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문학 전집의 작품을 만날때 마다 나는 마치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기분이다. 소설이라는 허구 속에 감춰놓은 은밀한 내면을 찾아내는 놀이 말이다. 때론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 처럼 '현실과 이상'이라는 주제를 쉽게 찾아내기도 하지만,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처럼 모호함을 띄는 소설이 적지 않아 많은 생각을 들게하고, 결국 도중 하차라는 쓰라린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 소설은 다행스럽게 136페이지라는 결코 길지 않은 분량이라 쓰라린 경험은 넘겼다. 그러나 그 피할수 없는 은밀한 내면속의 모호함에 빠져 몇날 몇일 책을 덮어놓고 고민해야했다.  왜 이 책의 제목이 '이방인'이여야 했을까. 알베르 카뮈가 말하고자 했던 "이방인"이 무엇이었을까.

 

소설의 내용을 구성해보면  간략하다. 연로하셨던 어머니의 죽음으로 부터 장례식 진행과, 다음날 마리라는 여자를 만나 함께 지내는 일, 레몽이라는 친구를 알게되고 그와 함께 그의 바람핀 여자를 혼내주고, 해변가로 놀러간일, 그곳에서 우연찮게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재판이 진행되어 가는 과정과 사형에 구형되기 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세세히 살펴보니 두가지 관점에서 '이방인'을 바라볼 수 있었다.

 

1. 엄마의 죽음으로 부터 바라보는 이방인.

 

주인공이자 화자인 모르쇠는 엄마의 죽음을 알게된날 양로원에 찾아간다. 찾아가는 버스에서 피곤때문에 줄곧 잠에 빠져들었다가 양로원에 도착한다. 도착한 양로원에서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보겠냐는 질문에 보지 않겠다고 대답한다. 굳게 닫혀진 관앞에 앉아 또다시 몰려오는 잠때문에 졸고 있자니, 엄마의 양로원 친구들이 들어와 가만히 모르쇠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에 이르렀을때  빛, 침묵, 심판 이라는 글자를 만나게 된다.

 

 

'무언가 스치는 소리에 잠이 깼다. 눈을 감고 있었던 탓인지 방 안의 흰이 눈부셔 보였다. 내 앞에 그림자 하나 없었고, 물체 하나하나, 모서리 하나하나, 모든 곡선들이 눈이 아플정도로 뚜렷이 드러나 보였다'p16

 

' 그들은 의자 삐걱거리는 소리 하나 내지 않으며 앉았다. 나는 지금까지 사람이라고는 본적이 없는 것처럼 그들을 자세히 보았는데 그들의 얼굴이나 옷차림의 사소한 모습 하나에 이르기까지 나의 눈에 띄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하도 말이 없어서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p16

 

'나는 한 순간, 그들이 나를 심판하기 위해서 거기에 와 앉아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인상을 받았다........................ 이제 내게 고통스러운 것은 바로 이 모든 사람들의 침묵이었다'p17

 

흔히 선과 악을 구분할때 어둠과 빛을 거론한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빛 앞에 놓여진 모르쇠는 어둠속에 있는 악이된다. 엄마의 죽음에 전혀 슬퍼하지 않고 피곤하다는 핑계에 기대어 졸고 있으며, 엄마의 나이를 모르고,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행위들은 평범하기 까지 하다. 가족을 잃은 상실감이란 지구상에 혼자 놓여진 고독감과 낯선환경들 속에서 찾아오는 불안감을  수반하지만, 모르쇠에겐 그저 우연히 엄마가 돌아가신, 돌아가시지 않았으면 좋았을 하루에 지나지 않는 그런 날들중 하루일 뿐이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이질적인 모습에서 보여지는 부분들이 그가 '이방인'인일수 밖에 없는 사유를 설명하는 듯했다.

 

2. 재판 과정으로 바라보는 이방인.

 

우연히 친구 레몽으로 부터 레몽의 여자친구가 바람이 난 사실을 전해듣고 함께 혼내주기로 한다.  혼내준 여자친구의 오빠로 부터 나타난 아랍인들과 긴장감이 감도는 시선을 주고 받은 후 알수 없는 강렬한 태양 빛 때문에 아랍인을 총으로 쏴주인 모르쇠는 재판을 받게된다. 재판 과정에서 모르쇠는 엄마의 장래식이 있던 그날의 일들로 부터 살인 사건을 결부 시키는 재판관들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도, 어떠한 변명도 하지 못하고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엄마의 장래식에서 무감각해보이는 그의 행동들과 그 다음날 우연히 옛직장 동료였던 '마리'를 만나 수영을 하고 영화를 보고 사랑을 나눈 이야기들이 그가 추잡한 인간의 하나일 뿐이라고 낙인한다.

 

여기서 지켜봐야할 부분은 우연의 연속성이였다. 엄마의 죽음, 마리의 만남, 레몽과의 만남과 레몽의 계획에 참여하는 일,  그리고 해변가에서 아랍인의 살인까지 어느하나 계획되지 않은 우연의 연속성에 놓여졌다. 재판에서 참작되어야할 '우연'이라는 필요성에 대해 검사는 말한다.' 이 사건에 있어서 우연은 이미 양심에 많은 폐해를 가져왔다고'p106 또한 엄마의 죽음이 이 사건과 전혀 무관함에도 계속해서 그 사건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에 대해 '범죄자의 마음으로 자기 어머니를 매장했으므로, 나는 이 사람의 유죄를 주장하는것'p108이라 말한다.

 

 

모르쇠는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의 입장에서 재판이 진행될 수록 재판에 참여할 수 없는 낯선 풍경들속에 놓여져 자신을 바라보는 방청객, 검사, 재판관들의 시선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이 모호성을 띄는 부분은 바로 이 후반부이다. 모르쇠에게서 느껴지는 이 이질감을 통해 그는 더 이상의 가해자 신분이 아닌, 자신을 어떤 식으로도 변호하지 못한 한 인간으로써 남게된다. 여기서 그에게 더 이상 책임을 물을 수 없고, 공정성이 없는 재판의 과정이 진행될수록 갖가지 의문점을 갖는것이다. 바로  '모든것이 사실이라지만, 사실은 하나도 없습니다'p103 의 표현처럼, 엄마의 죽음이라는 사실적인 이야기속에 슬픔을 느낄 수 없었던 근본적 이유를 찾았어야 했던 법이라는 심판대는 근본적인 이유를 외면해버린채 우리의 도덕성과 윤리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내몰았다는  사실과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고도 재판에 참여되지 못한 존재감이 바로 "모든것이 사실이지만, 사실인것은 하나도 없다"는 이방인을 만들어낸것이 아닐까

 

 

결국 소설속 강렬하게 등장하는 '빛'의 요소는 모르쇠가 들어가지 못한 다른 세상의 문이 아니였을까? 소설 속 죽음과 사랑, 우연의 연속성은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소재일뿐이다. 사실이라 믿고 있는 문제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방인들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우리가 사실이라고 단정짓는 그것으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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