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형식실험 점잖은 한국문학을 비틀어 버리다
비발디풍 어머니/ 윤혜준 장편소설/ 나남출판/ 355쪽/ 1만원
청담동의 페트라르카/ 윤혜준 시집/ 나남출판/ 117쪽/ 6000원


윤혜준 교수는 연세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친다. 비평집 ‘포르노에도 텍스트가 있는가’를 낸 적도 있다. 강단에 선 외국문학 전공 교수가 장편소설과 소네트 형식의 시집을 한꺼번에 내놓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8개 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8명의 화자가 등장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며 전체 줄거리를 이어간다. 일기, 내적 독백, 방송·연극 시나리오, 용어해설 등이 뒤섞이고, 심지어 유전자들의 대화가 소설을 이끌어가는 등 다양한 형식실험이 등장한다. 게다가 온갖 상소리와 욕·음담패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난무하고 있다.

 

소설에는 청년실업, 이혼, 자살, 가정의 위기, 가치의 아노미, 입시지옥, 불륜, 강남 부유층, 부동산 투기, 노숙자 등 2004년 한국 사회의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여러 문제들이 등장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사회비판을 수행하는 리얼리즘적 전통을 이어받았지만, 그 전개방식은 비틀기와 희화화 하기, 말장난 등 쓴웃음을 유발하는 모더니즘적 접근이 동원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입사시험에 번번이 떨어진 후 지하철에서 자살을 하려고 전동차를 기다리고 있는 젊은 청년. 하지만 마침 지하철 파업으로 열차는 지연 운행된다. “너무한 것 아냐. 시민의 발. 맘 잡고 죽으려는데. 딴 데로 갈까? 아냐. 방법은 이거. 여기. 이게 젤 나. 보는 관객도 좀 있어야. … 백전백패. 100번 원서 내고. 100번 떨어지고. 딱 100번.”(55쪽)

자살을 앞둔 순간, 청년의 내적 고백을 담아낸 부분은 제임스 조이스의 의식의 흐름 기법을 차용했다. 마침내 열차가 역내로 진입하지만, 그때 마침 배가 아파온다. “곧, 아유, 배가, 시발, 설사, 속이, 죽겠네, 이거, 정말, 꼬이네, 하필, 하필이면, 지금, 죽을 놈도, 똥 누고, 죽나, 아니, 죽을 때, 똥이, 바지에, 새면, 그게 뭐냐.”(76쪽) 청년은 똥까지 싸고 자살하면 엄마로부터 “넌 애가 왜 그러냐, 끝까지?”라고 힐난을 들을까 두려워 결국 자살을 포기한다.

윤 교수가 소설과 같이 낸 시집 ‘청담동의 페트라르카’는 서양 고전문학의 가장 오래된 연작시 형태인 소네트를 우리 문학에 도입한 특이한 작품이다. 14세기 시인으로 소네트 형식(14행)을 완성한 페트라르카가 부촌으로 이름난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거리에 나타난 걸까?


▲ 윤혜준 교수는"재미있게 읽히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기존 정형틀을 깨는 여러 형식실험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 한영희기자

모두 100편으로 구성된 이 연작시집에서 각 편은 소네트 전통에 따라 모두 14행으로, 그리고 각 행은 5박자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서양시 형식을 차용해 한국시를 풍성히 하려는 시도”라며 “막연한 서정성에 갇혀 있는 한국시에 이야기와 극적 전개가 있는 서사성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소네트는 그 아름다운 멜로디로 연가에 많이 쓰이던 시형식이었으나, 이 작품은 사랑의 서정뿐 아니라 그런 정서와 현실의 거리를 부각시킨다. 외도·실업·이혼 등 당대 현실은 소네트라는 서정적 형식과 갈등을 일으킨다. 일련의 극적인 독백으로 이루어진 시는 주로 가상의 연인에 대한 연모의 정을 표현했으나, 강남으로 대표되는 도시적 삶의 명암을 통렬하게 드러낸 점이 더 눈에 띈다.

‘하루치 머슴살이가 끝났군요, 하루치 젊음을/ 잘라줬군요, 돌아온 몫은 퇴근길 사거리/ 붉은 신호등의 저녁 점호뿐이군요.’

‘발가벗은 사내들은 방마다 갇힌 채 고추 달린/ 죄 값을 치르느라 악령들의 조롱을 감수하며,/ 한순간 내뱉는 외마디의 시세만 올려 놓는다./ “에고, 그게 다냐? 아니, 벌써!”’

저자는 이런 세태를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심해지는 갈증,/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 속을 찢는 허기,/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욱 멀어지는 목적지,/ 도망하면 도망할수록 더욱 좁혀지는 올가미’(31편)로 표현한다.

저자는 “파격적인 형식실험과 유쾌한 상상력, 자유분방한 언어로 한국 문학의 덤덤한 근엄함을 뒤흔들고 싶었다”며 “또 하나의 실험으로 서간체 소설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최홍렬기자 hrcho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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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2004-06-0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은 꼭 읽고싶어지네요. 우선 보관함에 담았어요.

stella.K 2004-06-0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은 땡기더라구요.^^

파란여우 2004-06-0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유혹하는 손길이....^^

stella.K 2004-06-01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이거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어서 사세요. 어서요~!
 
 전출처 : 플레져 > 진미오징어채 볶음

재료 : 진미오징어채 (술안주로 유용하게 쓰이기도 하는..) 고추장, 참기름 약간, 식용유, 요리엿, 깨소금, 다진마늘, 풋고추

1.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마늘과 동그랗게 썬 풋고추를 넣고 달달하게 볶는다.

2. 1에다가 고추장 1큰숟가락 에서 "2/3", 요리엿 1큰숟가락 과 1/2,  참기름 한 바퀴 원을 그릴정도만 넣고 고추장이 보글보글 끓을 때까지 젓는다.

3. 진미오징어채를 2에다가 넣는다. 양념장이 골고루 묻게 섞어주고, 깨소금을 뿌리면 완성~

마늘향과 풋고추향이 어우러져 입맛 돋구는 밑반찬으로는 그만이다.

주의할 점은 고추장을 너무 많이 넣으면 마늘과 풋고추향이 잘 나지 않으니 적당히 넣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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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panda78 > 도올의 최고 명강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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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5-3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양반도 알라딘 서재 운영하는가요?
방명록을 안 적으면 소인배라...신도덕경인가 봅니다...

Laika 2004-05-31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명강의군요...

플레져 2004-05-31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요? ㅎㅎㅎ

icaru 2004-06-04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웃겨죽네......퍼가유..
 

“왜 여기서 문학인가”… 가슴으로 읽는 이론서


“문학은 억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억압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비억압적인 것은 억압적인 것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유신 시대와 5공화국 치하의 한국에서 살았던 문학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음미했을 문장이다. 폭압적 현실 속에서 문학이란 무엇이고, 왜 문학을 하는가라는 고민에 빠졌던 문학도들에게 이 문장이 일으킨 메아리는 깊고도 오래갔다.

4·19 세대의 의식과 언어 감각을 극명하게 발휘했던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이 남긴 이 책은 문학 청년들에게 한국 문학에 대한 체계적 이해의 입문서로 통했다. 예술을 통해 억압적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전망을 모색했던 젊은이들에게 이 책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1977년 초판을 펴낸 이 책은 김현의 타계 이후 1991년 김현 문학 전집에 수록됐다가 1996년부터 문학과 지성사의 문고본(문지 스펙트럼)으로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판매부수는 4만부. 문학 이론서치고는 적지 않은 독자를 확보한 셈이다.

김현은 불문학자였지만 국문학자 김윤식씨와 ‘한국문학사’를 함께 집필, 새로운 관점과 이론적 틀을 제공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국문학사’ 이후 그는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각주가 잔뜩 붙은 논문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개설서로서 ‘한국 문학의 위상’을 펴냈다. 이 책은 한국문학사를 다루되, 통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학의 공시적인 문제들을 탐구했다.

‘왜 문학은 되풀이 문제되는가’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문학은 무엇에 대하여 고통하는가’ ‘우리는 왜 여기서 문학을 하는가’ 등등의 질문들을 던진 이 책 앞에서 문학 청년이라면 누구나 설렘에 떠밀려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다. “문학은 그러나 문학만을 위한 문학도 아니며, 인간만을 위한 문학도 아니다. 그것은 존재론적인 차원에서는 무지와의 싸움을, 의미론적 차원에서는 인간의 꿈이 갖고 있는 불가능성과의 싸움을 뜻한다”는 간결하면서 힘찬 문장들은 문학에 눈뜬 젊은이들의 정신을 잔뜩 고양시킨다.

특히 김현은 이 책을 통해 한국 문학의 자긍심을 높이려고 했다. “내가 생각하고 싶은 것은 한국적인 문학 이론이 세워져야 한다는 것과 한국과 같은 후진국에서 오히려 좋은 문학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현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 문학사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하면서, 한국 문학의 근대성이 언제부터 싹텄는가를 과감하게 탐구했다. 그는 유교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과 한글에 대한 지식인의 자의식이 일어난 17세기 후반 이후 한국 문학사에 커다란 변화의 조짐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4·19 혁명을 이끈 한글 세대의 역사와 문화 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386세대의 문화적 자의식의 뿌리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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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본 어릿광대는 무엇일까
정진영 옮김/황금가지/전3권/각권 1만3000원


▲ 미국 작가들이 꿈꾸는 전미 도서관상을 지난해 받은 뒤 수상 연설을 하고 있는 스티븐 킹
어둠은 공포를 낳고 이야기를 창조한다. 인간의 무의식과 상상력은 어둠 앞에서 캄캄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어둠을 백지로 삼아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어둠의 깊은 곳에서 희생자를 노려보는 누군가의 눈빛을 상상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전율에 떤다.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공포 소설가 스티븐 킹의 책을 펼치는 행위는 마치 그 무시무시한 어둠의 세계에 발을 푹 내디디는 것과 같다. 어둠 속에 웅크린 채 먹이를 기다리는 ‘그것’을 찾아 조심스레 발걸음을 떼어보라고, 킹의 장편 소설 ‘그것(It)’이 속삭인다.

1957년, 미국의 도시 데리에 폭우가 쏟아지던 날, 여섯살 짜리 사내 아이가 처참하게 살해됐다. 아이는 도로 위로 넘쳐난 물길에 띄운 종이배를 따라가다가 배수구 앞에서 왼쪽 팔이 잘린 채 쓰러졌다. 배수구 속으로 사라진 종이배처럼 그 가여운 아이의 미소도 사라졌다. 아이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것은 묘하게도 풍선을 든 서커스단의 어릿광대였다.

1984년, 같은 도시에서 한 동성애자가 다리 밑에서 살해됐다. 용의자로 붙잡힌 한 저능아는 결백하다고 외치면서, 어릿광대를 봤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의 진술을 무시했다.

1985년, 한 사내가 집에서 샤워를 하다가 욕조에서 면도날로 팔목을 그은 채 발견됐다. 그런데 그는 마치 유언처럼 피로 두 글자를 벽에 썼다. ‘It(그것)’. 도대체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도시 전체가 어떤 악령이나 괴물의 손아귀에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상상력에 바탕을 둔 소설 ‘그것’은 바로 그것을 찾아가는 다양한 인간들의 내면 상태를 파고드는 심리 스릴러다. 배수구에 괴물이 숨어 있다는 황당무계한 설정에 기초한 이 소설을 본격 문학의 잣대로 규정할 수는 없다. 이 소설의 주인공 중의 한 명인 소설가 빌은 작가 스티븐 킹의 대변자처럼 이렇게 말한다. “소설에 사회성 같은 의식이 왜 필요한 거죠?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면 그만이지 정치, 문화, 역사 이런 것들이 소설의 필수 조건이 돼야 하는 이유가 어디 있나요? 제 말은…소설을 소설 자체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그냥 재미있는 허구로서의 대중 소설로만 폄하하기는 어렵다. 우선 1800여쪽에 이르는 전 3권의 방대한 분량(원서는 1039쪽)이 웬만한 대하소설 못지않다. 공포 소설이라면 대부분 단순한 구성에 간소한 등장 인물의 배치를 선호하지만, 이 소설에는 복잡할 정도로 다양한 등장 인물들이 등장한다. 각 인물들의 개인사에 얽힌 무의식에 대한 탐사로 인해 자칫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 권으로 구성된 소설은 첫 권을 넘겨야 겨우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작가는 소설에 사회성이란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지만, 이 소설에는 미국 중산층의 안온한 일상에 스며있는 권태와 절망이 드러나 있고, 그 근저에 숨어있는 상상의 폭력이 살인마라는 은유의 장치를 통해 묘사된다.

이 소설이 던지는 공포는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내면에 숨은 채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심리적 장애물에 가깝다. 작가의 분신은 지하실에 숨은 괴물을 퇴치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공포 소설을 쓰면서 종교적 희열에 빠진다고 고백한다. 공포 소설은 인간이 존재와 우주의 근원을 찾아가는 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이 소설 속의 살인마를 단지 ‘그것’이라고 부르는 단순 호칭은 너무나 복합적이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어를 찾지 못하는 무의식의 괴물을 부르기 위해 역설적으로 선택한 단순 기호인 셈이다.

공포 소설의 전형적 수법답게 이 소설에서 두려움은 점증법을 통해 발현된다. 하나 둘씩 희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소설 속의 도시에 얽힌 비밀스런 역사가 서술된다. 도서관의 한 사서를 통해 한 도시에 얽힌 허구의 역사가 진행된다. 1741년 340명의 마을 사람들이 통째로 실종됐고, 1930년 170명, 1958년 127명의 어린아이가 사라졌다는 것. 그러면서 개수대의 배수관으로 물이 빠지는 소리가 종종 심상치 않게 들린다. 이쯤되면 독자들이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질 만하다.

이 소설에서 ‘그것’은 당연히 맨 마지막에 정체를 드러낸다. ‘그것’은 현실 속의 인간과는 다른 종의 생물체와 같기도 하고,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낸 상상 동물 같기도 하다. 한마디로 모호한 괴물이다. 인간들이 상상하는 난폭한 야행성 동물일 수도 있고, 살아움직이는 수렁이기도 하다. 또한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것은 늘 아이들을 배불리 먹었다. 어른들 중 상당수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것의 하수인 역할을 해 왔으며, 그것은 그들 중 일부를 몇 년을 두고 먹어 치우기도 했다. 어른들도 나름대로의 공포가 있고, 그들의 분비선을 톡톡 두들겨 열어 놓으면, 공포를 담당하는 화학 분비물이 전신에 퍼져 저절로 간이 맞았다.

그러나 어른들의 공포는 대개 지나치게 복잡했다. 그에 비해 아이들의 공포는 훨씬 단순하고 강했다. 아이들의 공포는 대개 하나의 가면으로 능히 끌어낼 수 있었다… 미끼가 필요한 경우에도 광대의 얼굴 하나면 충분히 먹혀들었다. 이 세상에 어릿광대를 싫어하는 아이가 있을까?”

이런 유의 공포 소설을 혐오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소설에 난무하는 성행위와 살인, 식인 장면에 진저리를 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소설 속의 한 인물은 공포 소설을 가리켜 ‘쓰레기 같은 포르노’라고 비난한다. 그 인물은 책의 초반부를 읽자마자 책장을 덮어버린다. 작가는 이 소설을 펴든 독자들 중에서 일부는 그럴 것이라고 예상한 듯이 그런 장면을 집어넣는다. 아무튼 이 소설은 너무나 두껍기 때문에 스티븐 킹의 열렬한 애독자에게만 읽힐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킹의 애독자는 1만명 수준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 소설은 1986년 출간 되자마자 베스트셀러 선두에 올랐고, 1990년 TV 미니 시리즈로도 방영됐다고 한다. 킹은 1974년 소설 ‘캐리’를 발표한 뒤 현재까지 500여편의 장·단편 소설을 발표했고, 전 세계 33개국에서 모두 1억권 이상의 판매 기록을 수립했다. 킹은 이름대로 공포소설의 왕이다. 그러나 그는 문학성 높은 단편에 주는 오 헨리 문학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그 동안의 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전미도서관상까지 거머쥐었다. 엄청난 돈까지 벌어들인 작가가 권위있는 문학상까지 차지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학적 공포다.

(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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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5-30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스티븐 킹 소설은 좋아하는 편인데, 언젠가 이 책을 읽어볼 요량으로 한 권 빌렸다가 도저히 진도가 안나가서 포기하고 말았던 기억이 나네요.. 인제 애들도 좀 크고 했으니 시간나면 다시 도전을 해볼까나..

stella.K 2004-05-30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실 스티븐 킹의 몇몇 작품을 빼놓고는 그리 좋아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문학성에서 대중성에서 그리고 중요한 문학상은 다 차지한 이 사람이 부러울 다름입니다.^^

진/우맘 2004-05-3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돈까지 벌어들인 작가가 권위있는 문학상까지 차지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학적 공포다.
이 문장, 죽이지 않나요?^^

stella.K 2004-05-30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진우맘님. 기자는 또 어디서 이런 철촌살인의 문장을 끄집어 낼 수 있었는지 참, 이 기사 여러모로 기죽입니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