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 보다 말았다. 야하다기 보단 퇴폐적이어서. 감독 때문에 보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폴 버호벤 아닌가? 그런데 그가 유명하다는 건 알겠는데 정확히 무슨 영화를 만들었는지가 생각이나지 않았다. 나중에 알아봤더니 <원초적 본능>을 만들었던 감독이다. '아, 원초적 본능!' 하지만 또 이 '원초적 본능'을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이 없다. <토탈 리콜>은 본 것 같은데 이것 역시 기억이 안 나고.
이 영화 퇴폐적이긴 한데 나름 스토리 층위는 잘 쌓아 간 영화이긴 하다. 춤도 볼만 하고. 대체적인 반응은 기대 안하고 봤는데 나름 재미있었다는 건데 나도 그 점은 인정은 하겠다.
★★★
본지가 비교적 오래되긴 했다. 그런데 이 영화 뭔지 모르게 좋다. 그냥 아련하고 서글프고, 사랑은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어쩜 기억의 문제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치매는 아니고 인간의 기억을 관장하는 뇌에 문제가 있어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것도 어느 특정인을. 그런데 그게 하필 남편일 줄이야. 아내의 기억을 살리려는 남편의 노력이 가상한데 별 효험이 없다. 그런데도 5일 날 돌아 간다는 남편의 편지를 기억하고 매달 5일이면 어김없이 기차역에 남편을 기다리는 펑. 그러고 보면 여전히 남편을 사랑한다는 건데, 사랑하지 않고 서야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이들의 사랑은 좀처럼 만나지지 않는다.
펑 역을 맡은 공리의 새삼 불안한 표정 연기가 이 배우는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란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그녀의 노쇄해지는 모습도 좋았고. 특히 햇빛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장면을 만들어 간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도 돋보인다.
모처럼 별 ★★★★
배우의 연기는 좋은데 스토리는 그것에 못 미치는 안타까운 작품.
<타짜>에 나온 탑(최승현)은 글쎄, 조승우와 비교되서 일까? 그냥 보통의 연기였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 작품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냉혈한과 우수 어린 눈빛의 적절한 조화가 돋보였다고나 할까? 왠지 제임스 딘도 생각나고. 아무튼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동창으로 나온 한예리와의 케미도 좋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난 이 한예리란 배우가 왠지 기대가 된다. 약간 못 생긴 듯 하면서도 연기를 잘 한다.
남파공작원 명훈(최승현)이 그렇게 사람을 많이 죽여 놓고도 자유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는 여지가 뭔가 있어 보이는데 왜 남한에서도 북에서도 살 수 없다고 죽어간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감독이 명훈을 죽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설득력 없이 죽게 만든 건 아닌지? 이쯤되면 감독은 각본에서 손을 떼고 전문 시나리오 작가가 썼어야 했던 건 아닐까? 우리나라는 감독이 자기가 쓴 시나리오 자기가 찍어야 한다는 이 강박에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포장마차를 하는 할머니 이주실이 나오는 부분이 좋았는데 2년 동안 북한에서 이렇다할 지령이 없다가 그 2년만에 겨우 받은 지령이 명훈에게 밥 먹는 거란다. 그 별 것 아닌 지령에도 감격해 하고 감정을 절제하면서 명훈에게 밥을 챙겨 주는 장면이 좋았다. 가끔 신앙과 북한의 주체사상을 빗대기도 하는데 긴장 없는 바람 빠진 신앙인들은 늘 긴장하고 사는 북한의 그 종간나 아새끼들의 태도는 배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이 영화 보면 감독이 김민정을 정말로 좋아하는가 보다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정도로 김민정이만 띄워주고 나머지는 어떻게 되도 상관 없는 개념 없는 영화. 이렇다할 내용도 없고. 너무 빤해 보여서 끝까지 보지도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