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의 재발견 - 삶을 바꾸는 설화의 힘
모봉구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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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이가 들어서일까? 요즘들어 부쩍 드라마를 봐도 사극이 좋고, 책을 읽어도 역사물에 관심이 간다. 그런데 이게 꼭 나이가 들어서만이겠는가? 요즘 인문학의 위기를 반성하며 이쪽분야에서의 소장파들이나 젊은 감각이 있는 출판인들 또는 제작자들이 보기 좋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공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 않은가? 그렇게 공을 들이면 관심은 자연스럽게 쏠리게 마련이다.

오래 전 <전설의 고향>이란 TV 프로가 인기를 모은 적이 있었다. 하도 오래된 프로라 지금은 기억에 거의없지만 그래도 당시로선 꽤 인기있던 프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것이 차츰 인기가 없어지고,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왜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하나를 꼽자면, 옛날 이야기를 싫어해서일 것이다. 이야기는 아이들이나 좋아하는 것이라고 치부해 버린 것이다. 특히 동화나 전설 같은 경우 그 이야기엔 반드시 권선징악이 있는데,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에게 교육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그것의 필요는 인정하지만,  커서도 권선징악을 우논하는 건 어린이의 소치라고 치부해 버리는 것이다. 설혹 그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천편일률적 결말이 사람으로 하여금 식상하게 만든 것이다.

그래도 <전설의 고향>이 생각보다 오래갔던 것도 기억한다. 그 시절 TV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다 그 프로를 마주하게 되면 "이게 아직도 해?" 감탄해 마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전설이 많았다는 것이리라. 옛날 이야기는 끝임없이 재해석 되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그것을 재해석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자라왔던 시대는 군사독재시절과도 맞물려 있었고 때문에 흑 아니면 백이고, 모 아니면 도인 식으로 사고가 편파적이었다. 또한 주입식 교육도 한몫한다. 그러니 무슨 능력이 있어 이야기 한편을 듣고 상상력의 나래를 피며 재해석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야기를 잃어버린 사람이 과연 비전이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거기서 상상력의 나래를 필 수 없는 사람이 과연 자신의 현재를 올바로 직시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시야를 가질 수 있을까? 이야기에 등을 돌려버렸는데 어찌 재해석이 가능할까?

구약성경을 보면 꿈을 해석하는 사람 둘이 나온다. 그는 요셉과 다니엘이다. 그들은 각각 왕의 꿈을 정확히 해몽해 나라의 앞날에 위기가 닥칠 때 그 어려움을 미리 대비할 수가 있었다. 꿈 역시 하나의 이야기로 되어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정확히 해석 하기란 쉽지 않다. 이야기를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예언도 할 수 있을텐데 사람들은 이 능력이 없기 때문에 순간에 집착하고 무당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의 이름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세상엔 이보다 더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이름도 많은데, 그래도 이름은 그 사람을 대표하는 것이니만큼 아무리 우스운 이름이어도 대놓고 우논하는 건 실례다. 그래도 이름이 참 예스럽다. 책날개를 보니 저자의 생년이 아직 할아버지 소리 들을 나이는 아니다. 못해도 20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꿈을 해몽해주듯, 이것의 뜻은 이것이야라며 간결하게 설화를 풀어 주는데 그것이 범상치가 않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혹부리 영감 '이야기나 '콩쥐팥쥐'는 흔히 권선징악의 대표 되는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저자의 입담을 거치면 전혀 새로운 해석이 나오고, 한자나 고사성어도 해석 또한 새롭다. 한마디로 우리설화의 현대적 해석 속에 지혜와 리더십,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조명하는 혜안이 깃들어 있다. 저자가 지금 이 정도의 필력으로 설화를 새롭게 해석해낸다면, 저자가 정말 할아버지 소리를 들을 20년쯤 후엔 얼마만한 혜안을 가지고 우리 설화를 재해석해낼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렇게 한 소장파 인문학자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의 새로운 해석이 가능한데 21세기 <전설의 고향>도 이젠 권선징악의 틀을 과감히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그 모습을 들어내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오해하지는 마시라. 나는 정말 '전설의 고향'의 재탄생을 말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우리 안에 사로잡혀 있는 이분법의 사고관을 털어내고 옛 이야기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가 보다 다각도로 사고하고 그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퍼뜨렸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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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12-08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화의 재발견, 스텔라님 리뷰에 대한 재발견이로군요! ^^
콩쥐팥쥐에서 스텔라님은 콩쥐해요. 난 추천하는 팥쥐할테니! =3

stella.K 2006-12-08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죠. 팥쥐야 고마워. ㅎㅎ

레이디제인 2006-12-22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한게 있는데요.. 차례순서에 "고려장"이 들어가 있는걸 보니 망설여지네요.. 고려장은 일본이 만들어낸 거짓된 역사인데 왜 저게 버젓이 들어가 있는걸까요??

stella.K 2006-12-2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가요? 첨 듣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