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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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계문학 전집의 작품을 만날때 마다 나는 마치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기분이다. 소설이라는 허구 속에 감춰놓은 은밀한 내면을 찾아내는 놀이 말이다. 때론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 처럼 '현실과 이상'이라는 주제를 쉽게 찾아내기도 하지만,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처럼 모호함을 띄는 소설이 적지 않아 많은 생각을 들게하고, 결국 도중 하차라는 쓰라린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 소설은 다행스럽게 136페이지라는 결코 길지 않은 분량이라 쓰라린 경험은 넘겼다. 그러나 그 피할수 없는 은밀한 내면속의 모호함에 빠져 몇날 몇일 책을 덮어놓고 고민해야했다.  왜 이 책의 제목이 '이방인'이여야 했을까. 알베르 카뮈가 말하고자 했던 "이방인"이 무엇이었을까.

 

소설의 내용을 구성해보면  간략하다. 연로하셨던 어머니의 죽음으로 부터 장례식 진행과, 다음날 마리라는 여자를 만나 함께 지내는 일, 레몽이라는 친구를 알게되고 그와 함께 그의 바람핀 여자를 혼내주고, 해변가로 놀러간일, 그곳에서 우연찮게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재판이 진행되어 가는 과정과 사형에 구형되기 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세세히 살펴보니 두가지 관점에서 '이방인'을 바라볼 수 있었다.

 

1. 엄마의 죽음으로 부터 바라보는 이방인.

 

주인공이자 화자인 모르쇠는 엄마의 죽음을 알게된날 양로원에 찾아간다. 찾아가는 버스에서 피곤때문에 줄곧 잠에 빠져들었다가 양로원에 도착한다. 도착한 양로원에서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보겠냐는 질문에 보지 않겠다고 대답한다. 굳게 닫혀진 관앞에 앉아 또다시 몰려오는 잠때문에 졸고 있자니, 엄마의 양로원 친구들이 들어와 가만히 모르쇠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에 이르렀을때  빛, 침묵, 심판 이라는 글자를 만나게 된다.

 

 

'무언가 스치는 소리에 잠이 깼다. 눈을 감고 있었던 탓인지 방 안의 흰이 눈부셔 보였다. 내 앞에 그림자 하나 없었고, 물체 하나하나, 모서리 하나하나, 모든 곡선들이 눈이 아플정도로 뚜렷이 드러나 보였다'p16

 

' 그들은 의자 삐걱거리는 소리 하나 내지 않으며 앉았다. 나는 지금까지 사람이라고는 본적이 없는 것처럼 그들을 자세히 보았는데 그들의 얼굴이나 옷차림의 사소한 모습 하나에 이르기까지 나의 눈에 띄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하도 말이 없어서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p16

 

'나는 한 순간, 그들이 나를 심판하기 위해서 거기에 와 앉아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인상을 받았다........................ 이제 내게 고통스러운 것은 바로 이 모든 사람들의 침묵이었다'p17

 

흔히 선과 악을 구분할때 어둠과 빛을 거론한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빛 앞에 놓여진 모르쇠는 어둠속에 있는 악이된다. 엄마의 죽음에 전혀 슬퍼하지 않고 피곤하다는 핑계에 기대어 졸고 있으며, 엄마의 나이를 모르고,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행위들은 평범하기 까지 하다. 가족을 잃은 상실감이란 지구상에 혼자 놓여진 고독감과 낯선환경들 속에서 찾아오는 불안감을  수반하지만, 모르쇠에겐 그저 우연히 엄마가 돌아가신, 돌아가시지 않았으면 좋았을 하루에 지나지 않는 그런 날들중 하루일 뿐이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이질적인 모습에서 보여지는 부분들이 그가 '이방인'인일수 밖에 없는 사유를 설명하는 듯했다.

 

2. 재판 과정으로 바라보는 이방인.

 

우연히 친구 레몽으로 부터 레몽의 여자친구가 바람이 난 사실을 전해듣고 함께 혼내주기로 한다.  혼내준 여자친구의 오빠로 부터 나타난 아랍인들과 긴장감이 감도는 시선을 주고 받은 후 알수 없는 강렬한 태양 빛 때문에 아랍인을 총으로 쏴주인 모르쇠는 재판을 받게된다. 재판 과정에서 모르쇠는 엄마의 장래식이 있던 그날의 일들로 부터 살인 사건을 결부 시키는 재판관들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도, 어떠한 변명도 하지 못하고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엄마의 장래식에서 무감각해보이는 그의 행동들과 그 다음날 우연히 옛직장 동료였던 '마리'를 만나 수영을 하고 영화를 보고 사랑을 나눈 이야기들이 그가 추잡한 인간의 하나일 뿐이라고 낙인한다.

 

여기서 지켜봐야할 부분은 우연의 연속성이였다. 엄마의 죽음, 마리의 만남, 레몽과의 만남과 레몽의 계획에 참여하는 일,  그리고 해변가에서 아랍인의 살인까지 어느하나 계획되지 않은 우연의 연속성에 놓여졌다. 재판에서 참작되어야할 '우연'이라는 필요성에 대해 검사는 말한다.' 이 사건에 있어서 우연은 이미 양심에 많은 폐해를 가져왔다고'p106 또한 엄마의 죽음이 이 사건과 전혀 무관함에도 계속해서 그 사건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에 대해 '범죄자의 마음으로 자기 어머니를 매장했으므로, 나는 이 사람의 유죄를 주장하는것'p108이라 말한다.

 

 

모르쇠는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의 입장에서 재판이 진행될 수록 재판에 참여할 수 없는 낯선 풍경들속에 놓여져 자신을 바라보는 방청객, 검사, 재판관들의 시선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이 모호성을 띄는 부분은 바로 이 후반부이다. 모르쇠에게서 느껴지는 이 이질감을 통해 그는 더 이상의 가해자 신분이 아닌, 자신을 어떤 식으로도 변호하지 못한 한 인간으로써 남게된다. 여기서 그에게 더 이상 책임을 물을 수 없고, 공정성이 없는 재판의 과정이 진행될수록 갖가지 의문점을 갖는것이다. 바로  '모든것이 사실이라지만, 사실은 하나도 없습니다'p103 의 표현처럼, 엄마의 죽음이라는 사실적인 이야기속에 슬픔을 느낄 수 없었던 근본적 이유를 찾았어야 했던 법이라는 심판대는 근본적인 이유를 외면해버린채 우리의 도덕성과 윤리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내몰았다는  사실과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고도 재판에 참여되지 못한 존재감이 바로 "모든것이 사실이지만, 사실인것은 하나도 없다"는 이방인을 만들어낸것이 아닐까

 

 

결국 소설속 강렬하게 등장하는 '빛'의 요소는 모르쇠가 들어가지 못한 다른 세상의 문이 아니였을까? 소설 속 죽음과 사랑, 우연의 연속성은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소재일뿐이다. 사실이라 믿고 있는 문제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방인들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우리가 사실이라고 단정짓는 그것으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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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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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고전 한 권 읽기가 의무적 사항이 되었을때 권장도서 목록에 있던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읽은 적이 있었다. 내가 첫 고전으로 선정했던 이유가 다른 고전들에 비해 사랑이야기라는 묘한 끌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사랑이라는 개념과는 다른 사랑의 모습이였다. 도대체 에밀리 브론테는 왜 이런 글을 썼을까? 히스클리프 와 캐서린이 반 미치광이 처럼 보이기만 했던 이 소설을 왜 읽어야만 할까란 마음에 답답했고, 고전이란건 나와 맞지 않는 머나먼 세계의 이야기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줄거리를 따라 읽기만 했을뿐 행간에 숨어든 깊이를 느끼지 못해 열정적인 사랑이 반 미치광이의 몸짓에 지나지 않게 되었던듯 하다. 그때 이후로 나는 책을 읽는 방법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이 무엇일까란 물음들에 답을 찾기 위해서.

 

 

수많은 책들 속을 떠돌아다니며 얻은 결론은 천천히 깊게 읽어라 였다. 글자 속에 숨어든 깊이를 느껴야 진정한 책 읽기란 글을 접할때마다 도리어 답답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어떻게 깊게 읽으란 말일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생겨지는 의문 앞에 속 시원하게 대답해주는 저자를 만나지 못했었다.

 

 

 

박웅현님의 <책은 도끼다 > 역시 시작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 어떤 책은 찍어 읽어야 하고, 어떤 책은 흘려 읽어야 하고, 어떤 책은 문맥으로 읽어야 하는데, 그게 안 잡히면 책이 재미없는 겁니다"p16 책을 읽는 방법에 관한 수많은 책들에 의하면 책을 읽을땐 책을 읽는 목적을 정하고 , 빨리 읽을 책, 천천히 읽을 책, 훑을 책을 정하라 했다. 하지만 80%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할애하는 책들 속에서 건져 올린 20%는 다분히 이론적인 기준에서 설명될 뿐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책은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다를까 하는 은근한 기대심이 일었는데 ' 인문학 강독회'라는 글귀가 그랬고,<여덟단어>라는 책을 통해 그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창의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광고를 24년간 만들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인문학'이 있고, 그 인문학의 중심에는 '책'이 있었다는 저자 박웅현님은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기엔 '책'만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독법으로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지, 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 바로 < 책은 도끼다> 이다. 책과 교감하며 자신에게 울림을 주고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드려준 책들과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올바른 통찰력을 만들 수 있는 책들을 소개 한다.

 

 

 

여덟 번의 강의 내용을 다듬어 묶어놓은 책이라 그런지, 여느 책처럼 딱딱하지 않고 강의를 듣고 있는듯 쉽고도 강하게 다가온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들보다도 생소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산문, 시, 기행, 고전, 미술 등 다루는 주제가 다양하면서도, 그 주제들에서 얻을 수 있는 울림들은 저마다 달랐다.

 

 

어떤 울림은 툭 스치듯 “ 꽃 보내고 보니/ 놓고 가신 작은 선물 /향기로운 열매<이철수- 작은 선물>” 어떤 울림은 여운을 남기듯 “하루 종일 봄을 찾아 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짚신이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맸네/ 지쳐 돌아와보니/창 앞 매화향기 미소가 가득/ 봄은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작자 미상> 또 어떤 울림은 강한 충격을 남겨주기도 했다. “ 여행지에서 그렇게 만났다가 그렇게 떠나 보낸 사람들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우리 일생이 한갓 여행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행길에서 우리는 이별 연습을 한다. 삶은 이별의 연습이다. 세상에서 마지막 보게 될 얼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한 떨기 빛. 여행은 우리의 삶이 그리움인 것을 가르쳐 준다.<김화영- 예술기행문>

  

 

이철수, 김훈, 알랭 드 보통, 고은, 김화영, 니코스 카잔차키스, 알베르카뮈, 앙드레지드 마리아 릴케, 밀란 쿤데라, 톨스토이, 손철수 까지 마치 느린 템포의 연주가 시작되다가 절정의 클라이맥스로 치닫을 때 처럼 한 호흡도 느슨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무릎을 치기도하며, 그간 어렵게만 느꼈던 깊게 읽는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다.

 

미나리는 발랄하고 선명하다. (....) 그러므로 미나리는 된장의 비논리성과 친화하기 어렵고 오히려 고추장의 선명성과 잘 어울린다. 봄 미나리를 고추장에 찍어서 날로 먹으면서, 우리는 지나간 시간들과 전혀 다른, 날마다 우리를 새롭게 해주는 전혀 새로운 날들이 우리앞에 예비되어 있음을 안다.” 김훈이 표현한 미나리에 관한 글귀를 읽고 작가 박웅현이 설명하기를 우리가 이 미나리를 고추장에 찍어먹는 이유를 설명하는데요. 단어의 선택을 보세요. 발랄, 선명, 비논리, 듣고보면 미나리의 특성을 잘 집어내고 있어요. 그러면서 자연의 특성을 인문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부분입니다.’라고 한다. 솔직히 김훈의 이야기만을 들었을땐 아 그런가 하고 말일을 박웅현님의 깊이 읽기의 독서법으로 풀어내니 미나리의 특성과 인문학적 요소들을 깨닫게 되는것이다.

 

 

마찬가지로 ‘ 옷 깃 여며라 광주 이천 불구덩이 가마 속 그릇하나 익어간다’ 는 표현을 접하면 그릇이 익어가는건데 이게 뭐? 라는 생각으로 지나가며 별 볼일 없는 책이네 라고 표현했을것을, 박웅현님의 깊이 읽는 독서법으로 만나니 8백도가 넘는 불가마 속에서 빚어진 흙덩이 하나’라는 행간의 깊이를 파악해보면 아! 그런 의미가 숨어있었구나 싶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띄었다.

 

 

자동차가 달리는 속도가 아니라 걷는 속도로 봐야 보이는 것이 분명 존재합니다”p66 라 표현하는 박웅현님은 일상의 속도를 조금 늦춰서 책을 읽고 그 행간 속에 숨겨진 깊이를 파악할 때 울림이 시작 되는것이고, 그 울림이 삶을 풍요롭고도 즐겁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가끔 왜 책을 읽느냐고, 왜 음악을 듣느냐고 누가 물을 때, 이런 즐거움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어떤 때는 삶의 위안이 되니까요.p73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책을 왜 읽느냐, 읽고 나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볼 수 있는게 많아지고, 인생이 풍요로워 집니다”p77 맞다. 풍요로움. 적막한 내 인생에 풍요로움은 일상에서 자연스레 얻어지는것이 아니였다. 관심을 기울이며 인생을 풍요롭게 해줄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야 했는데 저자는 일찍이 책에서 발견하였고 그 풍요로움을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다양한 시각으로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 비가 오는 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면서 짜증을 낼 것이냐, 또 다른 하나는 비를 맞고 싱그럽게 올라오는 은행나무 잎을 보면서 삶의 환희를 느낄 것이냐입니다. 행복은 선택입니다"p346 라는 말처럼,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p123라는 표현처럼. 책들의 행간에 숨겨진 깊이를 찾아 자동차가 달리는 속도가 아닌 걷는 속도로 천천히 거닐며, 깊이를 느낄때 즐거움을 만끽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책의 후반부에서 다루고 있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리나> 혹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등장 인물의 관계속에 웅크리고 있는 사회적 모순과 인간의 심리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할 인생의 지도를 선물 받았다는 박웅현님의 말은 깊은 공감을 갖게 했다.

 

 

“그래요. 제가 이 책에 빠진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다른 많은 분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이 책을 읽고 삶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으면 합니다. 어떤 행동을 할 때 혹은 어떤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의연히 삶의 길을 걸어갔으면 합니다. 저는 지금도 때때로 내가 어디에서 있는지 돌아보며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받은 지도로 길을 찾습니다. 그러면 나를 더 이해하고 상황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p312

 

 

박웅현님의 책을 접하면 책과 미술, 음악을 한꺼번에 소개받는것 같아 좋다. 마치 다양한 교양과목을 수강한것처럼. 물론 너무 많은 책들을 소개받아 지갑이 얇아져 간다는 사치스런 비명을 질러야 할지라도. 그렇더라도 다음엔 어떤 책을들고, 내게 울림과 감동을 줄지 그날만을 손꼽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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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 - 크리톤 파이돈 향연, 문예교양선서 30
플라톤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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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책을 보며 딱 한 번 책의 표지를 보고 감탄한 적이 있는데 그건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빅피쳐> 였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벤은 사진작가라는 꿈을 포기하고 가정을 위해

살아가던 어느날, 자신의 아내가 이웃집 남자 게일과 불륜을 저지름을 알게되고, 게일을 찾아가

살인을 저지르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자신이 죽인 남자가 사진작가임을 알게된 벤은 게일의

시체를 손상시킨 후 자신이 게일의 행세를 하며 도망자 신분으로 살아간다는 내용인데 책 표지를

보면 이 소설의 전체적 내용을 잘 살리고 있다 생각했습니다.

 

 

<빅피쳐/ 더글라스케네디 / 밝은 세상>

 

그런데 제가 요번에 읽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란 책의 표지를 접하고 와!하는 환호성을

지르게 되었는데요 바로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기 직전의 그림을 그린 자크루이 다비드의

<소크라테스의 죽음>1786년 작품 때문이였습니다.

 

 

<문예출판사의 2판 36쇄 2013년 1월10일 출간>

 

 소크라테스의 다리에 한 손을 올리고 있는 이가 소크라테스의 친구인 크리톤 입니다. 

 독배를 건네는 이의 앞쪽에 양피지 두루마리와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는이가 플라톤인데

 이 당시의 나이가 28살 이였는데 다비드가 이렇게 표현 했다고 합니다. 절망스러워하는 사람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이며, 저 멀리 계단에서 올라가고 있으면서 소크라테스 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는 이는

 소크라테스의 악처가 크산티페 라고 합니다. 무튼 이 그림으로만 봐도 이 전체의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고

다양한 상상력을  불어넣어주는 명작 중의 명작이 아닌가 감히 생각해봅니다.

 

 

지금은 이렇게 소크라테스의 독배에 초점을 맞춰 표지가 변경 되어져 출간되고 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의 표지가 훨씬 책의 내용을 두드러지게 표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 이였습니다.  현재는 소크라테스에 관한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고

그의 애제자 플라톤이 남긴 이 책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나이 28살에 사랑했던 스승의 죽음을 목격해야했던 플라톤은  정계 진출의

뜻을 버리고 아테네 서쪽 카데모스에 학원을 짓고 여생을 연구와 저술에 전념했다고 하는데

그때 나온 책이라고 합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장 <변명>은 기원전 399년 신을 믿지 않고 청년을 타락시킨다는 죄목으로

소피스트들(소크라테스를 싫어하는 반대세력)에게 고발되어 법정에서서

자신을 변호하는 모습을 그린 부분입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소크라테스가 어떤 문제점을 설명할때 상대로 하여금 그 부분의

잘못된 점을 일깨워 자신의 말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방식을 볼 수 있는데요 이런 방식을

문답법 이라 합니다.

 

"문답법은 상대방이 갖고 있는 편견과 오류를 비판하고 지적해 줌으로써

스스로 자유로운 입장에서 이전에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거짓이었음을

깨닫게 하는 일종의 자기 비판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p309

 

여기서 '상대방이 갖고 있는 편견과 오류를 비판하고 지적해 줌으로써'라는 대목이

상당히 인상적이며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생각되어졌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셜록홈즈의 말투와 유사함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사건을 추리할때 상대방으로써 문제를 이끌어 내며 하나 하나 사실과 대조하는

모습의 셜록홈즈가 소크라테스와 많이 유사하다 느꼈는데 아마도 셜록홈즈의 저자

아서 코난도일이 소크라테스에게서 많은 자극을 받은게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2장 < 크리톤 > 은 소크라테스가 사형이 언도되고 수감되고나서 감방에 찾아온 크리톤이

소크라테스에게 탈옥할것을 요구하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크리톤에게

자신이 이곳에 남아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제 3장 <파이돈>은 제자들과 삶과 죽음, 우주, 지구등의 광범위한 이야기들이 전개되는데

흥미로운 점은 영혼의 존재 유무를 설파하는 부분이였습니다.

신화를 믿고 있는 아테네 사람들은 "신" 그리고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으며

그 영혼이 불사 인지 불멸인지를 놓고 열띤 토론을  하는 장면이였습니다.

 

제 4장 <향연>은 소크라테스가 초대되어진 장소에서 '사랑'이란 주제의 에로스 신을

찬양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요. 사랑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그 시절 동성애에

대한 자유로운 모습등을 볼 수 있는 부분 이였습니다.

 

전체적으로 각주도 충실하고, 대화체의 이야기들이라 철학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임은 분명하지만, 자주 인용되는 그리스 신화나 일리아스 이야기를 잘 모르고

읽어 큰 공감을 받기 어려웠던 부분도 있고 이야기의 주제 자체가 심오함을 담고 있어

작품 해설에 도움을 받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주장하는 '현인'의 삶은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당당히 가면서도, 옳지 않은 일을 하는 상대에게는

스스로 옳은 길로 갈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해주는 모습들이

청년들에게 귀감이 되어 따르는 이가 많았던거 같고, 소크라테스가

설파하는 사상들이 어느것 하나 도에 어긋남이 없음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였습니다.

 

자신에게 내려진 사형이란 운명을 스스럼 없이 받아 들이며 자신의 죽음은

소멸을 뜻하지 않고, 현인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는 사상들이

지금의 부탄(?)이라는 나라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는데요

죽은 후 사후 세계를 믿는 사람들이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와 일리아드를 읽고 다시 읽어볼

생각인데요. 지금 이렇게 작성한 글들과 어떻게 달라질 지 좀 더 깊은

안목이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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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다 3 - 스텝에 부는 바람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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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의 마지막 권을 집어들고 한 장씩 넘기며 나는 이토록 베르나르 올리비에게 고뇌하며 걷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이스탄불에서 카르기스탄까지 길을 걸으며 위험과 고통이 따랐지만, 사람을 만나고 이해하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꼈고, 자신감을 회복하며 걷는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중국에 들어선 그의 모습은 이제껏 보았던 그의 모습과는 다른 철저히 고립된 고독한 존재일 뿐이였다.

 

" 다른 사람과 말을 할 수 없어서, 나는 내게 말을 걸었다. 사람들이 자주 묻지만, 대답하기가 꽤 곤란한 질문에 대답해 보려고 애썼다. 즉 이사막과 파미르에 기쁜일과 아름다운 만남이 있기도 하지만, 두려움과 고통에 감수해야 하는 이곳에서 무엇을 찾아왔느냐는 질문 말이다... 사회를 떠난 '은퇴자'이니 은둔자의 이런 덕목이 내 운명에 예정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꿈을 꾸고 고독을 느끼며 느릿,느릿 달팽이 처럼 걸은 보람이 조금씩 나타났다. 나는 생각의 속도로 살기를 바랄 뿐이다. 걷기는 소위 문명화 되었다고 하는 우리 사회를 뒤 덮고 있는 죽음 - 사람들은 삶과 혼동하고 있다- 의 달리기에 브레이크를 건다. "   p169~179

 

최종목적인 중국의 시안까지 걷기위해  유난히 많이 걸어야 했던 사막들. 고비사막,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그는 모래바람과 싸우고 갑자기 불어대는 돌풍과 소나기, 아침 저녁으로 달라지는 급격한 기온차에 몸서리 쳤지만, 그것보다 더 고통스러웠던건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언어적 장벽들이  마치 사막의 고립된 섬과 같았다.  여행객에게 좀 더 비싸게 받으려는 욕심,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 사람을 귀하게 대접하지 않는 문화의식들을 접하면서 같은 아시아 민족으로써 남모를 부끄러움도 일었다.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여행객들이 전 편보다 많아 졌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 사이 그의 책이 출간되면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도 생겨나고, 그가 계획했던 실크로드의 길을 여행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서른두살의 컴퓨터 기술자 우터 부스마커의 여행을 보며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던진 생각이었다. 

 

" 전 세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점점 다양해지고 현대화 될수록 이 친구처럼 느리고 구식인 생활 방식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많아 진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고효율적'이라고 말하며 안주하고 속도가 중요한 미덕이 된 이 세계에 대한 반란과 저항이 필요하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p182

 

요즘 서점가를 가보면 베스트셀러 안에 여행서적이 포함되어 있는것을 볼때면 그 신호가 우리에게도 오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여행을 하며 4년동안 동행했던 모자를 잃어버리고, 바지는 팬티 밑 부분까지 너덜거려 미니스커트 처럼 되어버리고 텐트 지퍼도 고장나고, 왼쪽 신발 밑창엔 틈과 양말의 3/4 은 구멍나서 사라질 지경이라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만남을 갖게 해주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삶의 애찬론자가 되는 그의 모습이 자못 귀엽기 까지 했다.

 

" 이렇듯 살다 보면 마법 같은 순간들이 나타나 모든 것을 초월하고, 세상의 무게를 덜어주고, 신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p235

 

 마지막 목적지인 중국의 시안에 도착했다. 왠일인지 눈물이 핑 돌고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느꼈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은퇴후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 느껴진 순간부터 찾아온 우울증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뒤로 두고  걷는 일을 통해서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들을 지켜보며 나 역시도 함께 치유되고 있음을 느꼈다.

 

" 하지만, 사람들이 내게 무얼 찾으러 여기 왔냐고 바로 지금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 그 다음을 찾기 위해서라고...' p 437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여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의 책 <여행>은 프랑스와 데르모라는 수채화 화가와 함께 다시 실크로드 길에 올랐다!  수많은 독자들의 성화에 못이겨 자동차를 타고, 다시 길을 나선것! 화가와 함께 그는 실크로드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며 아름다운 그림속에 담아  다시 한 번 그를 느껴볼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되었다. 해서 품절센터에 의뢰해서  다행히 받아볼 수 있어 운이 좋은 셈인데 하루 빨리 재 출간 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날들이 있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아참!! 그가 실크로드 길을 걸으며 탄생시킨 로자 라는 이야기는 탄생되었을지도 무척 궁금해진다!! 책으로 출간되었을까??

 

" 나는 여행하고, 나는 걷는다. 왜나하면 한쪽 손이, 아니 그보다 알 수 없는 만큼 신비한 한 번의 호흡이 등 뒤에서 나를 떼밀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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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다 2 - 머나먼 사마르칸트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서 내린다고요? 여긴 풀밖에 없어요. 십오 분이면 도우바야지트(Dogubayazit)인데,,,"   "아니요. 여기서 내리겠습니다. 걸어서 갈 겁니다."p13

 

이 고집쟁이 베르나르 올리비에게 돌아왔습니다.

 <나는 걷는다 2- 머나먼 사마르칸트> 에서는 피치못할 사정으로 프랑스로 이송

되어야 했던 지점인 터키의 에르주룸으로 다시 돌아오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언제나 그렇듯 오직 두 다리를 이용하여 머나먼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까지 걷기 위해 말입니다.

 

 파리를 떠날 때부터 떠올랐던 불길한 생각이 다시 떠오른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다시 한 번 대답 없는 질문이 날 괴롭혔다. 난 어디로, 또 왜 가는가? 무엇보다 난 왜

다시 출발했을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힘들게 이별하면서까지. 작년에 그 힘든 일을

겪었는데도 말이다.  1999년 4월 대장정의 첫 단계를 밟기 위해 이스탄불을 떠났을 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그저 걷고 싶었고, 그 나라를 방문해 사람을 만나고, 신비로운 실크로드를 차근차근 알고 싶었다. 그런 열망 때문에 나는 길을 나섰다. 혼자서 보람찬 여행을 마친다는 기쁨에 겨워 나는 계속 전진해고, 무거운 짐을 지고 온갖 자잘한 고난을 견뎌내면서 날개라도 달린듯 걸었다. 하지만 낙천주의자라는 소리를 듣는 내게도 아나톨리아 횡단은 씁쓸한 기분을 안겨주었고, 결국 내 결심도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p16

 

에르주룸을 지나 도우바야지트에서 시작해 이란 국경을 넘고 테헤란, 에스파한, 머셔드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는 이 책의 첫 시작은 '행복'이 아닌 '고뇌'부터 라는 점이 다른 여행책들과는 다른, 그래서 더욱 사랑할 수 밖에  없음을 확인해줍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여행 책 들에서 아름다움을 노래하기 위해 부여되는 마약같은 언어들과 달리,  막연한 환상만을 보는 독자에게 여행은 고독의 연속이며  인생이라는 긴 터널의 한 부분을 지나치는 '길'일 뿐임을 알려줍니다.  이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까지 도보 순례자 로써의 자신의 열망을 잊지 않고 갈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함께 가야할 이유 이기도 합니다.

  

 2권에서는 새로운 동반자가 등장합니다. 사막을 통과하기 위해 비상식량과, 텐트 도구를 싣기 위해 낙타를 섭외를 위한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55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태양열 앞에 낙타도 생존을 위한 휴식기간임을 알게된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자전거와 수레 모양이 결합된 에브니를 만든것 입니다. 미비행 물체의 이름을 변형하여 붙인 에브니는 비상식량과 가방, 텐트 도구를 싣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사막을 함께 건너가는 멋진 동반자가 된 셈입니다. 하지만, 베르나르 올리비에게겐 에브니 보다 먼저 여행을 함께 시작했던 동반자가 있었습니다.

 

" 아침 아홉시가 되자 달아오르는 열기 때문에 짧게 자른 머리 위를 덮어야 했다. 짐을 꼼꼼히 뒤져본 다음 결론을 내렸다. 모자를 잃어버렸다! 이런일이! 내모자, 내 여행의 동반자, 내 머리의 친구, 3년 전부터 5000 킬로 미터를 함께했던 친구, 그 친구 없이 계속 여행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p87

 

신발 한 켤래가 걸어온 길 만큼 닳아져 갈 때도 , 온종일 자신의 몸에 붙어 함께 지내준 바지가 낡아져 꾀맸을때도  작은 물건 하나에 애정을 가지는 모습은 삼색 볼펜 한 자루의 잉크 한 방울까지 소중하게 썼다던 한비야님의 모습과 겹쳐져 주위에 있는 풍족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잃어버리고, 늘 채워넣기 바빴던 삶을 되돌아 보게 합니다

네 발로 굴러가는  자동차의 유리창으로 비춰지는 여행이 아닌' 나의 보이지 않는 길을 위한'  순례자 로써의 여행이 제게 필요한 이유임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너무 쉽게 볼 수 있었던 마약 중독자 들의 모습, 기독교인 자신의 종교를(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자신이 기독교임을 감사했다) 개종하려는 사람들과의 토론들, 폭력적인 경찰 도둑에게 카메라를 날치기 당하고, 전갈과  뱀 이 우글 거리는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텐트를 치고 자야했던 사연들이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글들과 만나 재밌게 이끌어 갑니다. 또한 30년간의 기자생활에서 오는 감각의 시선들은  낯선 여행지에 도착한 이방인의 시선이 아닌 실크로드를 진정 느끼고 사랑하는 길의 동반자로써의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 오랜 시간 이란을 횡단하며 알게 된 것은 잔혹한 권력 뒤에도 손님을 환대하는 놀랄 만큼 개방적인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이 이슬람 혁명으로 인한 황폐함 속에서도 조상의 미덕을 간직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 계몽적인 데다가 시대에 뒤떨어지며 폭력적인 물라의 뒤에 가려져 세련된 문명을 향유한 페르시아인들에게 서구의 미디어가 내린 부당한 평가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분명 물라는 영혼을 말살하고 정보를 극단화 시키는 폭군이요, 사티로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인 숲의신>요, 괴물이다"p287

 

또한 그가 낯선 이방인이 아닌 이유를 더 꼽는다면, 초대된 집에서 먹는 음식들을 너무 맛깔스레 헤치운다는 점입니다. 

" 모르니는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얼른 요리를 준비했다. 난 빻은 아몬드와

사프란을 넣은, 단맛이 나는 쌀요리 사레실레(sareh shule)를 엄청나게 먹은 뒤에도

커다랗게 자른 멜론 조각 하나를 먹었다. 말린 과일이 등장 했을 때는 제발 살려 달라고 소리를 지를 정도였다." p91

 

자주 등장하는 음식 이야기에 배를 곯아가며 읽어야 하는 저로썬 여간 곤역스런 일이 아니였지만, 결국 그의 목적지 사마르칸트에 도착하여 여행의 목적을 찾았을땐 함께 희열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 내게 여행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믿기 힘든 존재를 만나고, 예상하지 못한 시골 구석의 소박한 조화로움에 충격을 받거나, 그때까지 내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못했거나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을 내 자신이 하거나 생각 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는 것이다" p309

 

결국 그렇게 고민스러웠던 여행의 의미가 외부에 있는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존재론적인 의미'라는 사실에서 여행의 필요성을 느껴볼 수 있는 부분 이였습니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1권과 2권의 번역자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1권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이 부드럽게 연결되었다면 2권에서는 뚝뚝 끊기는 듯한 인상을 받아서 글의 호흡이 좀 짧아 진다는 점인데, 3권의 번역자를 보니 2권과 같은 번역자 약간의 아쉬운 마음을 갖어봤습니다.

3권에서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빨리 읽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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