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오랜만에 본
영화다. 내용도 거의 가물가물 했다. 다시 보니 아, 이런 내용이었어? 거의 새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처음 봤을 때나 지금이나 확실한 건
난 이런 폭력적인 영화를 안 좋아한다는 것. 그래도 영화가 위대한 건 싫어도 보게 만든다는 것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보게 만드는 건 거기에
사람이 있고, 음악이 있고, 인간 저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욕망을 건드려 대리만족을 하게 만드는 뭐 그렇고 그런 이유
아닐까?
이건 정말 만화다.
레옹이 얼마나 실력있는 살인청부업자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것들을 생략하고 오로지 살인하는 그의 비상한 능력만을 극대화 했다. 특히 초반
시퀀스에서 스파이더맨처럼 천장에서 목에 올가미를 씌워 살해하고, 고양이처럼 슬금슬금 뒤에서 목에 칼을 겨누는 등 당시로는 나름 파격적인 액션을
보여줬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레옹과 마틸다가 끈끈하게 얽키는 밑밥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영화를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안다. 구도가 특이한 건 부패
경찰을 응징하는 살인청부업자의 대결이라는 것. 또 그런 구도가 가능한 건 몸만 성인일 뿐 자아는 아이에서 조금도 성장하지 않은 레옹이 몸은 비록
아이이나 내면은 어른인 마틸다를 사랑하면서 생긴 구도라는 것.
언제나 그렇듯
사랑은 독이 든 성배고, 촛불을 향해 돌진하는 불나방 같은 것이다. 특히 살인청부업자란 위험한 직업에 사랑은 가당치 않다. 괜히 원수를
갚아주겠다고 했다가 둘 다 위험해질 수 있다. 물론 이 영화의 경우 레옹은 끝까지 마틸다를 지켜주고 자신은 장렬히 전사하는 쪽을 택하지만.
애초에 레옹이 마틸다를 알지 못했다면 그는 그냥 살인 청부업자로 늙거나 교도소 몇번 드나들면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더구나 마틸다는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었으니 레옹에게 더 집착했음은 당연하다. 그런 사랑은 위험하다.
그런데 난 왠지
사랑을 위해 죽는 죽음도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다. 물론 사랑하면 위험하고, 상처도 받고, 고통스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생의 속성이 그런 거라면
사랑을 모르고 살다 죽는 것 보다 그렇게 살다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어차피 생이란 이해될 수 있는 것 보다 이해 못할 부조리가 더
많지 않은가?
그렇다고 한다면
비록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가 꽤 볼만하긴 하다. 어차피 부조리한 상황을 부조리하게 보여주는 것 이것이 영화 아닌가? 벌써
25년된 영환데 지금 다시 봐도 꽤 스타일리시하다. 영화가 뭐 있나? 똥폼이라도 확실히 보여주면 그게 영화인 거지. 게다가 마지막 엔딩
때 흐르는 스팅의 노래란 가히 뭐라 형언할 수가 없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나는 허리우드 영화가 시큰둥해 지면서 유럽 특히 프랑스 영화가 좋아지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제작을 프랑스와 미국이 합작해서일까? 좀 그
정서가 섞여있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아마도 그래서 나쁘지 않게 봤던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