈 배우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가 한창 활동하던 시기에 그가 미국 H대 유학파라는 게 알려지고, 외모에서 풍기듯 선 굵은 연기를 하다가 어느 날 브라운관에서 사라진 배우다. 70년 대 한창 반공의 시대에 <추적>이란 반공 드라마를 기억한다. 남파된 간첩을 잡아내는 수사물로 거기서 그는 수사반장 역을 맡았다. 지금 내용은 기억이 안 나는데 M본부에서 <수사반장>이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K본부에선 나시찬이란 배우를 앞세워 <전우>란 드라마를 내보내고 있을 때, 아직 통폐합으로 사라지기 전 TBC에선 대항마로 이 드라마가 방영했을 것이다. 그 드라마 이후 난 TV에서 본 기억이 없고, 일찍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의 생몰연도가 1998년이다. 분명 이른 타계인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생각 보단 길다. 타계할 때까지 작품 활동도 꽤 했다.  

                                           영화 <배덕자(1976년)>의 한 장면

 

그를 이 영화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다시 보니 많이 그립다. 배우는 꼭 잘 생긴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며 진정한 연기력으로 하는 것임을 몸소 보여줬던 배우는 아닌가 싶다. (또 그래서 상대적으로 잘 생긴 배우는 연기를 못한다는 속설이 있기도 했다. 요즘엔 별로 통하는 얘기도 아니지만.)   


오래된 유럽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한데 감독의 저력이 대단하다 싶다. 나중에 다시 한번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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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9-0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또 한편의 레전드 영화를 보셨군요.
이낙훈, 당연히 기억하지요.
나중에 이분이 외화 번역도 하셨다는 것을 알고 놀랐는데 해외유학파였군요.
<추적>이라는 반공드라마도 저는 생각나는데 전 수사반장을 더 좋아했지요 ㅋㅋ

stella.K 2019-09-03 14:51   좋아요 0 | URL
아, 번역할 수도 있었겠네요.
제가 듣기론 하버드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어려운 시절 하버드 유학파라면 대단한 거죠.
어려운 공부해서 왜 하필 배우를 할까 싶은데
옛날엔 딴따라라고 낮게 봤잖아요.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아무나 연기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영화 강추합니다.
옛날 배우들라 좀 뻣뻣하긴한데 연출력은 요즘 감독들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김수용 감독이 요즘 감독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영자의 전성시대 (HD텔레시네) - [할인행사]
김호선 감독, 염복순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영화 제목은 많이 들어봤다. 유명한 조선작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다. 1975년도 작이다. 그때 나는 너무 어려 보지 못하고 이제야 봤다. 그때나 지금이나 난 이 작품이 꽤나 야한 작품인 줄 알았다. 일명 포르노. 그런데  지금 보니 그다지 야한 영화도 아니다. 야하다면 때밀이를 하는 남자 주인공 창수(송재호 분)가 영자(염복순 분)를 자신이 일하는 목욕탕으로 불러 등을 밀어주는 장면 정도랄까? 그것도 앞에 가릴 건 타올로 다 가리고. 등급도 15세 관람가다. 하긴, 예전엔 포르노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엔 등급이 세분화되지도 않았거니와 흥행을 생각해 의도적으로 야한 영화로 몰아갔는지도 모른다

 

포스터가 좀 조악한 것도 사실이지만 예전엔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의 포스터를 사람이 일일이 그리기도 했으니 당시로 저 정도의 그렸다면 잘 그린 축에 속한다. 또한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뭔가 묘한 느낌도 들면서 여자를 상품화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아니면 사회 분위기에 따라 영화 포스터를 보는 시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내용은 야하다기 보단 오히려 사회 비판적 요소가 강해 보인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산업화와 더불어 페미니즘 또는 사회 불평등이란 관점에서 얘깃거리가 많아 보인다.


70년 대는 새마을 운동이 일어나던 때이기도 하지만 그건 산업화의 또 다른 이름이었을 것이다. 영화는 이 산업화가 과연 좋기만 했던 것인가에 대한 단적인 예를 보여주기도 한다. 많은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대거 도시로 몰려왔고, 그에 따라 도시화는 한층 속도를 내기도 했다. 또한 거기에 편승에 시골 처녀들도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기도 했다. 그런 여자들이 가는 곳은 공단 아니면 버스 안내양이나 부잣집 가정부고, 번 돈은 쓰지 않고 시골집에 부쳤다. 그 역을 맡는 건 대부분 시골집 맏딸이 대부분일 것이고, 그들은 동생들이나 오빠의 학비를 대며 가정을 경제적으로 도와야 했다. 그리고 거기서 못 견디거나 개 같이 벌어 정승 같이 벌겠다면 술집으로 빠진다.  


어찌 보면 우리의 영자는 바로 이런 정 코스를 밟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잣집에 가정부로 도시살이를 시작했으나 주인집 망나니 아들에게 정조를 빼앗기고, 결혼을 꿈꿔으나 해줄 리 없어 그 집을 나와 버스 안내양으로 취직하지만 사고로 불구의 몸이 된다. 결국 자신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형질의 인긴이라는 걸 알고 그때부터 몸을 팔고 방탕한 생활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막살 때마다 가정부 시절 우연히 알게 된 창수가 구원남으로 나타나곤 한다. 도시라고 해서 망나니 짐승만 사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알뜰히 돌봐주며 영자와의 결혼도 꿈꾸는 순정남이 있다. 그러나 그 역시 고아에 힘없는 주변인에 불과하다. 


이 영화는 그 시절 있을 법한 두 남녀의 삶을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사회 고발적 의미도 있다. 왜 여자는 돈을 벌면 불행해져야 하는가. 요즘 같으면 감히 상상할 수도 없지만 당시엔 그런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여자는 그저 남편의 그늘에서 자식 낳고 가정 건사를 잘하는 것이 미덕인 양 했던 때가 있다. 하지만 산업화의 물결이 여자를 가만두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여자는 어떤 자세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걸까.


이 영화엔 다분히 남성주의 시각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영자의 가정부 시절 주인집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요즘 같으면 성폭행을 성폭행이라고 말하겠지만 그 시절은 무조건 가해자 보단 피해자 더 피해를 본다. 문득 대척점에 있는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 생각났다. 톨스토이는 오히려 남자가 죄의식을 느끼게 되고 회개도 하더만, 문제작이라고는 하나 그런 양심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대목에서 역시 톨스토이는 톨스토이다 싶다.


엔딩도 그렇다. 창수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자와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뭐 거기까진 그럴 수도 있다. 영자는 자기 자신을 너무도 잘 안다. 창수의 사랑을 받아들이기엔 자신은 너무나 흠도 상처도 많다. 자살의 충동을 이기고 자신을 아는 이 없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사는 것도 좋다. 그런데 동병상련이라고 신체부위는 다르지만 같은 불구자와 결혼을 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으로 마무리한다는 건 다소 억지스럽다. 과연 영화 어느 부분에 영자가 전성시대를 누렸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돈을 좇아 서울 상경을 했다는 죄로 지지리 불행한 삶을 살 수도 있는 것을 창수란 구원남이 있어 전성시대라는 걸까? 아니면 천신만고 끝에 비록 불구라고는 하지만 착한 남자 만나 아이 낳고 잘 살게 된 게 전성시대라는 걸까.


정말 영자가 전성시대가 되려면 남자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고, 성폭력을 치료할 수 있며, 응당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 법적인 제도가 이루어져야 하며 무엇보다 영자가 자기다운 삶을 살아야 전성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70년 대 영자들은 전성시대를 맞지 못했으며,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작품이 갖는 의의가 있긴 하지만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2천 년 대 영자의 전성시대는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할까?         

        

옛날 영화를 본다는 건 묘한 매력이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들의 리즈 시절을 보는 재미도 있고,  지나간 시대를 엿보고 옛 추억에 잠길 수도 있다. 주인공 역을 맡은 염복순 배우를 기억할 사람이 있을까. 이름이 그래서일까? 나름 요염한 데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도 어릴 때 본 배우라 나는 이 배우가 한창 활동했던 끝자락에서 기억할 뿐이지만 나름존재감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조금 더 인기를 얻어도 좋았을 텐데 70년대 일명 여배우 트로이카라던 정윤희, 유지인, 장미희에 가려 스크린에서 일찌감치 잊힌 배우는 아니었을까 싶다. 아마도 70년대 말 정도까지 활동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던 것 같다. 누구는 가수 이효리를 닮았다고 하는데 얼핏 비운의 배우 이은주 느낌도 난다. 물론 여성스럽기는 이은주이지만 선 굵은 연기는 염복순이 앞선다. 내친김에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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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8-27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본 적이 없어서 상품 페이지를 찾아 보았는데, 출연자 중에 송재호와 최불암이라는 요즘도 유명한 분들도 계시네요. 이 영화가 1970년대 영화라서 볼 기회가 없었고 잘 몰랐어요. 오래 전 영화니까 요즘 영화와 많이 다르겠고, 그 때 사람들의 생각하는 것과 지금 사람들의 생각이 다른 것 만큼의 차이도 있겠지요. 그런 것들 생각하면서 보면 예전 영화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리뷰 잘읽었습니다.
stella.K님, 좋은 하루되세요.^^

stella.K 2019-08-28 14:59   좋아요 1 | URL
사실 요즘 영화를 생각할 때 되게 낮설고 어색한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그 시대의 정서나 감정들을 고려해서 보면 나름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송재호 최불암뿐 아니라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들이 많이 나옵니다.
서니님 잘 모를지도 모르는데 도금봉과 박주아 아줌마도 나오죠.
70년 대 조연 전문 배우로 유명했습니다.
혹시 기회되시면 서니님도 함 보세요.^^

니르바나 2019-08-27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니르바나는 <영자의 전성시대>를 극장에서 관람하였습니다.
이장호감독의 <별들의 고향>과 함게 수십만명이 극장을 찾아
관객수를 시대 지수로 조정하면 천만 영화의 계보에 해당될 작품이었구요.
제 기억이 정확한지 자신없지만,
소설가 조선작이 신문에 연재했던 소설을 극본화했던 작품입니다.
염복순은 그 후로도 여러편의 드라마, 영화에 출연했지만
이 작품이 워낙 유명해서 다른 대표작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알려주신 대로 소리 소문 없이 지내서 궁금합니다.
지금 연세가 꽤 되었을텐데요.


stella.K 2019-08-28 15:08   좋아요 0 | URL
염복순 배우를 아시는군요. 반가운데요?
나름 매력있는 배운데 잊혀져 아쉽더라구요.
그 시절 여자들은 결혼하면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관례라 그녀도 결혼하면서 그만두지 않았나 싶어요.
언제부턴가 왕년의 배우들이 활동을 안하는 게 못내 아쉽더라구요.
그런데 니르바나님 왕년에 충무로 좀 누비고
다니셨겠는데요?ㅎㅎ

hnine 2019-08-28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으로 읽었습니다 극장엔 출입할 수 없는 나이였기 때문에 ㅋㅋ
저 기억해요 염복순이라는 배우. 지금 뭐하는지 궁금하네요. 탈렌트로 TV에도 나오던 배우였는데요. 입가에 점이 매력적이던.
김호선 감독은 장미희가 나온 <겨울여자>의 감독이기도 할걸요 아마.
stella님, 옛날 영화를 종종 찾아보시는것 같아요. 덕분에 저도 stella님 글 읽으며 옛날 추억에 잠길 수 있어 좋습니다.

stella.K 2019-08-28 15:1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거 개봉 당시엔 미성년자 관람불가였을 거예요.
저도 이번에 영화 보면서 책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엔 영화가 시큰둥합니다.
하다못해 그 유명한 <기생충>도 전 아직 안 봤어요.
그래도 아주 알 볼 수 없으니 올레 TV에서 보여주는
옛날 무료 영화들을 가끔씩 보고 있어요.
보고 있으면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하죠.흐흐

cyrus 2019-08-29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자가 결혼한 남자가 장애인으로 설정한 점. 이 점이 흥미롭네요. 요즘 제가 하고 있는 페미니즘 공부의 주제가 장애학과 관련이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 영화를 안 봐서 결말에 대해서 의견을 내기가 어렵네요. 영화에서 묘사하고 있는 장애인 남성과 비장애인 여성의 만남. 관심 가져볼만한 주제인 것 같아요. ^^

stella.K 2019-08-29 19:02   좋아요 0 | URL
아냐. 둘 다 장애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 하잖아.
장애자들끼리도 그렇게 하지. 사실 그건 엔딩에 잠깐 나올 뿐이고
그래도 이 영화는 여성사의 관점에서 봐 줄만한 영화라고 생각해.
글치않아도 보면서 네 생각 잠깐 났어.
기회되면 함 봐봐.^^

cyrus 2019-08-30 07:44   좋아요 0 | URL
제가 글을 제대로 보지 못했네요.. ^^;;

transient-guest 2019-08-30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영화나 책을 보면 그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당시의 성인식, 사회상, 사고 등등. 그려내고자 한 건 아마 산업화의 그늘 같은 주제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만...

stella.K 2019-08-30 14:34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래서 가끔 옛날 영화 보면 옛 생각이 아련히 떠오르곤 하죠.
70년대 영화들이 산업화의 그늘을 다룬 작품이 많긴하죠.
안 그래도 그 시대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옛날 영화 안 본 것들이 많은데 보기가 쉽지 않네요.ㅠ
 
[블루레이] 레옹 : 극장판 & 감독판 - 풀슬립 일반판 - 부클릿 없음
뤽 베송 감독, 장 르노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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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짜 오랜만에 본 영화다. 내용도 거의 가물가물 했다. 다시 보니 아, 이런 내용이었어? 거의 새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처음 봤을 때나 지금이나 확실한 건 난 이런 폭력적인 영화를 안 좋아한다는 것. 그래도 영화가 위대한 건 싫어도 보게 만든다는 것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보게 만드는 건 거기에 사람이 있고, 음악이 있고, 인간 저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욕망을 건드려 대리만족을 하게 만드는 뭐 그렇고 그런 이유 아닐까?

 

이건 정말 만화다. 레옹이 얼마나 실력있는 살인청부업자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것들을 생략하고 오로지 살인하는 그의 비상한 능력만을 극대화 했다. 특히 초반 시퀀스에서 스파이더맨처럼 천장에서 목에 올가미를 씌워 살해하고, 고양이처럼 슬금슬금 뒤에서 목에 칼을 겨누는 등  당시로는 나름 파격적인 액션을 보여줬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레옹과 마틸다가 끈끈하게 얽키는 밑밥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영화를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안다. 구도가 특이한 건 부패 경찰을 응징하는 살인청부업자의 대결이라는 것. 또 그런 구도가 가능한 건 몸만 성인일 뿐 자아는 아이에서 조금도 성장하지 않은 레옹이 몸은 비록 아이이나 내면은 어른인 마틸다를 사랑하면서 생긴 구도라는 것.

 

언제나 그렇듯 사랑은 독이 든 성배고, 촛불을 향해 돌진하는 불나방 같은 것이다. 특히 살인청부업자란 위험한 직업에 사랑은 가당치 않다. 괜히 원수를 갚아주겠다고 했다가 둘 다 위험해질 수 있다. 물론 이 영화의 경우 레옹은 끝까지 마틸다를 지켜주고 자신은 장렬히 전사하는 쪽을 택하지만. 애초에 레옹이 마틸다를 알지 못했다면 그는 그냥 살인 청부업자로 늙거나 교도소 몇번 드나들면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더구나 마틸다는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었으니 레옹에게 더 집착했음은 당연하다. 그런 사랑은 위험하다.

 

그런데 난 왠지 사랑을 위해 죽는 죽음도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다. 물론 사랑하면 위험하고, 상처도 받고, 고통스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생의 속성이 그런 거라면 사랑을 모르고 살다 죽는 것 보다 그렇게 살다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어차피 생이란 이해될 수 있는 것 보다 이해 못할 부조리가 더 많지 않은가? 

 

그렇다고 한다면 비록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가 꽤 볼만하긴 하다. 어차피 부조리한 상황을 부조리하게 보여주는 것 이것이 영화 아닌가? 벌써 25년된 영환데 지금 다시 봐도 꽤 스타일리시하다. 영화가 뭐 있나? 똥폼이라도 확실히 보여주면 그게 영화인 거지. 게다가 마지막 엔딩 때 흐르는 스팅의 노래란 가히 뭐라 형언할 수가 없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나는 허리우드 영화가 시큰둥해 지면서 유럽 특히 프랑스 영화가 좋아지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제작을 프랑스와 미국이 합작해서일까? 좀 그 정서가 섞여있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아마도 그래서 나쁘지 않게 봤던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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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03-20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영화(액션영화로서)지만,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레옹의 경우 지금 시각에서 본다면 롤리타 영화라고 비난을 받을수 있단 생각이 드네요^^;;;

stella.K 2019-03-20 18: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래서 주인공이 유아 성욕자란 말도 있었죠.
그래도 뭐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롤리타는 아예 설정부터가 그랬고.
난 롤리타가 뭐가 좋은지 모르겠더라구요.
책을 못 읽겠더군요.
영화야 욕 한마디 하면 그만이지만 원작가가 워낙에
유명해 그럴 수도 없고. 과연 명성만큼 감동스러울지 모르겠더라구요.ㅠ

moonnight 2019-03-2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틸다@_@;;;; 어린아이의 모습에 어른의 눈빛을 하고 있어서 놀랐지요. 스팅의 음악이 좋았고요. 저도 영화로서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네요.

stella.K 2019-03-20 20:30   좋아요 0 | URL
그냥 뭐 똥폼잡는 영화였죠.ㅎㅎ
저도 스팅의 음악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레옹 보단 그랑블루가 좀 낫지 싶은데
그걸 다시 못 보고 있네요.ㅠ

레삭매냐 2019-03-20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좋아하던 뤽 베송이
맛이 가기 시작한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요...

뭐 그래도 재밌긴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오프닝은 정말 쵝오였던 것으
로 기억합니다.

stella.K 2019-03-20 20:30   좋아요 0 | URL
오, 뤽 베송을 그전에도 많이 보셨나 봅니다.
저는 이 영화가 처음이었거든요.
그리고 그랑블루와 제5원소까지 봤지만
역시 제 취향의 감독은 아니었습니다.
오프닝씬은 정말...!

cyrus 2019-03-20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이 영화를 보면 중년과 소녀의 로맨스를 ‘낭만’으로만 포장할 수 없어요. 실제로 나탈리 포트만은 이 영화를 찍고 난 후에 중년 남성들의 팬레터를 많이 받았대요. 그런데 팬레터라기보다는 중년 남성들의 더러운 성적 욕구를 노골적으로 보여준 종이쪼가리였어요. 그녀를 성희롱하는 내용의 편지였거든요.

stella.K 2019-03-20 19:36   좋아요 0 | URL
그런 적이 있었니? 처음 알았네.
영화에서도 레옹 보단 나탈리가 열심히 유혹하잖아.
거기에 레옹은 그냥 우정, 의리로 포장하고.
그런 코드가 있긴 했을 거야.
요즘 같은 미투운동에선 결코 용납되지 않겠지.
글치 않아도 뤽 베송 성추문 있지 않았나?
요즘엔 워낙 많아서 헷갈릴 정도다.
게다가 연일 버닝썬과 정준영, 승리 때문에 더 정신이 없고. ㅠ

2019-03-21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1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1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1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1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1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1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녕하세요 하나님 (1987년작) - 할인행사
배창호 감독, 안성기 외 출연 / 덕슨미디어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어찌하다 보니 배창호 감독 안성기 주연의 영화를 연속해서 보게 됐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이들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나를 흥미롭게 만든다. 게다가 각색을 고인인 된 최인호 작가가 맡았다. 그러니 어떻게 안 볼 수가 있겠는가. 특별히 영화에서 병태 역을 맡은 안성기는 뇌성마비 지체장애자 역을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그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이 영화는 병태가 어느 날 경주를 다녀 오겠다고 집을 몰래 가출해 다시 돌아오는 그린 로드무비형식을 띄고 있다. 그 여정이 나름 파란만장 하다. 여행이란 게 그렇듯 집 떠나면 고생이라지만 여행에서 맞닥트리게 되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는 것. 

 

병태의 경우, 길에서 약간은 정신나가 보이는 듯한 시인 민우(전무송)를 만나게 되고, 미혼모 임산부 춘자(김보연)도 만나게 된다. 또 이들 삼총사가 보여주는 활약상이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어찌보면 캐릭터부터가 연극적이다. 게다가 병태는 영화에는 결코 나오지 않는 아버지에게 여행 중간중간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설을 대신했다. 작품이 연극적이면서도 어른을 위한 동화 같기도 하다. 그건 아마도 각본을 최인호 작가가 맡은 연유이기도 할 것 같다.

 

만삭의 춘자가 아무래도 병태와 민우와의 여행 중 아기를 낳을 것 같다는 예상을 했는데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어느 집 헛간에서 아기를 낳는데 그건 아마도 마리아가 마굿간에서 예수를 낳는 장면을 차용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장면을 어떻게 처리할까 궁금했는데 역시 생략과 상징을 적절히 이용했다. 춘자가 아기를 낳을 때 아이들과 병태에게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하고 밤에서 낮으로 빛을 사용해 애기 울음 소리로 꿀떡 넘어간다. 그 장면 역시 동화적으로 처리한 것이고 이때만 해도 생략법을 많이 사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비해 요즘은 많이 리얼해진 편인데 그런 동화적 처리도 나쁘지 않은 느낌이고 나름 공들였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이 나이 먹도록 혼자 여행을 못해 봤는데 한 번 용기를 내 볼까 그런 생각도 든다. 영화가 구성도 좋고 인간적인 따뜻함도 느껴지고 자꾸 배창호 감독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뿐만 아니라 유영길 촬영 감독의 조명도 새롭다. 모두 아까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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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9-02-21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을에 기차타고 여행 하는 걸 좋아합니다.
예전에 2번정도 가을에 기차여행을 혼자 해 보았는데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ㅎ
지금은 용기가 안 날 것 같아요.
근데 다시 혼자서 여행을 하고 싶네요.^^
용기내어 나중에 한번 도전해 보심이..^^

stella.K 2019-02-21 15: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진짜 여행할 줄 아는 사람은 혼자 한다는데...
후애님도 건강해 지시면 또 한 번 다녀오십시오.^^
 
기쁜 우리 젊은날 (HD텔레시네) - [할인행사]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를 언젠가 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너무 오래된지라 몇 장면만 기억날뿐 스토리는 처음 보는 느낌이다. 

 

나는 80년대 들어서 영화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했지만 우리나라 작품은 많이 보질 않았다. 바로 이때야말로 한국 영화는 태동기를 거쳐 본격 중흥기를 맞이했는데 왜 그 시절 난 한국 영화에 대해선 무관심했는지 모르겠다. 지난 번 <만다라>도 최근에야 처음 봤으니.

 

그때는 국내 영화보단 외국 영화가 좋다는 선입견이 있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기술적으로 보나 영상의 세련미가 와화의 그것을 따라가지 못할 거란 편견이 지배했을 것이다. 사실 지금 봐도 촌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옛 영화는 옛 영화대로 보는 맛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시절의 문화를 다시 한 번 음미하고 아련한 추억속으로 빠질 수 있다. 무엇보다 배우들을 보고 어머나, 저 시절엔 저렇게 풋풋했는데 하며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고 자조하는 건 또 어떤가?

 

하지만 옛 영화의 백미는 그 배우나 감독을 다시 한 번 재조명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배창호 감독과 안성기를 다시 보게 됐다. 그 시절 배창호 감독은 이장호 감독과 함께 우리나라 주요 영화 시상식이나 매스컴에서 가장 많이 호명된 감독은 아닐까 싶다. 그 시절 내가 감독에도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이 감독을 눈여겨 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감독에게까지 관심을 기울일 정도는 아니었으니 어쩌면 감독은 나와 인연이 없었다고 해야겠지.

 

그리고 40년 넘은 세월에 다시 보니 아, 이 감독이 얼마나 재능이 있었는가가 눈에 들어 온다. 촬영도 나름 여러 시도도 많이했다. 당시엔 유영길 촬영 감독을 능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감독들마다 그와 함께 작업을 한다면 행운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배창호 감독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그렇게 열심히 영화를 찍던 그가 지난 2009년 이후로 필모를 남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지병설이 간간히 흘렀던 것으로 아는데 아직도 다 낫지 않았나 보다. 빨리 건강해져서 그의 영화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배우 안성기는 그동안 좀 어정쩡했던 것도 사실이다.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닌 그 어정쩡함이 연기를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약간 탁하면서도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는 그런 그의 인상을 배가 시켰다. 하지만 이 배우 정말 열심인 것도 인정해줘야 한다. 지금까지 한눈 팔지 않고 스크린을 지켜오지 않았던가. 뭐든지 열심히 꾸준히만 하면 인정을 받는다는 건 만고불변의 법칙 같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니 그도 잘하는 연기는 있구나 싶다. 배우가 천의 얼굴을 가졌다지만 분명 유독 잘하는 연기가 있는 것 같다. 그는 이 영화에서 바보스러우리만큼 순진무구한 오직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남자를 연기했다. 당시 흔하게 유행하던 검은테 안경을끼고 말이다. 그게 조금은 멍청하게도 보이지만 또 얼핏 채플린을 느끼게도 한다. 아, 이래서 안성기, 안성기 하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 어렵게 사랑하는 여인에게서 데이트 허락을 받고 저렇게 벤치에 앉아 삶은 계란과 사이다를 권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게 또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주인공의 어린 딸과 같은 장면으로 구성되는데 보고 있으면 좀 찡한 느낌이 든다.

 

사실 저렇게 생긴 사람이 이성에겐 그다지 인기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크로스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사랑은 그 사람이 가진 분위기나 배경, 연애 스킬이 아니다. 성실하면서도 진심을 다한 사랑이란 걸 영화는 끊임없이 말해준다.  

 

시나리오나 영상이나 알찬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독특한  영화 세계를 보여 주는 이명세 감독이 이 영화에서 각본으로 참여했다는 게 눈길을 끈다. 괜찮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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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2-17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영화 그당시 상영관 가서 봤지요. 배창호 감독이 각본도 썼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때만해도 참신하고 재미있게 봤는데 지금 다시 본다면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stella.K 2019-02-17 18:39   좋아요 0 | URL
ㅎㅎ 지금 봐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옛 영화는 옛 영화대로 추억과 운치가 있는지라.
최근에 배창호 감독의 영화를 두 편 더 봤는데
이 사람 정말 영화를 잘 만들었더군요.
지금도 영화를 만들려면 만들텐데 건강이 안 좋은가
통 소식이 없네요.
저때 황신혜 진짜 예뻤는데 나이드니까 별로더군요.
보통 그렇긴 하지만.ㅋ

페크pek0501 2019-02-1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극장에서 봤어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당시 한국 영화가 인기가 없었던 시대라서, 이 정도면 됐다 하는 정도였어요.
안성기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며 봤네요.

stella.K 2019-02-18 14:21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전 안성기가 연기를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분간이 안 갈 때가 있었어요.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
그런데 아예 약간 멍청한 캐릭터니까 오히려 잘 한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ㅋ

카스피 2019-02-21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본적으로 80년대까지 한국 영화는 외화 쿼터제를 위해 적당히 만들때라서 사실 좋은 작품이 없던것이 사실이에요.당시는 한국영화 4편을 만들면 외화 1편을 수입할 권리를 줄떄여서 영화 제작사들이 많은 돈을 투자해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고 tv에서 영화감독이 말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stella.K 2019-02-23 15:14   좋아요 0 | URL
헉, 전 그 얘긴 처음 듣습니다. 그랬군요.
전 그저 단순히 외화 수입하면 우리 영화가 잠식된다고
해서 쿼터제를 실시한 줄 알았더니.
그렇다면 오히려 우리 영화가 더 발전할 수 계기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정말 바보 같은 일이었네요.
지금 우리나라 영화 잘 만들고 있잖아요.
그걸 그 시절 쿼터제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지 않나요?
쿼터제 때문에 머리 깎고 했던 걸 생각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