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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념 후련하게 비트는 유쾌한 풍자
극 전체 리듬감, 관객 빠져들게…
귀익은 음악·실감 그래픽도 한몫



▲ ‘정치적으로 올바른’ 애니메이션 ‘슈렉2’는 전편을 능가하는 촘촘한 구성으로 성인관객을 만족시킨다.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바꿔주는 영화들이 있다. 이를테면 ‘슈렉’ 시리즈는 ‘애니메이션 프로작(항우울제)’이다. 당연히도 ‘슈렉 2’(Shrek 2, 18일 개봉)에는 전편만큼의 신선함이나 긴장감은 없다. 그러나 능숙함이나 유머의 강도에 대해서 말한다면 전편 이상이다. 올 여름, 이보다 더 재미있는 할리우드 영화를 만날 수 있을까.

‘슈렉 2’는 사랑을 이룬 슈렉(마이크 마이어스·이하 목소리 연기)과 피오나 공주(캐머런 디아즈)가 동키(에디 머피)와 함께 신혼여행을 떠나면서 시작한다. ‘머나먼(Far Far Away) 왕국’의 왕(존 클리스)과 왕비(줄리 앤드루스)는 딸인 피오나 공주 부부를 초청하지만 그들의 흉측한 모습을 보고 놀란다. 요정 대모(제니퍼 선더스)는 아들인 차밍 왕자(루퍼트 에버릿)를 슈렉 대신 피오나의 남편으로 만들려고 술수를 부린다. 요정 대모의 강권으로 왕은 슈렉을 제거하기 위해 장화 신은 고양이(안토니오 반데라스)를 킬러로 고용한다.


▲ 슈렉의 친구들. 수다쟁이 ‘동키’
‘슈렉’ 시리즈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기존 동화나 애니메이션의 설정들을 시종 비틀거나 풍자하면서도 그 핵심인 낭만적 정서만큼은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념의 배반과 수용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낸 ‘슈렉 2’는 익숙한 기존 동화들을 해체하고 난 뒤 현대의 동화를 만들어낸다. 일례로 머리색만 보아도, 악당인 왕자는 금발이고, 흉한 외모의 녹색 괴물 주인공 슈렉은 멋진 인간으로 잠시 바뀌었을 때도 갈색머리이다. 이 모든 비틀기에도 불구하고 슈렉의 유일한 목표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이고, 피오나가 원하는 것이 아무리 흉해도 그 모습 그대로의 남편이라는 점만큼은 확고하다.

‘shrek’을 한글 자판으로 치면 ‘녹다’가 된다. 대중문화의 효과적 풍자 양식인 패러디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용례를 보여주는 ‘슈렉 2’는 아카데미 시상식장과 디즈니랜드로부터 리얼리티 TV 쇼 프로그램까지 수많은 대상들을 절묘하게 작품 속에 녹여냈다. 피노키오는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 춤을 추고, 피오나는 ‘스파이더맨’에서처럼 거꾸로 매달린 슈렉과 키스를 한다. ‘고스트 버스터즈’ ‘미션 임파서블’ ‘반지의 제왕’ 등 인용 작품들을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숨차다.


▲ 슈렉의 영원한 사랑 ‘피오나 공주’
유명 가수를 기용해 새로 곡을 만들어 넣는 디즈니 애니메이션들과는 달리, 드림웍스의 ‘슈렉’은 장면의 분위기에 맞는 기존 노래 선곡 방식을 택한다. 전편에서 상심한 슈렉의 등 뒤로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할렐루야’를 인상적으로 흘려넣었던 제작진은 같은 맥락의 속편 장면에선 닉 케이브의 쓸쓸한 노래 ‘피플 에인트 노 굿(People ain’t no good)’을 아름다운 배음으로 삼아냈다. 데이비드 보위의 ‘체인지스’에서 리키 마틴의 ‘리빙 라 비다 로카’까지 중요 고비마다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그 쉽고 대중적인 곡명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선곡 감각을 자랑한다.

목소리 연기를 맡은 실제 배우의 이미지를 그대로 끌어들인 각 캐릭터들의 행동도 볼거리. ‘마스크 오브 조로’에 출연했던 스페인 출신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연기한 장화 신은 고양이는 혼자 투덜거릴 때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조로처럼 칼로 특유의 서명을 나무에 새긴다. 캐릭터들의 풍부한 표정뿐만 아니라, 도열한 병사들의 부동자세 속 미세한 움직임까지 묘사하고, 요정 대모가 고개를 돌릴 때 순간적으로 안경이 빛을 반사하는 모습까지 표현하는 기술적 세심함도 감탄스럽다.


▲ 훼방꾼 ‘프린스 차밍’
하지만 ‘슈렉 2’에서 가장 탄복스러운 점은 각 장면들의 탁월한 리듬이다. 음악이 전혀 흐르지 않는 장면에서조차 컷들은 저마다의 박자를 지닌 채 함께 모여 유려한 흐름을 빚는다. 초반 왕과 슈렉이 갈등을 드러내며 식사하는 부분의 경우, 둘 사이를 갈마드는 컷의 간격이 점점 긴박해지다가 그 정점에서 허공에 떠오른 바비큐 요리가 식탁에 떨어지는 모습을 카메라의 앵글을 달리해 상대적으로 긴 호흡에 담아냄으로써 관객 시선을 집중시킨 뒤 화려하게 마침표를 찍는다. 모든 뛰어난 창작품은 음악적이다.

(이동진기자 dj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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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6-14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다, <슈렉2>!

아영엄마 2004-06-14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갈께요.. 슈렉2... 나두, 아이들도 보고 싶다~

waho 2004-06-14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개봉했음 좋겠어요....요즘 볼 영화도 없구....
스파이더맨과 슈렉! 얼른 개봉해랏!
 
 전출처 : 보슬비 > [퍼온글] 토로이의 헥토르~ '에릭바나'






브래드보다 왠지 더 끌리는 남자... @@ 잘생기기도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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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6-11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생겼더군요. 영화에서 오히려 브래드 피트보다 멋져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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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6-09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꾸숑으로 최민식을 처음 알았고 파이란에서 결정적으로 좋아하게 되었죠.
장백지의 편지를 읽다 통곡하는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네요. <남자는 가슴이 울고, 어깨가 울고, 그리고 눈물을 흘린다.> 라는 글을 몸으로 보여준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레이야 2004-06-0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저도 파이란에서 꺼이꺼이 우는 남자의 모습에 넘어갔죠.
그리고 해피엔드에서의 전혀 다른 이중적인 모습에서도..., 무기력한 일상에 옭아매여있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 오히려 인상적이더군요.

두심이 2004-06-09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기가 막힌 눈..저도 그의 눈을 사랑하는 한사람에 속합니다. 파이란에서 그는 자신의 열정을 맘껏 쏟았고, 올드보이에서는 감독의 치밀함에 넌더리를 내는 눈을 발견했습니다.
최민식의 눈이 살아있는한 아마 그를 오래토록 사랑할것 같습니다.

겨울 2004-06-0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어떤 영화로 우리 앞에 나타날까요..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메시지 2004-06-10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가 공감하는 좋은 배우입니다.

waho 2004-06-1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민식..저두 넘 좋아해요.
 
 전출처 : 보슬비 > 천천히 느긋한 마음으로 감상하시길

끝까지 보세여..정말 웃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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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6-05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어.... (>0<)b
 

트로이 지형 지질조사로 확인

일리아드에는 그리스군이 해안에 인접한 트로이성을 코앞에 두고 대치한 것으로 묘사돼 있다. 그러나 트로이 유적이 발굴된 히살리크는 에게해에서 6km, 다르다넬스 해협으로부터는 4.5km 떨어진 내륙에 있다. 오랫동안 역사학자들을 괴롭혀온 이 미스터리가 최근 지질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결론은 호메로스가 옳았다는 것.

지난해 1월 미국 델라웨어대의 존 크래프트 교수는 일리아드에 묘사된 트로이의 지형이 지질 조사 결과와 일치한다는 논문을 미국 지질학회 저널인 ‘지질학(Geology)’에 발표했다.

그래프트 교수는 1977년부터 터키 에게대학의 일한 카얀 교수와 함께 히살리크와 에게해 사이의 평원에 대한 지질 조사를 실시해 왔다. 그 과정에서 트로이와 에게해 사이의 평원 아래 70m를 시추해 지질학적 연대 측정을 한 결과 이곳이 한때 소금기가 있는 개펄이나 습지였으며, 더 이전에는 바닷물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크래프트 교수는 3000여년의 세월 동안 강 하구에 침전물들이 쌓이면서 지금과 같은 평원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뽕밭이 변해 푸른 바다가 된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가 거꾸로 일어난 셈이다.

호메로스는 일리아드에서 “그리스군이 트로이 서쪽 에게해 연안에 진지를 세우고 전쟁터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 배를 띄웠다”고 당시 대치 상황을 묘사했다. 크래프트 교수는 이를 토대로 그리스군의 주둔지가 당시 트로이만의 서쪽에 손가락처럼 튀어나온 곶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그리스군이 이 곶 남쪽에 물이 흐르는 깊은 해자(垓字)를 설치해 트로이군이 공격해 오는 것을 막았다는 일리아드의 서술과도 일치한다.

(이영완기자 yw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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