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윤성현 감독, 서준영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친구는 청소년 때까지나 사귀는거지 대학 가고, 사회 나가면 친구는 없다고. 그러니까 순수한 우정은 사춘기 때까지며, 그 이후엔 다 필요에 의해서 만나고 사귀는 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정말 그러한가를 이 영화는 묻고 있는 것 같다. 

 

일단 이 영화는 우정을 너무 아름답게만 포장하려고 하는 여느 영화와 같지 않아서 좋았다. 사실 영상 자체는 그다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기승전결을 파괴하는 진행 방식이야 그렇다 손치더라도 현재를 보여주는가 싶으면 불쑥 과거를 보여주고, 과거를 보여주는가 싶으면 현재를 보여주는 건 그다지 세련됐다고는 볼 수 없으며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다. 물론 그런 거친 방식이 또 어찌보면 아마추어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같고 나름의 사실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덕목은 아무래도 사춘기 청소년들의 친구들의 세계란 이런 것이라는 걸 가감없이 보여준 것에 있지 않나 싶다.

 

친구지간이라고 해도 친밀감이 다르고, 우정의 깊이가 다르며, 힘의 논리가 다르다. 어떤 친구는 왠지 내가 눌리는 느낌을 갖게 만들고, 어떤 친구는 만만하게 느껴지며, 어떤 친구는 형식적인 관계만 유지하게 만드는 친구가 있다. 그런데 묘한 건 그 나이 또래엔 둘 보다는 셋으로 뭉쳐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를 견제하며,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도 힘의 역학은 존재한다. 

 

이 영화에서도 보라. 기태와 희준, 동윤이 친할 것만 같지만 실상 기태는 희준을 만만하게 보며, 동윤은 기태와도 친하지만 희준을 더 챙기고 싶어한다. 그런 가운데 기태는 동윤과 계속 좋은 관계이고 싶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질 않는다. 그래서 순간 순간 동윤을 내리누르며 힘으로 조종하고 싶어하는 자아를 드러내기도 한다. 결국 희준은 기태의 등쌀에 전학을 가고, 기태에게 조롱 당했다고 생각한 동윤은 등을 돌리고 만다. 그리고 어느 날 기태가 자실을 한다.

 

기태가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는 확실하게 보여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는 있다. 실상 사춘기는 인생의 발달 과업 중 친구가 가족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때 이기도 하다. 친구가 온통 자신의 세계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친구가 정말로 좋아서일수도 있겠지만 자기 과시욕 때문일수도 있다. 그러니 그 세계는 얼마나 불완전한 세계일까? 자기 하나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으며, 친구들로부터 인정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극대화된 시기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우스운 건, 인간의 선하고 긍정적이며, 바른 것 가지고는 친구들에게서 인정 받을 수 없다. 그러면 재수 없다고 따를 당한다. 추하고 쌍스러운 것을 누가 누가 잘하는가가 오히려 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빈번하게 나오는 말이 무엇인 줄 아는가? 말할 것도 없이 "존나"와 "씨발"이다. 이것은 실제 상황이어서 언젠가 두 마디 건너 존나와 씨발을 규칙적으로 사용해 주는 아이를 보고 식겁한 적이 있다. 그런 걸 보면 우리 땐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혀를 끌끌차게 되며, 이 아이의 부모는 어떤 사람일까? 또는 어느 학교를 다니고 있을까 궁금해 진다. 

 

부모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면 학교에서라도 바른 훈육과 인성을 가르쳐야 하는데 우리도 아다시피 학교는 학원 보다 못한 곳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무엇보다 학교가 우정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데 아이들이 어디 가서 제대로된 친구 관계를 맺을 것인가? 부모 역시 공부 잘하는 아이 아니면 사귀지도 말라고 가르치고 학교를 보내는데 진정 따뜻한 가슴에서 친구를 사귄다는 개념 자체는 상실하고 퇴화된지 오래다. 

 

사실 영화에서 기태는 까칠하고 자존심도 쎄서 그렇게 쉽게 죽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죽는다면 희준이일 거라고 생각했다. 희준이는 기태에게 매번 괴롭힘을 당하는 입장이니 그렇지 않은가. 그에 따라 아버지는 기태의 아버지가 아니라 희준의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기태다. 그러니까 기태도 알고 보면 강한 것 같아도 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또 그에 따라 희준이와 동윤의 관계도 거기서 멈추게 된다. 헤어지게 되는 것이다. 남자들의 관계가 또 다 그렇지. 의리로 뭉친 것 같아도 어느 날 헤어지면 덤덤해지는. 여자는 서로 죽고 못 사는 것 같아도 어느 순간 얄미운 고양이가 되어버리는 것이고. 인간관계 알고 보면 얄팍하다.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물론 아니지만 그 나름에 시사하는 바는 있다. 그러나 역시 기태나 기태의 아버지의 동기가 생각 보다 약해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기태 역을 맡은 이제훈의 연기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야구공 하나에 나 죽는다는 표현을 담기엔 좀 역부족이다. 이제훈의 연기는 더도 덜도 아닌 고딩 그 자체로 보인다. 나머지 동윤 역의 서준영이나 희준의 박정민의 연기도 나쁘지 않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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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2-10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성하씨가 나오잖아요.
또 이제훈 도..
저는 꽤 묵직하게 봤었어요..^^

stella.K 2016-02-11 11:47   좋아요 2 | URL
무겁죠.
그러니까 저는 청소년 때 사귀는 친구가 순수하다
는 건 거짓말일지도 모르른다는 거죠.
뭐 사람 사귀는 것도 일생 과업 아니겠습니까?
살면서 어떤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고...

[그장소] 2016-02-11 12:36   좋아요 1 | URL
순수해서 라기보단 삶의 정치를 더 못하던 시절의 친구들이잖아요.
자신은 아니 (제법 잘 감춘다)라고 생각하지만 금방 약한 부분을 드러내 보이게 되곤 하죠.
그걸 사회적 포장으로 둘러 말하자면 ㅡ좋게 말함 순수 인거고 나쁘게 말해도 순수 ㅡ인거죠. 의미가 좀 다른...^^;;;
사회에 나와선 이미 한번 해 봤기에 조금 더
익숙하게 정치적인 관계를 만들게 되니 ..가면아닌 쌩얼은 그야말로 첫 모습을 보인 상대에게만 보일 수 밖에 ..두려우니까 ㅡ그럼으로해서 다시
순수 ㅡ순정 ㅡ이란 이름을 쓸 수 밖에 없는게
아닌가 ...
그 때의 친구들이란 그런 의미의 ...
힘과 지배와 상실 등등 작은 정치판의 압축이
그 청소년 기에 있다고 ...
사회적동물로의 첫발.
그 보다 어릴 적엔 더 단순한 욕구에 끌려 움직이잖아요.
(그렇지만 ㅡ이 현상도 지역이나 환경에 따라 지엽적이란 생각을 합니다.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속도나 발달면에서..)

stella.K 2016-02-11 13:13   좋아요 2 | URL
그럴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전 이 영화 보면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파리대왕>이 생각났어요.
물론 이 영화가 이 작품들에 비해 덜 정제된 느낌이긴 하지만
그게 감독의 지향점 같기도 하고.
그런데 보는 저는 좀 아쉽더라구요.
작품이 의미하는 바는 자못 진지한데 완성도는 좀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죠.

[그장소] 2016-02-11 14:10   좋아요 1 | URL
같은 책을 생각하셨네요.^^
저도 동일한 책을 떠올렸어요.
매끄럽지 않아야 하는게 지향한 점으로
읽혔고...
확실히 완성도 면에선 다소 미진함이 있었죠.
그런데 그 역시나 현재진행형의 청소년들이니
계속 성장할 모습을 두고 완결판을 낼 수는
없을 것도 같아서
그게 오히려 완성된 영화 이겠구나..
싶기도 하네요 ㅡ이제 생각하면.
극적 요소 ㅡ가 힘이 덜 해서 그리 보일 수 있는데
보통 일이란게 벌어지면
대게 뭐가 어떻게 일어난 건지
사실 전체 그림이 잘 보이지 않기 마련이잖아요. 뚝뚝 끊어지고 설명이 잘 안되고..
그게 아주 나중에야..
아..그때..그런 거 였었구나..
하는거죠.
우리야 만들어진 영화를 보니까
자, 감독 친절하게 설명해 봐..
할수 있는데 .. 감독이..
저 때를,
(막상 지켜야 할 게 뭔지 모르고 돈만
그저 벌어오는 가장이나
왜 화가 나는지 모른 채
화를 내는 청소년들이나 그게 자연스런 일상이란 것..)
친절이 개입되면 파수의 의미를 상실하게
되버린다는..
얘길 하면...할 말이....없다는..^^;;

stella.K 2016-02-11 14:47   좋아요 2 | URL
아, 저는 책 보다는 영화를...^^

[그장소] 2016-02-11 14:53   좋아요 1 | URL
stella.K 님 아..책 아니고..영화버전
파리대왕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ㅡㅎㅎㅎ
파리대왕 ㅡ은 못보고 ㅡ일그러진 영웅은..본..

stella.K 2016-02-11 15:06   좋아요 2 | URL
ㅎㅎ 파리대왕 함 보세요.
솔직히 파리대왕 책으로 읽는 거 쉽지 않죠.
그런데 영화는 나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전 영화 보고 나서야 이해가 가능했다능.^^

[그장소] 2016-02-11 15:49   좋아요 1 | URL
영화 ㅡ파리대왕을 봐야하는 거였군요!^^
저는 책을 먼저봐서..이것도 나름 괜찮을지도..
음..요즘 옛날영화 다시보기를 하곤하는데..
찾아봐야겠어요.
푸라이드 그린토마토 ㅡ내용도 생각 안나..
저도 많이 졸았던 영화 ^^ㅋ
아까 웃었어요..그래서..ㅎㅎ
아마 제 나이또래때가 아닌 시점여서 그랬을텐데..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파리대왕 찾아볼게요!^^
오늘 재미있었어요.저 땜에 피곤하셨겠어요.
뻔한 얘길 길게 해서..^^
고맙습니다.stella.K님 ~^^
남은 오후 달달 하게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6-02-11 14: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문열 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영화로 만든 건 줄 알았어요. 페이퍼의 제목을 보고 말이죠.

이 소설은 내가 재밌게 읽었던 거예요. 미묘한 심리를 관찰할 수 있거든요.
이 영화도 그럴 것 같네요.

명절 잘 보냈나요?
일상으로 돌아오니 행복하네요.

stella.K 2016-02-11 14:46   좋아요 1 | URL
오, 언니! 잘 지내셨어요?
이문열의 동명 영화도 있죠. 잘 만들었고.
그것에 비하면 이 영화는 못 만들었죠.ㅋ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문열 원작의 영화가
생각날 수 밖에 없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안 보셨다면 함 보세요.
전 요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다시 보고 있는데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고 있어요.
잠 자기 전 몇분 보다가 잠이 드는지라. 웃기죠?ㅋㅋㅋ

[그장소] 2016-02-11 15:47   좋아요 0 | URL
pek0501 님도 한번 보셔요~^^
영화 파수꾼 ㅡ조용한 데 나름 괜찮았던 ..
날 밝기 전 히부윰한 기분 ㅡ
같은 영화...칙칙하게 안개도 얼굴에 좀 닿고
거미줄도 어디서 걸치적 거리고 뭐 그런
가운데 해 뜨는 ..딱 그 시간 같은 ...느낌예요.

yamoo 2016-02-12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수꾼을 봐야 겠군요. 이강백 희곡인 파수꾼과는 다른 거지요??

stella.K 2016-02-12 11:43   좋아요 0 | URL
아, 이강백이 파수꾼을 썼나요?
저는 샐린저가 생각이 나더라구요.ㅋ
 

 

자그마치 2000년작이다.

이미연이 아직 풋풋한 젊음이 살아있을 때 찍은 작품이다.

뭐 응답하라 1988에 나온 것을 보면 아직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저 때만큼은 아니긴 하다.

그렇지 않아도 개봉할 당시 좀 유명했던 것 같은데, 세월에 묻히고 다른 신작 영화에 묻혀 이 영화를 볼 기회를 놓친채 기억속에 사라졌다.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영화.

 

워낙 오래된 영화라 끝까지 볼 수 있을까 약간의 의문을 가지고 보기시작 했다. 본 사람들의 평은 대체로 좋긴 하다. 그런데 역시 생선도 막 잡았을 그 당시가 가장 싱싱하고 좋은 것처럼 이 영화도 그런 것 같다. 개봉 당시는 좋았을 것이다. 좋았으니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도 받고 그랬지. 하지만 지금 보면 세월을 감안하고 봐줘야할 것 같다. 한마디로 영화 독법이 지금과 너무 많은 차이를 보인달까?

 

대사가 절제되긴 했지만 CF 같다. 과연 요즘에도 저런 어색한 대사를 쓸까 싶다. 

상대역으로 나왔던 최우제라는 남자 배우는 최근에도 영화나 드라마에 종종 얼굴을 비췄나 본데 나는 이 영화에서 이런 배우가 있었구나 했다. 그러고 보니 낯선 배우도 아닌 것 같은데 그의 발연기는 가히 압권이다. 그러다 보니 난 이미연이 그다지 연기를 잘한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이 영화에선 엄청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배우가 적어도 발음 하나만 정확하게 전달해줘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생각하는데 최우제는 뭘 믿고 이미연의 상대역이 됐는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타잔같이 생겨서...?

그에 과연 정답이 될 수 있을까? 어쨌든 그런데 비해 이미연은 적어도 발음 하나 만큼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집착이라는 것에 어느 정도는 동감한다. 하지만 그것이 최선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애련으로 나왔던 이미연은 사랑을 아직 한번도 해 보지 못한 여자로 나온다. 동석역의 최우제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첫사랑을 그렇게 집착적으로 해 버리면 다음 사랑을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그런 집착적 사랑은 통과의례 같은 것은 아닐까? 그런 집착적인 사랑을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 점에서 애련은 확실히 비련의 여인인지도 모른다. 더구나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14,5년 전엔 여자가 먼저 좋아하면 100%란 공식이 있었다. 그런 걸 애련은 알았는지 몰랐는지 먼저 말해버리고 말았으니.

 

그런데 동석이 그러한 빌미를 줬던 것도 사실이다. 왜 처음 만나는 여자 앞에서 질척거리냔 말이지. 그러면 뭔가를 해 주고 싶어진다. 사랑은 상대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 자신의 중요감이 느껴지면서 상대에게 빠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놓고 부담스럽다고 뭔가를 해 주면 내가 고마워할 줄 아냐고 되레 큰 소리다. 뭐 이런 적반하장이 있을까? 나쁜 남자라기 보단 멍청이에 가깝지 않을까?

 

적어도 사랑에 마성을 지닐려면 응답하라1988의 박보검 같은 스타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보검은 뭔가 모성본능을 지극한다. 왜 그럴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봤더니 박보검은 오직 한 사람만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가능한 것이다. 응팔도 빤해보이는 게 있어 좀 지루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영화의 압권은 아무래도 사랑에 점점 미쳐가는 이미연의 연기인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동석의 오피스텔에 들어와 파란 꽃병을 깨고 그 위를 미친듯이 걸어가며 아픈 줄도 모르고 말하는 애련이다. 마음이 아픈 건 육체가 아픈 것에 비할 수 없다는 뜻으로.

사랑은 미친거라던 애련이 다시는 그런 아픈 사랑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사랑은 아프지 않고 어떻게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여기에 사랑의 아이러니가 있는 것이다.

 

영화는 다소 촌스럽긴 하지만 볼만은 하다. 이미연의 절제된 연기도 볼만하고, 무엇보다 옛날의 향수를 느낄 수도 있다. 어항의 노랑과 파란 금붕어(?)도 볼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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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12-1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본 것 같네요.... 요거 비디오방인가 ? 비디오가게가 무대죠?

stella.K 2015-12-15 16:22   좋아요 0 | URL
딩동댕! 기억력 좋으신데요? 맞아요. 비디오 가게.
근데 최우제란 배우 연기 기억나나요?
정말 짱이었어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5 16:26   좋아요 0 | URL
비됴가게가 무대여서 기억에 남. 저는 엄청 재미없게 본 경우. 이미연은 또라이 연기를 못해요. 또라이 연기를 하려면 자기 자신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너무 예뻐보일려고 노력했다고나 할까.. 하튼 줄거리 기억은 안나는데 재미없었다는 기억만... ㅎㅎㅎㅎ

stella.K 2015-12-16 14:01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이미연 연기 그닥 탐탁치 않지만
이 영화에선 오히려 잘하던데요?
그게 원래 잘해서라기 보다 최우제를 비롯한 주변 배우들이
하나 같이 발연기를 하다보니 그런 거 같더라구요.
스토리도 좀 웃기잖아요. 단지 이미연이 대사 전달력 하나만큼은
좋더라구요. 그것 때문에 청룡영화상까지 갔다고하면
그땐 진짜 우리 영화가 별 볼 일없었던 거죠.
고만고만 했잖아요. 영화 중흥기의 시작이던가요...?

hnine 2015-12-1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봤어요. 줄거리는 뜨문뜨문 생각나지만요 ^^
그런데 stella님은 어떻게 이 영화를 보게 되셨는지...말씀하신대로 정말 오래 전 영화인데 말이지요.

stella.K 2015-12-16 12:59   좋아요 0 | URL
순전히 낙인 거죠. 저도 처음만 보다가 다른 거 보려고 했는데
인터넷 보니까 평이 좋더라구요. 그래서 마저 본 건데
영화가 좋다기 보다 순전히 노스탤지어 때문이죠.
저때 우리 아직 파릇했잖아요.ㅋㅋ

cyrus 2015-12-15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보검의 최택은 모성본능을 자극하면서 은근히 여자를 귀찮게 할 정도로 지나치게 기대는 것 같아요.

stella.K 2015-12-16 14:03   좋아요 0 | URL
그게 컨셉이고 캐릭터잖아. 걔 아버지가 말하잖든.
근데 그런 캐릭터가 또 은근 끌린단 말이지.
시합 끝나고 덕선이 집앞에서 덕선이 앞으로 푹 고꾸라지잖아.
그게 참 은근 설레. 너도 한번 시도해 보든지...ㅋㅋ
근데 결국 택이하고 덕선이 하고는 안 될거잖아.
이런 빤한 게 응팔에 기대감이 없게 만든단 말이지.
그런데도 그냥 보게 돼.
저땐 그랬지하며...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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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감독, 한석규 외 출연 / 해리슨 앤 컴퍼니(H&Co.)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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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영화는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 <아마데우스>와 비견될만 하다. 단지 그 영화는 살리에르의 냉혹하고도 가차없는 시전이 느껴지지만 이 영화속 또 다른 살리에르라 할 수 있는 조돌석의 한석규는 좀 더 인간적이다.

 

예술을 호구를 삼고 마침내 장인이 된 사람은 예술 때문에 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사람은 밥의 문제가 해결이 되면 예술을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쫓는다. 그래서 예술을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을 당해낼 수 없가 없다. 하지만 예술로 권력의 맛을 본 사람은 반드시 일을 즐겨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을 짓밟게 되어 있다. 왜? 권력이 최고의 자리에 데려다 주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다른 사람의 예술의 진정한 경지를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때부터 질투와 시기를 하며 어떻게든 그 사람을 끌어내리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돌석은 어찌보면 정당한 인물이기도 하다. 예술의 진정한 경지에 오른 공진(고수 분)을 질투할망정 부당하게 대하거나 모욕하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미워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가끔 세상은 2인자 또는 패배자는 기억하지 않는다며 세상을 싸움판으로 몰아가기도 하지만 가끔 이 영화처럼 오히려 진정한 1인자였던 공진은 묻히고,  오히려 2인자였던 조돌석을 기억하게끔 하기도 한다. 그것이 어찌보면 이것이 영화 <아마데우스>와 또 다른 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살리에르는 영원한 2인자로 스스로 파멸의 길을 가지만 모짜르트는 영원한 1인자로 후세에 남지 않는가? 그렇긴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1인자는 정말 그렇게 진짜 1인자를 짓밟고 올라간 2인자인지도 모른다. 결국 이 영화는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에 관한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권력에 의해 지배를 받는 것 같지만 결국 추함과 아름다움의 대결이라면서 말이다.  

 

그것의 차이는 조돌석은 권력을 탐했기에 가능하지만 공진은 권력을 탐하지 않았기에 후세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가설 때문이기도 하다. 공진은 사랑만을 탐했을 뿐이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면 조돌석처럼 권력을 탐하는 것이 더 현명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 조돌석과 함께 공진도 후세가 기억하는 인물이 되지 않았을까? 어떤 것이든 그들의 말로는 쓸쓸하고, 사랑과 권력 그건 선택의 문제지 사랑이 권력 보다 숭고하고 이름다운지는 결국 보는 사람의 몫인 것 같다. 

 

언제나 그렇지만 예술을 완성시키는 것은 뮤즈다. 누군가 사랑하는 대상이 있지 않으면 예술은 완성될 수 없다. 왕비를 사랑하는 공진의 마음이 동시에 그의 예술혼을 활활 타오르게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예술은 최고의 경지에 이르지만 대부분 사랑은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은 보는이로 하여금 안타까움과 절절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소재도 독특하지만 아름다움에도 색깔이 있고 격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을 잘 보여준 잘 보여준 영화가 아닌가 싶다. 섹시하고 탐스러운 것도 아름다움의 한 종류지만 결국 우아함과 청초함이 그것을 이기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그것은 얼음 같이 찬 왕의 마음도 녹일만한 것이기도 했지만 결국 왕은 스스로가 갖는 열등감과 질투 때문에 끝내 왕비와 공진을 용서하지 못한다. 결국 아름다움은 무위의 마음을 가졌을 때야 비로소 온전히 볼 수 있는 것임을 조돌석과 왕을 보면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영화를 보면 정말 조선 시대 의복이 어떻게 변천해 갔을까가 궁금해진다. 그 시대에도 아름다움과 미풍양속이 대립되고 있음을 쉽게 상상할 수 있는데 과연 그 기준이 어떤한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또한 조연 배우들의 감초 연기도 볼만하고 특히 커트로 넘겨지는 궁녀들의 왕을 유혹하기 위한 패션쇼와 그것이 성공했을 때의 짧지만 강렬한 유머 코드가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역시 영화를 빛나게 한 건 역시 조돌석의 한석규와 이공진 역의 고수의 연기 대결인데 나는 고수가 그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인 줄은 예전엔 몰랐다. 이 영화에선 가히 한석규를 압도할만 하다. 

나 개인적으로 근래에 본 영화에 별 네개를 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이 영화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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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6-0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를 안 봐서 심심하네요.. ㅎㅎ

stella.K 2015-06-01 18:31   좋아요 0 | URL
제 글이요...? 흥! 삐짐입니다.;;
이거 드라마 아니고 영화거든요...ㅠㅋ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 보다 말았다. 야하다기 보단 퇴폐적이어서. 감독 때문에 보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폴 버호벤 아닌가? 그런데 그가 유명하다는 건 알겠는데 정확히 무슨 영화를 만들었는지가 생각이나지 않았다. 나중에 알아봤더니 <원초적 본능>을 만들었던 감독이다. '아, 원초적 본능!' 하지만 또 이 '원초적 본능'을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이 없다. <토탈 리콜>은 본 것 같은데 이것 역시 기억이 안 나고.

 

이 영화 퇴폐적이긴 한데 나름 스토리 층위는 잘 쌓아 간 영화이긴 하다. 춤도 볼만 하고. 대체적인 반응은 기대 안하고 봤는데 나름 재미있었다는 건데 나도 그 점은 인정은 하겠다. 

★★★

 

본지가 비교적 오래되긴 했다. 그런데 이 영화 뭔지 모르게 좋다. 그냥 아련하고 서글프고, 사랑은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어쩜 기억의 문제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치매는 아니고 인간의 기억을 관장하는 뇌에 문제가 있어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것도 어느 특정인을. 그런데 그게 하필 남편일 줄이야. 아내의 기억을 살리려는 남편의 노력이 가상한데 별 효험이 없다. 그런데도 5일 날 돌아 간다는 남편의 편지를 기억하고 매달 5일이면 어김없이 기차역에 남편을 기다리는 펑. 그러고 보면 여전히 남편을 사랑한다는 건데, 사랑하지 않고 서야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이들의 사랑은 좀처럼 만나지지 않는다.

 

펑 역을 맡은 공리의 새삼 불안한 표정 연기가 이 배우는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란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그녀의 노쇄해지는 모습도 좋았고. 특히 햇빛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장면을 만들어 간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도 돋보인다. 

모처럼 별 ★★★★

 

배우의 연기는 좋은데 스토리는 그것에 못 미치는 안타까운 작품.

<타짜>에 나온 탑(최승현)은 글쎄, 조승우와 비교되서 일까? 그냥 보통의 연기였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 작품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냉혈한과 우수 어린 눈빛의 적절한 조화가 돋보였다고나 할까? 왠지 제임스 딘도 생각나고. 아무튼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동창으로 나온 한예리와의 케미도 좋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난 이 한예리란 배우가 왠지 기대가 된다. 약간 못 생긴 듯 하면서도 연기를 잘 한다. 

 

남파공작원 명훈(최승현)이 그렇게 사람을 많이 죽여 놓고도 자유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는 여지가 뭔가 있어 보이는데 왜 남한에서도 북에서도 살 수 없다고 죽어간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감독이 명훈을 죽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설득력 없이 죽게 만든 건 아닌지? 이쯤되면 감독은 각본에서 손을 떼고 전문 시나리오 작가가 썼어야 했던 건 아닐까? 우리나라는 감독이 자기가 쓴 시나리오 자기가 찍어야 한다는 이 강박에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포장마차를 하는 할머니 이주실이 나오는 부분이 좋았는데 2년 동안 북한에서 이렇다할 지령이 없다가 그 2년만에 겨우 받은 지령이 명훈에게 밥 먹는 거란다. 그 별 것 아닌 지령에도 감격해 하고 감정을 절제하면서 명훈에게 밥을 챙겨 주는 장면이 좋았다. 가끔 신앙과 북한의 주체사상을 빗대기도 하는데 긴장 없는 바람 빠진 신앙인들은 늘 긴장하고 사는 북한의 그 종간나 아새끼들의 태도는 배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이 영화 보면 감독이 김민정을 정말로 좋아하는가 보다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정도로 김민정이만 띄워주고 나머지는 어떻게 되도 상관 없는 개념 없는 영화. 이렇다할 내용도 없고. 너무 빤해 보여서 끝까지 보지도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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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5-05-13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어쩜 기억의 문제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 잘못된 기억력 또는 잘못된 해석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 같단 생각을
이 문장을 보고 했습니다.

감독이 주연 배우를 정할 땐 남자가 되든 여자가 되든 일단 감독의 눈에 매력적인 사람으로 정할 것 같아요. 아무 매력이 없는 사람을 정할 리 없으니까 말이죠. 감독 자신이 좋아할 만한 배우래야 관객도 좋아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기도 할 것 같아요.

영화 많이 보셨군요. ^^

stella.K 2015-05-13 19:30   좋아요 0 | URL
ㅎㅎ 근데 그게 너무 티가 나잖아요.
관객은 영화에 몰입을 못하겠는데...ㅠ
우리 영화가 전반적으로 영화가 스토리가 약해진 것 같더군요.
배우에게만 의지하는 영화가 대부분인 것 같아 아쉬워요.
5일의 마중 안 보셨으면 보세요. 그건 언니한테 추천해 드릴 수 있어요.^^
 

 

지난 수요일 영화 <화장>을 보고 왔다.

잘 아는대로 이 영화는 김훈의 <강산무진>에 나오는 단편 '화장'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김훈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 출간된지 얼마 안되 읽었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놈의 기억이란 게 저질이라 읽었을 당시엔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냥 죽어가는 아내를 지켜봐야 하는 중년 남자의 시선을 그렸던 것으로 안다.

 

책을 읽으면서도 언젠가는 영화나 단막 드라마로 만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제야 스크린에 옮겨졌다는 게 좀 늦은 감이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도 생각할 건 아니다. 문학 작품 하나가 영화화하는 건 생각 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영화화 됐다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영화화됐을 땐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영화에 있어서 임권택 감독만큼 인간의 오욕칠정을 잘 다루는 감독이 있을까? 영화는 죽어가는 아내를 두고 젊은 그것도 직장 동료 여자를 힐끔거리는 중년 남자의 감성에 촛점을 맞추었다. 누구는 이걸 두고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지 모르겠지만 난 그게 너무도 이해가 간다. 이 오욕칠정을 삶의 관점이 아닌 죽음의 관점에서 보면 얼마나 잘 드러나겠는가? 죽는 그 순간까지 인간의 오욕칠정은 죽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은 허허로운 욕망 덩어리인지도 모른다. 

 

                             

 

타인의 죽음을 목도할 때 마음이 비워지고 온전히 그 사람에게 올인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내 안에선 살고자 하는 욕망과 자아가 충돌하는 것이다. 영화는 중년남자의 젊은 여자를 향한 욕망이지만 그건 죽어가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그 모양을 달리하기도 한다. 

 

하다못해 죽는 당사자 조차도 자기에 대한 욕망을 감추지 않는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죽을 텐데도 육감적으로 남편을 의심하지 않는가? 그런데 꼭 그게 육감의 작용만은 아닌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자신이 곧 잊혀질 것에 대한 아쉬움, 두려움을 그렇게 단말마의 비명으로 질러버리는 건 아니었을까?

 

죽어가는 아내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섹스를 하면서 또 밤새 간호를 하면서도 젊은 여자를 욕망하고 상상한다. 더구나 남자가 전립선비대증 앓고 있다는 설정은 정말 최악이다.     

 

게다가 임권택 감독의 영화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몇몇 작품에서 나타나는 과감한 날 것 그대로의 장면은 조금은 충격적이기도 하고, 거장의 시선이라고 이해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화장실에서 아내의 아랫도리 부분을 씻겨주는 남편을 표현할 때 영화는 구태여 그 부분을 대충 넘어가거나 가릴려고 하지 않는다. 보여주더라도 보통은 안개처리 하는데 그만큼 리얼리즘을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또 그러니만큼 병든 아내 역을  거의 완벽하게 보여준 김호정의 연기는 호평할만 하다. 

 

영화는 영리하기도 하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유품 정리차 별장 온 남편. 드디어 젊은 여자를 품에 안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줄도 모르는데 그것을 의도적으로 애써 피한다. 그게 도덕적여 보이긴 한다. 하긴, 아내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그새 다른 여자를 품에 안겠는가? 하지만 그 보단 자신의 도덕적이고도 사회적 위치, 이 여자는 안될 거란 마음의 굳은 의지 뭐 그런 것들이 더 많이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일반적으로 영화는 디테일을 강조하다 보니 이야기를 위해 작은 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지만(지나치면 작위적일 수 있다) 일상에서는 드러나는 것 보단 스쳐지나 가는 것들이 더 많다. 욕망도 그냥 흘려 보낼 수 있으면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집착하도록 만드는 건 훗날에라도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서 돌아 올지도 모를 일이니.

 

아내가 죽고 간단히 화장해 버리는 오늘 날의 장례 문화에 대해 꼬집는 처제의 푸념도 일견 이해는 간다. 옛날엔 꽃상여를 매지 않았던가? 하얀 꽃 상여에 검은 베옷으로 만든 상복를 입고 장지로 가는 일가족 속에 검붉은 옷에 귀걸이를 한 젊은 여자(김규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화는 무슨 프랑스풍의 영화를 연상시키며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한다. 안성기 특유의 흐느적한 스타일이 소시민적 가장의 이미지를 배가시켜 인상적이다. 뭐 빠져들만큼의 영화는 아니지만 나름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별점은 세개 반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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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4-19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에 대한 평들에 대부분 좋군요. 전 임권택 영화를 워낙 싫어라 하는지라... 볼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잘 만든 영화인가 봅니다.

stella.K 2015-04-19 18:13   좋아요 0 | URL
저도 임권택 영화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름 잘 만든다고는
생각해요. 그는 한국적 정서가 뭔지를 잘 표현해 내잖아요.
솔직히 요즘 감독들 알고보면 무국적 아닌가요?

그런데 곰곰발님은 임권택 감독을 특별히 싫어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렇지 않아도 못지않게 까는 사람도 많더라구요.
누구는 이상아씨한테 사과는 했냐고 하는데 그 사람은 또 누군지
모르겠어요. 설마 80년대 하이틴 스타 이상아를 말하는 건 아닐테고...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0 21:27   좋아요 0 | URL
길소뜸인가요 ? 이상아`가 아마... 그 영화 찍을 때 미성년자인가 해쓰빈다. 아마.. 그거 때문인가요 ? 잘 모르겠네요. 임권택 싫어하는 이유는 그냥 영화를 못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적 정성 뭐뭐 하는데 난 도대체 뭐가 한ㄱ구적 정서인지 모르겠더라고요...

stella.K 2015-04-21 11:48   좋아요 0 | URL
그래요? 그게 언제적 일인데...
거 춘향전 때 조승우하고 같이 나온 여자 배우 있었잖아요.
걔도 당시 미성년자였어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임 감독
소녀에 대한 패티시즘 있는 거 아닙니까?ㅎㅎ

사실 임권택이 모든 영화를 잘 만드는 건 아니죠.
후진 영화도 많아요. 100편 넘는 영화를 어찌 다 잘 만들었다고 할 수가
있겠어요? 하지만 또 나름 잔상은 남아요.
이번 영화는 꽤 세련됐다는 느낌도 들어 기존의 임권택스러움이
걷힌 느낌도 듭니다. 편집을 외국 사람을 썼나?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근데 전 임권택 보다 오히려 김규리가 좀 거슬리더군요.
뭐가 좋은지...ㅠ
나중에 기회되면 한번 보세요.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게
파격적이라면 파격적여서 놀랍다 싶기도 했어요.
굳이 영화와 현실을 구분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도 같고.
늙은 감독이니까 가능했겠다 싶기도 해요.
젊은 감독이었다면 아랫도리 씼기는 장면이 가능했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ㅋ.

페크pek0501 2015-04-24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장>은 이상문학상 작품집으로 읽었어요. 오래되었는데 워낙 인상적으로 읽어서
지금도 생각나요. 작가가 무슨 계집애처럼 이렇게 섬세하게 글을 잘 쓰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던
작품이었어요. 주인공 남자가 잘 이해되죠. 인간은 아주 심각한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유치한 생각을 할 수도 있는 어처구니 없는 존재라고 파악하고 나면 이해되지 않는 게 없어지는 것 같아요. 욕망이란 것도요...


stella.K 2015-04-24 11:30   좋아요 0 | URL
김훈은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죠.
저는 그의 작품집 <강산무진>을 읽었는데 정말 인상 깊었죠.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엔 문득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인간. 참 유치한 존재죠. 죽음을 앞두고도 오욕칠정을 놔버릴 수 없으니
도 닦겠다는 사람 보면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정말 닦아질까 싶기도 하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