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는다 2 - 머나먼 사마르칸트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서 내린다고요? 여긴 풀밖에 없어요. 십오 분이면 도우바야지트(Dogubayazit)인데,,,"   "아니요. 여기서 내리겠습니다. 걸어서 갈 겁니다."p13

 

이 고집쟁이 베르나르 올리비에게 돌아왔습니다.

 <나는 걷는다 2- 머나먼 사마르칸트> 에서는 피치못할 사정으로 프랑스로 이송

되어야 했던 지점인 터키의 에르주룸으로 다시 돌아오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언제나 그렇듯 오직 두 다리를 이용하여 머나먼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까지 걷기 위해 말입니다.

 

 파리를 떠날 때부터 떠올랐던 불길한 생각이 다시 떠오른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다시 한 번 대답 없는 질문이 날 괴롭혔다. 난 어디로, 또 왜 가는가? 무엇보다 난 왜

다시 출발했을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힘들게 이별하면서까지. 작년에 그 힘든 일을

겪었는데도 말이다.  1999년 4월 대장정의 첫 단계를 밟기 위해 이스탄불을 떠났을 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그저 걷고 싶었고, 그 나라를 방문해 사람을 만나고, 신비로운 실크로드를 차근차근 알고 싶었다. 그런 열망 때문에 나는 길을 나섰다. 혼자서 보람찬 여행을 마친다는 기쁨에 겨워 나는 계속 전진해고, 무거운 짐을 지고 온갖 자잘한 고난을 견뎌내면서 날개라도 달린듯 걸었다. 하지만 낙천주의자라는 소리를 듣는 내게도 아나톨리아 횡단은 씁쓸한 기분을 안겨주었고, 결국 내 결심도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p16

 

에르주룸을 지나 도우바야지트에서 시작해 이란 국경을 넘고 테헤란, 에스파한, 머셔드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는 이 책의 첫 시작은 '행복'이 아닌 '고뇌'부터 라는 점이 다른 여행책들과는 다른, 그래서 더욱 사랑할 수 밖에  없음을 확인해줍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여행 책 들에서 아름다움을 노래하기 위해 부여되는 마약같은 언어들과 달리,  막연한 환상만을 보는 독자에게 여행은 고독의 연속이며  인생이라는 긴 터널의 한 부분을 지나치는 '길'일 뿐임을 알려줍니다.  이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까지 도보 순례자 로써의 자신의 열망을 잊지 않고 갈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함께 가야할 이유 이기도 합니다.

  

 2권에서는 새로운 동반자가 등장합니다. 사막을 통과하기 위해 비상식량과, 텐트 도구를 싣기 위해 낙타를 섭외를 위한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55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태양열 앞에 낙타도 생존을 위한 휴식기간임을 알게된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자전거와 수레 모양이 결합된 에브니를 만든것 입니다. 미비행 물체의 이름을 변형하여 붙인 에브니는 비상식량과 가방, 텐트 도구를 싣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사막을 함께 건너가는 멋진 동반자가 된 셈입니다. 하지만, 베르나르 올리비에게겐 에브니 보다 먼저 여행을 함께 시작했던 동반자가 있었습니다.

 

" 아침 아홉시가 되자 달아오르는 열기 때문에 짧게 자른 머리 위를 덮어야 했다. 짐을 꼼꼼히 뒤져본 다음 결론을 내렸다. 모자를 잃어버렸다! 이런일이! 내모자, 내 여행의 동반자, 내 머리의 친구, 3년 전부터 5000 킬로 미터를 함께했던 친구, 그 친구 없이 계속 여행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p87

 

신발 한 켤래가 걸어온 길 만큼 닳아져 갈 때도 , 온종일 자신의 몸에 붙어 함께 지내준 바지가 낡아져 꾀맸을때도  작은 물건 하나에 애정을 가지는 모습은 삼색 볼펜 한 자루의 잉크 한 방울까지 소중하게 썼다던 한비야님의 모습과 겹쳐져 주위에 있는 풍족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잃어버리고, 늘 채워넣기 바빴던 삶을 되돌아 보게 합니다

네 발로 굴러가는  자동차의 유리창으로 비춰지는 여행이 아닌' 나의 보이지 않는 길을 위한'  순례자 로써의 여행이 제게 필요한 이유임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너무 쉽게 볼 수 있었던 마약 중독자 들의 모습, 기독교인 자신의 종교를(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자신이 기독교임을 감사했다) 개종하려는 사람들과의 토론들, 폭력적인 경찰 도둑에게 카메라를 날치기 당하고, 전갈과  뱀 이 우글 거리는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텐트를 치고 자야했던 사연들이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글들과 만나 재밌게 이끌어 갑니다. 또한 30년간의 기자생활에서 오는 감각의 시선들은  낯선 여행지에 도착한 이방인의 시선이 아닌 실크로드를 진정 느끼고 사랑하는 길의 동반자로써의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 오랜 시간 이란을 횡단하며 알게 된 것은 잔혹한 권력 뒤에도 손님을 환대하는 놀랄 만큼 개방적인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이 이슬람 혁명으로 인한 황폐함 속에서도 조상의 미덕을 간직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 계몽적인 데다가 시대에 뒤떨어지며 폭력적인 물라의 뒤에 가려져 세련된 문명을 향유한 페르시아인들에게 서구의 미디어가 내린 부당한 평가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분명 물라는 영혼을 말살하고 정보를 극단화 시키는 폭군이요, 사티로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인 숲의신>요, 괴물이다"p287

 

또한 그가 낯선 이방인이 아닌 이유를 더 꼽는다면, 초대된 집에서 먹는 음식들을 너무 맛깔스레 헤치운다는 점입니다. 

" 모르니는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얼른 요리를 준비했다. 난 빻은 아몬드와

사프란을 넣은, 단맛이 나는 쌀요리 사레실레(sareh shule)를 엄청나게 먹은 뒤에도

커다랗게 자른 멜론 조각 하나를 먹었다. 말린 과일이 등장 했을 때는 제발 살려 달라고 소리를 지를 정도였다." p91

 

자주 등장하는 음식 이야기에 배를 곯아가며 읽어야 하는 저로썬 여간 곤역스런 일이 아니였지만, 결국 그의 목적지 사마르칸트에 도착하여 여행의 목적을 찾았을땐 함께 희열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 내게 여행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믿기 힘든 존재를 만나고, 예상하지 못한 시골 구석의 소박한 조화로움에 충격을 받거나, 그때까지 내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못했거나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을 내 자신이 하거나 생각 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는 것이다" p309

 

결국 그렇게 고민스러웠던 여행의 의미가 외부에 있는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존재론적인 의미'라는 사실에서 여행의 필요성을 느껴볼 수 있는 부분 이였습니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1권과 2권의 번역자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1권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이 부드럽게 연결되었다면 2권에서는 뚝뚝 끊기는 듯한 인상을 받아서 글의 호흡이 좀 짧아 진다는 점인데, 3권의 번역자를 보니 2권과 같은 번역자 약간의 아쉬운 마음을 갖어봤습니다.

3권에서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빨리 읽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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