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지형 지질조사로 확인

일리아드에는 그리스군이 해안에 인접한 트로이성을 코앞에 두고 대치한 것으로 묘사돼 있다. 그러나 트로이 유적이 발굴된 히살리크는 에게해에서 6km, 다르다넬스 해협으로부터는 4.5km 떨어진 내륙에 있다. 오랫동안 역사학자들을 괴롭혀온 이 미스터리가 최근 지질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결론은 호메로스가 옳았다는 것.

지난해 1월 미국 델라웨어대의 존 크래프트 교수는 일리아드에 묘사된 트로이의 지형이 지질 조사 결과와 일치한다는 논문을 미국 지질학회 저널인 ‘지질학(Geology)’에 발표했다.

그래프트 교수는 1977년부터 터키 에게대학의 일한 카얀 교수와 함께 히살리크와 에게해 사이의 평원에 대한 지질 조사를 실시해 왔다. 그 과정에서 트로이와 에게해 사이의 평원 아래 70m를 시추해 지질학적 연대 측정을 한 결과 이곳이 한때 소금기가 있는 개펄이나 습지였으며, 더 이전에는 바닷물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크래프트 교수는 3000여년의 세월 동안 강 하구에 침전물들이 쌓이면서 지금과 같은 평원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뽕밭이 변해 푸른 바다가 된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가 거꾸로 일어난 셈이다.

호메로스는 일리아드에서 “그리스군이 트로이 서쪽 에게해 연안에 진지를 세우고 전쟁터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 배를 띄웠다”고 당시 대치 상황을 묘사했다. 크래프트 교수는 이를 토대로 그리스군의 주둔지가 당시 트로이만의 서쪽에 손가락처럼 튀어나온 곶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그리스군이 이 곶 남쪽에 물이 흐르는 깊은 해자(垓字)를 설치해 트로이군이 공격해 오는 것을 막았다는 일리아드의 서술과도 일치한다.

(이영완기자 yw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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